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편
<-- 네이 -->
나는 짜증이 한가득 서린 얼굴로 내 눈 앞에 문을 바라본다.
“이곳을... 꼭 지나가야만하나?”
이곳이 바로 북부지역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 바로 양육소로 들어가는 입구이기도 했다. 이 양육소를 빙 돌아가느니 차라리 양육소를 관통하여 직접적으로 북부지역으로 가는 것이 몇배는 빨랐다.
“빌어먹을...”
나는 나지막하게 욕을 내뱉으며 양육소의 단단한 돌문을 열기 위해 마련된 스위치를 누른다.
드르르륵..
그러자 땅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굳건히 서있던 돌문이 옆으로 천천히 열려가기 시작한다. 문이 열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지린내가 물씬 풍겨나오기 시작한다.
“후우...”
크게 심호흡한 나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어두운 양육소 내부로 발걸음을 옮겨나간다.
질퍽..
발걸음을 내딛을떄마다 들려오는 끌적한 물소리. 자세히 확인해볼 필요도 없었다. 로터스에게 처참히 능욕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애액과 로터스의 체액이 섞인 추잡한 웅덩이들이 내 발에 밟혀나간다.
“크으...”
나는 그런 기분나쁜 감각에 나지막하게 욕을 삼키며 빠른 걸음으로 이 곳을 벗어나려한다.
“우우... 우읍..”
황급히 걸음을 옮겨가던 나는 반사적으로 신음이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거기에는 낯익은 여성이 촉수에 얽매인채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내 기억이 틀리지않는 다면. 녀석은 내가 휴가를 가기전 로터스에게 붙잡혔던 마법사. 최소한의 저항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두꺼운 두꼐의 촉수가 그녀의 온몸을 옭아매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내 말에 대답할 수 있으리가 없었다. 그녀의 입은 이미 로터스의 또다른 촉수가 막고 있었다. 혀를 깨문다는 자살조차 허용하지 않으며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영양분을 공급해주기 위한 촉수. 그녀또한 나를 알아보는지 애원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그때 조언했지? 죽는 것이 훨씬 나을거라고.”
나는 그녀의 몸을 살펴본다. 그때보다 약간은 성숙해진 듯 살짝 부풀어오른 젖가슴. 그리고 미세하게 부풀어있는 하복부. 그녀의 비부로부터 로터스의 촉수가 빠져있는 것을 보니 이미 텐타클을 잉태하고 있는 것같았다.
“흐음.. 그나저나 첫 출산은 아닌것같군.”
텐타클의 부화기간은 짧았다. 길어도 2주가량. 거기다 태아를 위한 모유를 제공하기 위해 성숙된 젖가슴. 이 모든 사실로 유추해볼때 그녀의 잉태는 이번이 최소 2번째. 많이 잡으면 3번째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너는 능력이 있어서 그나마 편한 것이야.”
나는 피식 웃으며 눈짓으로 그녀의 건너편에 있는 또다른 여성을 가리킨다. 그녀는 휴가때 나와 같이 복귀했던 여전사. 그녀는 이미 의식을 잃은채 축 늘어져있었다. 그런 그녀의 배는 허용량 이상으로 커다랗게 부풀어져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알집을 집어넣으려는지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는 커다란 로터스의 촉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애시당초 마력이나 신성력이 없는 전사인 그녀에게 커다란 메리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대량생산용으로 사용될뿐이었다. 하지만 마력이나 신성력같은 힘을 가진 마법사나 신관들은 대우가 전혀달라진다. 그들의 몸안에서 성숙된 텐타클은 그들이 가진 힘을 흡수하며 다른 텐타클에 비해 더욱 강력해진다. 그로써 전사와 마법사의 대우는 인간 세상에서 뿐만아니라 이 양육소안에서도 달라진다고 할 수 있었다.
“너같이 어리고 능력좋은 마법사는 흔하지 않거든. 로터스도 너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으니까. 노력하라고.”
텐타클을 잉태해 가볍게 태동하는 그녀의 아랫배를 톡톡 두드리며 그녀로부터 관심을 끊어버린다. 5년의 베히모스 생활에서 이미 로터스의 씨받이가 된 여성들에게 가졌던 동정심을 티끌도 남아있지 않을 만큼 사라져버린지 오래였다. 그들은 단순한 패배자일뿐이었다. 그런 패배자들에 합당한 대우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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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양육소를 통한 지름길을 통과해 로터스가 알려준 모험가가 나타났다는 북부지역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미 모험가의 위치는 로터스가 알려준 정보로 어디쯤에 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이 유적의 구조를 잘 알고 있었던 나는 정면에서 모험가를 만나기보다 우선적으로 상대를 염탐해볼 생각으로 녀석이 지나가고 있는 복도의 측면에 먼저 도착해 우선 동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후우... 얼마나 능력이 좋길래 여기까지 숨어들 수 있었던거지?”
조용히 어둠속에 몸을 숨기며 복도가 보이는 조그마한 틈으로 모험가가 있다고 추정되는 복도를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한다.
“...?”
모험가는 여자였다. 나이는 10대 후반. 이런 유적지를 탐험하는데 걸맞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의 반팔티와 활동성을 중시한 짧은 반바지를 입고있는 여성. 뭐 평범한 여자였다면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저건 뭐지?”
그녀의 짧은 흑발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한쌍의 아기자기한 검은 고양이 귀가 삐죽 튀어나와있었다. 하지만 귀여움을 어필하는 머리띠같은 악세사리가 아닌지 마치 살이있듯아 가볍게 쫑긋거리는 고양이 귀.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의 치맛자락 사이에서는 검은 고양이 꼬리가 그녀의 걸음에 맞춰 자연스럽게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뭐야...”
-수인족이로군.
그 순간 로터스또한 나를 통해 상대의 정체를 봤는지 조용한 목소리로 나에게 사념을 전해온다.
-이 대륙에서는 멸종했다고 들었는데.. 의외로군.
“그래? 그래서 인간과의 차이점은?”
-특별하다고 할 것은.. 몸놀림이 상당히 가볍다는 것이지. 그것빼고 인간들과 비슷하다. 그리고 인간처럼... 텐타클 양육기로 사용도 가능하지.
결론은 로터스가 녀석을 탐내한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됬든 그녀가 이곳에 들어온 이상 손쉽게 내보내줄 마음은 없었다. 나는 유심하게 그녀를 살펴본다. 홀로 유적지안으로 들어와 텐타클을 상대하고 있는 이상 그녀또한 자신의 실력에 자신있는 실력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빠악! 뻑!
그녀는 자신의 키만한 기다란 봉을 무기로 사용했다. 길이가 긴 만큼 적지않은 무게가 나갈것이 분명했지만 그녀는 어렵지않게 가뿐하게 봉을 휘두르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크고 작은 텐타클들을 어렵지 않게 떨쳐내버린다.
“...응?”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던 내 눈에 그녀의 오른팔에 휘감겨 있는 새하얀 천이 포착된다. 약간의 혈흔이 묻어있는 천. 마치 상처를 감싼 붕대처럼 보였지만 그런 오른팔을 어렵지않게 휘두르는 것을 보면 상처입은 것은 아니었다.
-빨리 처리해라. 이대로가다 텐타클이 남아남지 못한다.
“알았어. 일단 여성이니까 포획하는 거지?”
-그러면 좋겠군. 녀석이 처리한 텐타클만큼 그녀 스스로 그 텐타클들을 만들게 해줬으면 좋겠군.
“그래그래.. 마음대로해.”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벽 한쪽에 마련된 자그마한 비밀 스위치를 누른다. 그러자 내 몸을 가리고 있던 커다란 벽이 부드럽게 열려가기 시작한다.
“....!!”
그리고 자연스레 나를 포착한 수인족 소녀가 깜짝 놀라며 나를 경계한다.
“이거 뭐야... 여기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있었나?”
나는 애써 태연한척하며 그녀와 비슷하게 이 유적지를 탐험하러 온 모험가 흉내를 낸다. 그녀에게 적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내 앞을 가로막는 텐타클 몇 마리를 짖뭉개거나 베어내며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서기 시작했다.
“움직이지마.”
하지만 그런 내 행동에도 불구하고 수인족 소녀는 나를 향한 경계심을 풀지 않았는지 자신의 봉끝을 나에게 겨누며 나를 위협해나간다. 그녀의 행동에 나는 애써 나름 호감가는 미소라는 웃음을 띄우며 양팔을 좌우로 펼쳐 그녀를 해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밝힌다.
“같이 몬스터를 사냥하는 사람들끼리 그렇게 노려볼 필요는 없잖아? 이곳은 적진이라고..”
“움직이지 말라고 했어.”
그런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인족 소녀는 여전히 나를 경계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마지막 경고를 보낸다. 그녀의 경고를 무시할 수 없었던 나는 발걸음을 멈춰선채 그녀를 바라본다.
“그럼 우선... 통성명부터 하자고. 내 이름은 타메르. 너의 이름은?”
“....네이.”
잠시 뜸을 들인 수인족의 소녀는 뒤늦게 자신의 이름을 밝힌다. 네이라... 외우기 쉬워서 참 좋은 이름이었다.
“그래? 좋은 이름이네.”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칭찬하며 다시 그녀를 향해 한걸음을 내딛은다.
움찔.
내가 한걸음 다가설떄마다 한걸음 물러서는 네이. 이렇게 돼서야 그녀를 붙잡기는 커녕 대화조차도 불가능했다. 조금이라도 자극하면 그대로 도망갈듯한 불안한 모습. 로터스의 말대로 날렵한 수인족이라면 내가 쫓아잡기 힘들것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여기까지 왜 혼자온거지?”
결국 그녀에게 접근을 포기한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내 스스로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그녀가 온 목적에 대해 물었다.
“...재료.”
그러자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네이는 필요 이상의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듯이 짤막하게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말한다.
“재료? 그래... 재료라고? 뭐가 필요하지?”
나는 내 주머니를 뒤적이는 척을 한다. 어떻게든 그녀의 호기심이나 관심을 사서 내 쪽으로 끌어들어야했다. 근거리까지 다가온다면 그녀를 붙잡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텐타클의 수액.”
“....?”
그녀의 대답에 나는 살짝 가늘어진 눈으로 그녀를 노려본다. 텐타클. 이 단어는 오직 나와 로터스만이 알고있는 단어였다. 대륙 사람들은 이 텐타클을 바라보며 괴물이나 문어새끼라고 칭할뿐이지 텐타클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뭔가 그녀의 모습에 의심을 가졌지만 나는 애써 그런 사실을 외면하며 능청스럽게 연기를 계속해나간다.
“수액? 그건 뭐지?”
내 물음에 네이는 말대신 행동으로 설명해준다. 나를 경계하던 그녀는 슬쩍 옆으로 걸음을 옮겨 아직 성숙중인 텐타클의 알로 다가간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포켓에서 자그마한 주사기를 꺼내 그 알에 담겨진 수액을 채취해나간다.
“그 알에 들은 액체가 수액이라는 건가?”
끄덕.
네이는 간략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질문에 대답한다. 어째서 그녀가 텐타클에 대해 알고 있는 걸까? 어째서 그녀가 저 텐타클의 수액이라는 것을 채취하려는 걸까. 모든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내가 고민하는 사이.
두근..!
네이가 수액을 채취하던 텐타클의 알이 가볍게 박동한다.
“...젠장!!”
알에 들어있는 텐타클이 태어나려는 것이었다. 네이또한 그 사실을 알았는지 황급히 알에 박혀있는 자신의 주사기를 회수하며 자신의 봉을 움켜쥐려했지만 그녀의 행동보다 텐타클이 튀어나오는 것이 먼저였다.
“크읏...!”
나는 재빨리 대검을 크게 휘둘러 알집에서 터져나오려는 텐타클를 목표로 내려찍는다.
“키에에에에!!”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내 검에 의해 절명한 텐타클의 비명소리가 방안가득히 울려퍼진다. 나는 내 검에 묻은 고깃조각을 대충 털어내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네이를 향해 다가간다.
“괜찮나?”
다행히 그녀의 몸에 상처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알집이 터져나오며 사방으로 쏟아진 샛노란 수액에 범벅이 되어있을 뿐. 샛노란 수액은 그녀가 입고있는 옷에 스며들어 반투명해지며 그녀가 입고있는 새하얀 속옷과 함께 군살없는 몸매가 얼핏 들어난다.
“조심했어야지.”
그런 그녀를 내려보던 나는 그녀의 몸매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기 위해 그녀를 향해 손을 내민다. 그러자 네이는 잠시 주저하다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내가 내민손을 마주잡는다.
“웃차.”
나는 가뿐하게 네이의 몸을 일으켜세워준다. 그러자 네이는 살짝 찡그린 얼굴로 자신의 몸에 묻은 수액을 털어낸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있는 자신의 봉을 줍기보다 먼저 자신의 오른팔에 휘감겨있는 새하얀천을 확인해본다.
“휴우..”
새하얀 천에 별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네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제서야 바닥에 떨어진 봉을 주워든다.
“고마워.”
손에 들린 주사기를 다시 주머니안에 집어넣으며 네이는 솔직하게 나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정도면 녀석에게 내가 같은 편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시켜줬을 것이다. 이제 틈을 노려 그녀의 등뒤를 치는 일만남았다. 하지만 나에게 감사를 표한 네이는 주저없이 나로부터 등을 돌린다.
“....?”
네이는 아무말없이 자신이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예고없는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나는 멍한 얼굴로 빠른 걸음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이.. 이봐! 네이! 어디가는거야?!”
당황한 것도 잠시. 그녀가 내 속내를 파악한 거라고 생각한 나는 황급히 그녀 뒤를 쫓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봐 네이!!”
그녀를 쫓아 이리저리 복도를 달렸다. 비록 날렵하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엄청 빠른 속도는 아니었기고 유적의 구조를 다 알고 있었던 나는 어떻게든 그녀를 따라잡아갈 수 있었다. 이제 곧 그녀를 붙잡을 수 있다는 희망도 잠시.
“네이!!”
옆으로 꺽이는 코너길을 도는 순간. 바로 눈앞까지 쫓아잡아갔던 네이의 모습이 마치 귀신처럼 사라져있었다.
“뭐... 뭐야?”
텅빈 복도를 허망하게 돌아본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분명 그녀의 등뒤까지 따라잡았었다. 하지만 코너를 도는 순간 귀신처럼 사라져버린 네이. 말 그대로 귀신아라고 할 수 있었다.
-사라졌다. 감쪽같이.
로터스또한 믿을 수 없다는 듣이 중얼거린다.
“설마.. 진짜 귀신같은건가?”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내 손을 내려다본다. 네이가 쓰러졌을때 그녀를 일으켜줬던 손. 그런 손끝에는 그녀의 체온과 부드러운 손의 감촉이 확연히 남아 있었다.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유적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다음에도 다시 발견 될거라는 사실이지. 그 다음에는 놓치지 말도록.
“젠장...”
그녀를 놓쳐버렸다는 사실에 자그맣게 욕을 내뱉으며 나는 내 손에 들린 대검을 힘없이 내려둔다.
========== 작품 후기 ==========
3.1절 기념 추가연재!
Solar Eclipse / 넵. 그 아이 맞습니다. 넵. 맞아요.
타락한 마법사 / 으...으응? 색다른 S의 맛?!
?????? / 네이 오오 네이!!
성미카엘 / 마녀는 흑발! 키르비르는 백발! 둘은 동일인이 아닙니닷!
Lizad / 아무리 광혈의 저주라도 심장근처에서 태어나 난동을 피우는 생물이 있다면 부활시키는게 무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