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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286화 (286/425)

레스큐 시스템 286화

‘41명!’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어쩌면 백 명에 육박할지도 모른다는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수였다.

‘다행히 불길이 퍼지기 전에 피한 모양이네.’

하지만 수혁은 안심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적긴 하지만 41명이란 수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구조대는 여섯 명에 불과하다.

잠시 후 헬기를 타고 도착할 산악 구조대원들을 합쳐도 열 명 안팎.

거기다 요구조자들은 산속 여기저기에 넓게 퍼져 있었으니, 그들을 빠르게 구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빨리 움직여야 해.’

수혁의 조가 맡은 구역에 있는 요구조자는 총 열두 명.

수혁은 ‘미니 맵’을 통해 최단 거리의 동선을 찾았다.

“이쪽으로!”

강병규를 향해 소리쳤다.

“김수혁!”

강병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수혁의 뒤를 따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 어느 소방관이 산불이 일어난 산속을 저런 식으로 수색한단 말인가?

그가 보기엔 수혁은 그저 앞뒤 확인도 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따라와 보시면 알아요!”

물론 수혁은 강병규에게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옛날 같네.’

마치 과거로 돌아온 직후의 일을 다시 반복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수혁이 햇병아리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강병규는 수혁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저렇게 움직이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수혁의 구조 능력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의외로 더 질문하지 않고 자신을 따라오는 강병규의 모습에 수혁이 살짝 미소 지었다.

명성 같은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곳에서 효과를 발휘하게 될 줄은 몰랐다.

덕분에 수혁은 편하게 움직일 수가 있었다.

‘편하네.’

신일서에서처럼 다시 인정받기 위해선 고생깨나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었다.

‘50m.’

이제 첫 번째 요구조자의 코앞까지 도착했다.

“구조대입니다!”

“여기 사람 있어요! 살려주세요!”

수혁이 소리를 지르자, 앞쪽에서 누군가 화답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것을 들은 강병규의 눈이 커졌다.

강병규는 수혁과 처음 일을 해보는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느꼈다.

‘아니, 어떻게?’

불신, 그리고 경악.

마치 요구조자가 이곳에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것처럼 움직인 수혁의 모습에 강병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살았어! 우리 이제 살았어!”

요구조자의 수는 세 명이었다.

나들이를 나온 가족이었는지, 부모와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여자아이 한 명.

“세 분이 전부입니까?”

수혁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절차상 질문을 했다.

“그, 그렇습니다.”

남자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병규 선배.”

수혁이 손을 내밀자, 강병규는 잠시 멍하니 있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보조 마스크를 꺼냈다.

둘은 요구조자들에게 마스크를 씌워준 후, 무전기를 들었다.

“요구조자 세 명 발견했습니다. 요구조자 세 명 발견했습니다. 의식 상태 양호하고, 겉으로 보이는 외상은 없습니다.”

[알았다. 헬기를 부르겠다.]

헬기가 떠난 지 아직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지금 부르면 연료만 넣고 산악 구조대를 태운 뒤 곧장 출발해야만 할 것이다.

“다른 곳도 수색한 뒤 10분 후에 탈출 지점으로 인솔하겠습니다.”

헬기가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몇 명 더 구조할 시간은 될 것 같았다.

“저희를 따라오세요.”

수혁이 아이를 안아 들고는 부모에게 말했다.

“바, 바로 빠져나가는 게 아니에요?”

여자가 두려움에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무전을 들으셨겠지만, 헬기가 도착하려면 시간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지금 가서 미리 기다리고 있으면 되잖아요!”

그녀는 당장에라도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도 다른 사람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단 우리를 먼저 데려다주면 안 돼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산불 속에서, 자신의 어린 딸과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두려울까?

“너무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와 함께 이동하는 것이 훨씬 안전할 테니까요.”

수혁의 말은 사실이었다.

탈출 장소에 있는 것보단 수혁의 옆에서 있는 것이 훨씬 안전했다.

그 어떤 위험이 닥쳐와도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이들을 데리고 왕복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니 저희를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더 이상의 반론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주세요.”

“하지만…….”

“그만!”

여자가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남편이 막았다.

그는 수혁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아내에게 말을 했다.

“이기적으로 굴지 말자, 우리.”

한마디였다.

그 한마디에 여자는 입을 다물었다.

“따라가겠습니다.”

아내가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그는 수혁에게 말을 했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부모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아저씨가 지켜줄 테니까, 잠깐만 참으면 돼.”

수혁은 품에 안은 아이에게 말을 하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처럼 빠르게 달리지는 못했다.

뒤에서 따라오는 부모의 속도에 맞춰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다음 요구조자들이 있는 장소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기에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구조대다!”

이번엔 수혁이 부르지 않았음에도, 그들이 먼저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이번에 찾은 요구조자들은 모두 다섯 명.

대학생들처럼 보이는 청년들이었다.

여자들은 수혁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을 터트렸다.

“마스크를 쓰세요.”

수혁과 강병규는 이번에도 요구조자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는 안심시켰다.

하지만 쉽사리 진정하지는 못했다.

꼼짝없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다가 구조대를 만났으니 얼마나 안심이 되었겠는가?

남자들조차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다.

“이제 괜찮으니까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수혁은 최대한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일단 이들만 데리고 돌아가야겠군.’

한 곳 정도는 더 들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이들만이라도 먼저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았다.

수혁은 무전기를 들어 다시 한 번 요구조자를 발견했다는 것과 이대로 탈출 장소로 이동한다는 것을 보고했다.

‘허허.’

그 일련의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강병규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사람들이 ‘김수혁, 김수혁’ 하고 노래를 부르는 이유가 있었네.’

놀랍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수색을 시작한 지 몇 분이나 지났지?’

10분? 15분?

시계를 확인한 강병규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확히 13분이 지나고 있었다.

고작 13분 만에 여덟 명의 요구조자를 발견했고, 탈출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다른 조는 아직 한 명의 요구조자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말도 되지 않는 속도였다.

‘이래서 팀장님이 이 녀석을 그토록 원했던 건가?’

백준하가 순직한 이후, 전승철은 수혁에게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다른 대원들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둘만의 자리를 자주 가진 강병규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그런 전승철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납득이 갔다.

‘이런 능력이면 욕심을 낼 만하지.’

감이든, 아니면 철저한 계산이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수혁이 요구조자들을 찾아냈다는 것이고, 그건 능력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었으니까.

강병규는 더 이상 수혁에게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뒤를 따랐다.

그사이 수혁은 마치 머릿속에 지도가 있는 것처럼, 단 한 번도 헤매지 않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수혁이 무전기로 도착을 알렸다.

[헬기가 1분 안에 도착할 테니 대기하고 있어.]

“대기하겠습니다.”

수혁은 무전을 끊고는 아직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요구조자들을 둘러봤다.

“1분 후에는 헬기가 도착한다니, 그것을 타고 이곳을 빠져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여덟 명이나 되는 인원을 한 번에 옮기지는 못할 것이다.

이들을 인솔해야 할 산악 구조대원들도 함께 타야 하니, 많아야 한 번에 네 명 정도였다.

“일단 아이와 부모님, 그리고 그쪽에서 한 분이 먼저 이동해야 할 것 같군요.”

“한 번에 못 가나요?”

대학생 중 한 명이 물었다.

“허용된 인원을 초과하는지라 두 번에 나눠서 이동하셔야 합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대학생들의 표정이 살짝 안 좋아졌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가족을 제치고 먼저 가겠다고 조를 수도 없는 일인지라,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타타타타타-!

그때 헬기 로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헬기다!”

요구조자들이 헬기를 발견하고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숨을 쉬는 것도 힘든 이 뜨거운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조금 뒤로 물러서세요.”

헬기의 블레이드에서 발생하는 바람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성인이라 해도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넘어질 정도로 말이다.

나뭇가지가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흙먼지가 일어났다.

하지만 헬기는 위에서 호버링을 할 뿐, 착륙하지는 않았다.

수혁이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착륙할 마땅한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헬기에서 몇 개의 로프가 떨어져 내렸다.

그러곤 그것을 타고 산악 구조대원들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내려온 대원의 수는 세 명.

그들은 지상에 도착하자마자 수혁에게 다가왔다.

“수고 많으십니다!”

“이분들이 요구조자입니까?”

수혁은 그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총 여덟 명입니다. 부상자는 없고, 일단 아이가 있는 가족부터 이송 부탁드립니다.”

산악 구조대원은 수혁의 말을 듣고는 요구조자의 수와 상태를 파악했다.

“이송은 저희에게 맡겨주십쇼.”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특수 구조대는 요구조자의 수색을, 그리고 산악 구조대는 그렇게 찾아낸 요구조자의 탈출을 맡기로 했다.

“아, 잠시만!”

수혁이 몸을 돌리려 하는데 산악 구조대원 중 한 명이 수혁을 불렀다.

“여기 장비들입니다.”

그가 내민 것은 요구조자들을 위한 보조 마스크들이었다.

수혁과 강병규에게는 아직 몇 개가 남아 있긴 했지만, 금방 부족해질 것이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그것들을 받아 들고는 몇 개를 강병규에게 넘겼다.

“부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산악 구조대원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건투를 빌었다.

“조금 이따 다시 뵙겠습니다.”

수혁은 다시 보자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병규 선배, 가시죠.”

수혁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수혁이 한 일은 사실 강병규가 했어야 할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수혁이 하도록 보기만 했다.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상황을 대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난놈이네, 이거.’

수혁에게 끝없이 감탄했다.

“이번엔 어디로 가면 되지?”

강병규의 물음에 수혁이 멈칫- 했다.

그러곤 웃으며 대답했다.

“이쪽이요.”

둘 사이에 신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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