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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220화 (220/425)

레스큐 시스템 220화

슈미츠는 망연자실했다.

자신의 눈앞에서 수혁이 붕괴에 휘말리는 것을 직접 목도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분명 수혁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평소 그가 보여주었던 피지컬을 생각하면, 그 누구보다도 먼저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가장 후방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자신이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였으면, 수혁에겐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을 테니까.

그런데 수혁은 멈추었다.

넘어진 대원을 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 역시 걸음을 멈출 뻔했지만, 그것은 의도한 것이 아닌 반사적인 반응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혁은 분명 자신의 의지로 멈추었다.

‘도대체 왜?’

분명 수혁도 알았을 것이다.

그 대원은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붕괴는 바로 뒤쪽까지 따라왔었고, 넘어진 대원을 일으켜 세워서 달려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자신도 아는 것을 수혁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수혁은 걸음을 멈추었다.

대원을 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슈미츠는 그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마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아무리 수혁이라고 한들 불가능한 일이었다.

순간이동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김수혁! 대답해라, 김수혁!”

그때, 김갑수가 수혁을 부르는 음성이 들려왔다.

밖으로 빠져나와 뒤를 확인하고 있던 김갑수 역시 수혁의 모습을 발견했다.

커다란 철골과 잔해들이 수혁의 위로 쏟아지는 모습을 말이다.

망연자실하고 있던 슈미츠와는 달리, 김갑수는 일단 수혁에게 무전을 친 것이다.

제발 살아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럴 수밖에.

무전 수신을 위해선 송신 버튼을 떼야 하는데, 그는 너무도 다급한 마음에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대원 한 명이 그 사실을 알려주고 나서야 김갑수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버튼에서 손가락을 뗐다.

슈미츠는 멍하니 그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눈앞에서 수혁이 매몰되는 모습을 직접 본 그는, 무전기에서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사람이라면, 그런 곳에서 절대로 살아있을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때.

[저 무사합니다.]

슈미츠는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아니면 환청이 들렸다던가.

그런데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모두가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기 때문이었다.

슈미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갑수를 향해 다가갔다.

그들의 대화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다시 한 번 수혁의 음성을 확인하고 싶었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 봐라.”

수혁이 무사하다는 것을 안 김갑수가 냉정을 되찾았다.

일단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구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전에 안에 매몰되어 있는 수혁과 대원의 상태를 알아야만 했다.

[둘 다 괜찮습니다. 이분은 충격에 정신을 잃긴 했지만, 특별한 부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김갑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무사할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잠시만 기다려라. 금방 구조 작업에 착수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조금 서둘러 주세요.]

김갑수는 무전을 끊고 곧바로 구조대원들을 집합시켰다.

“상부에 보고와 구조 장비 지원을 요청해. 그리고 나머지는 지금부터 요구조자 두 명에 대한 구조에 들어간다.”

“알겠습니다!”

사실 대원들은 너무도 지쳐 있는 상태였다.

막판에 혼신의 힘을 쏟아부어 탈출한 탓에, 정말 손가락 까딱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눈빛을 불태웠다.

저 안에 갇힌 사람은 자신들의 동료였다.

아무리 토가 나올 정도로 지쳐 있다 한들, 구하러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들이 직접 말이다.

대원들은 장비들을 챙겨 다시 창고 앞으로 모였다.

불이 붙은 천장이 붕괴되며, 어느 정도 진화가 되었던 곳에 다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화재 진압대는 수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을 향해 집중적으로 방수를 했다.

지금은 무사하더라도 만약 불길이 그곳까지 닿는다면, 몇 분 내로 사망할 수도 있었다.

“시작해!”

김갑수의 말과 함께 대원들이 모두 창고 안으로 진입했다.

불길이 다시 살아난 덕분에 안은 뜨거웠다.

숨이 턱턱 막혔고, 움직임은 굼떴다.

그럼에도 멈추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슈미츠 역시 마찬가지였다.

슈미츠는 이를 악물고 손을 사용해 돌 더미들을 치워냈다.

하나하나가 너무도 무거워 쉽지 않았지만, 다니엘과 힘을 합쳐 조금씩 걷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들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천장을 지탱하고 있던 철골 구조물이 그것들 중 하나였다.

“이걸 걷어내야 진행이 될 것 같습니다.”

슈미츠가 김갑수에게 말했다.

김갑수는 그 말에 동의했다.

철골과 거기에 붙어 있는 자재들이 얽혀있어 도저히 돌들을 치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김갑수는 곧장 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한두 명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기에 다 같이 힘을 모아 치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칠 대로 지쳐 있는 대원들만으론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김갑수는 화재 진압대와 구급대의 대원들까지 동원했다.

“하나, 둘, 셋! 들어!”

김갑수의 신호에 대원들이 동시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흐으읍!”

들썩.

구조대원들끼리만 있었을 때는 꿈쩍도 하지 않았던 철골이 살짝 들렸다.

“조금 더!”

그것을 본 김갑수가 힘을 더 내며 대원들을 독려했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그것이 한계였다.

중장비가 오던지, 아니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모여야 가능할 듯싶었다.

결국 철골을 들어 올리는 것에 실패한 깁갑수가 땅에 주저앉았다.

너무 많은 힘을 쏟아부어 다리가 풀린 탓이었다.

“이건 안 될 것 같습니다.”

대원 중 한 명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장비 지원은 언제쯤 가능하다고 하지?”

“지금쯤이면 출발을 했을 테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습니까?”

구조용 중장비는 사다리차와 같은 작은 크기가 아니었다.

속도도 느리고 크기도 커서, 출동한다 해도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게 마련이었다.

“그래, 알았다. 그럼 일단 장비 도착할 때까지 휴식을 취하고 있으라고 전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수혁의 구조도 중요했지만, 다른 대원들도 소중했다.

계속해서 무리하다간 대원들도 탈이 날 수 있었기에, 김갑수는 대원들에게 휴식을 명령했다.

명령을 전달받은 대원들이 입술을 깨물었다.

동료가 갇혀 있는데 자신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더는 뭔가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체력도 없었기에 김갑수의 명령대로 휴식을 취하는 수밖에 없었다.

“화재 진압대는 계속해서 방수하고, 구급대는 병원에 연락을 취한 다음 대기해.”

자리에서 일어난 김갑수가 현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지휘를 시작했다.

대원들에겐 쉬라고 했지만, 자신은 도무지 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당장에라도 누워서 쉬고 싶었지만, 김갑수는 계속해서 지원이 올 때까지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렇게라도 해야만 수혁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 * *

“으음.”

김갑수와 무전을 끊은 수혁은 일단 주변을 살폈다.

랜턴을 켜고 가장 먼저 자신의 밑에 깔린 대원부터 확인했다.

확실히 ‘실드’의 효과 덕분에 생채기 몇 곳을 제외하면 다친 곳은 보이지 않았다.

호흡도 정상이었고, 맥박 역시 힘차게 뛰고 있었다.

“여기는 괜찮고.”

다음은 이 안쪽의 상황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잔해가 뒤덮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몸을 움직여 봤지만, 무게가 상당한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력으로 탈출하는 건 무리겠네.”

‘실드’를 쓴 상태였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그대로 쥐포가 될 뻔했다.

‘아니, 아니지. 스킬 효과가 사라지면 주저앉는 거 아니야?’

지금은 ‘실드’ 덕분에 깔리지 않고 버티는 중인지도 몰랐다.

만약 그렇다면 스킬이 끝나는 순간 그대로 깔려 버리고 말 것이다.

‘생각을 해보자.’

‘실드’의 지속 시간은 5분.

하루에 다섯 번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 총 25분은 버틸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25분 안에 구조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대비를 해야겠다.’

수혁은 주변에 불빛을 비추며 쓸 만한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천장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잔해들은 많았다.

수혁은 그중에 지지대로 삼을 만한 것들을 골라냈다.

‘이건 쓸 만하고. ……이건 안 돼.’

그렇게 손이 닿는 곳을 뒤적거리자 괜찮은 것들을 몇 개 찾을 수가 있었다.

‘버틸 수 있을까?’

수혁은 일단 그것들을 땅에 박아 넣은 뒤, 기둥처럼 폴리카보네이트를 받쳤다.

조금 불안하긴 했다.

하지만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으로선 그것이 최선이었다.

이윽고 5분이 지났다.

수혁은 자신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실드’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잔해들이 조금씩 아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그그그극-!

쇠가 갈리는 소음이 들렸다.

지지대와 잔해가 만나며 만들어진 소음이었다.

‘제발 버텨라…….’

수혁은 속으로 기도를 했다.

그러면서도 언제든지 곧장 ‘실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끔찍하리만치 소름 끼치는 소음을 내며 내려앉던 잔해가 멈추었다.

수혁의 조치가 다행히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어휴.”

수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은 풀지 않았다.

이러다 갑작스럽게 다시 무너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던 수혁은, 이제 괜찮다는 생각이 들자 살짝 안심했다.

“그럼 이제 깨울 차례인가?”

수혁은 정신을 잃고 있는 대원을 깨우기로 했다.

괜히 소란을 피우지 않아 좋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정신을 잃고 있다가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수혁이 조심스럽게 대원의 뺨을 두들겼다.

“일어나세요.”

처음에는 미동도 없던 대원은 수혁이 조금 강도를 세게 해서 치자, 천천히 눈을 떴다.

“으음.”

“정신이 드십니까?”

수혁이 물었다.

하지만 아직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대원은 눈을 끔뻑이기만 했다.

“천장이 붕괴된 건 기억 나십니까? 지금 저희는 그 아래에 깔려 있는 상태입니다.”

수혁이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대원의 눈이 커졌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대원은 급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의 위에 있던 수혁이 몸을 살짝 누르는 바람에 실패했다.

“진정하세요. 괜히 쓸데없이 움직이다간 그대로 매장당할 수 있으니까.”

수혁의 말에 대원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딱 굳어졌다.

“사, 살아 있는 겁니까?”

대원이 떨리는 음성으로 묻자, 수혁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안심시키기 위한 수혁의 노력이 통했는지, 대원은 그 말을 듣고는 조금 진정한 듯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기억하시는 대로입니다.”

딱히 설명할 것도 없었다.

그냥 천장이 무너지고, 그 안에 매몰된 것뿐이니까.

“제가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습니까?”

“한 5분 정도? 그리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구조는 가능할 것 같습니까?”

대원은 불안한지 계속해서 질문했다.

그리고 수혁은 웃으며 대답했다.

“분명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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