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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407화 (407/425)

레스큐 시스템 407화

“뭐라고!”

짐 머레이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방금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어, 어찌 이런 일이…….”

수혁이 무너지는 건물에 휩쓸려 갈라진 땅 안으로 떨어졌다.

거기에 더해 구조 2팀까지.

현장을 목격한 지원팀 통역사는, 그들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를 했다.

소방과 구조에 관한 교육을 받은 이였으니, 근거 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짐 머레이는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현기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회장님!”

비서가 깜짝 놀라 짐 머레이를 부축했다.

“대책은? 지금 대책은 어떻게 하고 있지?”

짐 머레이가 다급하게 물었다.

‘살아 있을 거다. 수혁이라면 살아 있을 거야.’

그는 수혁이 일으킨 말도 안 되는 일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놀랍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체 능력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회복 능력.

그런 것을 보여주던 수혁이라면, 아직 살아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 그게…….”

비서가 우물쭈물하며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짐 머레이가 의문스러운 눈으로 비서를 쳐다봤다.

“설마?”

짐 머레이가 불신하는 표정을 지었다.

“현장에서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처리하고, 구조인력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콰앙-!

분을 참지 못한 짐 머레이가 책상을 내려쳤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사망했다니?

감히 누가 사망했단 말인가?

“그 결정을 누가 했지?”

“지원팀장입니다.”

“그놈이?”

FILO의 지원팀장은 짐 머레이가 직접 스카우트한 인재였다.

그의 능력을 높이 사, 충분히 수혁과 구조팀의 뒤를 받쳐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지원팀장의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비서는 짐 머레이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뭣이?”

“이미 사망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아니, 설사 살아 있다고 해도 모든 인력을 그곳에 투입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곳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이 수혁 한 명뿐일까?

수천, 수만 명이 수혁과 똑같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구조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수혁을 구하기 위해 인력들을 투입한다면, 그들 중 상당수를 포기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냉정하긴 하지만, 지원팀장의 결정을 결코 틀리지 않았다.

짐 머레이의 뺨이 떨려왔다.

그도 비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래서? 단 한 명도 수혁을 구하러 가지 않았다는 말인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 짐 머레이의 음성은 오히려 차분해 보였다.

“그건 아닙니다.”

비서는 짐 머레이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구조 1팀의 남은 인원이 자발적으로 현장에 진입했습니다.”

* * *

“살아 있을 거야.”

박상태가 말했다.

그저 자기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

수혁은 이보다도 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놈이었다.

결코 이런 곳에서 죽을 리가 없다.

그렇게 믿었다.

“……정말 살아 있을까요?”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있던 손민준은 아니었다.

수혁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사신은 아니다.

이런 붕괴 속에서 살아 있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이지. 너는 아직 그놈을 잘 몰라. 있어봐라. 분명 웃으면서 나타날걸?”

박상태가 손민준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표정에 초조함과 다급함이 떠올라 있는 것은 감출 수가 없었다.

“지원은 없습니다.”

베이스캠프에 들렀다 온 율리안이 고개를 저었다.

“뭐? 지원이 없다고?”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던 박상태가 결국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렇습니다.”

잔뜩 흥분한 박상태와는 달리, 율리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수혁과 구조 2팀의 구조는 저희 1팀만으로 진행합니다.”

“……가능하겠나?”

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건 알 수 없습니다만. 이 방법 말고는 없습니다.”

“젠장!”

결국 박상태가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시죠. 저들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니…….”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지들이 그놈한테 이러면 안 되지!”

애초에 FILO라는 기관이 설립된 것이 누구 덕분인가?

짐 머레이와 수혁 덕분이다.

그 두 사람이 없었다면 FILO는 탄생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수혁의 구조를 포기한다고?

박상태는 납득할 수 없었다.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율리안이 냉정하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생각하면 지원팀의 결정이 옳지.”

소방관에게 있어 생명의 무게는 똑같다.

국회의원이든, 재벌이든, 길거리의 노숙자든.

재난 현장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그것은 수혁도 마찬가지.

자신들의 동료라는 점만 빼면, 수혁은 수많은 요구조자 중 하나에 불과했다.

“독일에서와는 다릅니다.”

독일에선 매몰된 수혁을 구하기 위해서 수많은 인력이 투입됐다.

하지만 그때는 인력이 충분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충분하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지원이 더 온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너무도 부족했다.

그러니 지원팀에서 고개를 저은 것이다.

“대신 가용 가능한 모든 장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더불어 미안하다는 말도.”

율리안의 말에 박상태는 입을 다물었다.

그라고 왜 모를까?

지원팀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젠장…….”

박상태가 이를 갈며 화를 죽였다.

그러자 율리안이 팀원들을 바라봤다.

자신을 포함해 박상태, 톰, 슈미츠, 손민준.

고작 다섯 명이다.

수혁이 끌어모은 정예 중 정예라지만, 이번 구조는 절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해야겠지.’

만약 수혁이 이미 사망했다면, 그의 시신이라도.

“구조 계획을 설명하겠습니다.”

* * *

‘잠깐 정신을 잃었나?’

수혁은 몽롱한 정신을 깨우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디서 들어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미약한 빛이 있어 확인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딱히 변한 것은 없었다.

‘구조대가 벌써 올 리가 없지.’

수혁이 속으로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가 그리 웃기지?”

“아, 일어나 계셨습니까?”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까.”

“그렇긴 하네요.”

수혁도 잠이 든 것은 아니었다.

지속되는 고통에 뇌가 스스로 정신을 놓게 만든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습니까?”

수혁이 물었다.

빛이 들어오고 있다고는 하나, 자연광이 아니었는지라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구조대원이 시계도 없나?”

“보시다시피 박살이 나서요.”

수혁이 쓰게 웃으며 팔을 가리켰다.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가 깨져 제 기능을 잃은 상태였다.

‘온몸의 뼈가 다 부러졌는데 시계라고 버틸 리가 없지.’

‘회복Ⅱ’을 사용했음에도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고통이 느껴지는 부상이다.

그 엄청난 충격에 시계뿐만 아니라 무전기 역시 박살이 난 상태였으니, 절망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쉽게도 내 시계도 고장이 났다.”

제임스가 고개를 저었다.

“난감하네요.”

시간을 알 수 없다는 건 생각보다 좋지 않은 일이었다.

밖에서야 굳이 시간을 확인하지 않아도 조금 불편할 뿐, 큰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매몰된 현장에서 시간의 흐름을 모른다는 건 정신을 좀 먹는다.

점점 더 불안해질 테고, 계속해서 절망에 빠질 확률이 컸다.

구조가 지연되면 될수록, 더욱 심해질 터.

스스로 이런 말을 하기엔 우스웠지만, 여러 번의 매몰 경험이 있는 수혁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구조… 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나?”

수혁은 제임스의 물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제임스가 하고 싶은 질문은 다른 것이라는 눈치챈 것이다.

‘구조가 될 수 있겠냐는 질문이었겠지.’

그것은 수혁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과연 구조대가 올 것인가?

수혁이 아는 구조 1팀이라면 분명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구조를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글쎄…….’

구조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사실은 제임스 역시 알고 있을 테고.

그런데도 이렇게 묻는 것은, 희망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걸리지 않을까요? 생각보다 깊은 곳까지 떨어진 것 같으니, 단시간에는 힘들 겁니다.”

수혁은 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현재 제임스는 그의 동료가 아니라, 요구조자였다.

그리고 요구조자는 안심을 시켜야 하는 법이었고.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군.”

제임스가 자신의 다리를 쳐다봤다.

온몸이 찢기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지만, 이를 악물며 기어코 돌덩이에 깔린 다리를 확인했다.

‘다리는 못 살려.’

이건 수혁이 아니라, 그 누가 와도 예전처럼 돌릴 수 없었다.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짓이겨진 다리를 어떻게 복원한단 말인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출혈…….’

얼핏 보이는 피가 정신을 잃기 전보다 훨씬 늘어나 있었다.

‘이대로라면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동료들은 분명 이곳에 올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었다.

고작 다섯 명이서는 빠른 구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 못 버텨.’

수혁은 제임스에게 다가가기 위해 팔을 뻗었다.

“크으읍!”

고작 몇 센티미터.

그만큼을 기어가는데도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의 고통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이대로라면 하루가 채 가기도 전에 제임스는 사망하고 말 테니까.

수혁은 이를 악다물며 계속해서 기어갔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수혁의 기색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제임스가 물었다.

하지만 수혁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가는 비명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입을 꾹 다문 채 기고, 또 기었다.

“뭐 하는 거냐니까!”

불안에 빠진 제임스가 소리를 질렀다.

만약 수혁이 잘못되고 있는 거라면?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도저히 혼자 버틸 자신이 없었다.

“대답……!”

“소리 좀 그, 그만 질러요.”

‘다 무너지겠네’라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너……?”

“떨어져 있는 것보단 붙어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수혁은 넉살스럽게 대답을 했지만, 음성은 심하게 떨려왔다.

통증이 너무나도 심했던 것이다.

“일단은 지혈부터 합시다. 그러니까 가만있어요.”

수혁은 자신의 벨트를 풀었다.

그러고는 제임스의 허리에 있는 벨트 역시 풀었다.

유사시 지혈에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제임스는 수혁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리고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있었다.

수혁의 입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고통을 참기 위해 이를 너무 강하게 물어, 입 안이 터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수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풀어낸 벨트로 제임스의 두 다리를 꽉 동여맸다.

‘응급 처치I’로 상태가 악화되지는 않을 테니, 출혈만 막으면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수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땅에 처박았다.

“수혁? 김수혁!”

깜짝 놀란 제임스가 불렀지만, 수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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