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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399화 (399/425)

레스큐 시스템 399화

비행기는 지진이 일어난 곳과 한참 떨어진 정저우 신정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이곳에서 차를 타고 현장까지 가려면, 인도네시아에서보다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출발하기 전에 지원팀이 이야기했다시피, 중국에서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해주었다.

“이걸 타고 가라고?”

공항에 헬기가 준비되어 있다는 말에 뒤를 따라가니, 군용 헬기 십여 대가 당장에라도 날아오를 것처럼 대기 중이었다.

‘역시 대륙 스케일.’

수혁은 그 모습을 보며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저 헬기들 중 한 대만 있어도 자신들을 모두 옮길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런 것이 열 대 이상이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많은 겁니까?”

수혁이 물었다.

“다른 지역에서 오고 있는 지원들을 수송하기 위해서랍니다.”

“아…….”

중국은 땅도 넓고, 사람도 많다.

당연히 소방관들 역시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그 많은 소방관이 지금 허난성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그들의 신속한 지원을 위해 이만한 헬기들을 투입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이랬어야지. 멍청한 놈들!’

FILO가 경고했을 때.

만약 그때 이런 헬기들을 투입해 사람들을 대피시켰다면…….

모든 사람을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꽤나 많은 수를 대피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그곳에서 꺼진 사람들의 생명에는 너희의 책임도 있다.’

수혁은 한숨을 내쉬며 헬기에 올라탔다.

군용 수송헬기였는지라, 구조 1팀과 지원팀, 그리고 물자들을 실었음에도 충분한 자리가 남을 정도로 컸다.

그 거대한 헬기가 힘차게 블레이드를 회전시키며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소리가 어찌나 큰지, 바로 옆에서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본래는 헬기에서 지시를 내리려던 수혁은 포기했다.

‘도착한 후에 해야겠군.’

헤드셋 같은 것이라도 있었으면 의사소통이 가능했겠지만, 그런 것은 지급되지 않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헬기는 굉음과 함께 한참 동안이나 하늘을 이동했다.

쿡쿡-

눈을 감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수혁의 옆구리를 누군가 찔렀다.

눈을 뜨자 손민준이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수혁이 창문 밖을 쳐다보자, 조금 전에 비행기에서 봤던 지옥이 다시 펼쳐져 있었다.

수혁이 고민하는 사이 도착을 한 것이다.

‘이건 다시 봐도…….’

말이 나오지 않는 광경이었다.

제대로 서 있는 건물은 단 한 채도 없었다.

모두 무너지고, 박살이 났다.

덕분에 가스가 새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고, 도시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그뿐인가?

‘땅이…….’

갈라졌다.

아니, 쪼개져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았다.

마치 거인이 도끼로 내려찍은 것처럼.

도시 한복판이 쩌억- 하고 갈라져 커다란 균열을 그리고 있었다.

저런 장면은 영화에서밖에 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판타지 영화 같은 것에서!

저런 균열을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미치겠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모두 그 모습을 본 것인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도착했습니다!”

오직 지원팀 직원만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소리를 질러 도착을 알릴 뿐이었다.

고도가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지옥 같은 곳에서도 용케 착륙장소를 찾아냈는지, 헬기는 땅에 내려섰다.

수혁은 착륙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팀원들과 함께 밖으로 빠져나왔다.

“여긴……?”

그저 착륙할 만한 장소를 찾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공터에는 FILO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수많은 물자가 쌓여 있었고, 본부와 치료소로 사용할 천막들도 지어져 있었다.

“FILO에서 마련한 곳이구나.”

미리 중국에 들어와 있던 FILO의 지원팀에서 준비해 둔 장소였다.

“이쪽으로!”

수혁의 모습을 본 지원팀들이 손짓하며 구조 1팀을 불렀다.

“필요한 물자와 장비들은 모두 이곳에 있습니다!”

직원은 다급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1초라도 아끼기 위함이었다.

작게는 로프나 봄베 같은 개인 구조 물품부터, 크게는 유압 장비까지.

구조에 사용할 수 있는 장비란 장비들은 모조리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이 정도의 물자라면 부족할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팀원들을 대표해 수고해 준 지원팀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10분. 그 안에 장비들 챙겨서 준비를 마칩니다.”

그러곤 팀원들에게 명령했다.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답할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더 움직이기 위해서였다.

팀원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본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수혁이 가장 먼저 챙긴 것은 방화복이었다.

현재 도시는 온통 불로 뒤덮여 있었으니 방화복은 필수였다.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방화복을 챙겨 입던 수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괜찮았지만, 다른 팀원들은 아니었다.

아무리 괴물 소리를 듣는 체력의 소유자들이라곤 하지만, 그들은 평범한 사람이다.

분명 한계가 존재했고, 그것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와는 달리 한 치의 방심도 할 수 없는 곳이었기에, 정신적인 피로도 무시하지 못할 터.

‘일주일. 아니, 길어야 3일 정도인가?’

수혁은 그 정도가 한계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 3일 작업 후 1일 휴식의 패턴으로 해야 하나?’

팀원들의 체력을 생각하면 그것이 가장 좋았다.

하루, 이틀로 끝날 작업도 아니었으니 길게 봐야만 했다.

하지만 그 패턴 역시 시간이 흐르면 효과가 없을 게 뻔했다.

피로는 고작 하루의 휴식으로 모두 풀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계속해서 피로가 누적되고 누적되다, 한 번에 문제가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자신들이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저곳에는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이 수십, 수백만 명이 존재한다.

그들의 울부짖음을 외면할 순 없었다.

“내가 조금 더 고생하면 되겠지.”

“그건 또 뭔 소리냐?”

수혁의 혼잣말에 박상태가 반응했다.

속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어진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수혁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긴, 이 새끼야. 내가 바보냐?”

박상태가 들은 것은 단 한 마디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수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두 짐작하고도 남았다.

“헛짓거리할 생각하지 마라. 그런 건 신일서에서 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박상태가 눈을 가늘게 뜨며 수혁을 노려봤다.

“만약 너 잘못되면, 내가 제수씨 볼 면목이 없다. 그러니까 혼자 나댈 생각은 하지도 마. 알았냐?”

“알았어요, 알았어.”

수혁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대답과는 달리 수혁은 박상태의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박상태는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수혁을 쳐다보다 준비를 마저 끝마쳤다.

수혁이 무슨 짓을 할지 불안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1초라도 빨리 준비를 끝마쳐야 했다.

수혁이 말한 1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팀원들은 각자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수혁의 앞에 섰다.

“구역을 3군데로 나눕니다.”

2인 1조.

수색과 구조를 해야 할 지역은 너무도 넓었지만, 그렇다고 한 명씩 움직이기엔 지나치게 위험했다.

매뉴얼대로 2인 1조를 기반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율리안과 슈미츠는 서쪽 지역을 맡아주세요.”

그 두 명은 독일인이다.

영어를 사용할 줄은 알았지만, 다급한 상황에선 가장 편한 모국어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편이 좋았기에 그 두 명을 한 조로 묶었다.

수혁의 의도를 알아차린 율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태 형하고 민준이는 북쪽.”

“뭐?”

박상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대했다.

손민준이 싫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찰떡궁합이었다.

박상태의 경험과 손민준의 피지컬이 만나면 꽤나 괜찮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박상태는 무조건 수혁과 함께 움직일 생각이었다.

수혁이 무모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기 위해서.

그런데 이렇게 떨어지게 되면…….

“명령이에요.”

팀장은 수혁이다.

아무리 박상태가 사적으론 친한 형이고, 이전에는 수혁의 팀장이었다고 해도 현재의 팀장은 수혁이다.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던 박상태는 수혁을 쏘아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

명령은 명령.

수혁보고 허튼짓하지 말라며 경고했던 박상태가 팀장의 명령을 듣지 않는 것도 모순이었다.

박상태가 물러나자 수혁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톰을 바라봤다.

“톰은 저랑 같이 동쪽이에요.”

“그러지.”

조는 나뉘었다.

이제 남은 건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구하는 것만 남았다.

“얼마 안 있으면 지원들이 도착할 겁니다.”

중국에서는 물론, 전 세계에서 몰려올 것이다.

그 수는 인도네시아나 독일에 비할 바가 아닐 테고.

그만한 숫자가 몰려들면 조금은 여유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오직 자신들과 이 지역의 소방관들뿐.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뛰어야만 했다.

“힘들어도 버텨야 합니다.”

수혁의 말에 팀원들이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수혁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저 안에는 자신들만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

아무리 힘들고 괴롭다 할지라도, 계속해서 움직여야만 했다.

그것이 소방관인 자신들의 사명이었으니까.

“그래도 조심하세요. 모두 무사히 돌아갑시다.”

그 말을 끝으로 구조 작업이 개시됐다.

팀원들은 각자 맡은 구역으로 달려갔고, 수혁과 톰 역시 마찬가지로 동쪽을 향했다.

이미 ‘생명감지Ⅲ’를 사용해 요구조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던 수혁은 톰을 향해 소리쳤다.

“톰! 이쪽!”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요구조자는 전방 150m쯤에 있었다.

‘너무 많아…….’

예상은 했다.

하지만 수혁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요구조자가 많았다.

베이스캠프 주변은 어느 정도 구조가 되었는지 없었지만, 그곳에서 조금 벗어나니 주변은 요구조자로 가득했다.

그중에서는 당장에라도 숨이 끊어질 것만 같은 이들도 많았다.

‘더 서둘러야 해!’

수혁은 톰과 함께 순식간에 요구조자의 근처에 도착했다.

“이 밑에 있습니다. 두 명!”

톰은 수혁의 말에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장비를…….”

“그럴 시간 없어요!”

사람의 힘으로 들기엔 너무도 커다란 돌이다.

당연히 톰은 유압 장비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수혁은 손부터 뻗었다.

‘아…….’

너무도 쉽게.

마치 돌 모형이 스티로폼을 들어올리는 것 같은 수혁의 모습에, 톰은 미국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달리는 차를 달려서 따라잡고, 맨손으로 멈춰 세우던 모습.

그런 수혁이었으니, 이만한 돌을 들어올리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닐지도 몰랐다.

톰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혁을 돕기 위해 힘을 보탰다.

수혁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었지만, 톰이 도와주자 더욱 수월하게 돌을 옮길 수 있었다.

돌 아래쪽에서 요구조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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