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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388화 (388/425)

레스큐 시스템 388화

“저 사람들이 FILO 소속 구조대원들이라고?”

“등에 적혀 있잖아.”

“생각보다 많진 않네?”

“고작 세 팀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세 팀? 너무 적은 거 아니야?”

사람들의 시선이 FILO 구조팀에 집중됐다.

그들이 입고 있는 구조복의 등에 새겨진 FILO라는 글자는, 세간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대신 지원이 빠방하다고 하더라고. 장비도 그렇고 복지도 그렇고. 거기다 FILO에는 그 사람이 있잖아.”

“하긴.”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레 FILO에서 수혁으로 옮겨갔다.

“이번에도 엄청 활약했다던데.”

“이쪽 근방에서 구조된 이들 중 절반은 수혁 혼자 구한 거라더라.”

“그게 말이 되나?”

“과장이야 됐겠지만,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완전 거짓말도 아닌 것 같더라고.”

쓰나미라는 거대한 재앙이 할퀴고 간 자리에는, 수많은 요구조자가 발생했다.

그들은 대부분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혼자서는 거동을 할 수 없는 이들이 많았다.

수백, 수천 명의 요구조자.

FILO 1팀은 가장 먼저 술라웨시 섬에 도착해서 그들을 구조했다.

당연히 많은 사람이 그 모습을 봤다. 그리고 그중에서 수혁을 가장 인상 깊게 봤다.

혼자서 집채만 한 돌을 옮기며 그 안에 깔린 사람들을 구조하는데, 눈길이 가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자연스럽게 FILO와 수혁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소문을 이제야 도착한 각국의 구조대원들이 들은 것이었고.

“신기한 건 그것뿐만이 아니야.”

이곳에 조금 먼저 도착한 독일의 구조대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수혁이 구조해 온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생존률이 높다고 하더라고.”

“그게 뭐가 이상해?”

“배에 구멍이 뻥 뚫린 사람도, 수혁이 데려오면 이상하게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거야.”

그것을 들은 다른 구조대원들이 피식- 하고 웃었다.

그의 말을 일종의 단순한 도시괴담이라 생각한 것이다.

워낙 수혁이 많은 활약을 하다 보니, 그런 헛소문까지 생겨나게 된 것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독일 구조대원은 진지했다.

“내가 직접 여기 의사들한테 들은 얘기야.”

그는 구조하다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의 의사에게 직접 그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너무 어이없는 이야기였는지라 말을 하는 의사조차도 농담처럼 하긴 했지만, 그는 그것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독일에서도 그랬어. 수혁은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마치 어디에 요구조자가 매몰되어 있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고, 홀로 호텔 밑에 파묻힌 뒤에도 살아 나왔다.

그것은 기적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테러 현장에 출동했던 그는, 수혁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눈으로 확인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른 대원들은 아니었다.

“누가 독일인 아니랄까 봐… 농담도 재미없게 하는군.”

그들은 그저 허풍이라고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다시 움직이자고.”

쉴 만큼 쉬었으니, 이젠 다시 사람들을 구할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저놈들은 지치지도 않나?”

다시 한 번 FILO 구조팀을 쳐다보며 혀를 찼다.

잠깐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이, 벌써 세 번이나 요구조자를 데리고 왕복했다.

“체력도 좋지.”

수혁이나 FILO의 다른 대원들의 소문이 과장되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저들이 정말로 열심히 움직이고, 그 성과 역시 좋다는 사실은 부정할 생각이 없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 괜히 가슴이 조금 뜨거워졌다.

“저 녀석들 좀 쉬게 해주자고.”

“우리가 늦게 왔으니, 더 많이 움직이는 게 맞지.”

유럽 국가들의 대원들로 이루어진 구조팀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팔자 좋은 놈들.”

박상태는 방금 전 구조한 요구조자 한 명을 치료소에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구조대원들을 보며 혀를 찼다.

자신의 팀보다 며칠이나 늦게 도착한 주제에, 저렇게 앉아서 쉬고 있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런 것도 필요하니까요.”

옆에 있던 손민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긴 한데…….”

휴식 없이 계속 일만 하는 것은 효율이 별로 좋지 못하다.

박상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괜히 얄미운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들은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저희는 오늘까지만 고생하면, 내일은 좀 쉴 수 있잖아요.”

전 세계에서 구조대와 물자가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도착한 구조대원들의 수만 벌써 3백 명을 돌파했다.

이 정도면 며칠간 쉴 틈도 없이 구조에만 매진한 자신들은 좀 빠져도 괜찮았다.

“끙, 이러다 나도 골병 나게 생겼다.”

FILO 1팀에서 체력적으로 가장 부족한 사람은 바로 톰이었다.

피지컬이 좋기는 했지만, 이제 오십대 중반에 접어들며 체력이 받쳐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다음으론 박상태였다.

박상태 역시 나쁘진 않았지만, 워낙 다른 팀원들이 괴물이었다.

수혁이나 손민준은 말할 것도 없었고, 율리안과 슈미츠 역시 괴물의 영역에 접어든 사람들이었다.

애초에 수혁이 그런 이들만을 모아왔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덕분에 박상태는 죽을 맛이었다.

그들의 옆에서 보조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몸이 부서져 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럼 좀 쉬시는 게……?”

손민준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박상태를 쳐다봤다.

하지만 박상태는 고개를 저었다.

방금 전까지 쉬고 있는 이들을 보며 투덜거려 놓고는, 이제 와 자신이 쉴 순 없었다.

‘내가 어쩌다 이런 괴물들이랑 같이 일을 하기로 해서.’

수혁과 짐 머레이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게 잘못이었다.

“그나저나 다른 팀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들은 거 있어?”

이곳에는 1팀만 온 게 아니었다.

조금 늦긴 했지만, 2팀과 3팀 역시 도착해서 구조에 힘을 쓰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뭐, 도움 같은 건 안 필요하대?”

박상태는 내심 그들이 지원요청 같은 걸 했길 바랐다.

그러면 그 핑계로 이 괴물들 곁에서 떨어져 그쪽으로 가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상태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아니요. 오히려 그쪽은 인력이 충분하다고 여기로 지원을 보낸답니다.”

“쯧.”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하긴, 1팀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 가장 피해가 크긴 했다.

그래서 제일 힘들었고.

‘그래도 지원이 오면 좀 더 여유가 생기겠지.’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수혁 덕분에 요구조자의 위치도 금방금방 찾아낼 수 있었고, 계속해서 지원이 와주었기 때문에 이젠 사람이 부족할 일도 없었다.

“조금만 더 고생하자.”

박상태는 힘든 표정으로 다시 현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직 남은 요구조자가 많았다.

* * *

‘이제 이쪽도 마무리가 됐어.’

‘생명감지Ⅲ’로 확인을 해본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요구조자가 없었다.

장장 6일 만에 한 지역의 요구조자를 모두 구조했다.

모두가 합심해 구조한 요구조자의 수가 무려 8백 명을 넘어섰다.

그중 중상자는 무려 3백 명에 달했고, 경상자라 할지라도 급한 치료를 요하는 이들도 그 정도는 되었다.

‘사망자는…….’

아직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수천 명 단위일 것이다.

요구조자 한 명을 구조하며 발견한 시체의 수가 그 몇 배에 달했으니까.

“하아…….”

모두를 구할 순 없다.

수혁도 그 정도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이번엔 이미 재난이 벌어진 후 도착을 했으니,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도 수혁은 마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애써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위로를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얼른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겠어.”

이렇게 잡생각이 들 때에는, 최대한 몸을 굴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바쁘게 사람들을 구하다 보면,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을 테니 말이다.

“좀 쉬는 게 어떻겠나?”

뒤에서 톰이 다가왔다.

그간 함께 활동을 해서 그런지, 수혁과 톰은 조금 더 가까워진 상태였다.

“좀 이따가요.”

수혁은 별로 쉬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수혁은 아직 체력이 남아돌았다.

조금 지치기는 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며칠은 더 고생해도 끄떡없었다.

“나도 자네가 아직 힘이 남아 있다는 건 알고 있네만, 그래도 쉬는 걸 추천하네.”

톰은 다시 한 번 휴식을 권장했다.

그가 걱정하는 건 수혁의 체력이 아니었다.

바로 멘탈.

911테러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은 톰은, 정신적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무려 10년간을 고생했으니 말이다.

수혁은 가만히 톰을 쳐다봤다.

그러다 고개를 끄덕였다.

“톰이 그렇게 말을 하니 좀 쉬긴 해야겠네요.”

수혁은 톰을 존중해 주었다.

구조 실력이나 능력은 수혁이 월등히 좋았지만, 그 외의 다른 것들은 아니다.

톰은 긴 시간 동안 이 일을 해왔으며, 밑에 수많은 부하를 두고 통솔해 온 경험이 있었다.

그런 톰의 조언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었다.

‘이제 급한 불은 껐으니까.’

만약 아직도 상황이 심각했다면 아무리 톰의 조언이라도 듣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조금 더 고생하면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스트레스와 생명.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는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명확했다.

그리고 수혁 역시 멘탈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아직도 독일에서 생긴 정신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톰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잘 생각했네.”

톰이 미소를 지으며 수혁의 등을 두드렸다.

“이왕 쉬기로 한 거, 오늘은 이만 마무리할까요?”

다른 팀원들도 꽤나 지친 상태였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수혁보다도 그들이 더욱 힘들 것이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고.”

톰은 마치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좋습니다. 어차피 내일도 휴식하기로 했으니, 지금부터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래 봤자 고작 한두 시간 정도다.

수혁은 일단 작업을 멈추고 복귀를 명령했다.

당연하게도 수혁의 결정에 팀원들은 환호했다.

가장 크게 환호한 것은 물론 박상태였다.

FILO 1팀은 서포트 직원들이 준비해 둔 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했다.

짐 머레이의 지시였다.

하루를 쉬더라도, 푹 쉬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차를 타고 재난 지역을 벗어나자, 멀쩡한 모습의 도시가 나타났다.

“오늘은 이곳에서 쉬면 될 겁니다.”

서포트 직원이 안내한 곳은 리조트였다.

술라웨시 섬으로 돌아가기도 용이한 위치였고, 이 근방에서는 가장 좋은 숙박 시설이었기에 고른 곳이었다.

그동안 구조 작업을 하며 묵었던 간이텐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시설이었다.

수혁을 비롯한 팀원들은 미소를 지으며 각자 배정된 방으로 들어갔다.

수혁은 곧장 샤워부터 했다.

현장에서도 간단한 세면 시설이 있긴 했지만, 열악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간단한 세수와 손발을 씻을 수 있는 게 전부였다.

며칠 동안 진흙 밭을 헤매고 다니며 샤워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찝찝하기 그지없었다.

따뜻한 물로 그간의 피로와 찝찝함을 모두 씻어낸 수혁은,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하루만 쉬자. 딱 하루만.’

수혁과 팀원들이 맡은 지역의 구조는 거의 끝났다.

하지만 재난이 휩쓴 곳은 거기뿐만이 아니었다.

아직 남아 있는 곳이 더 많았다.

수혁이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 그들 모두를 구할 순 없었다.

놈의 말처럼, 휴식이 필요했다.

수혁은 가슴에 차오르는 미안함과 죄책감을 억지로 묻으며 눈을 감았다.

‘하루만…….’

그렇게 수혁은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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