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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240화 (240/425)

레스큐 시스템 240화

오프닝이 끝나고,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구조 3팀의 대원들의 생활에 변화가 생긴 것은 딱히 없었다.

버라이어티 같은 예능이 아닌, 관찰 예능에 가까웠는지라, 그저 평소대로 행동하면 되었다.

물론 조금 달라진 것은 있었다.

“이게 방화복이라는 겁니다.”

김강식이 손에 자신의 방화복을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화재 시 불길과 열기에서 보호해 주는 옷이죠.”

“그거 입으면 많이 덥지 않을까요?”

김강식의 설명 중에 누군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배우 김예슬이었다.

게임을 통해 구조대에 배치를 받게 된 김예슬은, 눈을 반짝이며 김강식이 들고 있는 방화복을 쳐다봤다.

“물론, 많이 덥습니다. 특히 한여름에 입으면 더욱 그렇죠. 화재 현장 한번 출동했다 돌아오면 몸무게가 2, 3kg씩 줄어들 때도 있습니다.”

살이 빠진다기보단, 몸 안의 수분이 모두 땀으로 배출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몸무게가 줄어든다는 말에 김예슬의 관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아무래도 다이어트는 여자 연예인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으니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착용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김강식은 미리 출연자들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방화복들을 꺼내 들었다.

“이건 김예슬 씨, 이건 박동석 씨.”

구조대에 배치를 받은 연예인은 두 명.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배우였다.

시애는 아쉽게 구급대에 배치를 받은 상태였고.

“이거 꽤 무겁군요.”

방화복을 받아 든 박동석이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몸은 각종 운동으로 엄청나게 단련이 되어 있었다.

사람을 한 대 치면 그대로 정신이 날아갈 것만 같은 팔뚝과 가슴 두께.

그 외모 덕분에 영화에서도 항상 거친 역할을 맡는 배우였다.

그런 박동석이 살짝 놀랄 정도로 방화복은 무게가 나갔다.

“3~4㎏ 정도 나갈 겁니다.”

김강식의 설명에 두 배우가 깜짝 놀랐다.

옷 한 벌의 무게가 g이 아닌 ㎏ 단위라는 것에.

“이걸 입고 불 속을 돌아다닌단 말인가요?”

김예슬이 울상을 지으며 물었다.

“장비들까지 모두 착용하면 20㎏은 족히 나갑니다.”

방화복 무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봄베를 비롯한 개인 구조 장비들을 착용하면, 그야말로 몸이 짓눌리는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마스크를 쓰면 호흡도 원활하지 못하다.

그야말로 행동하기에는 최악의 상태.

“하지만 그것들을 착용하고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들이 바로 저희의 목숨을 지켜주는 생명줄이니까요.”

김강식의 말에 두 배우의 표정이 조금은 진지해졌다.

“그럼 박동석 씨, 앞으로 나오시죠.”

김강식은 박동석을 대상으로 방화복 입는 법을 설명해 주었다.

방화복은 단순히 걸치기만 하면 되는 옷이 아니었다.

당연히 입는 방법이 따로 있었고, 꼭 지켜야 할 것들도 있었다.

최대한 몸을 가려야 열기의 침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박동석이 방화복 착용을 끝마치는데 걸린 시간은 총 10분.

“앞으론 늦어도 3분 내에는 입으셔야 합니다.”

“3분이요?”

아무리 처음 입어보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옆에서 김강식이 도와주는데도 10분이나 걸렸다.

그런데 3분 내에 어떻게 입는단 말인가?

“그러니까 반복 숙달이 필요한 것이겠죠.”

김강식이 웃었다.

김예슬과 박동석은 왠지 그 웃음이 불안했다.

“지금부터 연습을 시작하겠습니다.”

김강식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저놈 신났네.”

사무실에서 그런 김강식을 보고 있던 박상태가 헛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에 하는 교육이니까요.”

구조 3팀에 마지막으로 인원이 충원된 것은 수혁이었다.

그것이 벌써 재작년 초겨울의 일이었으니, 새로 교육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수혁은 원래 처음부터 잘했고.

그러니 파릇파릇한 두 사람을 교육하는 김강식이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저거 저러다 제대로 일 시작하기도 전에 탈진하겠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운동을 한 박동석은 그나마 나았다.

하지만 김예슬은 아니었다.

160㎝도 되지 않는 작은 키에, 마르다 못해 가냘프기까지 한 그녀가 이 땡볕에 방화복 착용 훈련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김예슬의 머리는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괜찮을까요?”

저러다 정말로 지쳐 쓰러질 수도 있었다.

수혁이 걱정스럽다는 듯 묻자, 박상태가 슬쩍 제작진들을 쳐다보았다.

그들 역시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말리거나 하진 않았다.

“괜찮을 것 같다. 쓰러지면 의무실에서 좀 쉬게 하면 되고.”

박상태는 장비 착용 훈련을 그리 오래 시킬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저들은 그것들을 착용하고 현장에 들어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체험 같은 것이었다.

겸사겸사 방송 분량도 좀 챙겨주고.

‘하여간 성격들도 참.’

수혁이 혀를 찼다.

하지만 그런 수혁도 굳이 훈련을 중단시킬 생각은 없었다.

방송에 저런 장면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소방관들의 고충을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예전보다는 소방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관심이 필요했다.

아직도 소방관들의 처우는 열악했으니까.

소방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 믿었다.

수혁은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훈련을 지켜봤다.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수혁의 얼굴에는 김강식과 비슷한 느낌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김강식이 훈련을 중단했다.

고작해야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하지만 그동안 두 명의 배우는 지칠 대로 지쳤다.

특히나 김예슬은 더욱.

“이거 정말 장난 아니네요.”

박동석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혀를 내둘렀다.

“아무래도 박동석 씨가 평소에 해오던 운동과는 다르니 어쩔 수 없죠.”

근육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근육은 아니었다.

박동석처럼 운동으로 단련할 수 있는 근육이 있고, 김강식처럼 훈련으로 단련할 수 있는 근육이 있다.

박동석은 익숙하지 않은 근육들을 사용했기에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무, 물 좀…….”

반면 김예슬은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고작 세 번.

훈련을 진행한 시간 동안 그녀가 방화복을 착용한 횟수였다.

그만큼 느렸다.

그럼에도 체력이 바닥났다.

박동석과는 달리, 김예슬은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 왔던 것이다.

몸매관리를 위해 회사에서 억지로 시킨 요가와 필라테스 정도가 그녀가 해온 운동의 전부였다.

그마저도 성실히 하지 않아 그녀의 체력은 바닥을 기고 있었다.

“이거 드세요.”

김강식의 옆에서 보조 역할을 하고 있던 박정우가 잽싸게 이온 음료를 가져와 김예슬에게 건넸다.

“고마워요.”

김예슬이 살짝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하자, 박정우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잠시 자리에 앉아 쉬면서 들으세요.”

훈련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소방관들이 착용해야 할 것은 방화복뿐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김강식은 봄베와 마스크, 개인 구조 장비들을 착용하는 방법을 박정우를 조교로 내세워 설명했다.

하지만 따로 착용 훈련을 시키진 않았다.

방화복 착용만으로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20㎏에 육박하는 장비들을 모두 착용시키면, 더는 촬영을 지속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아무리 방송이라지만, 안전을 생각해야 했기에 김강식은 선을 넘기지 않았다.

김예슬은 김강식의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질려 버린 표정이었다.

“대체 소방관분들은 그걸 메고 어떻게 돌아다니시는 거예요?”

김예슬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차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 박동석이 옆에서 힘들어하는 것을 옆에서 보지 않았던가?

“훈련의 성과죠.”

시간만 나면 매일 자신의 육체를 단련하는 것에 시간을 보낸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먹고, 자고,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훈련과 운동만 한다.

그러니 일반 사람들과 다를 수밖에.

김강식의 말에 박동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헬창 중 헬창인 그는 김강식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단하시네요.”

박동석은 김강식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것을 본 김강식은 살짝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럼 조금 지치셨을 테니, 잠시 쉬었다가…….”

김강식이 둘에게 휴식 시간을 주려던 때였다.

[구조 출동, 구조 출동.]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구조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방금 전까지 미소 짓고 있던 김강식과 박정우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뛰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던 둘은, 갑작스러운 김강식의 외침에 자신도 모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뭐, 뭐예요?”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소리를 들었으니, 지금 출동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던 김예슬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구조 신고가 들어온 겁니다.”

두 명의 배우를 구조차에 태운 박정우가 간단하게 설명했다.

뒤이어 구조 3팀의 대원들과 그들을 촬영할 VJ들이 구조차에 탑승했다.

“출발해.”

앞 좌석에 탄 박상태의 말에 구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긴장한 탓에 온몸이 굳어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기에, 수혁이 가볍게 말을 걸었다.

“그, 그래요?”

김예슬이 수혁을 쳐다봤다.

‘이 사람이 시애가 말하던…….’

김예슬은 수혁을 알고 있었다.

이번 ‘타인의 삶’에서 소방관 편을 찍게 된 이유가 수혁이라는 것도.

수혁의 담담한 음성 덕분인지, 아니면 수혁이라는 사람 덕분인지.

김예슬의 눈에 당황이 사라지고 호기심이 자리 잡았다.

“김수혁 소방관님이시죠?”

김예슬이 묻자,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이번 일 때문이 아니라, 수혁은 예전부터 유명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인터넷에 김수혁이라는 이름을 치면 수많은 기사와 글들이 나왔다.

심지어는 팬 카페도 있을 정도였으니…….

“감사합니다.”

수혁이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수혁은 김예슬의 이름과 얼굴 말고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무슨 작품을 찍었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그런데 반대로 연예인인 김예슬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니, 상황이 조금 우습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출동인 건가요?”

김예슬이 VJ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확인하고는 수혁에게 물었다.

아무리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촬영 중이었다.

그것을 잊지 않은 김예슬이 이 방송을 볼 시청자들을 위해 질문을 한 것이었다.

“잠시만요.”

수혁이 박상태의 어깨를 툭- 쳤다.

때마침 상황실과의 무전을 끝낸 박상태가 뒤를 돌아보며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매몰 사고다. 공사장에서 가벽이 무너지면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 아래 깔렸다.”

박상태의 말에 김예슬과 박동석의 눈이 커졌다.

“요구조자의 수는 네 명. 아직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꽤 급박한 것으로 보이니까 도착하자마자 바로 구조에 들어간다.”

박상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듣는 대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구조차 내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오직 두 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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