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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374화 (374/425)

레스큐 시스템 374화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어느새 두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수혁은 오직 사람을 구하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특수 구조대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일했기에 아직 수혁의 일을 모르는 대원들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쟤 요즘 무슨 일 있습니까?”

강병규가 전승철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저놈 말입니다, 저놈.”

강병규의 손가락이 수혁을 가리켰다.

수혁은 자신의 할 일을 끝낸 뒤, 사무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일을 열심히 하는 놈이긴 했지만, 저건 좀 심한 거 아닙니까?”

벌써 한 달째.

수혁은 출근하면 단 1초도 쉬지 않았다.

자신의 업무를 끝내면 다른 대원들의 일을 도와주기도 했고, 그것도 아니면 사무실 청소나 장비 점검을 했다.

오죽하면 할 일이 없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구조차 세차까지 할 정도였다.

‘마치 떠날 것처럼.’

강병규는 수혁의 행동이 영 미심쩍었다.

“흠…….”

강병규의 말을 들은 전승철이 달력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잠시 고민하다 혀를 찼다.

“모두 모이라고 해.”

“예?”

“전달할 말이 있으니까, 모두 모이라고 하라고.”

“아, 알겠습니다.”

전승철의 딱딱한 명령에 강병규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원들을 부르러 달려갔다.

가장 먼저 전승철의 앞에 온 것은 당연히 바로 코앞에서 청소하고 있던 수혁이었다.

“오늘 발표할 생각이다.”

“그렇습니까?”

전승철이 말하자, 수혁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슬슬 준비할 때가 됐지.”

전승철의 표정에 미약하게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붙잡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음에도, 여전히 수혁이 특수 구조대를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그것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렇게 가끔 튀어나오곤 했다.

“연락이 왔나 보군.”

“어제 받았습니다.”

“언제라고 하던가?”

“오늘 발표가 되고, 소집되는 건 앞으로 10일 후입니다.”

수혁의 말에 전승철이 얼굴을 굳혔다.

각오는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얼마 안 남았군.”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빨리, 빨리!”

수혁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강병규가 대원들을 이끌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중에 이어서 해라.”

딱히 중요한 말은 아니었기에, 수혁은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대원들이 도착했다.

전승철을 포함해 총 여섯 명.

특수 구조대 1팀 전원이었다.

전승철은 1열 횡대로 정렬한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대원들을 가볍게 훑어봤다.

그러곤 영 내키지 않는 입을 열었다.

“중요하게 알릴 것이 있어 갑자기 불렀다. 미안하다.”

소방관들의 개인 시간은 소중했다.

워낙 휴식을 취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그 시간에 개인 단련을 하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할 일만 모두 끝낸다면, 웬만해선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 게 암묵적인 원칙이었다.

그런데 전승철이 갑작스럽게 자신들을 소집했다.

그것도 괜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원래 항상 뚱한 표정이긴 하셨지만 말이지.’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으로 전승철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는데, 뭐부터…….”

“좋은 소식!”

전승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병규가 소리쳤다.

“아니, 나쁜 소식부터 들어야죠.”

“왜? 왜 나쁜 소식부터 들어야 하는데?”

“그래야 처음에 기분이 나쁘다가, 나중에라도 좀 좋아질 거 아닙니까. 드라마도 안 보세요?”

대원들이 강병규와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수혁이 속으로 미소 지었다.

‘아쉽네.’

사실 특수 구조대의 대원들과는 많이 친해지질 못했다.

신일서의 동료들과 비교하자면, 거의 남과 다를 바 없는 사이였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함께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고, 서로 유대감을 쌓을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강병규와는 마음이 맞아 가까이 지내긴 했지만…….

수혁은 다른 대원들과 친해지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조용.”

잡담이 길어지자, 전승철이 한숨을 내쉬며 대원들을 조용히 시켰다.

“좋은 소식부터 가르쳐 주지.”

강병규가 ‘예쓰!’ 하면서 좋아하는 것이 보였다.

전승철은 그런 강병규를 한번 노려보고는 입을 열었다.

“신입이 하나 들어올 거다.”

대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시, 신입 말입니까?”

“그 거짓말 진짜 맞습니까?”

대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전승철을 보며 질문을 쏟아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구조대 한 팀의 정원은 팀장 포함 여섯 명.

그리고 지금은 정원이 모두 차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신입이라니?

설마 편제가 바뀌기라도 했단 말인가?

대원들은 기뻐했다.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한 명이 더 늘어난다면 그만큼 일이 수월해지기 때문이었다.

고작 한 명이었지만, 그 한 명의 힘이 얼마나 큰지는 모두 잘 알았다.

그렇기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 명만 빼고.

“나쁜 소식은 뭡니까?”

방금 전까지 다른 대원들과 잡담을 떨고 있던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런 강병규의 모습을 본 대원들이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나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강병규는 그 소식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눈치를 챈 것 같았고.

“나쁜 소식은 김수혁이 이제 곧 특수 구조대를 나간다는 것이다.”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니까 전승철의 말은, 수혁이 나가고 대신 신입 한 명이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어떤 누가 좋아하겠는가?

“……내가 이래서 나쁜 소식부터 듣자고 했는데.”

누군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언제 갑니까? 아니, 언제 그만두냐?”

전승철에게 물으려던 강병규가 고개를 돌려 수혁을 쳐다봤다.

“내일 신입이 들어오면 인수인계를 마무리하는 대로 그만둘 생각입니다.”

“갑자기 왜?”

강병규는 수혁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으며 물었다.

“해야 할 일이 좀 생겼습니다.”

아직 다른 대원들에게는 정확한 사실을 이야기해 줄 때가 아니었다.

조만간 있을 단체 설립 발표 이후.

그때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중요한 일이냐? 일을 관둬야 할 만큼?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거라면 말해. 우리가 도와줄 테니까.”

제대로 헛다리를 짚은 강병규였지만, 오히려 수혁은 그런 모습에 더욱 미안해졌다.

“그런 이유 아닙니다.”

“그럼 뭔데?”

“거기까지만 해라.”

계속해서 캐물으며 수혁을 난감하게 하는 모습에 전승철이 나서서 만류했다.

“아니, 팀장님. 이 상황에 어떻게 가만있습니까? 우리 동료가, 팀장님 부하가 그만둔다는데…….”

소방관 동료가 일을 그만두는 건 그리 드문 게 아니었다.

다른 곳으로 전출 가는 이들도 많았고, 아니면 병에 걸려 더 일할 수 없어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다.

아니, 많았다.

강병규나 다른 대원들은 특수 구조대에 들어올 만큼 베테랑들이었기에, 그런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런데 수혁은 그런 경우처럼 보이질 않았다.

“그만하라고 했다.”

왠지 울컥하는 마음에 전승철에게 따지듯 묻던 강병규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전승철이 수혁과 다른 대원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개인적인 이유다. 아무리 그게 궁금하다고 해도, 너희가 캐물을 권리는 없어. 그러니까 더 묻지 마라. 저놈 곤란해하는 표정 안 보이나?”

전승철의 말대로 수혁은 곤혹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냥 말할까?’

수혁은 살짝 갈등했다.

하지만 짐 머레이가, 발표가 나기 전까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당부를 했었다.

미리 보고해야만 했던 전승철과 진태수는 어쩔 수 없었지만, 더는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을 늘리지 말라고 했었다.

수혁은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짐 머레이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한 이야기는 아니었을 테니,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미안합니다.’

수혁은 속으로 대원들에게 사과했다.

‘나중에 술이라도 사자.’

그것이 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안 그래도 다들 술을 못 마신 지 꽤 됐으니까.’

이전에 술을 진탕 마시고 출근한 탓에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건 이후.

특수 구조대 1팀은 술을 거의 끊다시피 했다.

마신다면 비번에나 가볍게 한잔씩 하는 정도였다.

그러니 마지막 선물로 술 한잔 정도 함께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물론 비번 전날에 약속을 잡아야겠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순 없지 않은가?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지자, 수혁은 그것을 바꾸기 위해 전승철에게 질문을 던졌다.

“신입은 언제 옵니까?”

자신이 인수인계해야 할 사람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계획된 것은 내일부터다.”

바로 내일부터 인수인계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수혁은 미소를 떠올렸다.

‘내가 신입 교육을 시킬 때가 오네.’

물론 독일 연수생들 교육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신입 교육과 연수생 교육은 조금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뭐, 그것도 이전 생에서는 수도 없이 해본 일이지만.’

수혁은 내일 어떤 신입이 올지 기대가 되었다.

“이만 해산해서 할 일들 해라.”

전승철은 자신이 할 말이 끝났다는 듯, 대원들을 해산시켰다.

“나 좀 보자.”

강병규가 수혁을 불렀고, 수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그의 뒤를 따랐다.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밖으로 나온 강병규가 다짜고짜 물었다.

“그게……. 그렇게 됐습니다.”

“좋아. 무슨 일이 있다고 쳐.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둔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왜 나한테 얘기를 안 한 건데?”

강병규는 수혁의 사수였다.

물론 수혁은 사수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특수 구조대 전체가 수혁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도 강병규는 서운해했다.

사수와 부사수로서 나름의 유대감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자신만의 착각이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죄송합니다.”

수혁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수혁이라고 해서 마음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에게 말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더욱 일에 집중한 것일지도 몰랐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강병규의 섭섭함을 풀어주진 못하겠지만 말이다.

“지금도 얘기 못 해주냐?”

수혁은 다시 한 번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박상태를 제외한 신일서 동료들에게도 아직 밝히지 못한 일이다.

그것을 강병규에게 말해줄 순 없었다.

아무리 사수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 알았다.”

강병규는 섭섭한 표정으로 수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조만간 말씀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 기다리란 말이지?”

“네.”

단체가 설립이 되고, 그것이 발표되기까지 길어야 며칠.

‘얼마 안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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