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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406화 (406/425)

레스큐 시스템 406화

“이런, 젠장!”

욕설이 절로 튀어나왔다.

‘분명히 들었어,’

제임스와 구조 2팀은 수혁의 다급한 외침을 들었다.

귀먹지 않고서야 듣지 못할 거리가 아니었으니까.

그저 수혁의 외침을 무시했을 뿐이었다.

수혁의 몸놀림이 더욱 다급해졌다.

2팀은 이제 건물 안으로 전부 들어간 상태.

여섯 사람의 무게가 더해지자, 그렇지 않아도 붉게 빛나던 표시가 마치 핏빛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당장 무너져도 이상할 것 없는 모습이었다.

‘늦었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이상 지금 저들이 몸을 돌려 나온다고 해도, 붕괴를 피할 수가 없었다.

수혁은 순간 고민했다.

여기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 저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고민은 짧았다.

처음 과거로 돌아왔을 때, 수혁이 선택했던 것처럼…….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

수혁의 눈에 결심이 서렸다.

‘각성!’

남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각성’ 스킬을 사용하자 순간적으로 수혁의 신체 능력이 몇 배나 상승했다.

콰득-!

힘을 줘 땅을 박찼다.

돌조각이 깨어져 나가며, 수혁의 몸이 앞으로 쭈욱- 늘어났다.

잔상이 남을 정도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쩌저저적-

놀랍도록 상승한 수혁의 감각에 건물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너진다!’

마치 쏜살처럼 날아간 수혁이 순식간에 건물 안에 진입했다.

그러곤 깜짝 놀란 2팀의 팀원들이 무슨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들을 덮치며 한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게 지금 무슨 짓……!”

깜짝 놀란 제임스가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수혁이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콰르르르르릉-!

* * *

톰은 구조 2팀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렸다.

FILO 소속으로, 팀은 다르지만 함께 일을 하는 동료.

수혁의 의도대로 함께 힘을 합친다면 지금보다 훨씬 빠른 구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구조 2팀은 그것을 거부했다.

팀장인 제임스의 눈빛만 봐도, 그들이 자신들을 그다지 탐탁지 않아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런 때에 알력이라니…….’

톰은 제임스와 2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눈치챘다.

소방관 생활을 몇 년을 했던가?

그동안 저런 이들을 몇 번이나 보았다.

자신들보다 실적이 더 뛰어난 팀을 질투하거나, 주목을 받는 동료를 질시하고 경계하는 행태.

소방관도 사람인지라, 그런 감정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톰도 2팀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 감정을 굳이 현장에까지 끌고 오는 것은 절대 옳은 행동이 아니었다.

수혁을 뒤로한 채 멀찍이 떨어지는 2팀을 보며 톰은 혀를 찼다.

그러곤 수혁에게 다가갔다.

‘앞으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테니, 괜히 신경쓰지 말아야 할 텐데.’

수혁이 마음을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을 떼려는 순간.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난데없는 행동에 당황한 톰이 고개를 돌려 2팀을 쳐다봤다.

그리고 수혁이 왜 이렇게 움직였는지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저긴!”

방금 전까지 수혁이 진입하는 것을 극렬하게 반대했던 건물 아닌가?

수혁은 2팀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2팀은 수혁의 말을 무시한 채 건물 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수혁은 엄청난 속도로 달렸지만, 2팀을 막기엔 늦은 듯했다.

그런데 그때!

수혁의 속도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빨라졌다.

지금까지는 설렁설렁 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두 눈을 의심할 속도로 달려나간 수혁은, 순식간에 2팀을 따라잡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동시에 건물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톰의 눈이 부릅떠졌다.

“수혁!”

갑작스러운 붕괴음에 깜짝 놀란 다른 사람들도 그곳을 쳐다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 방금?”

통역사가 자신이 본 게 사실이냐는 듯 톰에게 물었다.

수혁이 우려했던 것처럼, 건물이 폭삭 주저앉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무너져 내린 건물은 깊은 균열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생존?

이건 수혁이 아니라,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

“당장 긴급 지원 요청하게! 수혁과 2팀 전체가 매몰됐다고!”

톰이 다급히 외쳤지만, 통역사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원? 왜?’

지금 지원을 불러서 무엇한단 말인가?

저기서 살아남았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영웅이라 불리는 수혁이라도 마찬가지였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함께 수십 미터 깊이의 낭떠러지로 떨어졌는데 살아 있을 리가 없었다.

“무엇하나! 지금 당장 지원을 요청하래도!”

하지만 톰은 믿고 있는 것 같았다.

“톰…….”

통역사는 망설였다.

그 역시 FILO의 지원팀 소속 직원.

“가망이 없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인력을 빼는 것보다, 그 시간에 다른 사람들을 구조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눈을 부릅뜬 톰이 그의 말을 더 듣지 않고 자신이 직접 무전기를 든 탓이었다.

“긴급상황 발생, 긴급상황 발생.”

톰의 음성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말씀하세요.]

[무슨 일입니까?]

박상태와 율리안, 그리고 무전기를 들고 있는 FILO의 직원 전부가 응답하기 시작했다.

톰은 심호흡하며 말을 이었다.

“구조 1팀의 김수혁과 구조 2팀 전원이 건물에 매몰됐다. 지금 당장 현 위치로 달려와!”

톰이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 * *

“으으으…….”

제임스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정신을 차렸다.

‘사, 살아 있는 건가?’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보았던 장면.

그건 수혁이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건물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붕괴라니.’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조금 더 확실하게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수혁에게 정신이 팔려 가장 기본적인 것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뿐인가?

분명 수혁은 이곳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들을 멈춰 세우기 위해 소리를 질렀겠지.

하지만 그것을 무시한 건 바로 자신과 팀원들이다.

그 말은, 이 사단을 자초한 건 바로 자신들이라는 뜻이었다.

자신의 옹졸함 때문에 이런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에, 제임스는 깊은 후회감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끄윽!”

부하들과 수혁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는데, 끔찍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감각이 없어!’

허리 아래쪽.

하반신에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심지어 움직일 수도 없었고.

‘척추가……?’

제임스의 얼굴에 절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살아 있다는 사실에 안심했는데, 더한 수렁에 빠진 것이다.

제임스는 몰려오는 공포심에 고개를 살짝 들어 아래를 쳐다봤다.

“아아…….”

무거운 돌덩이가 두 다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더는 자신의 두 다리는 가망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깨어, 나셨습니까?”

그때, 옆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렸다.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수혁의 음성이었다.

“우, 움직이지 마세요.”

수혁의 음성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제임스는 수혁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큰 부상을 입었을 거라 판단했다.

“어떻게 된 거지?”

“보시다시피…….”

제임스의 물음에 수혁이 힘없이 대답했다.

“내 팀원들은?”

이번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제임스는 눈을 감았다.

침묵의 뜻을 알아차린 것이다.

“죄송합니다.”

왜 사과한단 말인가?

사과해야 할 것은 자신이었다.

괜한 자존심에 수혁을 질투하고, 그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자신에게 사과한단 말인가?

제임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수혁에게 미안하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고 싶었지만…….

부하들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도저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렇게 긴 침묵이 이어졌다.

간간이 터져 나오는 수혁의 고통스러운 신음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한참 동안이나 아무 말도 없이 마음을 진정시키던 제임스가 문득 물었다.

“괜찮은가?”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지만, 좋지 않습니다.”

수혁은 고개를 저었다.

건물이 붕괴되기 시작하자 수혁은 미친 듯이 움직였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뛰어다니며, 2팀의 팀원들을 한 명씩 안전한 곳으로 집어던졌다.

단순히 건물만 무너진 것이었다면, 어떻게든 모두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붕괴는 그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붉은색은 여전히 빛나기 시작했고, 그 어떤 때보다 불길하게 다가왔다.

간신히 대피하던 수혁은 2팀과 함께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기겁한 수혁은 ‘실드’를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용하려면 더 빨리 사용했어야만 했다.

미처 스킬을 사용하기도 전에 잔해가 수혁을 뒤덮었고, ‘각성’을 사용해 엄청난 신체 능력을 갖게 된 수혁조차도 그 충격을 견디지 못했다.

‘다행히 ‘각성’을 사용한 덕분에 죽진 않았지만…….’

농담으로라도 좋은 상태라고는 할 수가 없었다.

멀쩡한 곳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팔과 다리는 모조리 부러졌고, 머리에도 충격을 입었다.

거기다 제임스와 마찬가지로 척추까지 손상된 것 같았다.

‘감각이 없어.’

다리를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발가락 하나도 꼼짝이지 않았다.

제임스보다 조금 더 빨리 정신을 차린 수혁은 우선 자신에게 ‘회복Ⅱ’을 사용했다.

고통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전신화상을 입었을 때도 견딜 수 있게 해줬던 ‘회복Ⅱ’의 효능이, 고통을 완전히 없애주지 못한 것이다.

‘그 정도로 심각하단 뜻인가?’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전신의 뼈 수십 군데가 조각조각 부러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상당 부분 완화가 되긴 했어도 순간순간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의 고통이 몰려왔다.

수혁은 그것을 인내하며 눈앞에 쓰러져 있는 제임스를 향해 ‘응급 처치I’를 사용했다.

수혁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이 전부였다.

‘생명감지Ⅲ’로 확인해 본 결과,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과 제임스가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어떻게 한다?’

제임스는 움직이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은 수혁도 마찬가지였다.

잔해에 다리가 깔린 제임스보다야 낫긴 하겠지만,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똑같다.

‘회복Ⅱ’을 사용했으니 언젠간 부러진 뼈들도 치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수혁도 알 수가 없었다.

‘30m 정도인가?’

지상까지의 거리다.

새삼 자신과 제임스가 살아남은 게 기적처럼 느껴졌다.

잔해들과 함께 이 밑으로 떨어졌음에도 이 정도의 부상으로 살아 있다니.

하늘이 돕지 않았다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천운은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자신들의 힘으론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을 테니까.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겠나?”

그때, 제임스가 물었다.

수혁은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에, 제임스가 피식- 웃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아.”

소방관이 할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그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말도 아니었다.

“세상에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막상 닥치면 기적을 찾게 마련이더군요.”

누구나 그렇다.

자신에게 기적이 찾아오길.

죽음이 코앞까지 찾아온 상황에선, 누구라도 기적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기다려 보죠, 기적이 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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