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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225화 (225/425)

레스큐 시스템 225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고작 몇 초가 흐른 것 같기도 했고, 반대로 몇 시간이 흐른 것 같기도 했다.

수혁은 최대한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도저히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기에 조장호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봐선, 그냥 자신처럼 눈을 감고 있지 않을까? 하는 짐작만 할 뿐이었다.

‘아프다.’

몸이 아팠다.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다시금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실제로 몇 군데는 부러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조금 전처럼 완전히 넋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자신은 물론이고, 조장호마저 목숨을 잃는다.

수혁은 이성의 한 가닥을 붙잡고 절대로 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이대로라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 뻔했다.

힘이 전부 빠져 버리는 것보다,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는 쪽이 더 빠를 것이다.

‘스킬.’

수혁이 가진 능력은 두 가지였다.

레벨 업을 통한 신체 능력 상승과 스킬.

상승된 신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이 최선이었으니, 수혁은 스킬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스킬을 찾아낼 수 있었다.

바로 ‘회복Ⅱ’.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있다거나,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수혁이 느끼고 있는 고통을 줄여줄 순 있었다.

수혁은 망설이지 않고 ‘회복Ⅱ’을 사용했다.

솨아아아-!

수혁만이 느낄 수 있는 청량한 기운이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던 통증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화상을 입었을 때와 다른 점이 있었다.

그때는 분명 거의 완벽하게 모든 통증이 사라졌었지만, 지금은 줄어들긴 했어도 아예 사라지진 않았다

잔해들이 계속해서 수혁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고통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회복Ⅱ’의 영향인지, 몸에 힘도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한결 수월해진 수혁은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이대로라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리 길진 않겠지만 말이다.

수혁이 눈을 떴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조장호는 눈을 감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일그러진 수혁의 얼굴을 도저히 바라볼 자신이 없었는지, 고개도 돌리고 있었다.

수혁은 굳이 조장호를 부르지 않았다.

지금은 말을 할 힘조차 아껴야만 했으니 말이다.

‘버티자.’

뼈가 부러지고, 피를 토하더라도.

‘회복Ⅱ’이 있으니 죽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치유할 수 있었다.

그러니 버텨야만 했다.

수혁은 다시 눈을 감고 온 정신을 집중했다.

통증이 줄어든 덕분에 한결 편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이 들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지금도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진다면, 그대로 깔려 버릴 수가 있었다.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수혁은 그렇게 버텼다.

마침내 그의 등을 짓누르고 있던 폴리카보네이트가 사라질 때까지…….

* * *

“보입니다!”

잔해들을 치우던 대원 중 한 명이 소리를 질렀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쪽에 집중이 되었다.

김갑수가 다급히 소리를 지른 대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여기…….”

대원이 발견한 것은 수혁이 아니었다.

푸른색으로 칠해진 창고 지붕.

바로 수혁을 짓누르고 있던 폴리카보네이트였다.

“크레인!”

김갑수가 크레인 기관사를 크게 부르자, 기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비를 조작했다.

갈고리가 달린 로프가 김갑수 쪽으로 다가왔다.

“어서 걸어.”

폴리카보네이트는 균열이 가며 쪼개진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람이 들 수 있는 무게는 아니었다.

김갑수는 대원들과 함께 갈고리에 그것들을 연결했다.

‘이것만 들면 된다.’

김갑수는 너무도 조급했다.

조금 전부터 수혁과의 연락이 두절되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 거대한 잔해를 치우고 난 후에 보이는 모습이, 제발 그런 좌절하게 하는 장면이 아니길 바랐다.

이내 크레인이 천천히 로프를 감기 시작했다.

그그그극-!

소름 끼치는 소음과 함께 푸른 지붕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김갑수와 대원들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곳을 쳐다봤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간절해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감춰져 있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었건만,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수혁을 향해 다가갈 뿐이었다.

“……김수혁.”

김갑수가 수혁을 불렀다.

그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김수혁?”

수혁의 모습은 참혹했다.

조장호의 위에서 등을 보이고 엎드려 있는 수혁의 방화복이, 갈가리 찢겨져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양팔은 방화복에 가려져 있었음에도, 부러진 게 확실해 보일 정도로 뒤틀려 있었다.

수혁이 흘린 피로 보이는 붉은 액체가 바닥에 흥건했다.

그런 수혁의 모습을 본 대원들은, 모두가 늦었다고 생각했다.

저런 상태로 살아 있을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수혁의 몸이 움찔거리며, 고개가 돌아갔다.

“너무 늦으셨…….”

수혁의 음성이 들렸다.

“김수혁!”

“교관님!”

김갑수와 대원들이 화들짝 놀라며 수혁에게 달려갔다.

그들의 모습을 본 수혁은 힘이 풀린 표정으로 몸에서 힘을 뺐다.

그 와중에도 조장호에게 무리가 갈까, 옆으로 몸을 돌려 땅바닥에 몸을 뉘었다.

그제야 조장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수혁과는 달리, 생채기 몇 군데를 제외하면 전혀 부상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김수혁 씨…….”

조장호가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속, 지켰습니다.”

수혁이 그런 조장호를 보며 힘없이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조장호가 수혁의 머리맡에서 흐느꼈다.

“그럼 전, 이제 좀 쉬어야겠…….”

긴장이 풀린 탓일까?

수혁의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김수혁! 젠장, 구급대! 구급대!”

아득해져 가는 정신 너머로, 김갑수의 다급한 명령이 들려왔다.

수혁은 그의 음성을 자장가 삼아, 이내 의식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수혁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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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성공!

*당신은 퀘스트를 완벽히 수행했습니다.

*보상을 지급합니다.

*필요 경험치 충족으로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업! 신체 능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레벨 28이 되었습니다.

*스킬 ‘각성’을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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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해냈다는 듯한 미소였다.

“너는 진짜 대단하다.”

박상태가 칭찬인지 비꼼인지 모를 말투로 혀를 차며 말했다.

“칭찬 맞죠?”

“맞겠냐?”

수혁은 병상에 누워 박상태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요즘 소방 학교는 우리 때랑 많이 달라졌나 봐. 어떻게 훈련을 해야 교관이 그딴 꼴을 해서 병원에 입원하냐?”

“그러게요.”

수혁은 양팔에 깁스를 하고,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침대에 고정되어 있었다.

온몸에 골절된 뼈만 열두 군데가 넘었고, 금이 간 곳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몰려오는 엄청난 통증에,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기절했을 것이다.

수혁은 ‘회복Ⅱ’ 덕분에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병원에서는 수혁이 또 몇 달간 병원 신세를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까지 오래 있을 생각은 없지.’

스킬 덕분에 아무리 늦어도 일주일이면 모두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병원과 사람들의 의심을 피할 수 없었으니, 몇 주 정도는 병원에서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어쨌든 또 이렇게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다.”

“제가 또 목숨 하나는 질기잖아요.”

“자랑이다, 이 새끼야.”

수혁의 넉살에 박상태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수혁은 평범한 사람. 아니, 훈련을 받은 소방관이라 해도 살아 돌아오기 힘든 사선을 이미 몇 번이나 넘어왔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지만, 박상태는 그냥 ‘김수혁이니까’라며 넘어가기로 했다.

그게 정신 건강에 좋았다.

짐 머레이에게 받은 것도 있었고 말이다.

“제수씨는 뭐라고 하디?”

“별말 없었어요. 그냥 무사해서 다행이라고만…….”

“넌 진짜 제수씨한테 잘해야 된다. 내가 제수씨였으면 벌써 백 번은 도망가고도 남았을 거야.”

“알고 있어요.”

그건 그 누구보다 수혁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무슨 생각?”

박상태는 병원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하나 꺼내며 별 관심 없는 듯 성의 없이 대꾸했다.

그런데 수혁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뭔데?”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 박상태는 수혁이 자꾸 머뭇거리자 그제야 조금 흥미가 생긴 듯 물었다.

수혁은 잠시 고민을 하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결혼하려고요.”

음료수 캔을 입가로 가져가던 박상태의 움직임이 멈췄다.

“……뭐?”

“그래서 퇴원하면 프러포즈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형은 어떻게 했어요?”

인생을 두 번이나 산 수혁이었지만, 프러포즈하는 건 처음이었다.

당연히 떨릴 수밖에.

수혁은 유부남인 박상태를 향해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박상태는 그런 수혁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마, 우리 땐 그런 거 없었어. 프러포즈는 개뿔.”

박상태 역시 프러포즈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결혼을 하겠다고?”

박상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금도 한집에서 같이 살고 있었다.

더군다나 최은송은 박상태가 봐도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은 사람이다.

수혁과 잘 어울리기도 했고.

그러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너 돈은 있…….”

박상태는 아직 공무원 2년 차에 불과한 수혁에게 자금적인 부분을 물어보려다 입을 다물었다.

수혁의 뒤를 봐주고 있는 한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뭐, 돈이야 상관없겠구만.”

월세이긴 하지만, 박상태의 집보다 두 배는 큰 집이 있었고, 차도 있었다.

최은송의 집안도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으며, 그녀 자체의 능력도 훌륭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짐 머레이가 있었으니, 사실 수혁이 돈 때문에 고생할 것 같지는 않았다.

“프러포즈는 나보다 다른 애들한테 물어보는 게 낫지 않겠냐?”

구조 3팀에는 박상태를 제외하고도 유부남이 세 명이나 된다.

수혁과 박정우를 제외하면 모두가 유부남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야겠네요.”

수혁은 박상태를 향해 도움이 안 된다는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상태는 발끈했지만, 환자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기에 속으로 삭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건 나중에 차차 생각하고, 일단은 몸부터 챙겨라. 뼈가 아주 가루가 안 된 게 다행이라고 하니.”

“그럴게요.”

수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수혁을 가장 걱정해 주는 사람은 박상태였다.

최은송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럼 난 이만 가보마. 다음엔 애들이랑 같이…….”

박상태가 수혁에게 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똑똑똑.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교관님.”

슈미츠와 다니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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