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67화 (67/298)

67편

<-- 함장 이리엘 -->

쿠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충격이 함체를 뒤흔든다.

-피격경보. 마계로부터의 반격입니다.

“전속 회피기동! 탄막을 뿌려! 요격한다!!”

나는 화면에 빼곡이 채워진 전장을 바라보며 신속히 함선 전체를 총괄하는 인공지능 컴퓨터에게 지시를 내린다. 최신형 인공지능 컴퓨터인 엘은 내가 지시하기도전 내가 한 회피기동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직접지시하지 않으면 내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1시 11시방향 투사체 확인. 요격 개시.

방심했었다. 마계. 단순히 커다란 차원의 파편이며 우리가 말살해야할 존재들. 과거 전투의 완벽한 승리가 지금 상황을 이지경으로 만들었다. 이럴듯한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도망치듯 우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마계. 두 번다시 마계를 놓치지 않기위해 너무 가까이 접근한 것이 화근이었다.

-요격 실패. 충격에 대비해주십시오.

콰아앙!!

다시금 커다란 폭음과 함께 함체가 뒤흔들린다. 상황판에 보이는 내 함선의 실루엣에 점점 붉은 색이 처참하게 칠해져간다.

-E24구획에서 F12구획까지 손상. 함선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그들의 반격을 예상하지 못했다. 단순한 샌드백으로만 알고있었는데... 이렇게까지 격렬히 저항할줄은 몰랐다.

-이리엘. 함선을 뒤로 빼. 잠시 후퇴한다.

통신으로 아리엘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녀의 지시를 듣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함체의 보호역장 오프라인. 차원의 틈새에서 함선이 소실되기 시작합니다.

“......”

패배. 과거의 완벽한 승리였다면. 지금 현재는 완벽한 패배였다. 방심과 무지가 부른 결과. 나는 더 이상 지시를 내릴 생각도 없이 멍하니 상황판에 떠오른 함체를 바라본다. 보호역장이 고장난 이상. 돌아갈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이 분해되고 소멸되는 차원의 틈새. 그 안에서 우리의 함선들이 항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보호역장 때문이었다. 보호역장이 끊겨진 이상 내 함선은 몇분이내 틈새에서 산산히 분해되어 그 존재자체가 남아나지 않도록 소멸될 것이 분명했다.

-최우선 생존대책 수립. 목표. 함선과 함장의 안전을 최우선과제로 수정. 가까운 차원계에 강제진입을 시도합니다.

공황상태에 빠진 나와 다르게 언제나 침착한 인공지능 엘은 재빠르게 최선의 선택을 정해 함선을 이끌어나가기 시작한다.

-마계로부터 본함을 표적올 발사된 투사체 확인. 미사일로 추정되는 투사체로 요격률은 98%.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멍하니 자리에 앉아서 상황판을 보는 수밖에. 이런 무력함에 나는 이를 악물지만 그런다고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미사일 요격실패!! 예상외의 변수 발생!!

언제나 침착함을 유지하던 인공지능 컴퓨터인 엘의 목소리에 큰 동요가 일어난다. 그리고..

콰지.. 콰지지직..

내 앞의 공간이 일그러진다. 이곳은 차원계에 속하지 않은 차원의 이면인 차원의 틈새. 이런 공간에서 공간이동은 불가능했다. 우리의 과학기술력의 정수라는 아리엘의 전투순양함인 디에스 이레조차도 공간이동은 하지 못하고 단지 경로를 왜곡시켜 빠른 움직임만이 가능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콰드드득..

공간을 뒤틀며나타난 것은 거대한 쇠기둥. 익숙한 물건이었다. 속칭 미사일이라고 불리는 원거리 투사체 무기였다. 그런 미사일의 탄두부분에는 손으로 쓴 듯한 글씨가 큼지막하게 써져있었다.

-내 선물이야 이리엘. 우리 마도학을 얕보지 말라고. By 에페리아.

“.....”

그리고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밝은 섬광이 내 앞에서 터져버린다.

--------------------------------------

콰아아앙!!

하늘이 산산조각나 무너져내리며 거대한 불덩어리가 하늘에서 대지로 내려꽂힌다. 마치 거대한 유성이 떨어진 듯한 요란함이었지만 불덩어리가 떨어진 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매마른 사막. 덕분에 이런 화려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콰아앙!!

재차 터져나오는 폭음. 화염에 휩싸인 거대한 쇳덩어리가 무자비하게 대지에 처박히며 엄청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폭사된다. 그리고 매마른 대지를 파헤치고 파고든 반파된 거대한 함선의 모습이 들어난다.

파츠즉.. 콰앙!

간헐적으로 스파크를 일으키며 계속 폭발을 일으키는 함선. 함선이 착륙한 곳은 불행하게도 사막 한복판이었다. 화재를 진화하기는 커녕 하늘 위에서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빛아래 오히려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순간 기적이 일어난다.

치이익..

떨어진 충격으로 사막 지하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수맥을 건들었던 걸까. 함선이 처박힌 곳에서 조금씩 물이 고여가기 시작한다. 그런 물은 천천히 함선안으로 스며들어가 함선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해주기 시작한다.

치직.. 치지직..

조금씩 화재가 진화되기 시작하며 추락한 함선의 모습이 확연히 들어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은백색의 강철로 뒤덥힌 날렵한 유선형의 외형을 띄고 있는 구축 전함. 디에그 데그였다.

-------------------------------------------

위이이잉..

온통 처참하게 찢어지고 망가진 디에그 데그의 함장실. 이 함선 전체를 책임지는 인공지능 컴퓨터인 엘과 함께 이 배의 함장인 이리엘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공간을 도약한 미사일에 직격한 덕분일까. 이미 함장실은 걸레조각이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처참한 몰골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고요한 기계음이 울려퍼진다.

치직.. 치지직..

전부다 산산조각난 모니터들중 하나. 자그마한 계기판에 간신히 불이 들어온다.

-함선 손상률... 67%. 시스템 가동률.. 15%. 자동 수리시스템.. 오프라인.

아직 인공지능 컴퓨터인 엘은 살아있었다. 컴퓨터는 필사적으로 모든 함선의 시스템을 가동시켜 다시 디에그 데그를 복구시키려하지만 모든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화재 발생으로 정비시스템과 연결 두절. 침수경보 발생. 함선의 복구 가능성... 12%.. 10%.. 8%.

기이잉..

엘은 함장실 내부에 카메라를 움직여 마지막 희망을 찾아본다. 마지막 희망은 다름아닌 함장 이리엘. 하지만 카메라의 움직임이 멈춘 그곳에는 인간의 형체는 찾아볼 수 없는 붉은 고깃조각들이 난자되어있을 뿐이었다.

-함장 사망.. 확인.

아무리 차원을 넘나드는 거대 함선의 함장이라해도 그들의 근본은 인간이었다. 거대한 폭발에 휘말려 살아남을 수 있으리가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 엘은 무덤덤하게 함장의 죽음을 받아드린다.

-함장 사망 확인으로 코드‘부활’기동 권한 수립. 코드 ‘부활’ 기동.

기이잉..

엘은 전함에 남아있는 모든 전력을 끌어모은다. 모든 방화시스템, 방수시스템의 전원을 끄면서까지 전력을 끌어온 엘은 코드‘부활’을 작동시키기 시작한다.

철컥.

반쯤 박살나 흉한 몰골을 보이는 엘 앞에 하나의 캡슐이 옮겨진다. 함장실 내부가 초토화 된 상황이라 엘 앞에 옮겨진 캡슐은 불안하게 옆으로 기울어져있지만 그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엘은 자신의 계획을 속행해나간다.

치익.

엘의 카메라 렌즈옆에 마련된 젓가락처럼 자그마한 기계팔이 나와 캡슐의 위쪽에 마련된 스위치를 누른다. 그러자 캡슐의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한 강철벽이 좌우로 벌어지며 캡슐 내부에 담겨진 물건이 들어난다. 그것은 바로 방금 죽은 함장 이리엘과 유사한 몸을 가진 나체의 소녀였다.

-함장 이리엘의 기억을 모두 전송 개시.

기이이잉..

엘의 남아있는 모든 시스템이 풀가동하여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세워진 캡슐에 담긴 이리엘에게 기억을 전송한다.

단신으로 싸워야만 하는 아리엘과 이리엘은 죽음과 거의 어께동무를 하고 지낸다. 험난한 전투속에서 그들의 죽음은 어쩔 수 없는 일. 함장이 죽을때에 대비해 그들의 전함 내부에는 죽음 함장을 대신할 클론들을 몇십개씩 마련해두고 있었다. 그리고 함장이 죽을때마다 마지막 기억을 계승하여 다르지만 똑같은 함장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아리엘과 이리엘. 이 둘이 오랜시간동안 마계와 싸워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콰앙!!

하지만 기억을 전송하는 도중 갑작스런 폭발이 일어난다. 방화시스템을 꺼뒀던 덕분에 화재가 폭발까지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와장창!!

그러자 불안하게 기울어져있던 캡슐이 떨어져버린다. 그러자 당연히 캡슐과 엘을 연결해두고 있던 케이블이 끊어지며 기억전송이 제대로 완료되지 못한다.

-사고.. 발생..

엘은 황급히 이 돌발상황을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순간. 깨어진 유리파편속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이리엘.

“.....”

고개를 좌우로 털어 자신의 머리에 남아있는 유리부스러기를 털어낸 그녀는 약간 어리버리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기억전송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클론이 활성화. 함장의 생존으로 코드‘부활’ 기동 불가.

엘의 염려가 맞았던 걸까. 깨어난 이리엘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의 존재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말하는 기곗덩어리가 신기하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리엘.

-부적합 함장을 제거합니다.

콰악!!

그 순간. 가느다란 기계팔이 이리엘의 목을 움켜쥔다. 가느다란 모습과는 다르게 여린 소녀의 숨통을 조일만한 힘이 있었는지 기계팔에 붙잡힌 이리엘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자신의 목을 움켜쥔 기계팔을 붙잡고 바동거린다.

-함장.. 제거.. 함장을.. 제..

하지만 아직 행운의 여신은 이리엘쪽에 있었던 걸까. 모아뒀던 전력이 점점 그 한계를 내보인다. 그러자 이리엘의 목을 움켜쥔 기계팔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시.. 시스템.. 다.. 다운.. 임무.. 시.. 실패...

마치 분하다는 듯이 이리엘의 눈을 노려보던 붉은 렌즈에서 천천히 그 빛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새로운 히로인 등장.

차원 구축전함 디에그 데그의 함장 이리엘입니다.

과거 로하 오리지날에서는 던파의 천계에서 온 거대 전함의 함장이었지만...

천계라는 설정이 존재하지 않음으로 차원 넘어에서 아리엘과 같이 마계에 대항하는 함장으로 설정.

바로 에페리아가 최초로 격추시킨 전함이었던 디에그 데그의 함장이란거죠.

에페리아조차도 격추되어 사라졌다고 생각한 구축 전함 디에그 데그와 함장의 생존은...

아마 스토리를 의외의 방향으로 몰아갈 수도.

컨셉은 미묘한 백치미 캐릭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