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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230화 (230/425)

레스큐 시스템 230화

“여어, 유튜브 스타.”

수혁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박정우가 그런 수혁을 향해 손을 들며 아는 체를 했다.

하지만 수혁은 박정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스타요?”

“유튜브, 인마. 너 스타 됐어.”

“그건 또 무슨 소리래?”

박정우의 말에 흥미를 느꼈는지, 이재한이 고개를 빼꼼하며 물었다.

“전에 저놈이 제수씨한테 프러포즈 한 거 동영상으로 찍었잖아요. 그거 제 유튜브 채널에 올렸었거든요.”

“그래, 들은 적 있다.”

아무리 친한 동료라도 허가 없이 올리기는 좀 그랬던 박정우는, 그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 허락을 맡았었다.

때문에 이재한도 알고 있었다.

그간 까마득히 까먹고 있긴 했지만.

“근데 그게 조회 수가 몇이나 되는 줄 아세요?”

수혁이 프러포즈한 지 일주일.

박정우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고작해야 몇백 명에 불과했으니, 조회 수가 많이 나와 봐야 얼마나 나올까?

“한 천 정도 찍었냐?”

사실 조회 수 천도 후하게 준 것이었다.

수혁 역시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박정우가 유튜브 스타라고 부르긴 했지만, 그가 허풍을 치는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었고.

수혁은 박정우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천이라니……. 아무리 저라고 해도 그 정도 가지곤 이렇게 호들갑 안 떨어요.”

박정우는 어딘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이었다.

“오, 그래? 얼마나 나왔는데?”

이재한의 흥미가 더욱 짙어졌다.

박정우가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정말 꽤나 나온 듯싶었다.

“놀라지 마세요.”

박정우는 짐짓 진지한 분위기로 입을 열었다.

“2만이요.”

“……몇이라고?”

“2만이요, 2만. 엄청나지 않아요?”

박정우의 말을 들은 이재한은 김이 팍- 샌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역시는 역시였다.

“호들갑이 아니긴, 개뿔.”

조회 수 2만.

절대로 적지 않은 숫자였다.

지금까지 박정우가 올린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이 6백 정도였으니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하지만 그 정도 가지고 유튜브 스타니 뭐니를 논하기엔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수혁이 픽- 하고 웃었다.

별것 아닌 일을 가지고 저렇게 행복해하는 박정우를 보면 괜히 귀여웠다.

‘그래도 생각한 것보다는 많이 나왔네.’

박정우가 유튜브에 올린다기에 별생각 없이 허락해줬는데, 설마 2만 명이나 볼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이재한의 말처럼 천여 명 정도 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그렇다 해도 유튜브 스타는 턱도 없는 헛소리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박정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더욱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저 그렇게 쉽게 호들갑 떠는 사람 아니라니까요?”

박정우는 검지를 들고 좌우로 흔들며 혀를 찼다.

“조회 수 2만을 찍은 게 오늘 아침이거든요.”

“그런데?”

이재한은 흥미가 식은 듯 대충 대답했다.

“그런데 어젯밤에 제가 자기 전에 본 마지막 조회 수는 5백이었죠.”

“음?”

그 말에 이재한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까 어젯밤에는 5백이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2만이 됐다?”

“제가 왜 이렇게 흥분했는지 아시겠죠?”

수혁도 살짝 놀랐다.

하룻밤 사이에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말은 곧 그 영상이 어딘가로 퍼져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뜻이었다.

“보세요. 지금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어요.”

박정우가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어 수혁과 이재한에게 보여주었다.

조회 수 2만 2천.

지금도 그 숫자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댓글도 보시면…….”

-이거 김수혁 아님?

-김수혁인가?

-WA! 김수혁 아시는구나!

-결혼 축하드려요! 퉤! /글/

수천 개나 달린 댓글 대부분이 수혁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수혁의 눈길을 사로잡는 댓글이 하나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김수혁 소방관님. 그동안 간간이 들려오는 소방관님의 소식에 많은 감동과 감명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구조하며 자신의 몸이 상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희생정신에 존경을 표합니다. 부디 앞으로도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글/

추천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댓글을 단 사람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수혁은 괜히 머쓱해졌다.

“보셨죠?”

박정우의 말에 이재한이 신기한 듯 스마트폰과 수혁을 번갈아 쳐다봤다.

“제가 괜히 유튜브 스타라고 부른 게 아니라니까요. 이런 기세면 금방 10만, 아니, 20만도 찍을 수 있어요.”

박정우가 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스타는 뭔 스타.”

그때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던 박상태가 인상을 찌푸리며 박정우의 뒤통수를 때렸다.

“아침부터 정신 사납게 뭐 하고 있어?”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박정우가 찔끔하며 박상태의 눈치를 봤다.

“아니, 그게 아니라. 수혁이가 유튜브에서…….”

“그게 뭐가 대수라고. 저놈 TV에도 몇 번 나왔잖아.”

그러고 보니 수혁은 방송 출연도 몇 번이나 했었다.

유튜브 조회 수가 조금 나왔다고 놀랄 일은 아니란 뜻이었다.

“팀장님도 참. 요즘은 TV보다 이런 게 더…….”

“시끄럽고. 근무 준비나 해.”

박정우가 답답하다는 듯 설명해주려 했지만, 박상태는 관심도 없다는 듯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뭐 하고 있어? 일 안 해?”

“알겠습니다.”

결국 박정우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를 향해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본 수혁이 소리죽여 웃었다.

평소와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수혁은 그런 평범함에서 신일서로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다른 곳에 있었기에, 이곳의 분위기가 더욱 정겨웠다.

‘여기에 조금만 더 있자.’

언젠가는 특수 구조대로 옮길 것이다.

하지만 수혁은 그때가 최대한 늦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방 시설 점검이요?”

김강식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뭔지 몰라?”

“아니, 알긴 알죠.”

김강식이 반문한 건 왜 갑자기 그걸 자신들이 하냐는 뜻이었다.

보통 소방 시설 점검은 업체에 위임해 진행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하다 못해 바짝 말라가는 소방 인력을 점검에 투입시킬 순 없기 때문이었다.

“위에서 하라니까 해야지.”

박상태도 이유는 모르는 듯했다.

‘뭐, 아예 없는 일도 아니긴 한데.’

보통은 업체에 맡기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방관들이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지방의 한가한 소방서에선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언제 시작하면 됩니까?”

이재한이 물었다.

“오늘 오후. 점심 먹고 난 후부터.”

“그럼 근무는요?”

“2팀에서 하기로 했다.”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에선 이미 스케줄 조정이 끝난 모양이었다.

“2인 1조로 구역 정해서 돌아다닐 거니까, 대충할 생각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수혁은 살짝 심각해진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잊고 있었네.’

근래 화재 현장에 출동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는 것을 수도 없이 많이 목격했다.

지난번 병원 화재 때도 느낀 것이었지만, 소방 시설 점검이 엉망진창이었다.

때문에 이것에 대해 한번 알아보려고 했었는데, 갑작스런 연수와 병원 입원으로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소방 시설을 점검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으니, 이건 제대로 한번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뭐가 문제인지.

아니면 누가 문제인지.

확실한 소방 시설 점검은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예방책이다.

특히나 고시원, 노래방, 모텔과 같은 숙박 시설에선 불법이 성행해 화재가 일어나면 엄청난 사상자를 내곤 한다.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소방 시설 점검은 철저하게 해야만 했다.

수혁은 스킬을 사용해서라도 잘못된 것을 모조리 찾아내겠다는 다짐을 하며 점심시간이 오길 기다렸다.

“정우는 나랑 가고, 재한이는 효상이, 강식이는 수혁이랑 돌아.”

박상태는 구조 3팀을 세 개 조로 나누고는 구역을 정해 주었다.

“점검 끝나면 서로 복귀해서 보고서 제대로 작성하고.”

“알겠습니다.”

“괜히 딴 짓 하다가 걸리면 진짜 나한테 죽는다.”

“어휴, 쓸데없는 걱정하시네.”

박상태가 으름장을 놓았지만, 사실 구조 3팀 내에서 농땡이를 피울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박정우가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어차피 박상태와 함께 가니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구조 3팀은 각 조로 찢어져 할당받은 구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웬 점검이지?”

김강식이 걸어가며 수혁에게 물었다.

“요즘 들어 화재 현장에서 불량 시설들이 많이 발견됐잖아요. 그것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가? 하긴, 소방 시설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했지.”

김강식은 수혁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스프링클러뿐만이 아니었다.

방화문이나 화재 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 건 부지기수였고, 심한 곳에서는 소화전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작은 차이 하나하나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건만…….

돈 몇 푼 아껴보겠다고 소홀히 한 것이었다.

“그런데 너무 많아요.”

불량이 많다기보단, 작동하는 게 드물다는 쪽이 더 정확했다.

이 정도면 소방 시설 점검 업체 쪽에서 관리 자체를 아예 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위에서도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나 보다. 그러니 우리보고 직접 확인하라는 것일 테고.”

김강식의 말 대로였다.

경찰이 화재 조사에서 밝힌 바로는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발견됐다.

그 사실은 당연히 소방청과 공유가 되었고,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위쪽에선 직접 알아보기로 한 것이었다.

“확인해 보면 알겠죠. 얼마나 심각한지.”

수혁과 김강식의 얼굴에는 외유의 설렘 따윈 보이지 않았다.

“여기부터죠?”

두 사람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3층짜리 작은 상가 건물이었다.

지어진 지 길어야 5년 이내.

외관은 깔끔했고, 청소상태 역시 좋아 보였다.

최소한 겉으로 보기엔 문제가 없는 듯했다.

“괜찮아 보이지?”

“일단 보이는 걸로는요.”

수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관리실 쪽으로 갔다.

“안녕하십니까.”

수혁이 인사를 하자, 안에서 TV를 보고 있던 건물 관리인이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보았다.

“소방 시설 점검 나왔습니다.”

수혁이 자신의 옷을 살짝 보여줬다.

누가 봐도 소방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점검?”

건물 관리인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떠올랐다.

“아니, 갑자기 무슨 점검? 우리 그거 받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디서 받으셨죠?”

수혁이 수첩을 꺼내 들며 물었다.

그런데 관리인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잘 기억이 안 나네.”

딴청을 피우는 관리인은 뭔가 켕기는 것이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럼 그건 조금 이따 가르쳐 주시고, 일단은 점검부터 하겠습니다.”

“자, 잠깐.”

관리인이 관리실 밖으로 나오며 말리려 했지만, 수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위기감지Ⅲ’를 사용해 주변을 살펴보았다.

“음…….”

수혁이 침음성을 내뱉었다.

‘뭐야, 이건?’

수혁의 눈에는 주변이 온통 위험 요소 천지였다.

당장은 아무런 영향도 없겠지만, 만약 화재가 일어난다면 엄청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수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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