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43화 (43/298)

43편

<-- Main story. 신성기사단 -->

“크으..”

내가 정신을 차렸을때. 내 몸에는 따듯한 모포가 덮혀져있었다.

“뭐야... 결국 녀석이 덮어준건가...”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다행히도 내 기억과 다르게 내 양팔은 수갑으로 단단히 채워져있지 않았다.

“풀어준건가...”

양팔이 자유롭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목을 쓰다듬는다.

“...음?”

그러자 부드러운 피부대신 투박하고 거치어질대로 거칠어저 갈라진 피부가 느껴졌다.

“설마...!?”

깜짝놀란 나는 황급히 내 몸을 더듬어본다. 부드러운 가슴대신 탄탄한 근육으로 다져진 단련된 가슴. 잘록한 허리대신 내 몸을 든든히 지지하는 굵직한 허리가 자리잡고있었다.

“돌아온건가..?!”

원래 몸으로 되돌아온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분면 나나 키르비르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우연히 중앙도서관에서 읽은 기억이 있었다. 영혼이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결국 나와 키르비르가 잠든사이에 영혼은 원래 위치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까..”

순간 내 머릿속에 재미난 사실이 하나 스쳐지나간다. 지금쯤 키르비르는 옆방에서 자신이 채운 수갑에 양팔이 묶인채 바둥대고 있겠지..

“크크큿.. 복수할 기회가 이렇게 빨리오다니..”

나는 음흉한 미소를 지은채 빠른 걸음으로 키르비르가 있을 옆방으로 다가간다.

“어이 키르비르!!”

콰앙!!

호탕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역시나 방안에는 키르비르가 있었다. 수갑에 양팔이 봉인되고 옷이 엉망으로 흩으러진채 침대에 납작엎드린 자세로 누워있는 키르비르. 녀석은 내 소리에 잠이 꺴는지 비몽사몽한 눈을 게슴치레 뜨고 나를 바라보고다.

“으음..? 돌아온거야?”

졸음을 떨쳐내려는지 고개를 좌우로 턴 키르비르는 자신의 몸을 일으키려하지만 양팔이 뒤로 묶여있는 탓에 제대로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침대 위에서 꼬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걸로... 우리 영혼은 재자리를 되찾았고 이제는 너가 당할 차례야..”

나는 느긋한 걸음걸이로 침대에 누워있는 키르비르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키르비르 별 두려움없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보복이라..”

까드득..

그리고 키르비르가 힘을 주자 그녀의 양팔을 단단히 묵고있는 쇠수갑에 균혈이 가기 시작한다.

빠캉!!

얼마가지않아 그녀의 양팔을 붙잡고있던 수갑이 허무하게 끊어져 바닥에 떨어져 버린다.

“흐으음~ 보복이라...”

가볍게 양손을 허공에 털어 뻐근한 손목을 풀어낸 키르비르는 침대에 걸터앉아 팔짱을 끼고 얄궂은 미소를 지은채 나를 바라본다.

“내가 잘못들은 것 같은데?”

“크읏...”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한걸음 물러선다. 잊고 있었다. 평소의 키르비르는 나보다 힘이 약한 아주 작고 평범한 소녀였지만... 마나를 사용하기만 한다면 그 힘은 순간적으로 나를 능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그래도 잠자리가 안좋아서 기분이 상당히 저기압인데... 참 잘됐지?”

키르비르는 사악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주먹을 가볍게 뚜둑거리며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황급히 양손을 들어 그런 그녀를 경계하며 떠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자.. 잠깐... 우선.. 옷부터 제대로 입어야되지 않을까?”

지금 키르비르의 몸에 걸친 옷가지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어제 어떤일은 당했는지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이리저리 단추가 풀러지고 흩으러져 새하얀 그녀의 나신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옷차림. 그런 사실을 그녀에게 인지시켜주지만..

“뭐... 이미 서로 볼 것 다보고... 영혼까지 한번 뒤바뀌어본 사이인데 가릴 필요가 있을까?”

우두둑..

역시나 키르비르는 만만치 않았다. 아담하게 꽉 쥐여진 그녀의 주먹에서 섬뜩한 뼈울림소리가 들려온다.

“어디보자... 광혈의 저주를 받았으니 생명력이 강하겠지? 주먹질로는 죽지않을꺼야. 사실 평소에 궁금했던 것이 하나있거든.”

천천히 자신의 주먹에 마나를 모아가며 잔인한 미소를 짓는 키르비르. 나는 마른침을 삼킨채 그런 그녀로부터 도망치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뻘뻘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인간의 뼈중... 어떤 뼈가 으깨지는 소리가 제일 경쾌할까?”

잔인한 말을 서슴없이 뱉어내며 나에게 다가온 키르비르는 지금 당장이라도 휘두를 기세로 푸른 마나가 잔뜩 서린 자신의 팔을 뒤로 힘껏 당긴다. 그 순간..

콰아아앙!!

“우.. 우왓!!”

“큿?!”

갑작스럽게 거대한 진동이 유적지를 뒤흔든다. 예고없는 갑작스런 진동에 무게 중심을 잃은 키르비르는 내쪽으로 쓰러진다. 깜짝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균형을 못잡고 내쪽으로 쓰러지는 키르비르의 몸을 가볍게 안아든다.

“키르비르님!! 비공정이...”

그 순간 타이밍좋게 플루토가 창문을 통해 방안으로 뛰어들어온다.

“.....”

“...아...”

그런 플루토의 눈에 보이는 광경. 그것은 키르비르가 내 품안에 오봇하게 안겨있는 모습이었다. 전후사정을 들어보지도 못하고 그 광경을 목격한 플루토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죄... 죄송합니다!!!”

역시나 플루토는 거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로 사과를 한뒤 재빨리 자신이 뛰어들었던 때보다 더 빠르게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쳐나간다.

“야... 야!! 플루토!!오해야!!”

키르비르는 황급히 옷매무세를 빠르게 정돈하고 단추를 다시 여매며 플루토를 쫓아 창문을 통해 뛰어내렸다.

-침입자다 타메르.

키르비르가 사라지자마자 타이밍 좋게 기분나쁜 로터스의 사념이 내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침입자라.. 오랜만이군. 상대의 규모는?”

-베히모스 상공에 등장한 비공정은 3척. 절대로 적은 규모는 아니군.

“...3척?”

이때까지 이런 대규모의 침입은 없었다. 아마도 이번엔 인간들도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것일까...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살짝 긴장한 눈으로 내 대검을 어께에 걸쳐나간다.

-거기다... 비공정에 그려진 마크. 저건 신성기사단이군.

“....”

올게 온 것인가. 아마도 리엔의 몸담고 있는 교단의 병력들이 분명했다. 그들의 목표는 아마도 리엔을 제거한 로터스에 대한 복수겠지.

“잘만하면... 좋게 보낼 수 있겠군.”

저런 대규모의 적을 상대하는 것은 부담이 엄청났다. 아마 로터스또한 침입자를 제거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전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았고 그러면 아마 이 유적지의 절반은 붕괴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들과 직접적으로 싸울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리엔의 사망에 따른 복수. 하지만 불행히도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리엔은 아직 살아있었다. 애시당초 그녀를 인간들의 세계로 돌려보내겠다는 생각을 가진 나에게 지금 리엔의 복수를 위해 찾아온 신성기사단만큼 좋은 상대는 없었다. 그들의 목적인 리엔을 그들에게만 돌려준다면 교단은 별 큰 문제없이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리엔을 그들에게 돌려줄 생각인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 로터스의 사념이 머릿속에 울려퍼진다. 나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검을 어께에 짊어지고 리엔이 있는 방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과연... 그게 좋은 방법일까?

“그건 잘 몰라. 하지만 최악의 방법은 아니란 것은 알고있지.”

의미심장한 로터스의 물음에 나는 별 관심없다는 투로 대답하며 리엔이 쉬고있는 그녀의 방문을 조용히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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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척의 비공정이 도착한 곳은 유적지의 동쪽 구역. 안그래도 유적지에서 가장 외곽쪽인 지역이며 커다란 공터가 있어 대부분의 비공정이 유적지를 공략하기 위해 착지하는 곳이었다. 나는 낡은 유적들 사이로 동쪽 구역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통로를 리엔과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축하한다. 리엔. 이제 돌아갈 수 있겠군.”

“네... 돌아가는 거겠죠.”

역시나 돌아가는 것이 싫었던 걸까. 리엔의 목소리는 전처럼 활기차지 않았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우울한 목소리. 하지만 그녀의 상황이 어찌됬든 그녀는 인간이었다. 나처럼 광혈의 저주에 걸린 괴물도 아니었고 키르비르처럼 이세계에서 온 지상 최강의 마법사또한 아니었다. 베히모스는 그녀가 살 곳이 되지 않았다. 그녀가 살아가야할 곳은 바로 그녀와 같은 인간들이 있는 곳. 지금은 괴롭겠지만 이것이 훗날 그녀를 위한 좋은 선택임이 분명했다.

“......”

조금씩 리엔의 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평소와 다르게 우울함으로 가득차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니 빨리 오라고 재촉할 수는 없었다.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조용히 그녀와 보폭을 맞춰 느리게 걸으며 느긋하게 동쪽 구역을 향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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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동쪽 구역의 비공정이 착륙을 위한 공터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순간.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내 앞에 수많은 크루세이더들이 살기등등하게 대열을 맞춘채 이쪽을 향해 섬뜩한 살기를 내비치고 있었다.

“뭐야.. 어떻게..”

이런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이미 나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있다는 듯이 그들은 먼저 움직이지 않고 착륙한 곳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튼튼한 대열을 만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은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아마도 이 기사단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내쪽을 향해 한걸음 걸어오며 인자한 목소리로 내 물음에 대답한다. 척봐도 나이는 60세 이상. 얼굴에 잔뜩 끼어있는 주름과 새하얗게 탈색된 머리카락이 그의 나이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외모와 다르게 그의 몸은 수십년간의 단련으로 마치 철벽과도 같은 모습의 우람한 몸을 자랑하고 있었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듯 거대한 십자가를 등에 짊어지고 있었다..

“란슈님...”

내 뒤에 서있는 리엔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노인을 알아보고 노인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요. 리엔.”

그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모든 것을 포용할 듯한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로 리엔을 반긴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천천히 자신의 오른 손을 뻗으며 말한다.

“돌아갑시다. 당신은 이 지옥에서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잠깐.”

나는 조용히 내 팔을 들어올려 리엔의 앞을 가로막으며 란슈라는 노인네를 노려본다.

“뭡니까?”

그러자 란슈는 여전히 인자한 얼굴로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공짜로 보내줄 수는 없지. 이때까지 내가 이 여성을 보호했으니... 나는 그에 걸맞는 보상을 얻고 싶다.”

“아아... 보상 말씀입니까?”

내 말에 란슈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이 그는 싱긋이 미소지으며 자신의 목에 걸린 십자가 목걸이를 양손으로 움켜쥔다. 그리고 잠시동안 뭐라고 중얼거린다음 한손으로 허공에 가볍게 십자가를 그은 후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이걸로... 보상은 됐습니다.”

“뭔... 헛소리야?!”

나는 이해못할 란슈의 어이없는 행동에 당황하며 그에게 되묻는다.

“당신이 후에 죽으면 당신의 영혼이 천국에 가도록 기원하는 가벼운 기도를 올렸습니다. 이걸로... 당신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될 것 같군요.”

빠득..

나는 가볍게 이를 갈았다. 얼굴은 세상 모든 자비와 인정을 한곳에 품은 듯한 낯짝을 가지고 있었지만 속은 완전 능구렁이가 따로없는 노인네였다. 한마디로 나를 우습게 본다는 거겠지..

“네 놈...”

대검을 움켜쥔 손에 힘을 가득 준다. 생각이 달라졌다. 이렇게 손쉽게 리엔을 건내주느니 차라리 저 대장처럼 보이는 란슈라는 녀석을 능지처참하여 기사단에게 겁을 줘서 돌려보내는 편이 훨씬 나을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 리엔이 흥분하기 시작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대검을 움켜쥔 내 손을 붙잡는다.

“뭐야?”

“쓸데없는 싸움을 일으켜봤자... 손해보는 것은 당신이에요.”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진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걱정한다. 그리고 걱정말란 듯이 조용히 미소를 지은 다음 란슈를 돌아본다. 아마도 그녀또한 돌아가기로 결단을 내린 것같았다.

“하아.. 그럼 할 수 없지.”

나는 그녀의 의지를 읽어내고 조용히 그녀를 가로막았던 팔을 내려둔다. 비록 화가나기는 했지만 리엔을 돌려보내는 자리이다. 커다란 소동을 일으킬 맘은 없었다. 짜증나기는 했지만 이들은 엄연히 리엔의 동료들이다. 그런 그들의 피를 보는 것은 리엔또한 원치않을 것이 분명했다.

“고마워요. 타메르씨.”

그러자 리엔은 가볍게 나에게 고개를 꾸벅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뒤. 짧게 마른침을 삼키고 자신에게 팔을 뻗고있는 란슈를 향해 걸음을 옮겨간다.

섬찟..!

그 순간. 본능적으로 리엔이 위험을 감지한다.

“크읏!!”

두어번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내 본능을 믿었던 나는 다짜고짜 앞서서 란슈에게 걸어가려는 리엔의 뒷덜미를 붙잡아 내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리고 그녀를 품에 안으며 팔로 그녀를 보호하는 순간.

퍼억!!

하나의 화살이 리엔의 몸을 보호하고 있던 내 팔뚝에 박혀들어간다.

========== 작품 후기 ==========

자. 만우절 기념 특별편입니다요!

드디어 메인스토리에 진입했습니다. 우와아아아앙~

첫번째 메인스토리는 언제나 맨 먼저 앞서나가는 리엔의 스토리. 신성기사단입니다.

그러고보니 이제 제 감기도 3주차에 접어드는군요. 이 망할 감기는 나에 대한 달성률을 아주 100퍼로 만들려하나. 이런 망할..

abcbbq / 으허허헛;; 과.. 광참은 없습니다.. 연재속도를 따라잡기도 벅챠요..

Lizad / 그러니까요. 이걸 쓰는 저는 어떻겠습니까. 맨붕의 정석.

유이버 / 헐ㅋㅋㅋㅋ 키르비르는 면죄부인가요?!

호랭아씨 / 취.. 취향이 독특하시군요. 물론 존중해드립니다~!

실버링나이트 / 두번다시 이런 TS물은 안쓸테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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