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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16화 (16/298)

16편

<-- 백색 마녀 키르비르 -->

나는 자신의 처분을 기다리며 벌벌 떨고 있는 리엔을 내려다본다. 이런적은 한번도 없었기에 그녀에 대한 처분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죽이자니 왠지 끌리지 않았다. 내가 변태거나 살인광이기에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지는 않았다. 그냥 로터스의 지시이기에 어쩔 수 없이 죽인 것일뿐. 왠만해서는 필요 이상의 살인은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닌지라 그녀를 죽이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너 비공정을 조종하는 법은 알고있나?”

“아...니요...”

“이런...”

이걸로 그녀를 이 베히모스에서 빠져나가게할 방법조차도 사라졌다. 그녀가 나같은 괴물이 아닌 이상 로터스식 휴가가기가 통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다른 모험가들이 이곳에 올때까지 그녀를 여기서 보호해야한다는 것.

“...칫.”

그녀의 처분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는 사실에 가볍게 혀를 찬 나는 비틀고 있던 그녀의 팔을 풀어준다. 그러자 그녀는 욱씬거리는 자신의 손목을 주무르며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만 나는 그런 그녀로부터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한다.

“따라와라.”

멍청하게 멀뚱멀뚱 서서 그런 나를 바라보는 리엔을 한번 쏘아봐준 내가 내 입으로 따라오라고 말해야지만 따라오는 답답한 그녀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벅벅 긁는다.

“어디로... 가시는거에요?”

“알 필요 없어.”

그녀의 질문을 단 한마디로 일축시킨 나는 긴장감이 잔뜩 서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쫄래쫄래 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이끌고 로터스의 방을 나와 어디론가를 향해 걸음을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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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히잇.”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스물거리는 섬찟한 소리. 그런 소리가 들릴때마다 몸을 움찔 움찔 떨며 부지런히 반응하는 그녀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던 나는 커다란 3층의 석조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그동안의 세월을 증명하듯 여기저기에 균열이 가고 돌부스러기가 흘러내리는 낡은 건물이었지만 그런대로 튼튼히 세워진듯 아직은 쓸만해보이는 건물이었다.

“이곳은...?”

리엔은 어둠속에서 스물거리는 텐타클의 소리에 잔뜩 겁먹은채 나에게 꼭 붙어서 눈앞에 서있는 건물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진다.

“학자들이 쉬었던 숙소다.”

과거 유적지가 인간들의 손에 있을때 이곳에서 연구를 하는 학자들은 자신들이 쉬고 잠을잘 숙소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이 사용했던 숙소가 바로 이곳이다. 내부에는 싸구려라고해도 침대나 책상등 한사람이 쓸만한 물건들이 방마다 다 들어있었다.

“학자들이 쉬었던 숙소라구요?”

내 말에 리엔은 지금 자신의 처지를 잊었는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3층 석조건물을 바라보며 작게 감탄을 터트린다. 나는 그런 그녀를 이끌고 건물안으로 들어선다. 직선으로 길게 나있는 복도 좌우로 여러개의 방이 배치된 건물 구조. 몇걸음 걸어가던 나는 한 방문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이곳이 너의 방이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리엔. 아마도 그녀는 자신이 감금된다고 생각하는 것같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흘끗본 나는 방문을 굳게 닫고 있는 낡은 나무문을 천천히 멀어 연다. 그러자 펼쳐지는 방의 풍경.

한쪽에는 약하게 곰팡이가 슬었지만 그런데로 쓸만한 침대가 하나 놓여져있었고 그 위로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이불이 각지게 게어져있었다. 뿐만아니라 방안에는 옷장과 개인의 수납장으로 사용 가능한 가구들이 있었고 한가운데서는 팔로 턱을 괴기 딱 좋은 높이의 책상이 하나 존재했다.

“와아...”

예상외의 방의 풍경에 리엔은 작게 감탄사를 터트린다. 나는 그런 그녀의 등을 떠밀어 방안에 집어넣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곳이 잠시동안 너가 지낼방이다.”

“제가 지낼 방이라뇨?”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설명을 한다.

“너를 죽이거나 노예로 만들 생각은 없어. 이제 지긋지긋하거든. 다음 모험가들을 테운 비공정이 오면 너를 돌려보낼 생각이다.”

“저.. 정말요?”

믿기지 않는지 말을 더듬으며 되묻는 리엔. 하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그녀가 들어간 방의 방문을 닫아버린다.

끼이익..

하지만 닫혀진 방문은 얼마가지 않아 조심스럽게 열리며 리엔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저기... 제가 도망치는 것은...”

“여긴 가장 험난한 산인 베히모스지. 너가 제멋대로 다니다가 객사하면 나로서는 먹을 입이 하나 사라지니 더 편할뿐이다.”

나는 손가락으로 빼꼼히 내민 머리를 내민 리엔의 이마를 꾸욱 눌러 그녀를 다시 방안으로 집어넣는다. 워낙 낡은 문이라 제대로 된 잠금장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억지로 감금해야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던 나는 손으로 툭 밀어도 활짝 열릴 것같은 문을 바라보고 가벼운 콧방귀를 뀔뿐이었다.

그녀가 특별한 문제없이 조용히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그녀가 들어간 방의 바로 옆방의 문을 열고 그안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그 방안에는 몇 년동안 방치되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한 방이 펼쳐져있었다. 이곳은 바로 내방. 바로 내가 베히모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공간이었다.

“후우...”

하지만 다른방과 비슷하게 싸구려 침대라 퍽퍽한 느낌이 강한 침대에 걸터앉으며 나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쉰다. 일단 리엔에게는 별 관심없다는 듯이 말했지만 그녀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내가 로터스의 하인으로 생활한지 5년. 단 한번도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로터스에 의해 미쳐버리지 않는 여자가 생생히 살아서 유적지 안에 남아있다니. 아. 단 한번의 예외를 제외하고 말이다.

“도데체가.. 어떻게 처리를 해야하나...”

그녀의 처분에 대해 생각하며 작은 탄식을 내뱉어낸 나는 손을 뻗어 침대와 거리멀지않는 탁자위를 더듬는다. 그리고 내 손에 잡히는 조그만 유리병. 나는 그 유리병을 집어 내 앞으로 가져온다.

“이런... 젠장!!”

하지만 유리병을 내려다본 내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온다. 원래는 이 병안에 알약들이 가득 들어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망할 망령들로부터 내 영혼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안정제들. 휴가를 떠나기전 이 안정제들을 다 먹었다는 것을 순간 망각하고 있었다.

“약을 다시 만들어야해.”

빈 유리병을 바닥에 집어던진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눈앞의 시야가 일그러져보인다.

“하필이면... 지금...”

안정제를 장시간 섭취하지 않는 후유증이었다. 안정제로 인해 짓눌려져있던 우울감과 죄책감들이 갑작스레 폭주하기 시작하며 의식이 흐릿해진다. 머릿속은 온갖 망념과 잡념으로 뒤죽박죽이 된채 말로 형용못할 기이한 몽롱함이 나를 감싸안아가기 시작했다.

“큿.. 젠장!!”

더 이상 제대로 서있을 수 없었던 나는 힘없이 무릎을 꿇고 바닥에 쓰러진다. 순간 내 손 가득히 바닥에 산산조각 난 유리파편이 박혀들어가지만 그러한 통증따위로 몽롱해진 의식을 깨어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이런 망...할...”

필사적으로 의식을 유지시켜보지만 그러한것도 한계에 다달은다. 마치 검은 장막에 뒤집어 씌워진 것처럼 어두워지는 시야. 그리고 바닥에 쓰러지는 듯이 머리에 둔탁한 충격을 느낌과 동시에 내 의식은 몽롱한 나락속으로 빠져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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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의식속. 나는 어디가 위 아래인지 구분되지 않을 암흑이 가득한 허공에 둥둥 떠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익숙했던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어둠을 노려본다.

“망할 잡귀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내 삶의 죽음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가장 괴롭게 만드는 것은 바로 영혼이 뜯어먹히는 엄청난 고통. 이런 고통은 나를 죽일 수 없었다. 단순히 영혼만을 뜯어먹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내 신체 일부가 떨어져나가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격통은 나라고해도 오래 견딜 수 있는 것이아니었다.

“이번엔 또 얼마나 뜯어먹으려고 그러는거지.”

긴장감이 가득한 눈으로 한치의 눈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노려보며 나는 조용히 마른침을 삼킨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망령과 원귀들이 놓칠 리가 없었다. 녀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달라붙어 자신이 죽은 원한을 내 영혼을 뜯어먹음으로써 풀어내게 되겠지.

“...?”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어두운 공간 내에서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과거같았다면 다짜고짜 살점이 덕지덕지 붙은 해골대가리는 내 눈앞에 들이대며 꽥꽥거리는 비명과 함꼐 내 영혼을 가지고 만찬을 벌였을텐데 지금은 그 어떤것도 보이지 않았다.

“읏...?!”

그 순간. 어두운 공간 한쪽에서 작은 균열이 벌어짐과 동시에 조그마한 빛이 반짝인다.

“이건 뭐야. 또 새로운 형태의 고문인가?”

낯선 상황에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은 나는 밝은 빛이 흘러들어오는 균열을 바라본다.

-일... 나. 나라.. 고

“...음?”

그때 균열 사이에서 아련히들려오는 목소리. 쥐새끼가 옹알거리듯 작게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 목소리를 알아 듣기위해 숨소리조차 죽인채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하지만 그 순간.

“일어... 나라고 이 얼간아!”

뻐억!!

귀청이 떨어질 듯이 요란하게 들리는 앙칼진 목소리. 그와 동시에 복부에 강한 충격을 느끼면서 나를 가두고 있던 어두운 공간이 산산조각으로 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눈을 가리는 새하얀 섬광.

“크으으..”

나는 배에서 느껴지는 격통과 함꼐 눈을 환하게 비추는 섬광 아래에서 나는 눈살을 찌푸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쏟아지는 섬광에 점점 익숙해진 내 눈은 주변의 사물을 하나하나 천천히 파악해나가기 시작한다.

“언제까지 잠만자고 있을꺼야? 얼간아.”

“너는...”

베히모스안에서 저렇게 나에게 막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녀석의 목소리만 듣고도 녀석의 정체를 파악 한 나는 기분나쁘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내보이듯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환한 빛에 익숙해지고 천천히 내 시야에 하나둘씩 잡히기 시작하는 사물들. 내 눈앞는 한 고집 쎄 보이는 인상을 가진 자그마한 체구의 소녀가 양손을 허리에 올려둔 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의 개성을 자랑하 듯 약간 곱슬거리는 새하얀 은백발 머리카락을 비대칭으로 한쪽으로만 묶어두고 얇고 날카로운 눈썹과 눈매. 그리고 양 머리카락 사이에서 삐쭉 튀어나온 기다란 귀가 인상깊은 소녀. 나이는 아무리 많이 잡아줘도 이제 막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녀가 내 눈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키르비르.

========== 작품 후기 ==========

키르비르!!!

오오오 키르비르..

으허허허헝 키르비르..

우아아아앙 키르비르..

내 망할 야설을 구해준 구세주이자 가장 많은 떡씐이 존재했던 그녀!

가장 많은 팬아트들과 함꼐 최다수의 떡씐. 그리고 최강의 인지도와 함께 모든 에피소드를 주인공과 같이했던 진 히로인!!

원래는 사악한 악당이었는데... 어디서부터 틀어진거지?

애시당초 컨셉을 로리마녀라고 정한게 실책이었어...

사실 진 히로인은 리엔이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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