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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252화 (252/425)

레스큐 시스템 252화

“체력 테스트는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된다고?”

박상태가 박정우를 향해 물었다.

아직 서류 심사도 발표가 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왠지 박정우라면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아, 그거요?”

그리고 박상태의 예상대로, 박정우는 알고 있었다.

대체 누구에게, 어떻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는 평범한 테스트라고 하더라고요.”

테스트 종목은 여섯 가지.

배근력, 악력, 윗몸 일으키기, 멀리뛰기, 윗몸 앞으로 굽히기, 오래 달리기.

“특별한 건 없네? 특구라 좀 다를 줄 알았는데.”

김강식이 의외라는 듯 눈을 치켜떴다.

“기본이 가장 중요한 거니까.”

괜히 다른 기관들에서 이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 여섯 가지 테스트가 신체 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들이기 때문에 활용하는 것이었다.

“달리 특이한 거라면 합격 기준이 없다는 건데, 어차피 한 명 채용이라 그런 것 같고.”

하긴, 합격 기준이 있어봐야 어차피 한 명밖에 뽑지 않으니 의미가 없었다.

“넌 그런 걸 어디서 들었냐?”

“그냥 여기저기서요.”

박정우는 별것 아니라는 듯 웃으며 대답했고, 대원들은 그런 그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뭐, 아무튼 그렇다는데?”

박상태가 수혁을 쳐다봤다.

“합격할 자신 있냐?”

“해봐야 알죠.”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수혁은 자신이 떨어질 것이란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수혁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말로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그런 사람이 있을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아니지. 나 같은 사람이 또 없으리란 보장도 없지.’

혹시 모른다.

수혁과 같은 능력, 혹은 비슷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존재할지.

수혁은 픽- 하고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뭐가 웃겨?”

“아니요. 그냥 실없는 생각을 좀 해서.”

박상태는 싱겁다는 듯한 표정으로 수혁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박정우에게 물었다.

“일정은 아직 모르지?”

“네. 저도 그것까지는 모르겠네요.”

테스트 종목도 아는 놈이 테스트 날을 모른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박정우가 모든 것을 알진 못할 테니까.

“일단은 서류 심사 발표가 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발표가 언제지?”

“내일이요.”

어느새 발표 날이 성큼 다가왔다.

“긴장되지?”

“긴장될 게 뭐 있어요.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런 놈이 그렇게 고민했냐?”

“그건…….”

수혁이 민망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것 자체가 떨어질 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는 뜻이었으니, 민망할 수밖에.

“어쨌든 얼른 특구로 꺼졌으면 좋겠다. 골칫덩이 하나 치우게.”

“골칫덩이라뇨.”

“그럼 네가 골칫덩이지 뭐야. 너 때문에 그동안 고생한 거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인마.”

처음에는 미친놈인 줄 알았다.

첫 출동 때도 그랬고, 그 이후로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했으니까.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정말로 진지하게 소방관을 그만두라고 말했을 것이다.

수혁에게 믿음이 생긴 이후에도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수혁이 얼마나 뛰어난지,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것과는 별개로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앞뒤 재지 않고 요구조자를 구하러 뛰어들어 갈 때는, 정말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실제로 몇 번은 정말 큰일이 날 뻔했으니…….

그것은 수혁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안했다.

박상태에게도, 다른 대원들에게도.

결과적으로는 요구조자들을 구해낼 수 있었지만, 자신 때문에 마음고생했을 대원들을 생각하면, 고마움과 미안함이 앞섰다.

“그러니까 특구에 가면 좀 잘해라, 여기처럼 천둥벌거숭이처럼 나대지 좀 말고.”

박상태는 수혁이 이미 특수 구조대에 들어가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건 장담할 수 없겠는데요.”

수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은 마주보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다음 날.

서류 심사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합격.”

박상태가 별다른 감흥 없이 수혁의 합격을 알렸다.

“체력 테스트 날짜는 언제랍니까?”

다른 대원들도 수혁의 서류 심사 합격 여부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체력 테스트의 날짜.

참관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곳에 갈 수 있는 날인지가 궁금했다.

“다음 주 화요일이네.”

박상태의 대답에 대원들이 재빨리 자신의 책상 위를 뒤적거렸다.

근무 일정표를 찾는 것이었다.

“아, 비번이다!”

가장 먼저 찾은 이재한이 크게 소리쳤다.

“구경 갈 수 있겠네요.”

“이왕이면 응원이라고 해라. 구경이 뭐냐, 구경이.”

“응원하든 안 하든, 저놈은 어차피 합격할 텐데…….”

솔직히 수혁을 응원한다기보단, 기록이 얼마나 나올지 구경한다는 쪽이 더 정확했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야지, 인마.”

김강식은 그런 박정우의 이마를 한 대치고는 컴퓨터 모니터를 확인했다.

“보자… 몇 명이나 통과했나.”

채용 인원은 한 명.

그러니 서류 심사를 통과한 인원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열여섯 명이네.”

“그럼 경쟁률이 16:1이야?”

보통의 상황이라면 꽤나 치열한 테스트가 되었겠지만, 대원들은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방심하지는 말고. 혹시 모르니까 준비는 해둬.”

김강식이 수혁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리 자신이 있다고 해도, 방심하다간 예상치 못한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하긴 해야죠.”

수혁 역시 김강식의 말에 동의했다.

“그런데 제가 특구에 들어가면 인원 보충은 어떻게 돼요?”

“일단 요청은 해둔 상태다. 워낙 바쁜 관할이니 최대한 신경써 준다고 하더라.”

“다행이네요.”

수혁이 빠지면 전력에 엄청난 공백이 생긴다.

박정우 한 명만 없어도 다른 대원들에게 부담이 될 텐데, 하물며 수혁은 오죽할까?

“거기다 임용 시즌이 아니라, 전입 쪽으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

“저, 전입이요?”

박상태의 말에 박정우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질렀다.

“신입이 아니라 전입으로 온다는 겁니까?”

“그, 그래.”

갑작스러운 박정우의 반응에 박상태가 움찔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 온갖 구박을 해도 화를 내는 법이 없던 박정우가, 저렇게 흥분한 모습을 보니 당황스러웠다.

“말도 안 돼!”

하지만 박정우는 심각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럼 또 제가 막내가 될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기나긴 막내 생활 끝에, 수혁이 들어오며 간신히 그 포지션을 벗어났다.

하지만 수혁은 전혀 막내답지 않았다.

하는 행동을 보면 신입이 아니라 박상태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수혁은 눈치껏 자신을 선배 대접해 주었기에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는데…….

만약 이번에 오는 인원이 박정우보다 경력이 높은 사람이라면?

다시 막내가 될지도 모른다.

“서장님이 힘 좀 쓰고 계시는 것 같더라. 수혁이 자리로 들어오는 거니까, 웬만한 경력으론 안 될 것 같다고. 최소한 5년 이상은 되는 사람이 올 것 같던데?”

“아, 안 돼…….”

박상태가 놀리듯 말하자 박정우의 눈에 절망감이 서렸다.

임용된 지 4년 차.

졸지에 막내 생활을 하게 생겼다.

박정우가 수혁을 돌아보며 어깨를 붙잡았다.

“너, 그냥 탈락해라.”

이렇게 된 이상 수혁을 붙잡는 수밖에 없었다.

빡-!

수혁에게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던 박정우의 뒤통수에서 박 깨지는 소리가 터졌다.

“악!”

눈앞이 아찔해지는 고통에 박정우가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고, 그의 뒤통수로 박상태의 욕설이 날아들었다.

“에라, 이 새끼야. 응원해도 모자랄 판에, 그게 후배한테 할 말이냐?”

“하지만……!”

박정우가 억울하다는 듯 울먹였다.

하지만 그런 박정우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너는 그냥 평생 막내나 할 팔자인가 보다.”

오직 김강식만이 안쓰러운 눈으로 박정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42번의 출동.

69명의 요구조자 구조.

희생자 0명.

서류 심사 결과가 발표된 날 이후부터 어제까지 구조 3팀이 이뤄낸 성과였다.

그리고 오늘.

“여기예요?”

최은송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수혁에게 물었다.

“네.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요.”

특수 구조대 체력 테스트 날이었다.

테스트가 진행되는 경기도 소방 재난 본부 근처의 레포츠 공원엔,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동네 사람들은 아닌 것 같고, 모두 응원 온 것 같아요.”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편한 옷차림으로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최은송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다들 소방관인가?”

화요일이었으니, 평범한 직장인이 응원을 오기엔 조금 힘들 것이다.

그러니 비번인 동료들일 확률이 높았다.

신일서 구조 3팀도 때마침 비번이라 응원을 오기로 했으니, 잠시 후면 저들과 비슷한 모습이 될 터였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행사를 자주 하는 것 같네요.”

소방관 경기 대회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소방청에서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삭막하게 우리끼리 경쟁하는 것보단, 이렇게 행사처럼 하는 게 좋아 보이긴 하죠. 테스트받는 사람들도 기운이 날 테고.”

수혁은 긍정적으로 봤다.

이런 행사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그것을 본 사람들이 소방관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

이런 행사 하나하나가 소방관 처우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그나저나, 선배들은 도착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때였다.

마치 수혁의 말을 듣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양반은 못 되네요.”

액정에 떠오른 이름을 확인한 수혁이 픽- 하고 웃었다.

“네, 상태 형. 어디세요?”

[어, 지금 도착했는데. 다들 어딨냐?]

“저도 방금 도착해서 잘 모르겠네요.”

수혁이 주변을 둘러보며 대원들을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저 지금 무슨 커다란 조각상 있는 곳 옆에 은송 씨랑 있거든요?”

[기다려. 그쪽으로 갈 테니까.]

전화를 끊고 잠시 기다리자, 저 멀리서 박상태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여기요!”

수혁이 손을 들고 흔들었다.

박상태는 수혁을 발견하고는 곧장 다가오기 시작했다.

누구랑 통화하는 도중이었는지,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었다.

“애들이랑 연락됐다. 다들 도착해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 중이란다.”

박상태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최은송과 인사를 나누었다.

프러포즈 이벤트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었는지라, 반가운 표정이 역력했다.

“준비는 잘했냐?”

“그럭저럭이요.”

열과 성을 다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기는 했다.

“합격할 자신은… 이건 별 의미 없지.”

합격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라, 기록이 얼마나 나올지가 더 궁금했다.

“뭐, 잘해라.”

박상태는 수혁의 어깨를 한번 두드려 주고는 최은송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결혼식 날짜는 잡았는지.

결혼식은 정말로 소방서에서 해도 괜찮은지.

하객은 누구를 부를 건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다른 대원들 역시 도착했고, 한참 동안이나 수다가 이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테스트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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