68편
<-- 함장 이리엘 -->
콰앙!!
“으... 아.”
의자가 넘어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식은땀으로 입고 있는 축축히 젖어버린 소녀가 멍한 얼굴로 새하얗게 빛나는 태양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탄성을 내지른다. 마치 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는지 갈색 눈을 꿈벅거리는 소녀.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훌훌 털어낸 소녀는 주섬주섬 몸을 일으켜 잠꼬대로 넘어뜨린 의자를 바로 세운다.
“기분나쁜 꿈...”
마치 옹알거리는 것처럼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린 갈색 단발머리의 소녀는 축축히 식은땀에 젖은 자신의 티를 손으로 두어번 팡팡 털어낸다. 너무나도 납작한 가슴. 거의 존재감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 자신의 가슴에 잠깐 시선을 고정시킨 그녀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을 접고 시선을 Ep어버린다. 그리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대충 닦아낸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고 밖을 바라본다.
지금 그녀가 서있는 곳은 허공에 떠있는 비공정의 갑판. 그런 비공정 밖으로는 이 시대에 맞지 않은 기계와 과학이 발달한 유일한 도시인 핸돈마이어가 펼쳐져 있었다. 이 대륙사람이라면 낯서할 것이 분명한 도시였지만 지금의 그녀에겐 그런 핸돈마이어가 더욱 친숙하게 느껴져왔다.
그런 도시에 정박해있는 그녀의 비공정은 다른 비공정들을 압도할 만큼 엄청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주변에 떠있는 비공정들과 절대로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크기. 거기다 가벼운 나무로 만들어진 다른 비공정과 다르게 은백색의 강철로 이뤄진 비공정은 그 엄청난 존재감을 주변에 풀풀 풍기고 있었다.
은빛 고래라는 별명을 가진 비공정. 실제 이름은 디에그 데그인 구축전함 갑판위에 서있는 소녀는 다름아닌 이리엘이었다. 그녀는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땀이 시원하게 말라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손에 꽉 움켜쥔 서류를 훑어보며 중얼거린다.
“다음 임무는... 베히모스.”
못마땅한 목소리로 웅얼거린 그녀는 도시에서 물자를 잔뜩 들고 올라오는 커다란 증기 수레를 조용히 내려볼 뿐이었다. 그런 증기 수레안에는 아직 환한 낯인데도 불구하고 술병을 움켜쥐고 요란스럽게 떠들고 있는 검은 군복의 병사들이 올라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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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바람을 쐬고 함장실로 돌아온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자신의 조그만 일기책을 들고 낄낄거리는 몇몇의 군인들이었다..
타악.
“읽지마세요.”
“푸하하하핫!! 무뚝뚝한 모습과 다르게 귀염성이 짙게 느껴지는 일기구만!!”
요란한 소란이 일어나고 있는 디에그 데그 내부의 함장실. 검은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껄껄거리며 제멋대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술을 마시거나 멋대로 이리엘의 개인적인 방까지 쳐들어와 그녀의 일기를 읽고있었다.
“나가세요!!”
그런 군인들의 행동에 발끈했는지 이리엘은 조용한 그녀의 성격과 걸맞지않게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며 자신보다 체구가 큰 군인을 양손으로 밀어 억지로 자신의 방 밖으로 내보낸다. 그런 이리엘의 행동에 군인은 낄낄거리며 어쩔 수 없다는 모습으로 그녀의 방에서 걸어나온다.
“잠궈.”
군인을 밖으로 내몬 이리엘은 자신의 방문을 닫으며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린다. 그러자 조용한 기계음과 함께 그녀의 방문이 자동적으로 단단히 잠겨버린다.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리엘은 피곤한 듯한 눈으로 다시금 자신의 함장실을 돌아본다.
“크하하하핫! 우리 대장님께서 간만에 큰 건 하나 낚으셨구만!”
“뭐~ 덕분에 이렇게 좋은 고급 고기까지 입에 물어보는군! 크하하핫!”
군인이라기보다 오합지졸의 산적들처럼 보이는 남자들. 그들은 마치 이리엘의 함장실을 자신의 방처럼 여기는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옹기종기 모여 술을 마시거나 심지어 바닥에 모닥불을 놓고 고기까지 굽고있었다.
“음식 조리하지 마세요!! 술은 조용히 드세요!!”
그런 그들을 제어하려 이리엘은 나름대로 힘껏 소리를 질러보지만 그녀의 갸날픈 목소리는 얼마가지않아 군인들의 우렁찬 소음소리에 파묻혀버린다. 하지만 그런 군인들 사이로 아직 초입처럼 보이는 어린 군인들은 아무말없이 묵묵히 창고에 무기같은 것을 옮기고 있었다.
“크하하핫. 뭘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목에 핏대를 세우시나. 우리 이리엘 함장님?”
발끈한 이리엘의 머리에 팔을 걸치며 그녀에게 몸을 기대는 키가 큰 한 남자. 검은 군복과 잘 어울리는 듯한 산발이 된 검은 머리카락에 날렵한 인상을 가진 남자는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갈색 선글라스를 낀채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이리엘 눈앞에서 보란듯이 입에 문 담배를 힘껏 한모금 빨아드린뒤 기특하다는 듯한 눈으로 군인들을 돌아본다. 그런 그의 가슴에는 두 개의 총이 교차된 해골모양의 마크가 그가 이 군인들을 이끄는 리더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이건 계약에 없었습니다. 켈레브라씨!”
“서비스. 서비스라고 해주자고~”
이리엘의 외침에 입에 문 담배를 손으로 짚으며 후하고 그녀의 얼굴에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켈레브라. 독한 담배연기에 콜록거리던 이리엘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날카로운 눈으로 켈레브라를 바라본다.
“왕국에서도 관리 못하는 부대가 바로 우리 나쁜 강아지들이거든. 여기서 너가 이들을 컨트롤한다면.. 뭐.. 너를 내 상관으로 모셔야되겠지.”
킬킬거리던 켈레브라는 다시금 담배를 입에 물고 요란스럽지만 그런 그들의 모습이 익숙하고 정겨운듯한 얼굴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군인들을 돌아본다.
“대장님! 대장님도 한잔 하시지요!”
그런 켈레브라를 바라보며 술잔을 흔들어보이는 군인들. 하지만 켈레브라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난 여자가 따라주지 않은 술 아니면 안마셔. 너희들끼리나 실컷마시렴.”
“에이~”
“우우~”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터져나오는 야유들. 하지만 가볍게 어께를 으쓱거린 켈레브라는 다시금 자신의 입에 문 담배를 스스럼없이 새하얀 함장실 벽면에 비벼꺼버린다. 그러자 새하얀 벽에 묻은 검은 재의 모습에 이리엘의 인상이 가볍게 찡그려지지만 결국 그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이리엘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여튼. 도착할 때까지 잘 부탁한다고. 어린 함장님.”
마치 애다루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켈레브라는 불이 꺼진 담배꽁초를 바닥에 내다버리며 와글거리는 군인들의 인파사이로 사라진다. 그런 켈레브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리엘은 힘없는 얼굴로 자신이 앉아야할 의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 보기 두려운 자신의 뒤의 소란에 귀를 막고 외면하며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커다란 도시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대륙의 북부에 존재하는 칼제온 왕국. 핸돈마이어라는 수도를 중심으로 급성장한 이 왕국은 다른 왕국들이 가지지 못한 전혀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과학. 다른 왕국의 마탑에서 마법사들이 마법봉을 휘두르고 다닐때 그들은 권총, 혹은 기관총이라 불리우는 쇠로된 기이한 무기를 사용해왔다.
이들이 이런 기이한 기술을 손에 넣을 수 있던 이유는 다름아닌 바로 베히모스에 존재하는 유적지의 외면당한 지식들 덕분이었다. 베히모스 유적지에는 마법을 비롯해서 과학과 관련된 많은 지식이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유적지를 점령한 마법사들은 자신들이 이해 못한 복잡한 과학이라는 학문을 외면했고 마법에 관련된 문헌과 다르게 과학에 관련된 문헌은 그저 유적지의 기념품이라는 형식으로 싼값에 팔리고 있었다.
과거 다른 왕국보다 상대적으로 약소국이었던 칼제온 왕국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런 문헌들을 전부 사드려 분석해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칼제온 왕국이 얻은 것은 다른 왕국들이 가지지 못한 놀라운 과학력. 베히모스 유적지가 개방되어 몇 십년의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그들이 가진 무기는 지금 대륙 사람들이 상상도 못했을 정도로 발전되어왔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과학에 대한 욕망은 끊임없었다. 그 결과 다른 왕국들이 베히모스를 점령하려는 행동을 지켜보기만 하던 그들은 확실하게 자신들이 가진 과학의 우월함을 다른 왕국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최초로 베히모스에 직접적인 병력을 파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정해진 것은 칼제온 왕국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부대. 속칭 Bad doggy라고 불리우는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제멋대로이지만 임무 수행력은 그 어떤 부대보다도 확실하다는 켈레브라의 부대였다.
하지만 불행한 것은 그런 켈레브라의 부대의 악명은 칼제온 왕국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왕국에게도 확실히 전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한폭탄같은 켈레브라의 부대를 싣고 위험첨만한 베히모스를 향해 항해를 해줄 비공정을 찾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칼제온 왕국은 이런 임무를 수행해준다는 비공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의뢰비가 많아서 받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이리엘. 아직 세상물정을 제대로 몰랐던 그녀는 단순히 천문학적인 의뢰비 하나를 보고 덥썩 칼제온 왕국의 의뢰를 수락해버린 것이다.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그녀의 함장실. 비록 문이 단단히 잠그고 있었던 그녀의 사실만큼은 지켜낼 수 있었지만 제멋대로의 켈레브라의 부대의 부대원들이 저지른 참상은 이리엘로 하여금 등 뒤를 돌아보기 두렵게 만들고 있었다.
“하아...”
다시한번 길게 한숨을 내쉰 이리엘은 두툼한 의뢰서류를 휙하고 조종간 위에 던져놓는다. 켈레브라의 성격이나 그의 제멋대로의 부대원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단순히 잉크와 종이로된 이런 의뢰서류따위는 그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Lizad / 이제 등장할 이리엘은 배경설명이 필요해서리.. 약 몇화간은 이리엘이 주인공으로 전개시켜나갈 예정이에요. 그래봤자 3~4화정도겠지만.
Solar Eclipse / 오리지날과 다르게 이번엔 이리엘의 비중을 높혀봅시다. 그러면 비중을 높힌 만큼 H씬도 많아지겠지.
abcbbq / 으허허헛.. 설정만 바뀌었을뿐.. 이야기의 뼈대는...
실버링나이트 / 우주 스케일은 넘어갔죠. 이제 차원계 정복 스케일. 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