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36화 (36/298)

36편

<-- 네이 -->

다음날 아침. 해가 떠오르자 내 품에 안겨 고이 잠들어있던 리엔의 눈이 번쩍 떠진다.

“으.. 으아앗..!!”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리엔. 그런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나또한 잠에서 꺠어나며 눈꼽이 낀 눈을 비비며 리엔을 바라본다.

“무슨... 일이야?”

어제밤 열락의 시간 이후. 지쳐버린 우리는 그대로 잠에 빠져버렸다. 당연히 리엔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는 나체의 모습이었다.

“휘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잠이 번쩍 깬 나는 가볍게 휫파람을 분다. 어두운 밤에서와는 다르게 해가 번쩍이는 대낮에서 본 그녀의 나체는 나름대로 색다른 매력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으아.. 으앗! 보.. 보지마세요!!”

내가 잠에서 깨어나자 리엔은 더 요란한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내가 덮고있는 이불을 자신쪽으로 잡아당겨 나체가 되어있는 자신의 몸을 가린다. 간신히 자신의 몸을 가렸다는 사실에 그녀가 안도하는 것도 잠시..

“꺄아아아아앗!!”

더 높은 고음이 내 방을 뒤흔든다. 내가 덮고있는 이불을 자신이 가져가버리니. 이번에 나체가 되는 것은 당연히 나였다. 멍한 얼굴로 내 사타구니 사이를 바라보던 리엔은 더욱더 요란한 비명을 내지르며 자신의 얼굴을 가린다.

“뭐야... 지금와서 새삼스럽게.”

그런 그녀의 반응에 가볍게 콧웃음친 나는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내 옷가지들을 대충 정리해나간다. 그녀와 내 옷은 한데 뒤섞여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그 옷들중 내 옷과 리엔의 옷을 분류한 나는 이불을 돌돌말고 얼굴을 가린채 자그맣게 신음을 흘리는 리엔에게 그녀의 옷을 던져주며 내 옷을 주섬주섬 입어나가기 시작한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냐? 어젯밤 서로의 몸을 질리도록 탐했잖아.”

“그..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에요! 명백히 차이가 있다구요...”

이불자락 사이로 살짝 자신의 손을 뺴서 내가 던져준 옷을 가져간 리엔은 몸을 돌돌 감싸고 있는 이불속에서 꼬물거리며 자신의 옷을 입어나간다.

“밤에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았나? 1인용침대라 좁지는 않았어?”

대충 옷을 전부 걸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묻는다. 그러자 리엔은 자신의 옷을 다입었는지 몸에 돌돌 말고있던 이불을 펴서 가볍게 허공에서 털어내며 내 침대 위에 가지런히 정리해둔다.

“나.. 나쁘지는 않았어요.”

팡팡!

허공에 가볍게 털어낸 이불을 침대위에 가지런히 내려놓은 리엔은 두어번 힘차게 침대를 두드린다. 그러자 순식간에 깔끔하게 정리되는 침상. 간단하게 침상을 정리한 리엔은 손을 두어번 털어낸다음 밤새 엉킨 자신의 긴 생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나를 바라본다.

“저... 저는 먼저 나갈꼐요. 아.. 아침 준비를 해야해서요.”

하지만 내 눈을 제대로 못마주치며 얼굴을 붉히는 리엔. 아마도 어젯밤일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같았다. 그녀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을 남기며 마치 도망치듯 내방에서 빠져나간다.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밤세 엉망이 된 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내 대검을 챙겨 느긋한 발걸음으로 그녀를 쫓아 식당을 향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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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에요 키르비르님!”

내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전보다 한결 활기차진 리엔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내 방에서 뛰쳐나간 리엔은 엉망이 된 자신의 머리조차도 정돈할 틈도 없는지 황급히 주방에서 무언가를 요리하고 있었다.

“오~! 밝은 대낮에 보는 것은 오랜만이네?!”

식당에는 키르비르가 있었다. 내가 요리를 담당했을때는 그녀는 보통 아침을 먹지 않고 점심때까지 잠을 자곤 했었다. 그 덕에 지금의 리엔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요리를 할 필요가 없었는데...

“안녕. 후.. 후아암..”

그런 키르비르 곁에서 나에게 짧막한 인사를 던진 플루토는 잠이 부족한지 입을 작게 벌리며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앉은 자세로 눈을 감은채 고개를 꾸벅거린다.

“왠일이야? 원래 지금쯤 꿈나라에서 허덕이고 있을떄가 아닌가?”

나는 자연스럽게 키르비르의 맞은편 자리에 걸터앉으며 그녀에게 묻는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수저통을 열어 자기 몫의 식기만을 꺼내 앞에 정리해두며 대답한다.

“뭐... 누구랑 다르게 아침 일찍부터 맛있고 따듯한 음식을 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 쓸모없는 누구랑 다르게 말이지.”

“아아.. 그러셔? 참 좋겠수다.”

그 쓸모없는 누구라는 것이 나라는 것을 지칭하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나는 그저 작은 콧방귀와 함께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러자 나를 노려보던 키르비르는 관심없다는 듯이 고개를 팩 돌린다.

“이 녀석은 왜이래? 도데체 밤에 얼마나 잠을 안재우는거야?”

나는 키르비르 곁에서 고개를 흔들거리며 졸고있는 플루토를 바라본다. 녀석은 용케도 자리에 앉은채 쓰러지지 않으며 몸을 이리저리 기우뚱거리고 있었다.

“몰라. 야행성인가 보지. 관심없어.”

키르비르는 콧방귀를 뀌며 관심없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자신의 곁에서 정신을 차리지못하고 졸고있는 플루토를 쏘아본다. 하지만 그런 키르비르의 시선이 느껴지지도 않는건지 플루토는 여전히 고개를 꾸벅거리며 달콤한 졸음속에 허덕이고 있었다.

“불쌍하구만...”

왠지 나와 비슷하게 키르비르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플루토의 모습이 안쓰러웠던 나는 슬쩍 녀석에게 손을 내밀어 꾸벅거리는 녀석의 얼굴을 받혀준다.

“우으응.”

그러자 녀석은 기분좋은 울음소리와 함꼐 내 손에 머리를 비비며 편안하게 기댄채 축늘어진다. 순식간에 잠에 빠져든 듯 녀석은 자신의 머리를 내 손에 의지한채로 조용하게 새근거리기 시작한다.

“뭐하는 거야!!”

타악!

하지만 그런 모습을 키르비르가 그냥 두고만 보지 않는다. 자신의 고양이인 플루토를 내가 손으로 건들자 키르비르는 눈꼬리를 날카롭게 세우며 내 손을 탁 쳐버린다.

콩!

“캬앙!!”

하지만 손해보는 녀석은 다름아닌 플루토였다. 내 손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플루토는 키르비르가 내 손을 쳐내자 균형을 잡지못하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며 작은 비명을 터트린다.

“멋대로 만지지 마!”

키르비르는 마치 플루토가 단순한 물건인듯 헤롱거리는 플루토를 낚아채 자신의 품에 끌어안으며 나를 노려본다.

“키.. 키르비르님?”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이유를 모르고 당황한 플루토는 탁자에 부딪힌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날카롭게 눈꼬리를 세우고 있는 키르비르와 나를 번갈아돌아본다. 나는 매섭게 나를 쏘아보는 키르비르의 시선에 가볍게 어께를 으쓱거리며 관심없다는 제스쳐를 취하며 의자에 몸을 기대앉는다. 그러자 나를 매섭게 쏘아보던 키르비르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워지며 자신의 품에 꽉 끌어안고 있던 플루토를 다시 탁자위에 내려둔다.

“다시 한 번만 더 내 것을 허락없이 만지려고만 해봐. 가만두지 않을꺼야.”

“아 네. 네. 정말 죄송하게 됬습니다.”

그녀의 경고에 대충 대답하며 흘끗 플루토를 바라본다. 녀석은 아직도 지금 상황이 이해 안되는지 어리둥절한 눈으로 키르비르와 나를 번갈아 돌아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식사 가져왔어요!”

그 순간 타이밍 좋게 발랄한 목소리와 함께 이제 막 요리한 듯한 따듯한 음식을 쟁반 위에 가득 담아온 리엔이 나타난다. 그녀는 능숙하게 탁자위에 쟁반을 걸쳐놓고 가져온 음식들을 깔끔하게 탁자위에 배치시킨다.

“와앗!”

자신의 앞에 놓여진 음식을 확인한 키르비르는 즐거움이 가득한 탄성을 지른다. 키르비르의 몫으로 나온 음식은 다름아닌 스위트 칠리 소스를 곁들인 고기 튀김과 신선한 야채들.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키르비르는 앞에 스위트가 붙은 소스는 전부 좋아했다. 뿐만아니라 신선한 식감을 자랑하는 야채. 그리고 바삭한 맛이 일품인 고기튀김. 그녀가 좋아할만한 매뉴였다.

“우왓!”

하지만 탄성은 키르비르에게만 터져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곁에서 멀뚱멀뚱 나와 키르비르를 번갈아 돌아보던 플루토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음식접시를 발견하고 놀람이 가득한 탄성을 터트린다. 플루토에게 주어진 음식또한 키르비르와 비슷한 고기 튀김과 신선한 야채들이었다. 하지만 차이점이라는 것은 자그마한 플루토가 먹기 좋게 조그만 완자의 형태로 튀겨진 고기들. 고기를 완자모양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튀겨낸 리엔이 정성이 가득 담겨진 음식이었다.

“무슨... 너희들은 맨날 이런 식사만 하는 거냐..”

나 또한 내 앞에 놓여진 음식을 보고 작은 감탄사를 남몰래 삼켜버린다. 그녀는 내 식성을 아는 걸까. 키르비르나 플루토처럼 고기를 튀긴다는 조리를 하지않고 커다란 고기에 맛좋은 소스를 발라 그대로 구워낸 두툼한 스테이크. 보기만해도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어보이는 음식이었다.

“간만에 힘좀 써봤어요.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어요!”

리엔은 평소보다 밝은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의 자리에 걸터앉는다. 뭔가 후련해보이는 표정. 어젯밤 일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기분이 상당히 좋아보였다. 뭐... 녀석이 좋아라하는데 뭐라 할 마음은 없었다.

“으음.. 리엔? 아직 씻지 않았어?”

그때 맛있게 리엔이 차려준 음식을 먹던 키르비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엔에게 묻는다. 그녀의 말대로 리엔의 모습은 부스스해보였다. 밤새 헝크러진 머리는 정돈되지 않았고 눈가에는 살짝 눈꼽이 끼어있었다.

“아.. 네. 오늘 좀 늦잠을 자서요.”

리엔은 베시시 웃으며 자신의 눈가에 묻은 눈꼽을 슬쩍 떼어낸다. 그런 리엔을 뾰로뚱한 얼굴로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가볍게 그녀를 향해 손짓을 한다.

“여자는 언제나 깔끔해야지.”

따악!

키르비르가 가볍게 손을 튕기자 리엔의 머리 위로 주변의 수증기들 모여 커다란 물방울을 만든다.

“잠깐 숨을 참아.”

“에.. 네?”

키르비르의 명령에 리엔은 당황하지만 이내 입과 코를 꽉 막고 숨을 참는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무언가를 지휘하듯 자신의 손끝을 움직여나간다. 리엔의 머리위에 떠있던 커다란 물방울은 키르비르의 지휘에 따라 천천히 내려와 리엔의 머리를 삼켜버린다.

“으으읏..!”

물방울이 가진 차가운 한기에 리엔의 자그마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키르비르가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자 리엔의 얼굴을 삼킨 물방울이 딱 좋은 온도로 따듯하게 데워진다. 그러자 기분이 좋은듯 질끈 감고있던 리엔의 얼굴이 천천히 풀어진다.

촤악!

이어서 키르비르는 손끝을 움직여 리엔의 머리를 삼킨 물방울을 지휘해나간다. 그러자 두어번 좌우로 부드럽게 회전하여 그녀의 얼굴을 닦아준 물방울은 그녀의 긴 생머리를 타고 아래로 움직여나가며 헝크러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깔금하게 정돈해준다.

“자. 어때?”

“....와아..”

키르비르는 뿌듯하다는 듯이 어께를 피며 리엔에게 감상을 묻는다. 그러자 리엔은 놀랍다는 눈으로 자신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매만져본다. 이제 막 샤워를 끝낸 듯 풍부한 물기를 머금은 머리카락. 얼굴에는 먼지 한톨조차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깔끔히 닦여져있었다.

“놀랍군.”

나 또한 그런 키르비르의 묘기에 순수한 감탄을 터트린다. 그녀의 마법은 말 그대로 대단했다. 평범한 마법사들이 단순히 마법을 발현하고 날린다고한다면 키르비르는 그 이상으로 마법을 색다른 방법으로 운용한다. 아마 이 대륙 최고의 마법사라고해도 그녀의 발끝에도 못미칠 것이 분명하다.

“흥. 너의 감탄사따윈 필요없거든. 그건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야.”

“....쳇.”

저렇게 비이상적으로 뒤틀리고 뒤틀린 성격만 고친다면 좋을텐데. 나는 가볍게 혀를 차며 내 앞에 놓여진 스테이크를 잘게 썰어 입안으로 가져갈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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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아침식사 시간이 끝나고 뒷정리하는 리엔을 뒤로한 나는 노곤한 몸을 이끌고 내방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포만감 속에서 침대에 들어눕는 순간.

“.....”

“....누추해.”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약속대로 내 방에 네이가 찾아온 것이었다. 나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창문으로 훌쩍 뛰어들어온 네이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어.. 어떻게 여기를 찾았지?”

평범한 모험자가 이곳을 찾아올 확률은 극히 드물었다. 이곳은 이 베히모스를 점령한 로터스가 있는 곳도 아니었을뿐더러 모험자들이 원하는 보물이 산더미처럼 쌓인 곳이 아닌 단순한 숙소일 뿐이었다.

“별거 아니었어. 너의 체취를 찾아 오다보니까.. 여기까지 온거야.”

네이는 가볍게 허공에서 작은 코를 킁킁거리며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그리고는 신기하다는 듯이 내 방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아무런 장식이 없는... 아니 장식할 도구조차 구할 수 없는 베히모스에서의 내 방은 피룡한 물품만 놓여진 아주 심플한 구조였다.

“...흐응..”

내 방을 이리저리 돌아본 네이는 금방 지루함을 느끼는 지 방 한쪽에 놓여진 침대 가장자리에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걸터앉아 나를 바라본다.

“....”

나도 지지않고 자리에 서서 네이를 노려본다. 아직까지 로터스의 경고가 없었다. 그말은 즉 아직 로터스가 그녀의 침입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유적 중심부에 봉인된 로터스의 눈은 유적에 돌아다니는 텐타클들이었다. 즉 네이는 텐타클에게 들키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텐타클이 없는 이 숙소안에서 그녀가 로터스에게 발각될 일은 없었다.

“....”

“....”

그녀와 눈싸움하기를 몇 분. 나는 그녀가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를 알기 위해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지만 네이는 그저 무덤덤한 눈으로 고요히 나를 바라볼뿐이었다. 아무런 대화가 오고가지도 않는 침묵속에서 나와 네이는 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지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짓을 하려고... 여기까지 온거냐?”

“...응.”

몇 분간의 침묵을 깬 나의 질문. 하지만 네이는 그런 내 질문을 단순한 한 단어만으로 대답해준다. 빌어먹을.. 네이의 시선이 신경쓰여 딴짓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그녀의 맞은 편에 서서 그녀를 마주보는 일뿐. 설마... 이런일을 이제부터 매일매일 5시간동안 해야하는건 아니겠지..?!

“.....”

“....”

아무리 지루하고 답답하다고 해도 시간은 지나간다. 어느세 나와 그녀가 서로를 바라보는지 1시간정도의 시간이 지나버렸다. 이제 겨우 1/5가 지났다는 사실에 속으로 한탄하는 것도 잠시. 갑작스럽게 네이의 입이 열린다.

“마실 것좀.. 없어?”

목이 탔는지 그녀는 나에게 마실것을 요구한다.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방 한쪽에 놓여진 조그만 나무 상자에 다가간다. 그리고 가볍게 나무 상자를 열어 그안에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는 병하나를 꺼내 네이에게 던져준다.

그러자 네이는 능숙하게 내가 던진 병을 받아내며 별 의심없이 뚜껑을 열어 그안에 들어있는 액체를 거침없이 들이킨다.

“푸훕..!!”

그리고 곧바로 분출...

“뭐... 뭐야 이거?!”

“아. 그거? 포도주.”

“....포도주?!”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가 마신 액체의 정체가 바로 포도주라는 술이라는 걸 밝히자 네이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마실 것을 달라며? 설마 베히모스 위에서 생수를 원한 것은 아니겠지?”

베히모스에서 물을 구할 방법은 쉽지 않았다.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빗물을 받거나... 아니면 유적 외곽으로 나가 험준한 산맥안으로 들어가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찾아야만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유적지 창고 안에는 여기에 머물던 사람들이 유적지에 기록된 방법으로 만든 포도주가 잔뜩 보관되어 있었다. 다행히 광혈의 저주의 영향으로 포도주정도의 약한 알콜따위는 무시할 수 있었던 나였기에 보관된 포도줄을 목을 축일 물처럼 들이킬 수 있었다.

“퉷!! 퉷!!”

하지만 네이는 아니었을까. 그녀는 입에 남아있는 포도주의 씁쓸한 뒷맛에 인상을 찡그리며 쓸데없이 혀를 내밀고 입에 남아있는 포도주를 뱉어내며 괴로워한다.

“입 맛에 맞지 않았냐?”

“맛을 리가 없잖아!!”

빠악!!

“큿..!”

바락 소리를 지르며 나를 향해 자신이 마신 포도주병을 집어던지는 네이. 그녀가 기습적으로 던진 포도주 병은 정확히 내 이마에 격중한다. 나는 욱씬거리는 이마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가 던진 포도주병을 주워든다.

“....?”

예상외로 가벼운 무게감. 포도주병을 자세히 확인해보니 빈병이었다. 분명 내가 그녀에게 건내주기전. 이 포도주병은 꽉 차있었다. 설마 그걸 단번에 원샷한 건가..

나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네이를 바라본다. 그녀는 자신의 혀를 빼문채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포도주의 맛에 대한 불평을 중얼거린다.

“으으.. 맛 없어..”

“....”

약간은 힘이 풀린 목소리로 불평하는 네이. 조금씩 취기가 오르는 듯 그녀의 얼굴이 미묘하게 달아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기분 좋은지 좌우로 부드럽게 흔들리는 그녀의 고양이 꼬리.

“도대체 왜 이딴 것을 마시고 다니는 지 모르겠네..”

흔들흔들..

기분이 좋은 걸까. 입으로는 쉬지않고 불평불만을 쏟아내지만 그런 그녀의 말과 다르게 그녀의 꼬리는 침대위에서 좌우로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최악이야.”

살랑살랑..

나는 그녀가 하는 말과 전혀다른 행동을 보이는 그녀의 꼬리에 관심을 가진다.

“뭘.. 보는거야?”

그런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네이는 다시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려 눈꼬리를 살짝 치켜세운채 나를 노려본다.

“한잔 더?”

황급히 그녀의 꼬리로부터 시선을 뗀 나는 뻔뻔하게 상자안에서 새로운 병을 꺼내 그녀에게 흔들어보인다.

“.....”

내 손에 들린 포도주병을 바라보는 네이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잠시 갈등을 하는 듯 입을 다물고 내 손에서 흔들리는 포도주병을 주시하던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어간다.

“마.. 마실게 없으면. 어쩔 수 없잖아.”

“훗..”

마지못해 받는 다는 듯한 모습으로 손을 내민 네이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그녀에게 포도주병을 건낸다. 그러자 네이는 잠시 나를 노려보며 주저하다 조심스럽게 포도주병의 뚜껑을 딴다. 그리고 살짝 포도주의 향을 맡아보고 처음과 달리 조심스럽게 포도주 병에 자신의 입을 데고 조금씩 홀짝거린다.

흔들 흔들..

조금씩 포도주병 안에 들어있는 포도주가 사라져갈때마다 네이의 꼬리가 흔들리는 폭도 점점 커진다.

“후우~ 맛도 없고... 미적지근해.”

하지만 정작 자신은 자기의 꼬리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마신 포도주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네이는 그런 불평불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손에 움켜쥔 포도주병을 내려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아~”

2번째 포도주병마저 비워지자 네이는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본다. 이미 그런 네이의 얼굴을 잘 익은 사과처럼 새빨개져있었고 입꼬리 끝에는 즐거운 듯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뭘 그렇게 보는거야?”

내 시선을 느낀 네이는 가볍게 나를 톡 쏘아붙이며 눈꼬리를 치켜세운다. 하지만 좌우로 흔들리는 그녀의 꼬리와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 떄문에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그녀가 귀여워보일 뿐이었다.

“기분이 좋냐?”

나는 쉬지않고 좌우로 흔들리는 그녀의 꼬리를 확인하며 그녀의 기분에 대해묻는다. 그러자 네이는 콧방귀를 뀌며 어이없다는 듯한 말투로 대답한다.

“저언혀~! 너 같은 녀석이랑 같이 한방에 있는데 기분 좋을 리가 없잖아!”

쫑긋!

이제는 귀까지 쫑긋거린다. 그녀가 하는 말의 억양에 따라 활기차게 쫑긋거리는 그녀의 고양이 귀. 비록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인다.

“하으음..”

조용히 나를 노려보던 네이는 피곤한지 작게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한다. 그리고는 내 침대에 누워 이불자락을 품에 꽉 끌어안은채 몸을 웅크린다.

“정말... 제멋대로군.”

하지만 그런 녀석이 그다지 밉거나 싫지는 않았다. 속내를 잘 숨기지 못하는 그녀의 정직한 모습이 왠지 모르게 더 정감이 간달까. 이불을 끌어안고 웅크린채 다시 한번 작게 하품을 하는 네이를 내려보던 나는 그녀가 끌어안고있는 이불을 조심스럽게 빼내어 그녀의 몸을 덮어준다.

“으우응.. 최악이야..”

좀 공격적인 말투만 없다면 상당히 귀여운 녀석일 텐데.

“그럼... 4시간 뒤에나 깨워줘야하나..”

대충 시간을 확인한 나는 몸을 웅크리고 잠에 빠져들고 있는 네이를 다시한번 확인하고 내 의자에 걸터앉은채 조용히 자고 있는 네이의 모습을 지켜봐준다.

========== 작품 후기 ==========

Lizad / 그리고 댓글도 풍성하죠!

유이버 / 아이고.. 부족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나이트 / 댓글도 풍성합니다요!

Solar Eclipse / 얍! 없었죠. 원작과 똑같이 나가면 식상하잖아요?

프리스타일노벨 / 올ㅋ...

abcbbq / 아마 300편으로 예상중. 으허허헛!

변사체 / 아주 많이! 아마 올해에 완결나지는 않을 듯 싶네요!

읽어주신 독자분들과 쿠폰을 쏴주신 서포터분들을 위해 기분 좋은 주말을 더 기분좋게 해드리기 위해 한편 추가연재!

이야아~ 기분이 좋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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