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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213화 (213/425)

레스큐 시스템 213화

김갑수는 요구조자와 함께 완강기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허억, 허억!”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요구조자는 진을 다 뺐는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난생처음으로 불길 속을 거닐었으니, 정신적으로 지칠 만도 했다.

“완강기는?”

“여기 있습니다!”

대원이 완강기의 위치를 확인하곤 알려왔다.

“좋아. 너는 여기서 요구조자를 밑으로 내려. 나는 다시 돌아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김갑수는 요구조자의 몸을 덮고 있던 방화복을 벗겨내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미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이었는지라, 조금씩 피부가 따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정도는 김갑수에게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평생을 불구덩이와 재난 현장에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김갑수는 빠르게 수혁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완강기는 잘 작동됩니까?”

“확인은 못 했다.”

이번에 요구조자를 데리고 가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부하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으니, 작동이 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다음 분 이동하죠.”

한 명이 무사히 이동한 것을 본 요구조자들은 조금 전보다는 편한 표정으로 방화복을 입었다.

“이번엔 네가 따라와라.”

김갑수가 슈미츠에게 말을 했다.

“알겠습니다.”

한 번 경험을 한 탓일까?

불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도, 슈미츠는 그리 동요하지 않았다.

수혁을 도와 요구조자에게 방화복을 입힌 슈미츠는 김갑수와 함께 망설임 없이 불 속으로 들어갔다.

‘흐읍!’

뜨거운 열기가 몸을 뒤덮으며, 사우나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고통스럽지는 않았지만, 아직은 익숙해지지 않은 느낌이긴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뜨거웠던 열기가 사라졌다.

완강기가 있는 장소에 도착한 것이다.

그곳에서는 대원이 완강기를 이용해 요구조자 한 명을 아래로 내리고 있었다.

“잘 작동하냐?”

“관리가 소홀했는지 조금 불안해 보이기는 합니다만, 작동은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대원의 말에 김갑수가 완강기를 확인해 보았다.

이곳저곳 녹이 슬어 있었고,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작동 자체는 되고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김갑수는 창문 밖을 향해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쳐다봤다.

요구조자는 안전하게 1층까지 내려가 땅에 발을 내딛고 있었다.

그러자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방관들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빠르게 줄을 풀고는 몸에 장치되어 있던 장비를 줄에 걸었다.

“올려!”

그것을 모두 확인한 김갑수가 다시 고개를 안으로 집어넣었다.

위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줄이 끌어올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넌 다시 따라와.”

요구조자가 입고 있던 방화복을 모두 벗긴 슈미츠가, 김갑수의 말에 그것들을 챙겼다.

이제 남은 사람은 한 명.

그 한 명만 구조하면 끝이었다.

다시 돌아온 둘은 마지막 남은 요구조자에게 지금까지 했던 행동들을 반복했다.

“완강기는 작동한다. 조금 불안하긴 한데 아직은 쓸 만한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소화기도 비치되어 있지 않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는 건물이다.

그래서 혹시나 완강기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괜찮은 것 같았다.

“이분만 이동시키고 저희도 빠져나가죠.”

“그래.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다녀올 테니.”

김갑수는 슈미츠와 함께 마지막 남은 요구조자를 이동시켰다.

그사이 불길은 확연하게 이쪽과 가까워진 상태였다.

‘음.’

뜨거운 열기에 수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방화복을 벗고 맨몸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그 열기를 맞고 있으니, 피부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 열기만으로도 가벼운 화상을 입을 정도였다.

하지만 수혁은 레벨 업을 하며 ‘화상을 입을 확률 감소’라는 능력을 얻은 상태.

조금 따갑긴 했지만 수혁의 피부는 충분히 버텨냈다.

그렇게 조금 기다리고 있자, 김갑수가 홀로 돌아왔다.

“수고 많았다, 뜨거웠을 텐데.”

“아니요 버틸 만했습니다.”

수혁이 웃으며 김갑수에게 방화복을 받아 입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방화복을 입는 모습을 본 김갑수가 감탄했다.

소방관이 된 지 이제 1년이 조금 지난 신입이라고 들었는데, 하는 행동을 보면 베테랑이나 다름없었다.

너무도 능숙해 보였던 것이다.

“가자.”

하지만 감탄은 감탄이고, 지금은 움직일 때였다.

수혁은 김갑수와 함께 이동했다.

지금 불길의 건너편에서는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지, 세찬 물소리와 소방관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늦을 뻔했어.’

생각보다 더 늦었다.

만약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면, 제시간 안에 구조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김갑수는 빠른 결단력과 판단력을 보여준 수혁을 보며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소문만이 아니었군.’

이런 소문은 으레 과장이 붙게 마련인데, 오늘 하루 수혁이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

김갑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둘은 완강기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불길이 많이 침범한 상태였다.

요구조자들은 모두 무사히 탈출한 후였다.

“선배님, 먼저 내려가시죠.”

수혁이 대원에게 말했다.

그리고 대원은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노련하게 완강기의 로프를 몸에 장착한 대원이 빠르게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레펠도 수없이 많이 타본 사람이었으니 완강기를 타고 내려가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다음 차례는 슈미츠였다.

“타본 적 있나?”

김갑수가 물었다.

독일에도 완강기와 같은 장비가 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있습니다.”

슈미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알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완강기는 일반인들도 설명서를 한 번만 봐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레펠 훈련까지 수없이 많이 한 소방관이라면 완강기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수혁은 슈미츠에게 장비와 로프를 장착시켜 주었다.

그 뒤 슈미츠가 창가로 가서 몸을 내밀자, 김갑수가 완강기를 작동시켰다.

슈미츠의 몸이 로프에 매달려 서서히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3층 정도 내려갔을 때였다.

키이잉-!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오직 수혁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뭐?’

갑자기 ‘위기감지Ⅲ’가 발동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수혁이 다급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완강기와 그것에 연결되어 있는 줄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완강기!’

수혁은 김갑수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조금 불안하다고 했던가?’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완강기.

지금까지는 다행히 문제가 생기지 않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달한 모양이었다.

“올려요!”

수혁이 김갑수에게 소리를 쳤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김갑수는 갑작스러운 수혁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수혁은 설명을 하는 대신, 자신이 직접 완강기로 가 위로 끌어올리도록 조작했다.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슈미츠의 몸이 허공에 멈추었다.

“어, 어?”

당황한 슈미츠가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동시에 슈미츠의 몸이 위로 끌어올려지기 시작했다.

‘늦었나? 아니, 괜찮은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눈치를 채자마자 최대한 빠르게 행동을 하긴 했지만…….

끼기기긱-!

‘늦었다!’

완강기에서 소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김갑수 역시 그제야 완강기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다급히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슈미츠는 당황한 표정으로 위와 아래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한 듯했다.

‘떨어진다!’

수혁은 완강기가 완전히 맛이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관리 소홀.

아니,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덕분에 완강기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앞으로 몇 초 후면 슈미츠를 바닥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어떻게 하지?’

손을 뻗어 붙잡기에는 턱도 없는 거리였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콰드득-!

완강기 내부의 장치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슈미츠의 몸이 아래로 쭉- 떨어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깜짝 놀란 슈미츠가 비명을 질렀다.

“슈미츠!”

깜짝 놀란 김갑수가 소리를 질렀고, 수혁은 움직였다.

팔을 뻗어 맨손으로 로프를 붙잡은 것이다.

로프가 수혁의 피부를 스치며 치이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으윽!”

손바닥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수혁은 놓지 않고 더욱 강하게 로프를 붙잡았다.

그 잠깐 사이 2층이나 떨어진 슈미츠의 몸이 덜컥 멈추었다.

그것을 확인한 김갑수가 급히 뒤를 쳐다봤다.

로프를 붙잡고 있는 수혁의 모습이 보였다.

김갑수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 역시 로프를 붙잡았다.

“휴우.”

수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순간적으로 로프를 잡지 않았다면, 슈미츠는 그대로 곤두박질치고 말았을 것이다.

“너, 너 손 괜찮냐?”

떨어지는 사람이 매달려 있는 로프를 맨손으로 잡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피부가 쓸려 나가며 느꼈을 엄청난 고통은 둘째치고, 그런 힘이…….

하지만 수혁은 떨어지는 공사장 승강기도 한 팔로 붙잡아 멈춰 세운 적도 있는 경험자였다.

그런 수혁에게 사람 한 명 정도의 무게를 버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저 혼자 버틸 수 있으니까, 팀장님은 일단 저 녀석 좀 안정시켜 주세요. 너무 움직이고 있어서 조금 불편하네요.”

수혁의 말에 김갑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도 혼자 멈춰 세웠을 정도니, 그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로프에서 손을 뗀 김갑수가 슈미츠를 쳐다봤다.

그는 허공에 매달린 채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럴 만했다.

지상 8층 높이.

이곳에서 온갖 장비를 장착한 채 추락한다면, 절대로 무사할 수 없었으니까.

“진정해!”

김갑수가 슈미츠에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슈미츠는 현재 패닉에 빠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진정하라고, 이 새끼야!”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이번엔 욕설까지 섞어 소리치자, 슈미츠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위에서 붙잡았으니까 가만있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 위험해지니까, 알겠어?”

“네, 네!”

슈미츠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하지만 어찌나 놀랐는지, 몸이 떨려오는 것만은 막을 수가 없었다.

“끌어올려야겠어요.”

“너 정말 손 괜찮아?”

김갑수가 수혁의 손을 보며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혁의 피부는 로프에 쓸리며 피부가 벗겨진 듯, 피를 흘리고 있었다.

“별거 아니에요. 그보다는 저 녀석 심장마비 걸리기 전에 구하죠.”

“그, 그래.”

김갑수가 다시 로프를 잡아 수혁과 함께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수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로프 하나로 사람을 끌어올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경험이 몇 번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맨손으로, 고작 둘이 끌어올리는 것치고는 지나치게 수월했다.

김갑수는 그 이유가 바로 수혁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이놈은 뭐야?’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없어도 혼자서라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김갑수는 그런 수혁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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