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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228화 (228/425)

레스큐 시스템 228화

“오랜만입니다!”

수혁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씩씩하게 인사했다.

시간이 흘러 퇴원하게 된 수혁이 집에서 며칠 더 요양한 뒤 신일서로 찾아온 것이었다.

“어, 김수혁!”

가장 먼저 수혁을 발견한 것은 김강식이었다.

그는 반가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수혁을 향해 다가갔다.

“야, 너 몸은 괜찮냐?”

“보시다시피요.”

수혁이 병원에 입원한 지 이제 고작 보름이 지났을 뿐이다.

몇 달은 요양을 해야 할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벌써 퇴원했다는 사실에 김강식은 놀랐지만, 이내 수긍했다.

회복 불가능한 부상에서도 완쾌를 한 수혁이었으니, 뼈쯤이야 순식간에 붙었다고 해서 놀랄 이유가 없었다.

“근데 너 다음 주부터 출근 아니야?”

퇴원하긴 했지만, 너무 이른 퇴원에 아직 회복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출근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나온 것이다.

“그냥 집에 혼자 있으려니 심심해서요.”

최은송도 출근했고, 홀로 집에 있으니 심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 생각으로 산책을 겸해 나온 것이었다.

“일단 앉아라.”

김강식은 수혁에게 의자 하나를 내주었다.

수혁은 그곳에 앉아 사무실 안을 둘러보았다.

두 달이 넘는 시간이 흐른 뒤에 보는 사무실은 예전보다 훨씬 지저분했다.

책상들은 온갖 서류로 엉망이었고, 컵라면과 종이컵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상태 형이 뭐라고 안 해요?”

이쯤 되면 박상태가 가만있지 않을 것 같았다.

“아, 요즘 좀 바빴거든.”

김강식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사무실 상태가 엉망이었던 것이다.

“많이 바빴어요?”

“말도 마라. 하루에 출동을 몇 번을 나가는지……. 정우 놈은 집에 가는 것도 힘들다고 그냥 여기서 자더라니까.”

박정우라면 그럴 만도 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없었으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귀가할 바에야 여기서 좀 더 쉬는 게 나을 수도 있었으니까.

“특구 생기고 나서는 여유가 좀 생겼었잖아요.”

수혁이 특수 구조대에 지원을 갔을 때도 바쁘긴 했지만,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특구가 출동할 만한 현장은 그리 많지 않았거든.”

굵직한 것들보단, 작은 사건 사고가 많이 접수되었다.

특수 구조대까지 출동하기엔 애매한 현장들.

덕분에 구조 3팀은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뛰어다녔다.

수혁이 어색하게 웃었다.

특수 구조대에선 그리 바쁘지 않았기에 신일서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였다.

“음? 왔냐?”

박상태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다 수혁을 발견하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심심해서 놀러 왔어요.”

“지랄, 심심하면 오늘부터 출근하던가.”

“아, 그건 좀.”

마음 같아서는 그냥 출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병원에서 박상태에게 했던 그날이 바로 내일이었던 것이다.

“내일은 중요한 일이 좀 있거든요.”

수혁의 말에 김강식은 고개를 끄덕였고, 박상태는 눈동자를 빛냈다.

“드디어 그날이냐?”

“그날이라뇨? 오늘 무슨 일 있습니까?

김강식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며 묻자, 박상태가 그의 뒤통수를 쳤다.

“헛소리 좀 그만해라. 이놈 내일 자기 무덤 판단다.”

박상태의 말에 김강식의 눈이 커졌다.

“너 내일 청혼해?”

다급히 묻는 김강식의 모습에 수혁이 멋쩍게 웃었다.

“웃지만 말고 대답을 해. 청혼하냐고.”

“네, 그럴 생각이에요.”

김강식이 으하하- 하며, 크게 웃었다.

하지만 왠지 김강식의 웃음은 축하보다는 다른 의미가 더 강해 보였다.

“이제 우리 팀에 총각은 정우 놈밖에 안 남겠구나!”

그렇지 않아도 유일한 솔로였는데, 이제는 유일한 총각이 되게 생겼다.

김강식은 박정우를 놀릴 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여간 이놈은 언제 철이 들는지.”

그런 김강식을 보며 박상태가 혀를 찼다.

“어떻게 할 건지는 생각해 봤냐?”

예전에 병원에서 상의했을 때는 딱히 결론이 나질 않았다.

박상태는 프러포즈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직요. 일단 반지는 샀는데…….”

너무 오그라드는 건 무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충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은송을 사랑하는 만큼, 그녀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인마, 그만 웃고 얘기 좀 해봐라.”

혼자서 계속 웃고 있던 김강식은 박상태의 핀잔에 간신히 진정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무슨 얘기요?”

“너 제수씨한테 프러포즈했다고 하지 않았냐?”

박상태가 기억하기론, 김강식이 예전에 프러포즈했다고 들었던 것 같았다.

“당연히 했죠.”

“정말이요?”

수혁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김강식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어떻게 하셨어요?”

수혁에게는 지금 경험자의 조언이 필요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긴 했지만, 거기서 나오는 것들은 대부분 수혁이 하기엔 너무 오글거리는 것들밖에 없었다.

수혁은 최대한 심플하면서도, 감동적인 프러포즈를 해주고 싶었다.

그런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 그냥 반지 주면서 결혼해 달라고 했는데?”

김강식은 프러포즈가 대수냐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게 끝이에요?”

“뭐가 더 필요해?”

수혁이 이마를 짚었다.

도무지 도움이 되질 않았다.

‘나도 그냥 그렇게 해야 하나?’

“흠흠. 생각을 좀 해봤는데…….”

그때 박상태가 헛기침을 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수혁은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박상태를 쳐다봤다.

박상태는 그런 수혁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어디서 본 거거든?”

그러면서 설명을 했다.

그리 길진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수혁과 김강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별로냐?”

반응이 없자 박상태가 살짝 의기소침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 아니요. 괜찮은데요?”

수혁은 진심으로 박상태의 의견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해도 괜찮아요?”

문제가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데, 짧게 끝내면 괜찮지 않을까?”

이야기를 꺼낸 박상태조차도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 듯한 기색이었다.

“만약 네가 한다고 하면, 서장님한테 내가 허락을 받으마. 너라면 끔뻑 죽는 분이니, 허락해 주실 거다.”

“음…….”

박상태의 생각은 좋았다.

요란스럽긴 하지만 그리 오글거리지도 않았고, 충분히 추억이 될 만한 방법이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마침 은송 씨가 내일 쉬는 날이니까.”

“좋아! 그럼 지금 당장 서장님한테 다녀온다.”

박상태는 왠지 자기가 더 신난 표정으로 빠르게 사무실을 나가 버렸다.

“……왜 저렇게 신이 나셨대?”

“글쎄요.”

수혁과 김강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런 박상태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허락하셨다.”

사무실로 돌아온 박상태가 의기양양한 음성으로 말을 했다.

“다른 팀에서도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다른 팀에서도요?”

설마 다른 팀까지 나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지라, 수혁은 크게 놀랐다.

“서장님이 까라면 까야지. 지들이 어쩔 거야?”

박상태는 별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문제는 해결됐으니까, 계획을 좀 짜보자.”

“다른 선배들도 있어야 되지 않아요? 근무 시간인데 다들 어디 갔어요?”

이건 구조 3팀 전체가 함께 도와줘야 하는 일이었다.

“어디서 뻘짓들 하고 있겠지. 됐어, 우리끼리 짜고, 그냥 가르쳐 주기만 하면 돼.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고.”

박상태는 잔뜩 들뜬 기색이었다.

그 모습에 수혁이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럼 계획을 좀 짜보죠.”

박상태와 김강식이 씨익- 하고 웃었다.

아저씨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이었다.

“출근을 한다고요?”

최은송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깜빡였다.

“어제까지는 그런 말 없었잖아요.”

“그, 그게 그렇게 됐어요.”

수혁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을 하려고 했지만, 누가 봐도 당황한 티가 역력했다.

최은송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 오늘 쉬는 날인 거 알고 있죠?”

“그럼요.”

“그런데 갑자기 오늘부터 출근을 한다?”

수혁은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요즘 일이 너무 바쁘다고 서장님이…….”

수혁이 침을 삼키며 변명을 했다.

어제는 별것 아니라 생각했는데, 막상 말로 꺼내니 너무 빈약한 것 같았다.

최은송은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수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하지만 더는 추궁할 생각은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그런 최은송의 얼굴에는 섭섭함이 가득해 보였다.

오랜만에 집에서 수혁과 휴일을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최은송의 마음을 알고 있는 수혁은 미안함과 동시에 기대감이 생겼다.

저 섭섭한 표정이 잠시 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말이다.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수혁은 속으로 최은송에게 사과한 뒤,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오늘은 좀 일찍 들어올 거예요. 조금 도와주러 가는 것뿐이니까.”

“알았어요.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조심해서 다녀와요.”

최은송은 조금 전까지 짓고 있던 섭섭한 표정을 지우고는 미소를 지었다.

일하러 가는 수혁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조금 이따 봐요.”

수혁은 최은송의 이마에 짧은 키스를 해주고는 현관 밖으로 나섰다.

“휴우.”

밖으로 나온 수혁은 최은송이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자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차를 몰고 신일서로 향했다.

잠시 후, 신일서에 도착한 수혁이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은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구조 3팀뿐만 아니라, 오늘 도와주기로 한 1팀도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오, 왔냐?”

혼잡스러운 와중에 수혁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바로 이재한이었다.

“형님들한테 얘기는 들었다. 재밌겠네.”

이재한이 웃으며 말을 하자, 그제야 대원들의 시선이 수혁에게로 향했다.

“김수혁, 준비는 잘하고 왔겠지?”

박상태가 물었다.

수혁이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좋아.”

박상태는 만족한 듯, 수혁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리곤 1팀의 팀장에게 다가갔다.

“오늘 잘 좀 부탁한다.”

“걱정하지 마슈. 다른 놈도 아니고 김수혁이 프러포즈를 하는데, 이 정도는 도와줘야지.”

“나중에 고기 쏜다.”

“형님이?”

“내가 그걸 왜 쏴? 저놈이 쏴야지.”

박상태가 수혁을 가리키며 말하자, 수혁이 어색하게 웃었다.

“좋아, 모두 준비해. 연락 오면 곧장 출발할 테니까.”

박상태가 박수를 치며 준비를 명령했고, 대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건지, 구조 3팀은 개인 구조 장비까지 챙겼다.

수혁 역시 빠르게 준비를 끝내고는 대원들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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