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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273화 (273/425)

레스큐 시스템 273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제목은 단순했다.

‘테러를 막은 영웅.’

그렇지 않아도 바로 며칠 전에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인해, 사람들은 테러란 단어에 민감했다.

덕분에 그 영상을 클릭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영상은 하얀색 밴이 광란의 질주를 하는 모습과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따라잡는 한 동양인을 비추고 있었다.

동양인은 몇 번의 위기 끝에 간신히 밴의 조수석을 열고 그 안에 탑승했다.

잠시 후 밴은 멈춰 섰고, 경찰들이 도착해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폭탄이다!”

밴 안을 수색하던 경찰이 폭탄을 발견하며 주위를 통제하는 것으로 영상이 끝났다.

영상의 설명란에는, 하얀색 밴은 자살 테러를 하려는 테러범이 운전하고 있었고, 동양인은 그것을 막기 위해 몸을 던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당연히 영상의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1만 뷰는 순식간에 돌파했고, 10만, 20만을 넘더니 기어코 하루도 채 되지 않아 100만 뷰를 찍고 말았다.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였다.

-이거 진짜야?

-친구가 저때 근처에 있었는데, 사실이라고 하던데.

-전에 이거랑 비슷한 영상 있지 않았던가? 그건 무슨 슈퍼 히어로 영화 같았는데.

-이게 원본이라더라. 전에 영상은 CG를 입힌 거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저 동양인이 누군데?

-누군지 아는 사람 없어?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 같긴 한데 기억은 안 나네.

-정부는 뭐 하냐? 저런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찾아서 상이라도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이게 진짜 영웅이지!

-누군지 좀 찾아봐!

사람들은 영웅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마침내 영웅의 정체가 밝혀졌다.

“화제의 영상 속 주인공은, 한국의 김수혁 소방관이라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CNN의 간판 앵커인 조나단 헤드릭의 말이었다.

“김수혁은 몇 년 전, 태국 푸켓에서 일어난 쓰나미에서 사람들을 구하며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은 소방관으로서, 이번에 신혼여행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테러에 대한…….”

TV가 꺼졌다.

“하아.”

리모컨을 내려놓은 수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영웅이란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벌써 110만 명이 넘었네요.”

반면 최은송은 노트북을 가리키며 수혁이 나온 영상의 조회 수를 보곤 흐뭇해했다.

“어쩜 이렇게 감쪽같을까요?”

영상 속 수혁의 모습은 사실과 많이 달랐다.

수혁의 초인적인 모습이 모두 사라지고, 조금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진 사람 정도로 표현이 된 것이다.

그것은 케인 로저스가 최고의 CG 전문가들을 고용한 덕분이었다.

“댓글에 한국 사람들도 있어요.”

최은송은 한글을 발견하고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이거 김수혁 소방관님 아닌가요?

-그런 것 같은데요? 이번에 결혼했다더니 신혼여행을 미국으로 갔나 봐요.

-신혼여행 가서 테러 막는 클라스 ㄷㄷ.

대부분의 댓글이 영어였는지라 한글은 그리 많이 찾아볼 순 없었지만, 그들은 모두 수혁을 알아봤다.

요즘은 조금 뜸하긴 했지만, 바로 며칠 전부터 예능 ‘타인의 삶’이 방영되면서 수혁을 알아보는 사람이 다시 많아진 덕분이었다.

그들은 CNN에서 수혁의 정체를 밝히기도 전부터 영상의 주인공이 수혁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수혁은 그것을 보며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영웅이라는 칭송이 너무도 무거웠다.

본인 스스로 그것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감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조금 참으면, 대한민국 소방관들에게 엄청난 지원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개인 보호 장비뿐만 아니라, 대형 장비들도 바꿔주겠다고 했지.’

케인 로저스는 낡은 구조 장비들을 모조리 새것으로 교체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펌프차, 구조차, 공작차, 사다리차 등등.

미국과 유럽에서 개발한 최첨단 소방 장비들이 한국에 들어올 것이다.

그것들이 있으면 앞으로 구조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었다.

‘돈도 많지.’

그것들을 모두 교체하는 데 드는 돈이 얼마인지 수혁은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짐 머레이가 놀라는 표정을 짓는 것으로 봐선, 생각보다 훨씬 큰돈이라는 것만 짐작할 뿐이었다.

천조국이 아니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

“그렇게 불편해요?”

수혁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본 최은송이 물었다.

“조금요. 영웅이라고 떠받드는 것도 부담스럽고, 사람들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별로고.”

수혁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항상 말하는 거긴 하지만……. 수혁 씨는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해요.”

최은송이 보는 수혁은 영웅, 그 자체였다.

자신의 몸을 내던져 가며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사람이 영웅이 아니면 누가 영웅이란 말인가?

최은송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보상을 부담스러워하는 수혁의 모습이 살짝 답답하기도 했다.

조금은 그런 것을 기껍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그냥 즐겨요.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는 말도 있다면서요.”

최은송이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수혁 역시 표정이 풀어졌다.

“알았어요. 즐기는 것까지는 무리겠지만, 최대한 신경 안 써볼게요.”

최은송의 말은, 모두 수혁을 걱정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었다.

수혁은 그녀를 더는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런 의미에서 밖으로 놀러 가요.”

“지금요?”

테러로 인한 혼란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상태였다.

고작 며칠 만에 충격이 모두 해소될 리는 없었지만, 최소한 겉으로 보기엔 많은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특히 이번에 수혁의 존재가 언론에 보도되며 사람들의 관심이 그쪽에 집중된 것이 효과가 있었다.

사람들은 영웅에게 열광하며, 테러에 대한 생각을 애써 외면했다.

덕분에 사회적인 혼란은 꽤 많이 진정된 상태였다.

“우리 신혼여행 온 거 맞죠? 잊은 거 아니죠?”

2주간의 신혼여행 일정 중 벌써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두 사람이 함께한 일정이라곤 첫날을 제외하곤 하나도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평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신혼여행을 이런 식으로 보내고 싶진 않았다.

최은송의 말에 수혁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신이 없다 보니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이런 멍청한 놈!’

지금까지 최은송이 자신을 배려하느라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있었기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수혁은 속으로 자책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가요.”

“지금이요?”

최은송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이 말을 꺼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 마음 편히 관광을 즐길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저 더는 부담스럽다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로 꺼낸 말이었는데…….

“은송 씨 말대로 신혼여행이잖아요.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호텔 방에 박혀서 시간을 보낼 순 없죠. 아무리 방이 좋다고 해도 말이에요.”

수혁은 어어? 하고 있는 최은송의 손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러곤 곧장 외출 준비를 시키고 제임스에게 연락했다.

“저희 지금 나가려고요.”

[알겠습니다, 차를 대기시켜 두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추천할 만한 곳 있나요?”

미리 짜둔 계획은 이미 엉망이 된 지 오래였다.

이렇게 된 이상 제임스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수혁의 질문을 받은 제임스는 잠시 고민을 하다 대답을 했다.

[조금 외곽으로 나가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안정이 되었다고는 해도 이 주변은 아직 마음 놓고 관광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러니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미국은 넓으니까.

“그게 좋겠네요. 따로 준비할 건 없나요?”

[제가 알아서 준비해 두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수혁은 전화를 끊고는 최은송이 준비를 끝마치길 기다렸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남은 일주일이라도 충실해야지.’

솔직히 말하자면 여행을 즐길 기분은 아니었다.

눈앞에서 무려 수십 명의 사람이 죽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내가 된 최은송에게 소홀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수혁에게 처음으로 생긴 진짜 가족이었으니까.

조금 늦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최고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고민은 나중에 하자, 지금은 은송 씨한테 집중하고.’

수혁은 가슴속을 계속해서 짓누르던 부담감을 씻어냈다.

“저, 괜찮아요?”

준비를 마친 최은송이 방을 나오며 물었다.

하늘거리는 흰색 원피스가 어울렸다.

“최고네요.”

수혁은 그런 최은송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갈까요?”

둘은 손을 잡고 호텔을 나섰다.

진짜 신혼여행은 지금부터였다.

***

“…이거 김수혁이지?”

“확실해요. 미국 뉴스에서도 수혁이라고 밝혔으니까.”

박상태는 모니터에서 몇 번째 재생되고 있는 영상을 보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얘 신혼여행 간 거 아니었냐?”

“저는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나 보네요.”

“혼자 무슨 영화를 찍고 앉았네.”

구조 3팀 대원들은 단체로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영상 속 수혁의 모습은 그리 대단할 게 없었다.

지금까지 수혁이 보여준 것들을 생각하면 이건 평범한 축에 속했다.

아예 차를 집어 던지는 정도면 모를까…….

이들이 어이없어하는 것은 대체 왜!

신혼여행을 간 수혁이 저기서 테러범을 때려잡고 있냐는 것 때문이었다.

“영웅은 개뿔. 저건 코난이지.”

김강식이 혀를 찼다.

수혁이 대단한 일을 한 것은 맞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들도 괜히 자부심이 차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을 내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놈 돌아오면, 여행 가지 말라고 그래. 아니, 휴가도 가지 말라고 해.”

어디만 갔다 하면 사고가 터진다.

그런 곳만 골라서 가는 건지, 아니면 수혁이 가서 사고가 터지는 건지.

박상태는 알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영상을 껐다.

“이번 일로 일이 조금 더 수월해질 수도 있겠네요.”

김강식이 슬쩍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그래.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에서 영웅이라고 불릴 정도가 됐으니, 웬만한 놈들은 건들지도 못하겠지.”

박상태는 마우스를 움직여 뉴스 기사를 확인했다.

그가 확인한 것은 어제부터 소방관 편 방영이 시작된 예능 ‘타인의 삶’에 대한 기사들이었다.

사실 어제는 큰 반응이 없었다.

이기석 PD가 힘을 주고 섭외한 덕분에 이전 에피소드보다는 시청률이 좋게 나오긴 했지만, 아직 한 편밖에 방송이 되지 않아 이슈가 되기엔 부족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 수혁이 대형 사고를 쳐버렸다.

그것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에서 말이다.

당연히 국뽕이 차올랐고, 덩달아 사람들은 수혁이 출연한 ‘타인의 삶’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에 관련된 기사가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고 있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반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주 X된 거야,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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