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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218화 (218/425)

레스큐 시스템 218화

몇 분이 흐르고 난 뒤, 흩어져서 주변을 수색하던 대원들이 수혁의 무전을 듣고는 그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용케 찾았구나.”

김갑수가 수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대원들은 모두 창고 내부도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못했다.

대략적인 위치 정도만 파악할 수 있었을 뿐, 창고 안은 화재로 인해 정확한 길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폐허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길을 찾았다고 해도, 그곳은 무너져 내린 잔해들로 인해 가로막혀 있기 일쑤였다.

덕분에 대원들은 제대로 된 수색을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수혁이 모든 요구조자를 발견했다는 무전이 들려온 것이다.

김갑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색 시간이 20분밖에 없었으니, 이런 식으로 시간이 낭비되었다간 수색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수혁이 요구조자들을 찾아냈으니, 다행일 수밖에.

“바로 이곳을 빠져나간다.”

김갑수가 더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탈출하기로 결정했다.

대원들은 각자 요구조자를 한 명씩 맡아 앞뒤로 보호하며 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속도가 느렸다.

창고 안의 환경은 평범한 민간인에 불과한 요구조자들이 견뎌내기에는 너무도 가혹했던 탓이었다.

보호 장비를 착용한 상태였지만, 냉장실 밖으로 나오자마자부터 느껴지는 엄청난 열기에 숨을 쉬는 것부터 힘겨워했다.

“방수 지원은 안 됩니까?”

소방관들에게도 쉽지 않은 화재였으니, 이대로 가다간 요구조자들이 잘못될 수도 있었다.

만약 방수로 조금이나마 열기를 식혀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지금이 한계야.”

수혁 일행이 안으로 진입하기 전, 이곳에 도착한 펌프차는 총 여덟 대였다.

많다면 많은 숫자였지만, 창고의 크기를 생각해 보면 턱없이 적었다.

거기다 자신들이 있는 곳은 창고의 중앙 부분.

펌프차의 수압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여기까지 물이 닿지는 못했다.

외곽부터 천천히 진화하며 안쪽으로 진입해야만 닿을 수 있는 거리인 것이다.

“큰일이네요.”

수혁이 요구조자들이 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김갑수에게 속삭였다.

“정 안 되면 업고서라도 달리는 수밖에 없지.”

평소였다면 시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요구조자의 숫자가 여섯 명이나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요구조자보다 구조대원의 숫자가 많았다.

그것도 두 배 이상.

다니엘과 슈미츠를 제외하고도 인원은 충분했다.

이 정도라면 업고 달리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했다.

물론 그들을 업은 대원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일단은 제가 앞에서 인도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김갑수가 가장 앞에 서서 길을 찾고 있었다.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김갑수는 창고 내부도를 모두 숙지한 상태였고, 경험도 풍부했기 때문에 꽤나 준수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김갑수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수혁보다 빠를 순 없었다.

‘미니 맵’을 통해 창고 내부를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수혁은 조금이라도 탈출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자신이 앞에 서기로 했다.

팀장인 김갑수를 무시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갑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뒤쪽에서 요구조자들을 확인하마. 만약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알릴 테니, 최대한 서둘러.”

“알겠습니다.”

수혁은 즉시 ‘미니 맵’을 켜고, 최단 거리를 탐색했다.

설정을 끝내자 푸른빛이 떠오르며 경로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좋아.’

수혁 혼자서 라면 빠져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2분 미만.

대원들을 생각하면 5분.

거기다 요구조자들도 있었으니…….

‘10분에서 15분.’

이런 열기 속에서 평범한 사람이 10분을 버틴다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오죽하면 김갑수도 수색 시간을 20분이 한계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말이다.

‘조금 더 빠른 길을 찾았으면 좋겠는데.’

5분 정도만 더 단축할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미니 맵’도 찾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길 자체가 별로 없었다.

물류 창고 안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물건들이 불이 나며 허물어져 온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수혁은 일단 설정된 경로를 따라 이동했다.

지금은 그것이 가장 최선이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뒤쪽에서 신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더는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던 요구조자들이 내는 신음이었다.

대원들이 그들의 팔을 부축해 이동하고 있었지만, 속도는 처음보다 확연히 느려져 있었다.

“팀장님.”

수혁이 김갑수를 불렀다.

“아무래도 업고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요구조자들이 스스로 걷는 것은 이제 불가능할 것 같았다.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대원들도 위험했다.

“5분씩 교대로 업고 가야겠군.”

“괜찮을까요?”

5분은 너무 길었다.

“괜찮을 거다. 우리 애들이 그 정도 체력은 되지. 그간 먹은 짬밥이 얼만데.”

수혁은 걱정했지만, 김갑수는 자신했다.

1, 2년 봐온 사이가 아니다.

부하들의 체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김갑수가 수혁보다 훨씬 잘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김갑수가 계획을 설명했다.

김갑수의 말은 대원들에게 혹독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지만, 그들은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표정이었다.

자신이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그 대가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웃으며 움직일 사람들이었다.

“한 명은 제가 업겠습니다.”

“너는 길 안내해야지.”

“체력은 충분합니다. 저 이래 봬도 최강 소방관 대회에서 우승한 몸입니다.”

“아, 너 세계 신기록 세웠다고 했었지?”

김갑수가 픽- 하고 웃었다.

그도 젊을 적 그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기록은 꽤나 준수했지만, 아쉽게도 순위권에는 들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에 참가한 덕분에, 경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 누구도 깨지 못할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수혁이라면, 체력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좋아. 대신 힘들면 언제든 말해라.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수혁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슈미츠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슈미츠는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저 수혁의 뒤만 따라다닌 것에 불과했지만, 그것도 힘겨웠다.

차라리 소방 학교에서 매일같이 행했던 체력 훈련이 그리워질 정도였다.

그런 슈미츠의 모습을 본 수혁이 잠시 고민했다.

옆에서 자신의 장비를 들고 있으라는 명령을 하려고 했는데,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어 보였던 것이다.

고민하던 수혁은 장비를 벗었다.

소방관이라면 언제나 자신의 한계와 싸워야만 하는 법이었다.

힘들기야 하겠지만,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다.

“받아라.”

슈미츠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수혁이 건네주는 장비를 보고는 어떤 상황인지 눈치챈 것이다.

걷는 것도 힘든데, 여기서 장비를 더 들라니?

‘죽으라는 소린가?’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하지만 슈미츠는 그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전과는 달랐다.

슈미츠는 수혁이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하면 언젠간 수혁처럼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상태로 말이다.

슈미츠가 다니엘을 쳐다봤다.

다니엘 역시 김갑수 옆에 붙어 그의 장비를 받아 든 상태였다.

힘이 드는지, 잔뜩 울상을 짓고 있었다.

그런 다니엘을 본 슈미츠가 피식하며 수혁에게서 장비를 받아 들었다.

“옆에서 절대 떨어지지 마라.”

수혁은 슈미츠가 장비를 챙긴 것을 확인하고는 요구조자 한 명을 등에 업었다.

사십대의 건장한 남성이었다.

다른 요구조자들보다 체격이 훨씬 큰 사람이었는지라 몸무게가 꽤 나갔지만, 수혁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는 땀을 너무 많이 흘린 상태로 눈동자가 살짝 풀려 있었다.

탈수 증상이 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서둘러야겠다.’

요구조자의 얼굴을 본 수혁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다시 상기했다.

“출발하겠습니다.”

수혁이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요구조자들을 업고 나니 속도가 조금 전보다 빨라졌다.

“괜찮으십니까?”

수혁은 이동하며 등에 업은 요구조자에게 말을 걸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의식을 잃을 것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수혁이 살짝 고개를 돌려 요구조자를 확인했다.

다행히 아직 의식은 있는 것 같았지만, 몽롱해진 정신에 대답할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수혁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이제 몇 분만 더 걸어가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 알겠습…….”

수혁의 끊임없는 말에, 작은 대답이 들려왔다.

그것을 들은 수혁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았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한 지 10분여.

‘이제 거의 다 왔다.’

저 앞쪽 코너에서 왼쪽으로 꺾어 조금만 더 가면 입구였다.

탈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천장에서 물줄기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방수가 되고 있는 지역까지 도착했다는 뜻이었다.

아직 불은 거셌지만, 방수 덕분인지 열기가 많이 가신 느낌이었다.

요구조자 역시 그것을 느낀 것인지, 축 늘어져 있던 몸에 힘이 조금 들어가고 있었다.

수혁이 뒤를 돌아보았다.

대원들은 교대로 요구조자들을 업으며 수혁의 뒤를 잘 따라오고 있었다.

죽을 것 같다는 표정이긴 했지만, 그래도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요구조자들은?’

대부분 정신을 잃을 상태였다.

찌는 듯한 열기에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으니,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서두른 탓에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거의 다 왔습니다!”

수혁이 코너를 돌며 뒤를 향해 소리쳤다.

그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입을 여는 것조차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모두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짜냈다.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된다.’

‘이제 쉴 수 있다.’

모든 대원이 같은 마음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이 빌어먹을 창고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

‘아!’

수혁의 눈앞에 일단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화재 진압대!”

창고 안으로 들어와 진화하고 있던 대원들이었다.

그들은 수혁 일행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무전을 쳤고, 일부는 이쪽으로 달려왔다.

“요구조자는?”

“요구조자 여섯 명. 전원 구조했습니다.”

수혁이 대답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구조대원들의 얼굴과 방화복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화재 진압대는 대원들이 업고 있는 요구조자들을 대신 받아 들었다.

수혁 역시 요구조자를 넘긴 뒤, 슈미츠에게서 자신의 장비를 다시 받았다.

요구조자들을 받아든 화재 진압대가 창고 밖으로 빠르게 달려나갔다.

‘끝인가?’

요구조자도 모두 구했고, 대원들도 무사했다.

다니엘과 슈미츠 역시 죽을 정도로 지치긴 했지만, 잘 버텨냈다.

이대로 밖에 나가면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글자가 떠오를 것이다.

수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주변 일대가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물들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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