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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53화 (53/298)

53편

<-- Main story. 신성기사단 -->

-타.. 르!! ..메르!! 타메르..!!

몽롱하다. 마치 꿈을 꾸는 듯이. 내가 의식이 있는 건지 없는건지 잘 모르겠다. 그저 이유없이 멍하니 푸른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쫓아갈뿐. 그런 내 귓가로 흐릿한 시란의 외침이 흘러들어온다.

-타메르!! 너 괜찮은거야?!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내 상태에 대해 묻고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뒤늦게 지금 내 상황에 대해 깨닫는다.

“커헉..!”

하지만 깨닫는 것과 몸상태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의 외침에 대답하기 위해 입을 벌리는 순간. 입안 가득히 차있던 붉은 핏물이 작은 분수처럼 허공으로 치솟아오른다.

“허억.. 허억..”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왼팔을 들어올려 입가를 거칠게 닦아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주변을 살펴본다.

나는 지금 장작더미에 파묻혀있었다. 내 의식이 살짝 끊기기전. 란슈는 내 안면을 내려찍어 그대로 이 장작더미에 처박아버린 것이었다. 모든 상황이 뒤늦게 이해된 나는 란슈의 위치를 찾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돌려본다.

“와아아아!!”

그는 환호하는 군중들 속에 있었다. 내 피로 점칠된 자신의 주먹을 들어올려보이며 환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오만함을 마음껏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크루세이더들에게 뭐라 지시를 내린다.

“큿..”

두어명의 크루세이더들이 가볍게 몸을 풀며 나에게 다가온다. 아마도 나를 끝장내거나 연행하려는 거겠지. 하지만 그런 크루세이더들보다 란슈의 곁에서 또다른 횃불에 불을 붙여나가는 크루세이더가 내 시선에 잡힌다.

“리... 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 등뒤에 서있넌 투박한 나무십자가를 바라본다. 거기에 매어져있는 리엔. 그녀는 여전히 힘없이 축 늘어져있었다. 이런 소란속에서도 관심을 가지기 싫은걸까. 아니면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린걸까. 그런 그녀를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버릴 수는 없었다.

“크흣!!”

“가만있어!!”

나는 다시금 싸우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했다. 하지만 란슈에게 당한 충격이 적지않았던 덕분일까. 고아혈의 저주로도 회복되기 힘든 상처들 때문에 나는 제대로 힘도 못쓰고 나에게 다가온 크루세이더에게 제압당한다.

“젠장..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오지마.. 오지마! 이 망할 근육돼지들아!!

시란또한 크루세이더들에게 잡혀가지 않기 위해 내 오른팔을 휘두르며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하지만 이미 힘이 많이 쇠약해진 시란의 저항은 얼마가지못해고 결국 크루세이더들에게 손목을 붙잡힌채 분한듯이 바르르 떨뿐이었다.

“끌어내고 화형대에 불을 붙여라!! 그 녀석은 감옥에 쳐박아!”

억지로 화형대에서 끌려나가며 나는 리엔을 바라본다. 그녀가 서있는 화형대 주변으로 붉은 빛을 흩뿌리며 타오르고 있는 횃불을 가져가기 시작한다.

“이대로..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두근..

그녀를 이대로 잃어버릴 수는 없었다. 모든 죄악을 뒤집어쓴 오해속에서 그녀가 허무하게 죽어가는 꼴을 봐줄 수는 없었다. 그 순간 심작 깊숙한 곳에서 또다른 박동이 느껴진다.

“크허억..!!”

목안에서 울컥 솟아오르는 핏물에 나는 신음을 흘리며 핏물을 뱉어낸다. 하지만 괴롭기보다는 오히려 답답한 속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두근..

-이..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다시한번 심장 박동과 함꼐 시란의 당황한 비명소리. 내 오른팔을 뒤덥고 있는 시커면 기운이 조금씩 밀려나가고 있었다.

두근..

“후으..”

어느샌가 내 호흡은 천천히 안정되어져가고 있었다. 몸이 빠른속도로 회복된다. 평소와 다르게 매우빠른속도로..

두근!!

어느정도 몸이 회복되자 다시 살아난 것과도 같이 심장이 거세게 박동한다. 그 순간 내 몸 구석구석에 피가 흘러들어가는 것을 선명히 느낌과 동시에 또다른 새로운 힘이 샘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크흐흐흐...”

언젠가 느껴본적이 있었다. 이 기분. 네이와 싸웠을때. 그녀에 의해 궁지에 몰렸을때. 야수같이 깨어나는 내 몸속 또다른 힘과 흉폭성.

“이.. 이 녀석 뭐야?!”

내 곁에서 내 몸을 붙잡고 있는 크루세이더가 당황하는 비명이 들려온다. 나는 가볍게 팔을 털어 내 팔을 붙잡고있는 크루세이더을 먼지 털듯이 털어내버린다.

“크크큿..”

점점 이성이 흐릿해진다. 붉게변해가는 시야. 그런 시야끝에는 건틀렛에 묻은 피를 닥다말고 당황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란슈가 걸려있었다.

두근..

가슴속 깊숙한 곳에서 깨어나는 야성. 몸에 활력이 되찾아진다는 것은 반가워해야할 일이었다. 하지만 내 힘조차 제대로 주체못하고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내 광폭성에 가슴속 한곳에 왠지모를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오직 피와 살육. 광기와 비명만을 추구하는 미쳐버린 내 본능이 눈을 떴다가 리엔을 구하기는 커녕 그녀를 내 손으로 죽여버릴 수도 있었기에..

“크하아아..”

하지만 이미 내 야성을 제어할 수는 없었다. 나약해진 내 이성을 마비시키고 내 몸을 지배할 야성이 내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며 꺠어나고있었다.

“과.. 광혈의 저주인가?!”

기겁한 크루세이더들이 빠른속도로 내 주위를 포위해나가며 자신의 무기를 꺼내든다. 란슈또한 눈에 띄게 긴장하며 자신의 주먹을 풀며 크루세이더들이 만든 포위진 한쪽에 자리를 잡아 나를 노려본다. 그런 그들의 살기속에서... 꿈틀거리던 야성은 결국 참지못하고 폭주해나가기 시작한다.

“크아아아앗!!”

-꺄앗!!

동시에 내 오른팔을 뒤덮고있던 검은 기운이 완전히 검안으로 밀려나가며 시란으로부터 내 오른팔의 제어권을 되찾는다. 그리고 나무파편이 박혀 상처투성이인 내 오른팔을 억지로 들어올린다.

투둑 투두둑..

그러자 날카로운 나무파편이 섬뜩하게 오른팔의 살갗을 뚫고 돌출되지만 이미 그런 상처따윈 안중에 없었다.

“크워어어어!!”

양손에 내 대검과 시란의 검을 움켜쥐고 끓어오르는 야성속에 나는 참지못하고 우렁차게 소리를 지른다. 다시한번 싸움이 시작된다는 신호. 광기어린 살육이 시작된다는 신호음이었다. 하지만..

빠악!!

“크.. 어?”

내 붉어진 시야속에 조그마한 단화 밑창이 가득찬다. 그와 동시에..

“시끄러. 소리지르지마. 머리가 울리거든.”

광기에 얼룩지고 야성에 잡아먹혀 몽롱해진 내 귀에 선명히 한 소녀의 목소리가 파고들어온다. 이 목소리는..

“아 정말... 일어나자마자 이런 성가신 일을 해야된다니..”

타악!

사뿐하게 내 안면을 밟고 도약하여 바닥에 착지하는 아름다운 흰 백발머리카락의 소녀. 그녀는 자신의 이마를 감고있던 천조각을 풀어 나에게 던져준다.

“키르... 비르?!”

갑작스런 그녀의 등장에 제멋대로 폭주해나가던 내 야성이 거짓말처럼 진정된다. 그녀와 나의 관계는 엄밀히 따지면 고양이와 쥐. 고양이 앞에서 자신의 성질을 모두 들어낼 간 큰 쥐는 없었기에 내 야성은 본능정인 두려움을 느끼고 다시 가슴속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간 것이다.

“미안.. 조금 늦어버렸어.”

그녀는 흘끗 나를 바라본다. 엉망진창이 된 내 모습. 그런 내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사과를 하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리고는 마치 내 복수를 해주겠다는 듯 자신의 스텝을 강하게 움켜쥐고 란슈를 향해 겨눈다.

“자아~ 평소에 노인을 공경하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 청소년 폭행을 저지른 노인까지 공경해줄 필요는 없겠지?”

키르비르는 그녀의 특유의 비아냥으로 란슈를 놀린다. 하지만 란슈는 피식 웃으며 여유롭게 그녀의 말을 맞받아친다.

“평소에 아이들을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피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마녀의 자식까지 보살펴 줄 필요는 없을것 같군요.”

그런 란슈의 말에 키르비르는 그저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그를 노려본다. 하지만..

“아. 그리고 하나 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저는 청소년 폭행이 아니라.. 아동폭행을 저질러 버린 듯 싶은데요?”

“...죽여버릴테다.”

이어지는 란슈의 한마디에 키르비르의 눈에 날카로운 살기가 감돌아버린다.

========== 작품 후기 ==========

후.. 키르비르의 재등장.. 이제 오늘만 버티면 주말이네요. 모두 힘냅시다.

abcbbq / 엌ㅋㅋ 진짜 그럴까봐 조마조마.. 만약 그렇게되면 제 속이 몹시 쓰릴텐데..

Lizad / 역시 할렘의 주인공은 발려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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