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 성녀 리엔 -->
그리고 몇 분 후. 수많은 사람들의 뒤를 따라서 나는 비공정에 탑승할 수 있었다. 나와 같이 비공정에 탑승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방을 찾기위해 이리저리 요란스럽게 입을 놀리며 자신의 키와 방문에 붙어있는 번호를 확인하며 자신의 방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아다닌다. 뒤에서 그런 그들을 차분히 바라보던 나는 느긋하게 구석에 몸을 기대 수많은 인파가 빠져나가기를 기다린다.
“리.. 리엔님!! 여기는 리엔님 방이 아닙니다!”
그때 복도를 가로지르는 우렁찬 목소리.
“저리 비켜라! 우리는 리엔님을 수행하는 아제리스 교단 소속 크루세이더들이다!”
크루세이더. 신전에서 정식으로 교육받은 정예 성기사들. 그런 그들의 계급이 거론 되자 아무리 날고 기는 여행자들이라도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지 못하고 복도 좌우로 갈라진다. 나또한 크게 소란을 일으킬 마음은 없었기에 인파들에 뒤섞여 조용히 한쪽으로 자리를 피한다.
“리엔님! 도데체 이런 곳엔 무슨 용무이십니까!”
어느세 리엔을 앞질로 그녀의 앞을 호위하며 주변의 모험가들을 경계하는 크루세이더. 그는 투구사이로 빛나는 날카로운 눈으로 복도 좌우로 붙은 모험가들을 훑어보며 수시로 자신의 등뒤에서 헐떡이는 리엔의 상태를 확인한다.
“부.. 분명 이곳에서 봤어요.”
“도데체 누구를 말입니까?!”
모든 모험가들은 예비 범죄자로 보는 듯이 의심과 경계가 서린 눈동자로 모험가들을 째려보는 크루세이더의 눈빛이 여간 달가운 것이 아니었다. 몇몇 이름있는 모험가들은 노골적으로 인상을 찡그리며 크루세이더의 행동에 불만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시선을 느꼈던 걸까. 크루세이더들도 한발의 물러섬 없이 거의 위협적으로 자신의 검손잡이를 움켜쥔다.
일촉즉발의 상황. 이런 상황을 이해못하는 건지 리엔을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고있었다. 대충 그녀가 찾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어렴풋이 알고있던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이렇게 되다가는 출항하기 전부터 개판. 최악의 경우 비공정 출항이 취소될 수 있을 정도의 난장판이었다. 애써 적당한 타이밍에 복귀할 만한 비공정을 찾았던 기회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릴 수 없었던 나는 다시한번 깊은 한숨을 포옥 내쉬며 천천히 손을 들어올린다.
“네놈은 뭐냐?!”
일순간 나에게 집중되는 크루세이더들의 매서운 시선. 하지만 그런 녀석들의 살기어린 시선에 흔들릴 내가 아니었다. 나는 별 감흥이 없다는 듯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리엔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한다.
“나 찾는거 아니냐?”
“...에? 어.. 아.. 맞는것.. 같은데요?”
왠지모르게 애매모호한 대답. 그녀 스스로도 모호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에 내 인상이 무참히 일그러진다. 조심스럽게 나에게 접근해온 리엔을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얼굴을 돌아본다.
“아... 저를 도와주신... 분?”
의문형으로 끝나는 그리 마음에 들지않는 그녀의 질문. 나는 노골적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 놈!! 리엔님에게 그런 무슨 개같은 반응이냐!!”
크루세이더들의 지나치게 독기서린 외침. 살벌하게 지금 당장이라도 칼을 뽑아낼 태새로 나를 노려보던 그들이었지만 내 앞에 리엔이 있는지라 섯불리 행동하지 못하고 이를 악문채 나를 노려본다.
“으음.. 에.. 꽤 미남... 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얼굴을 이리저리 돌아보던 리엔은 김이 빠진 듯한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비록 잘생기다와 상당히 거리가 먼 외모라는 것을 내 스스로 자각하고 있었다. 잘생기다는 말보다 험악하다는 말이 어울릴 만한 내 얼굴. 하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잘생기지 않다는 말을 들으니 상당히 속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한심하고 철없는 그녀의 발언에 속으로 욕을 삼키며 나는 무슨 볼일이라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본다.
“농담. 농담이에요. 아하하핫. 그냥. 감사를 전하려고 왔어요.”
그러자 내 눈빛을 이해한 걸까. 그녀는 자그맣게 웃음을 터트리며 농담이라고 얼버무리며 가식이 섞이지 않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솔직하게 나에게 감사를 전한다. 갑작스레 진지한 그녀의 감사의 인사에 그녀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할 수 없었던 나는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그녀의 감사에 대답해준다.
“....음?”
그때 그녀가 나에게 내미는 손. 나는 멀뚱히 그녀가 내민 손을 바라본다.
“팔떨어지겠어요. 안잡아 주실꺼에요?”
“아... 잡는건가.”
그녀의 말에 나는 순간 당황하며 어색하게 그녀가 건낸 손을 부드럽게 말아쥔다. 그러자 악수하듯이 가볍게 허공에서 위아래로 팔을 흔드는 리엔. 그녀는 자그맣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요번 토벌대에서 잘 부탁드릴께요. 어떻게든 모두들 임무를 완수해봐요.”
“그래... 임무를 완수해야겠지.”
물론 나에게 정해진 임무와 리엔에게 정해진 임무는 다르겠지만 지금 이 사실을 밝힐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저 가식적인 미소를 지은채 그녀가 흔드는 악수를 받아줄 뿐이었다. 그 순간 내 등골을 훑고 지나가는 기분나쁜 감각. 소름도 아닌 처음느껴보는 기묘한 감각에 나는 눈을 휘둥그레뜨고 내 손을 쥐고있는 리엔을 바라본다.
“...아...”
그녀또한 나와 다름없이 눈을 휘둥그레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이건... 무슨...”
떠듬 떠듬 연결되지 않는 단어를 뱉어내는 리엔. 그녀의 눈동자가 그녀가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대변하듯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꺠달은 나는 허겁지겁 그녀와 마주잡은 손을 떨쳐낸다.
“리엔님!!”
그러자 손을 떨쳐내는 충격에 비틀거리는 리엘은 부축하러 두명의 크루에시더들이 달라붙고 남은 크루세이더들은 날카롭게 벼르고 벼뤄 날카로운 자신의 검을 꺼내 나를 견제한다.
“리엔님에게 무슨 짓을 한거냐?!”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그들은 위협적으로 날을 몰아붙히려했지만 리엔은 허겁지겁 그런 크루세이더를 제지한다. 그러자 그런 리엔의 제지에 어쩔 수 없이 뒤로 한걸음 물러서는 크루세이더들. 잔잔하게 빛나는 검은 눈동자로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리엔은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고 별 일 없었다는 듯이 싱긋이 미소지으며 말한다.
“예상외로 손이 차가워서요. 깜짝 놀랐거든요.”
“아... 그런가.”
뻔한 거짓말이라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나는 괜히 소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애꿎은 내 손을 주무르며 대충 그녀의 말에 수긍해준다. 그러자 리엔은 가볍게 나를 향해 고개를 꾸벅여 다시한번 감사를 표한뒤 조용히 등을 돌려 크루세이더들과 함께 복도 저편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웅성웅성...
리엔과 함께 자신들을 압박해오던 크루세이더들이 사라지자 모험가들은 천천히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몇몇 모험가들은 나를 향한 관심을 내비치기 시작한다. 그런 그들을 흘끗 훑어본 나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인파들 사이를 헤쳐나가며 내 방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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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게 내 방을 찾은 나는 디 좁은 방크기에 작게 한숨을 내쉰다. 뭐 커다란 배려따위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작 서있을만한 좁디좁은 공간과 좌우로 놓여진 2개의 침대. 즉 여기서 다른 헛짓을 할 생각말고 앉거나 자고있으라는 뜻이었다. 둘러볼 필요도 없는 방에 들어선 나는 시험삼아 침대를 힘껏 두드려본다.
퍼억.
“......”
쿠션이란 눈꼽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퍽퍽한 매트릭스. 하급이나 최하급이 아닌 폐기되어져 버려진 매트릭스를 가져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딱딱하고 불편한 침대에 나는 작게 침음성을 삼킨다. 이렇게 매트릭스를 딱딱하게 만드는 것도 기술일 것이다. 하지만 마땅히 할 일도 없었던 나는 할 수 없이 퍽퍽한 매트릭스에 걸터앉아 조그맣게 나있는 창문을 통해 외부를 바라본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인파들. 이제 곧 비행을 시작하려고 하는지 비공정과 연결된 계단들이 하나둘씩 분리되어지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그런 광경중 나는 의아한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저건...?”
천천히 뒤로 빠져나가는 휘양찬란한 나무 계단. 분명 리엔이 탑승에 이용했던 귀족용 계단임이 분명했다. 비행을 위해 비공정에 부착된 계단이 빠져나가는 것은 문제없었다. 하지만 문제되는 것은 지금 뒤로 천천히 빠져나가는 계단을 통해 걸어내려오는 인물들. 그들은 바로 리엔을 호위하던 크루세이더 들이었다.
“속인건가...”
나는 눈에 힘을 주고 크루세이더들 사이에서 리엔의 존재를 찾아본다. 행여나 망할 아제리스 교단이라는 놈들이 원정단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리엔을 미끼로 던지고 막상 출발할 때 리엔과 교단소속의 크루세이더들을 빼낸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크루세이더들 사이에서 리엔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즉 리엔은 아직 이 비공정에 탑승한 상태.
위이이이이잉!
그 순간 요란한 경고음이 사방으로 울려퍼진다. 비공정이 떠오르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걸까 날카롭게 울려퍼지는 경고음에 비공정 주위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쿠웅..
이어지는 자그마한 충격. 비공정을 고정하고 있던 쇠사슬들이 풀려나가며 천천히 비공정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양 어께를 가볍게 짓누르는 무게감을 느끼며 나는 창문에서 떨어져 퍽퍽한 침대에 걸터앉는다.
“이제 도착할때까지 기다려야하는건가. 하루 정도 걸리려나...”
침대에 들어누운 나는 불편한 매트릭스의 퍽퍽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조용히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끼이익...
그때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는 소음에 나는 살짝 감았던 눈을 뜨고 방문쪽을 바라본다. 여기는 2인실. 즉 나 말고 또다른 한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이곳이... 제 방인것 맞나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갈색 단발머리카락의 주근깨 소녀. 모험가나 여행자라고 칭하기에 너무나도 어려보이는 소녀였다. 아직 10대 후반이라고 추정되는 소녀는 어색하게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짤랑.
나는 아무말없이 내 방키를 흔들어보이며 대답을 대신한다. 내 방키에 적힌 숫자와 자신의 손에 들고있는 방키의 숫자가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소녀는 해맑게 미소지으며 조심스럽게 내 맞은편 침대에 걸터앉아 내 눈치를 살핀다.
“저기... 같은 방쓰게 된 것도 인연인데... 통성명할까요?”
귀찮게 옆에서 쪼잘거리는 소녀의 행동에 귀찮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증명하듯 깊은 한숨을 포옥 내쉬며 말한다.
“타메르.”
이걸로 내 통성명 끝. 너무나도 짤막한 내 통성명에 주근깨의 소녀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 이내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듯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한다.
“서.. 성격이 상당히 쿨하시네요. 제 이름은 루에요.”
그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나는 눈을 꽉 감은채 잠을 재촉한다. 어자피 녀석과 대화를 해봤자 영양가는 눈꼽만큼도 없을뿐더러 괜히 다른 사람과 인연이란게 이어지기 싫었다. 내가 입을 꾹 다물고 누워만 있자 루라는 소녀는 조용히 내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지루한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창밖으로 보이는 밖깥풍경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다행이야.. 다행이야 리엔!!
처음은 너가 아니라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루라는 소녀야!!
으허허허허허헝!!
하지만 이래서 더 산소같은 여자로 바뀌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