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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318화 (318/425)

레스큐 시스템 318화

바리케이드를 통째로 날려 버린 수혁은 그대로 질주했다.

경찰들은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멍하니 서서 사라져가는 수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입구가…….’

안쪽으로 들어온 수혁은 일단 호텔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입구를 찾았다.

무너진 쪽으로는 진입은커녕 접근조차 불가능해 보였으니, 남은 건 반대쪽뿐이었다.

‘어쩐다?’

수혁은 잠시 고민했다.

경찰들을 따돌리기는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전에 호텔 내부로 들어가야 하는데.’

화재가 너무도 심했다.

1층은 불바다나 다름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덕분에 화재 진압대도 섣불리 안쪽으로 돌입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어느 정도 불길을 잡아야 내부로 진입해서 화재를 진압할 텐데,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가스 폭발의 위험도 있었다.

화재 진압에 속도가 붙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니…….’

수혁은 이번에도 강행돌파를 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소방관들 사이로 들어간 수혁은 천천히 호텔 쪽으로 접근했다.

“이봐, 거기!”

그러던 와중 수혁의 행동이 이상하다 여긴 한 소방관이 수혁을 불렀다.

“너 소속이 어디야? 왜 혼자 돌아다니는 거지?”

‘쯧.’

수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자신을 발견할 정도로 대단한 눈썰미의 소유자였다.

“아, 그게…….”

아직 호텔과의 거리가 조금 남아 있었기에 변명을 하려던 차였다.

[수상한 사람이 안쪽으로 침입했습니다. 발견 즉시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의 어깨에 매달려 있는 무전기에서 경찰들의 음성이 들려왔다.

수혁이 흠칫- 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무전을 들은 소방관이 수혁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걸렸다.

“소속을 밝혀라.”

“저는…….”

자연스럽게 대답하려던 수혁은 그대로 몸을 돌려 호텔 쪽으로 내달렸다.

“저놈 잡아!”

소방관이 소리쳤고, 주변에 있던 다른 소방관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보다 수혁을 발견하곤 몸을 날렸다.

수혁을 잡으라는 이유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수혁이 향하는 방향이 호텔 쪽이었기에, 일단은 잡고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소방관들의 행동은 신속했지만, 상대는 수혁이었다.

고작 몇 명이 앞을 막는다고 해서 잡힐 리가 없었다.

‘다음에 맥주 한잔 살게요.’

속으로 그들에게 사과하며 유유히 따돌렸다.

“안 돼! 막아!”

작정하고 달리기 시작하자, 눈 몇 번 깜빡이는 사이 호텔 근처에 다다를 수 있었다.

화끈거리는 열기가 수혁을 덮쳐 왔다.

‘엄청나구만.’

방화복을 입고 있는데도 살갗이 타오르는 듯했다.

‘방수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 열기라니…….’

평범한 소방관이라면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했다.

수혁조차도 지금 이 상태로 돌입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 상태로는 말이지.’

수혁은 망설이지 않고 호텔 내부로 들어가 버렸다.

“안 돼!”

뒤쪽에서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들려왔지만, 수혁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실드.’

수혁의 모습이 순식간에 호텔 안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 * *

“……결국 들어갔단 말이지?”

“아무도 막지 못했다고 합니다.”

마르코의 물음에 부하는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대체 어떻게 들어간 건가?”

마르코는 사실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호텔 주변은 경찰들로 통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단순한 화재 현장이 아닌, 테러 현장이었기에 통제는 확실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곳을 뚫고, 수백 명의 소방관을 따돌린 뒤 호텔에 들어갔단 말인가?

대체 어떤 방법을 써야 그것이 가능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게…….”

부하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보고를 받긴 했지만, 솔직히 너무도 허무맹랑했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말해봐.”

마르코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바, 바리케이드를 날려 버리고 그냥 달려들어 갔다고 합니다.”

“……뭐?”

마르코가 눈을 끔뻑였다.

뭐를 날려?

순간 부하가 자신에게 농담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독일인 아니랄까 봐.’

농담도 어찌 저렇게 재미없게 하는지.

마르코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 번 부하를 쳐다봤다.

그런데 부하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도저히 농담을 하고 있는 이의 얼굴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 후 연락을 받은 니콜라이가 그를 발견하고 잡으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제야 마르코는 부하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뭐, 좋아.’

수혁의 힘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설마하니 바리케이드를 날려 버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납득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분명 호텔은 지금 접근이 힘들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주변 10m 이내로는 방화복을 입은 상태로도 5분을 버티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거길 그냥 들어갔다는 말이군?”

“그, 그렇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도무지 이해가 되는 것이 없었다.

마르코는 잠시 고민하다 부하를 쳐다봤다.

“팀 꾸려.”

“예?”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건가? 한국에서 온 소방관이 위험을 무릅쓰고 혼자 들어갔는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구조대원들이 진입하지 못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금 마르코의 말처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알겠습니다.”

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화 한 통만 빌리지.”

마르코는 부하의 전화를 받아 들고는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날세. 언제쯤 도착할 수 있겠나?”

[지금 가는 중입니다.]

“현장 정리 후 내일 출발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생각보다 그쪽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 서두르기로 했습니다.]

“얼마나 걸리지?”

[한 시간 이내에는 도착할 듯합니다.]

“좋아.”

마르코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하네만, 이곳에 도착하면 곧장 현장에 투입해 줘야겠네.”

[그러려고 가는 것이니 미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마르코의 부탁에 상대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고맙네, 율리안.”

* * *

사방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발 한번 잘못 디뎌도 큰일 나겠군.’

‘실드’의 사용 시간이 끝난 지 오래였다.

더는 수혁을 보호해 주는 힘도 없었으니,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불길 속에서 살얼음판이라니.’

괜히 웃음이 났다.

수혁은 ‘회복Ⅱ’을 사용해 온몸을 태우는 것 같은 고통을 참아냈다.

‘실드’를 사용하면 훨씬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구조자들을 생각하면 스킬을 쉽게 낭비할 수도 없었기에, 당분간은 ‘실드’ 사용을 자제해야만 한다.

1초에도 몇 번씩 화상과 회복을 번갈아 경험하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후욱- 후욱-!”

마스크를 쓰고 있었음에도 폐가 익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물론 수혁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미니 맵’을 통해 가장 가까운 요구조자가 있는 위치와 경로를 확인했다.

‘3층.’

당연히 엘리베이터는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만 했다.

계단은 폭발의 영향으로 조금 무너져 있었지만, 다행히 이동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수혁은 붉은색 표시를 피해 천천히 위쪽으로 올라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너무 긴장한 탓에 위가 쓰려올 지경이었다.

“후우.”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체감상으로는 한 시간은 훌쩍 지난 것 같았다.

‘5분밖에 안 흘렀네.’

손목시계를 확인한 수혁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얼마나 집중을 했으면 5분을 한 시간처럼 느꼈을까?

그래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여기서 오른쪽이었지?’

다시 한 번 ‘미니 맵’을 통해 요구조자의 위치를 살핀 수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동했어?’

처음 1층에서 확인했을 때와 달라졌다.

‘왜지?’

지금 수혁이 보고 있는 요구조자들은 네 명.

그들은 한 호텔 객실에서 몸을 피하고 있는 상태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 주변에는 화재가 별로 번지지 않았기에 지금껏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이런.”

수혁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요구조자들이 갑작스럽게 이동하는 이유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불길이나 연기를 피하기 위함이라면 수혁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다 질식할 순 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저들은 그런 이유로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착각하고 있어.’

테러가 일어나고 호텔에 갇힌 지 몇 시간째.

처음엔 공포에 휩싸여 객실 내부에 숨어든 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운이 좋았을 뿐이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저 생각보다 상황이 별로 심각하지 않다 착각할 만도 했다.

그래서 구조대가 오지 않아도, 자신들만의 힘으로 이곳을 탈출할 수 있으리라 여기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이었다.

지금 그들이 향하는 곳은 지옥이었으니까.

수혁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여태까진 붉은 표시는 되도록 밟지 않으려 애를 쓰며 움직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너무 위험해 보이지 않는 것은 그냥 무시하며 나아갔다.

콰드득-!

천장이 무너져 내리고, 불길이 덮쳐 왔지만, 수혁은 모두 몸으로 버텼다.

‘이 정도는 괜찮아, 이 정도는!’

그나마 수혁의 초인적인 육체와 ‘회복Ⅱ’을 사용한 덕분에 버틸 수 있는 것이었다.

평범한 소방관이었다면 벌써 쓰러져 정신을 잃었을 게 분명했다.

그 정도로 이 안은 위험했다.

‘그런 곳을 맨몸으로 돌아다니고 있다니.’

수혁은 그들을 만나면 욕을 한 바가지 퍼부어주기로 결심했다.

굳이 안전한 장소를 빠져나와 위험 속으로 기어들어 가고 있었으니…….

‘거의 다 왔어!’

앞쪽 복도에서 모퉁이만 돌면 마주칠 것이다.

마스크도 없는 이들이 이 앞으로 간다면 연기를 마시게 된다.

그것만은 절대로 막아야만 했다.

수혁은 이를 악물며 몸을 날렸다.

“정지! 멈추세요!”

모퉁이를 돌자마자 수혁이 양손을 펼치며 앞을 막았다.

“엄마야!”

갑작스런 수혁의 출연에 깜짝 놀란 요구조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그 비명이라는 것이…….

“한국 사람?”

놀랍게도 요구조자들은 전부 한국인이었다.

그들은 물에 적신 수건을 얼굴에 가져다 대 연기를 막고, 몸을 최대한 낮춰 이동하고 있었다.

‘어디서 배운 거지?’

수건을 물에 적셔 호흡기를 보호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방법이었다.

하지만 몸을 낮춰 기어가듯 이동하는 방법은 그렇지가 않다.

아니,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 그런 답답한 방법으로 이동할 사람은 별로 없었다.

두려움에 휩싸여 빨리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밖에는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네 명 전원이 정석적인 방법으로 대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저들 중 한 명의 얼굴은 수혁이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박수진 씨?”

신일역 붕괴사고 때, 수혁과 함께 사람들을 도와주었던…….

“아저씨?”

수혁의 음성을 들은 박수진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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