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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198화 (198/425)

레스큐 시스템 198화

“이봐, 슈미츠.”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니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슈미츠와 팔을 붙잡았다.

다니엘 역시 수혁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곳에 있는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방법도 방법이었지만, 이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자신들은 교육받는 연수생의 입장이었고, 수혁은 교관이었으니 더욱 그러했다.

이런 사소한 일로 독일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슈미츠는 자신의 생각을 철회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자신이 말한 것처럼, 수혁의 능력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절대 교육받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았다.

슈미츠가 그토록 단호해 보이자, 다니엘은 고개를 흔들며 수혁의 눈치를 보았다.

비록 수혁이 슈미츠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분명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다니엘은 자신이 처음 그런 질문한 것을 후회했다.

‘만약 다른 질문을 했으면 이런 상황으로 흐르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런 후회를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독일에서 했던 방식으로 하는 건 어떻습니까?”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슈미츠가 수혁에게 제안했다.

“체력 테스트를 말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흐음…….”

수혁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이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다못해 팔씨름만 해도 여기 있는 30명 전원을 이길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슈미츠가 제안한 방식은 문제가 좀 있었다.

일단 장소를 이동해야 했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후 일정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런 식의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수혁에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건 좀 곤란할 것 같군요.”

교육 연수 책임자에게 허가를 맡은 후에나 일정을 변경할 수 있었으니, 수혁은 고개를 저으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슈미츠의 얼굴에 실망감이 떠올랐다.

수혁이 자신의 제안을 피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쯧.’

슈미츠의 표정을 본 수혁이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후 일정에 차질이 없으면서도, 저들의 표정을 바꿀 수 있을 만한 것이 뭐가 있는지.

“김수혁 교관님, 그냥 하나만 보여주시죠.”

그때 뒤에서 조승하가 슬쩍 끼어들며 말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조승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수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바로 위층에 화재 구조 교육장이 있습니다. 어차피 여기 다음으로 가야 할 장소이니, 그곳에서 훈련 시범을 보여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본관 4층은 화재 시 구조를 교육하는 곳이었다.

정말로 화재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었고, 불빛을 차단한 채 연기로 가득 찬 곳을 수색해 요구조자 마네킹을 찾는 훈련을 주로 하는 교육장.

조승하의 설명을 들은 수혁이 슈미츠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냐는 뜻이었다.

통역사를 통해 조승하의 말을 전해들은 슈미츠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이상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일단은 그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기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슈미츠의 말에 수혁이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이번 교육은 좀 피곤할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럼 4층으로 이동하죠.”

조승하의 안내에 따라 수혁과 독일 교육생들은 4층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워낙 대인원이었는지라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지만, 그것에 불만을 가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계단을 오르는 것 정도로 힘들어할 사람은 여기에 아무도 없었으니까.

4층에 도착하자 조승하는 사람들을 상황실로 데리고 갔다.

상황실 내부에는 여러 개의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도 마련되어 있었다.

“여기서 훈련 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습니다.”

빛이 거의 없는 곳에서 행해지는 훈련이었기에, 모든 카메라는 야간 모드로 촬영된다.

그리 좋은 화질은 아니었지만, 상황을 파악하고 평가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잠시 준비를 좀 한 뒤에 시작하겠습니다.”

조승하와 다른 한 명의 교관은 양해를 구하고는 예정에 없던 훈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훈련장 내부에 연기를 피우고 마네킹을 세팅하는 등.

준비를 모두 마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

“준비 다 됐습니다.”

조승하가 상황실 안으로 들어오며 이제 훈련 준비가 완료됐다는 것을 알려왔다.

그러고는 이번 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본 훈련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구조법을 숙달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훈련장 내부는 대부분의 빛이 차단되어 있고, 연기가 가득 찬 상태입니다.”

수혁은 이미 알고 있는 훈련 내용이었다.

독일 교육생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도 같은 방식의 훈련을 하니까.

그럼에도 수혁은 진지한 표정으로 조승하의 말을 경청했다.

“교육생들은 개인 구조 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훈련장 내부에 들어가 총 세 개의 마네킹을 찾아 밖으로 가지고 나오면 됩니다.”

훈련 방식은 크게 복잡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다는 뜻은 아니었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공간에서, 마네킹을 찾아 밖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마네킹 한 구의 무게가 70㎏이었으니…….

“그럼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설명을 모두 들은 슈미츠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수혁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사실 수혁은 혼자 시범을 보이는 것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슈미츠가 나서서 자신이 먼저 하겠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슈미츠는 그런 수혁을 쳐다봤다.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슈미츠가 나선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수혁이 피식-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슈미츠의 말이 맞았다.

비교 대상이 있어야 수혁이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슈미츠가 조승하와 함께 상황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슈미츠는 아직 서에 배치도 받지 않은 신입 소방관이었지만, 꽤나 열심히 훈련했는지 일련의 과정들이 자연스러웠다.

총 20㎏이 넘는 장비들을 모두 착용한 슈미츠가 훈련장 앞에 섰다.

“스타트.”

조승하의 시작 신호와 함께 슈미츠가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내부는 설명 들은 대로 어두웠다.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연기까지 가득 차 있어 걸음을 옮기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슈미츠는 자세를 낮추고 벽에 손을 짚은 채, 서서히 전진했다.

“후욱- 후욱-”

시야가 차단당하자 왠지 장비가 더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슈미츠는 그것이 불안과 긴장 때문이라고 생각하고는, 최대한 마음을 편히 먹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디 있을까?’

마네킹의 위치는 랜덤이다.

당연히 교육생은 그 위치를 모른다.

훈련장의 크기가 그리 작지 않았으니, 수색하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듯싶었다.

‘그래도 자신 있어!’

슈미츠는 독일 소방 학교에서도 탑급의 성적을 자랑하는 우등생이었다.

특히나 이런 구조 훈련은 소방 학교 내에서 그 누구도 슈미츠의 기록을 따라올 수가 없을 정도였다.

칭찬에 인색한 교관들마저도 슈미츠의 능력을 인정할 정도였으니…….

수혁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슈미츠가 수색하고 있을 때, 수혁은 다른 교육생들과 함께 모니터로 그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다.

“꽤 빠르네요.”

조승하가 모니터에 비치는 슈미츠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그러네요. 저 정도면 지금 당장 현장에 투입해도 괜찮을 정도군요.”

수혁 역시 조승하의 말에 동의했다.

그만큼 슈미츠의 수색 능력은 탁월했다.

보통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몸이 움츠러들고, 움직임이 굳게 마련이다.

하지만 슈미츠의 몸놀림은 빨랐고, 거침이 없었다.

“벌써 하나를 찾았네요.”

슈미츠가 훈련장에 들어간 지 이제 고작 3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세 개의 마네킹 중 하나를 벌써 찾아냈다.

“근력도 나쁘지 않고.”

70㎏에 달하는 마네킹을 슈미츠는 쉽게 옮겼다.

“이 정도라면 15분도 안 걸릴 것 같은데요?”

조승하가 5년간 교관 생활하며, 이 훈련을 15분 안에 끝낸 교육생을 본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잘하면 신기록도 세울 수 있겠어요.”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소방 학교 내에서 가장 빠른 기록은 12분이었다.

12분이면 현역 소방관이 나서도 쉽지 않은 기록이었다.

그런데 슈미츠의 속도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그 기록을 깰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저러니 자신 있게 나섰지.”

조승하가 혀를 차다, 수혁을 쳐다봤다.

괜찮겠냐고 묻는 듯했다.

그 시선을 받은 수혁이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슈미츠가 생각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했다.

예전에 독일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기본적인 피지컬 자체가 다르니 한국 교육생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슈미츠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그저 교육생치고는 괜찮다, 정도에 불과하다.

‘훈련과 실전은 다르지.’

훈련 기록은 슈미츠가 한국 소방관들보다 빠를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이 슈미츠가 현장에서도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현장 출동 경험이 몇 년만 되어도, 슈미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능숙하고 빠르게 구조가 가능했다.

그것은 경험의 차이였다.

수혁은 슈미츠에게 그 차이를 똑똑히 보여주기로 했다.

“12분 25초!”

슈미츠가 훈련을 끝내고 나오자, 타임을 재고 있던 교관이 슈미츠의 기록을 외쳤다.

아쉽게도 신기록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저 정도만으로도 엄청나게 좋은 기록이었다.

밖으로 나온 슈미츠가 면체 마스크를 벗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꽤 힘든 훈련이었는지라, 슈미츠의 얼굴은 땀으로 온통 젖어 있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지만, 그 와중에도 뿌듯함이 느껴졌다.

슈미츠의 시선이 수혁을 향했다.

마치 ‘어떠냐?’라고 묻는 것 같았다.

수혁이 그런 슈미츠에게 수고했다는 시선을 보냈다.

“바로 하시겠습니까?”

그때 조승하가 수혁에게 물었다.

“저는 장비를 착용하고 있을 테니, 세팅이 끝나면 말씀해 주십시오.”

마네킹의 위치를 재설정하고, 다시 훈련 준비를 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가 다 되는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조승하가 다시 훈련장 안으로 들어갔고, 수혁은 홀로 남아 천천히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입고 있던 장비들을 벗던 슈미츠의 눈이 살짝 커졌다.

수혁의 몸은 엄청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자신들에 비해 키나 덩치가 작았기에 무시했었는데,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육체였다.

‘무슨 사람 몸이…….’

실제 사람의 몸이 아닌 것 같았다.

수혁은 그런 슈미츠의 시선을 무시한 채 장비를 착용했다.

천천히 대충하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모든 준비가 끝났다.

슈미츠가 장비를 모두 착용하는데 걸린 시간보다 훨씬 빨랐다.

그것을 깨달은 슈미츠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 모습 하나만 봐도 수혁이 얼마나 경험이 많은 소방관인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준비 다 되었습니다!”

조승하가 훈련장 안에서 나오며 준비 완료를 알렸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수혁이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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