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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219화 (219/425)

레스큐 시스템 219화

‘뭐?’

갑자기 ‘위기감지Ⅲ’가 발동될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요구조자들도 모두 탈출을 시작했고, 이 주변은 지금 집중 방수를 하고 있어 불길도 어느 정도 잡힌 상태였다.

그런데 대체 어떤 위험요소가…….

‘방수?’

수혁이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는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천장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거다!’

화재로 인해 약해진 구조물.

그리고 쏟아지는 물줄기.

수혁의 머릿속에 스쳐 가는 단어는 하나였다.

‘붕괴.’

수혁이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모두 나가요!”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는 생각에 안심하며 천천히 움직이고 있던 대원들이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며 수혁을 쳐다봤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을 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수혁은 손을 들어 천장을 가리켰다.

“무너집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징조는 없었지만, ‘위기감지Ⅲ’가 발동된 이상 붕괴는 분명히 일어난다.

그러나 대원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수혁의 말만 듣고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갑자기 뜬금없이 천장이 무너진다고 하면 누가 그 말을 믿을까?

모르긴 몰라도 신일서의 구조 3팀을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 명만은 뭔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바로 슈미츠였다.

수혁이 천장을 가리키며 다급한 표정으로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본 슈미츠가 고개를 들었다.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수혁이 저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위험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위험한 일이 발생하기 전에 저런 행동을 했다.

덕분에 몇 번이나 위기를 벗어나지 않았던가?

슈미츠가 다니엘의 팔을 붙잡았다.

“심상찮아.”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다니엘이 슈미츠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역시 다니엘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슈미츠와는 달리 수혁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체 뭘까?’

슈미츠 역시 수혁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수혁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다급함에, 이곳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미츠는 다니엘의 팔을 붙잡은 채로 수혁의 곁에 섰다.

수혁이 계속 말해왔던, 옆에서 떨어지지 말라는 말을 따른 것이다.

슈미츠가 옆에 서자, 수혁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의외였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말도 알아듣지 못했을 슈미츠가 자신의 옆에 서다니.

수혁은 슈미츠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다시 대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화재로 천장 구조물이 약화됐습니다. 거기다 집중 방수로 인해 충격이 가서 무너질 겁니다.”

수혁이 조금은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했다.

붉은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지만, 막무가내로 빠져나가야 한다고 말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수혁의 말에 김갑수가 위를 쳐다봤다.

슈미츠가 그러했듯 그 어떠한 붕괴의 징조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혁이 저렇게까지 말을 하는 것에는 그만한 근거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단순한 감에 불과할지라도 말이다.

“빠져나간다.”

김갑수는 일단 수혁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정말로 붕괴가 된다면 그것을 피할 수 있었고,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조금 지치는 것 외에는 손해 보는 게 없었으니 말이다.

요구조자들을 업고 이동하느라 체력 소모가 많았던 대원들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지만, 팀장의 명령에 불복하진 않았다.

현장에서 팀장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수혁이 말을 했을 때와는 달리, 김갑수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대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서둘러요!”

잠시 지체된 시간 동안, 붉은색은 더없이 짙어졌다.

‘2분? 아니, 1분?’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다행인 것은 입구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이 정도면 충분해.’

대원들이 모두 지쳐있는 데다 20㎏가 넘는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속도가 느려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빠져나가기엔 충분해 보였다.

우지지직-!

그때, 머리 위에서 뭔가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을 들은 건 수혁만이 아니었다.

김갑수와 슈미츠, 그리고 몇몇 대원들이 들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확신했다.

‘무너진다!’

수혁의 말이 맞았다.

정말로 천장 구조물에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뛰어!”

김갑수가 황급히 외쳤다.

천장의 균열을 발견한 대원들이 가장 먼저 뛰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천근만근이었던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대원들 역시 김갑수의 명령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천장을 확인했다.

그러곤 사색이 되어 그들의 뒤를 따라 뛰었다.

쿠르릉-!

균열의 크기가 넓어지며, 본격적으로 붕괴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불에 탄 자재가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을 지탱하고 있던 철골 하나가 땅에 떨어졌다.

그 소리를 들은 수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생각보다 빠르다.’

수혁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붕괴가 빨리 발생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몇 초 정도의 차이.

하지만 그 몇 초는 대원들의 생사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안 되겠다.’

수혁은 속도를 늦추었다.

혹시나 제때 탈출하지 못하는 대원이 있다면, 자신이 어떻게 해서든지 보호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수혁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슈미츠.

슈미츠는 수혁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자신도 속도를 늦춘 것이었다.

“이런…….”

슈미츠가 자신의 옆에 따라붙는 것을 본 수혁이 당황했다.

다급한 상황에 미처 슈미츠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아니,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발에 불이 나게 뛰어도 모자랄 판에, 설마 자신을 따라올 것이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속도 올려!”

수혁이 슈미츠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슈미츠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수혁은 다급히 통역해 줄 대원을 찾았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젠장!’

시간이 얼마 없었다.

‘늦었다!’

점차 균열의 크기를 넓혀가던 천장이 마침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끼이이익- 콰과과광-!

천장을 지탱하고 있던 철골이 휘고, 끊어지며, 그대로 땅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X발! 더 빨리!”

대원들의 입에서 비명과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입구는 이제 지척.

선두에 선 이들은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문제는 후위에 선 대원들이었다.

그들은 특수 구조대가 아닌, 인근 소방서에서 지원 나온 이들이었다.

상대적으로 특수 구조대보다 체력이 부족했기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수혁은 천장이 무너지는 속도와 대원들의 이동 속도를 보며 빠르게 계산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봐줘도 몇 명 정도는 붕괴에 휘말릴 것 같았다.

“장비 벗어!”

수혁이 소리를 지르자, 대원들은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마스크와 봄베를 벗어 던졌다.

그러자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

가장 무거운 장비가 몸에서 사라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붕괴는 창고 내부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가며, 빠르게 대원들의 뒤를 따라왔다.

어느새 가장 후방으로 빠진 수혁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스킬을 사용할 준비를 끝마쳤다.

그사이, 선두의 대원들이 창고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좋아.’

이대로만 간다면, 자신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둘씩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가고, 이제 고작 네 명밖에 남지 않았을 때였다.

수혁과 슈미츠, 그리고 구조대원 두 명.

그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수혁의 바로 앞에서 달려가던 대원의 발이 꼬이며 그대로 넘어져 버린 것이다.

그것을 본 사람은 수혁과 슈미츠밖에 없었다.

슈미츠가 순간 당황에 다리를 멈추려고 하자, 수혁이 소리쳤다.

“그냥 고!”

그러면서 슈미츠를 앞으로 밀었다.

멈추기 직전이었던 슈미츠는 그 힘에 밀려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빠르게 달렸다.

그러면서 뒤를 쳐다봤다.

수혁이 넘어진 대원 옆에 멈춰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커다란 잔해들이 떨어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안 돼!”

슈미츠는 눈을 부릅뜨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수혁은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콰과과광-!

어두웠다.

“끄응.”

수혁이 신음을 흘렸다.

엄청나게 무거운 것이 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수혁은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늦지 않게 ‘실드’를 사용한 덕분이었다.

‘죽을 뻔했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철골의 모습을 떠올린 수혁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만약 조금이라도 ‘실드’를 사용하는 게 늦었다면 그대로 곤죽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괜찮으세요?”

수혁이 손을 더듬어 자신의 밑에 깔려 있는 대원을 확인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불안해진 수혁은 곧장 ‘생명감지Ⅲ’를 사용했다.

“휴우.”

다행히 생명 반응이 있었다.

‘실드’를 사용한 수혁이 그를 끌어안으며 보호를 한 덕분에 티끌만큼도 다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스킬을 사용한 김에 주변을 확인했다.

‘하나, 둘, 셋…….’

창고 밖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센 수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모두 빠져나간 것 같았다.

마지막에 슈미츠가 주춤하며 조금 위험해지긴 했지만, 있는 힘껏 민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좋아.”

상황이 별로 좋진 않았지만, 일단 죽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수혁은 만족했다.

‘구조도 별로 힘들진 않을 테고.’

수혁이 있는 곳은 입구와 지근거리였다.

달리면 5초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곳.

비록 잔해들에 깔리긴 했지만, 이 정도면 수색과 구조를 하는 게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다.

지지직-

그때 수혁의 무전기가 잡음을 냈다.

그리고 김갑수의 음성이 들려왔다.

[김수혁! 대답해라, 김수혁!]

어찌나 당황했는지, 누르고 있는 송신 버튼을 떼는 것도 잊은 채 계속해서 수혁을 부르고 있었다.

‘이 양반아, 그걸 떼야 내가 대답을 하지.’

수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어떤 심정을 느끼고 있을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기 때문이었다.

김갑수는 그 후로도 한참 동안이나 수혁을 부르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송신 버튼을 뗐다.

김갑수의 음성이 멈추자 수혁이 무전기를 들었다.

그러곤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김갑수에게 대답했다.

“저 무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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