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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170화 (170/425)

레스큐 시스템 170화

우연일까?

이번에 마주친 것도 특수 구조대 1팀이었다.

“여기서 또 보는군요.”

전승철은 차에서 내리다 박상태와 수혁을 발견하고는 아는 척을 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웃지는 못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박상태가 물었다.

설마하니 또 복귀하다 들른 것은 아닐 테니.

“지원 요청이 왔습니다.”

“지원이요?”

박상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자신은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

구조 3팀만으로도 충분히 구조를 해낼 수가 있는데 왜 지원 요청을 한단 말인가?

‘상황실 쪽인가?’

생각보다 화재가 심각하다는 이야기에 임의적으로 특수 구조대를 출동시킨 것 같았다.

“화재가 꽤 심하군요. 빨리 움직여야겠습니다.”

박상태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전승철이 말을 돌렸다.

“일단 화재 진압팀이 길을 뚫으면 바로 진입할 생각입니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전승철이 이번에는 자신들이 맡겠다며 나서지 않았다.

분위기를 읽은 것인지, 아니면 먼저 출동한 구조 3팀을 배려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관할 싸움을 하지 않아 다행이긴 했다.

“준비되면 바로 들어갈 테니까, 대기하고 계시죠.”

박상태는 그 말을 끝으로 수혁과 함께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아, 혹시 두 분만 들어가시는 겁니까?”

장비를 챙기는 사람이 수혁과 박상태밖에 없자 그것을 본 전승철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흠…….”

전승철이 살짝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독 주택의 층수는 총 세 개.

크기도 커서 고작 두 사람이 수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 저희 쪽 애들을 전부 투입하겠습니다.”

전승철은 특수 구조대 1팀 전원을 데리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상태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요구조자의 위치는 이미 파악했으니, 소수로 들어가 빠르게 구조해서 나오는 것이 나으니까요.”

수혁은 박상태가 말을 하며 자신을 쳐다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요구조자 위치를 파악했다고요? 어떻게?”

건물의 외관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화재다.

그런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요구조자의 위치를 확인했단 말인가?

“뭐, 방법이 있습니다.”

박상태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니 이 녀석과 저, 그리고 전 팀장. 이렇게 셋만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박상태의 말에 전승철이 고민을 했다.

본래대로라면 모든 구조대원이 투입되어 요구조자를 수색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수혁과 박상태의 표정에 요구조자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 보였다.

그렇다면 박상태의 말대로 많은 수가 들어가는 것보다는 소수만 들어가 속도를 내는 것이 나은 선택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전승철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걸 보면 분명 믿는 구석이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우리 애들도 화재 진압에 투입시키도록 하죠.”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박상태가 수혁의 팔을 잡아끌며 특수 구조대와 멀어졌다.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세요?”

특수 구조대가 온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들이 있으면 요구조자를 살릴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지니까.

그런데 박상태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분위기였다.

“별거 아니다. 그냥 괜히 밥그릇 빼앗기는 느낌이 들어서.”

박상태의 퉁명한 대답에 수혁이 작게 웃었다.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마 상황실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은데.’

상황실에서는 사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특수 구조대를 출동시켰다.

그것은 다른 말로 풀이하면 신일서 구조 3팀을 믿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결정이긴 하지만, 구조 3팀의 팀장인 박상태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특구 애들 콧대 좀 살짝 눌러줘 볼까요?”

“……뭐?”

박상태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봤다.

“좀 빠르게 움직여 보려고요.”

수혁에게는 ‘미니 맵’이 있다.

화재가 일어난 저 주택 안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지만, 준비하며 이미 구조 파악을 모두 끝낸 상태였다.

그것과 ‘생명 감지Ⅲ’를 사용하면, 전승철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요구조자를 구조해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만약 박상태가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 따라올 수 있다면, 전승철은 아마 자신이 눈으로 본 것을 믿지 못할 것이다.

“됐어, 인마. 요구조자 앞에 두고 그런 유치한 기 싸움할 때냐?”

“뭐, 어때요? 이렇게 하는 편이 요구조자를 더 빨리 구조할 수 있는데.”

수혁은 박상태에게 집 안의 구조를 설명해 주었다.

그러곤 대략적인 동선까지 말해주고는 자신의 뒤만 잘 따라오라며 자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박상태는 수혁에게 대체 이런 건 어떻게 알았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짐 머레이의 말이 떠올랐다.

수혁에 대한 말은 입에 올리지도 말고, 궁금해하지도 말라는.

박상태는 궁금함을 억지로 집어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승철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은 생각이 든 것도 맞았지만, 그보다는 수혁의 말대로 하는 것이 훨씬 빠른 구조가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둘이 잠시 대화를 하는 사이, 서서히 길이 열리고 있었다.

박상태가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준비를 끝낸 전승철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들어가자.”

수혁과 박상태, 그리고 전승철.

세 사람은 불길 속으로 몸을 집어 던졌다.

‘안쪽도 심각한데?’

집 안으로 들어온 전승철은 후끈한 열기를 느끼며 얼굴을 찌푸렸다.

가스 폭발이 한 번 일어났다고 하더니, 집 안은 쑥대밭이 되어 있는 상태로 활활 타오르는 중이었다.

‘주방 쪽에서 불이 시작된 건가?’

확실한 건 알 수가 없었다.

애초에 화재 조사는 경찰 쪽에서 맡고 있었으니, 지금은 화점을 찾는 것보단 요구조자를 구하는 쪽에 집중해야 했다.

전승철이 바짝 말라오는 입을 오물거리며 본격적인 수색을 하려고 할 때였다.

“이쪽입니다.”

수혁의 말이 들려왔다.

전승철이 그쪽을 쳐다보자, 수혁과 박상태는 그냥 이동하고 있었다.

“이쪽은 수색 안 합니까?”

“요구조자 위치 파악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수혁은 그 말을 끝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에서 전승철이 따라오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 모습에 전승철은 헛웃음을 집어삼켰다.

그러면서 한 번 지켜보겠다는 듯 수혁과 박상태의 뒤를 따랐다.

‘……응?’

뭔가 이상했다.

두 사람은 너무도 익숙하게 집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이곳을 와본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미리 피해서 움직이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덕분에 전승철은 두 사람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었다.

심지어 놀랄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거기 밟지 마세요.”

수혁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전승철에게 경고했다.

전승철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아래를 쳐다봤다.

“이런…….”

가스 폭발로 인해 박살 난 가구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전승철의 눈에 위로 뾰족하게 솟아나 있는 못들이 들어왔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 정도 크기의 못을 밟는다면, 장화는 물론 발바닥까지 뚫릴 정도였다.

‘저렇게 빨리 움직이면서 이걸 확인했다고?’

자신은 그저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수혁은 저리 움직이면서도 주변을 모두 확인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구조 실력이 뛰어나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설마설마했었는데…….

놀라울 따름이었다.

경력이 고작 1년이 조금 넘은.

그나마도 8개월이란 시간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느라 일하지 못한 애송이가 보여줄 만한 능력이 아니었다.

전승철이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수혁의 뒤를 따랐다.

‘이거 대단하네.’

수혁은 업그레이드된 ‘위험 감지Ⅲ’의 위력을 실감했다.

이전에는 오직 수혁에게만 적용이 되는 스킬이었다.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나도, 수혁에게 큰 위협을 끼치지 못한다면 발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바뀌었다.

수혁 주변에 있는 위험요소가 전부 ‘표시’가 되었다.

굳이 수혁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시야 안에 들어온 곳에 있는 모든 위험요소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 전승철에게 경고했던 못도 마찬가지였다.

옅은 빨간색으로 빛나는 못을 발견한 수혁은 혹시나 뒤를 따라오던 전승철에게 경고를 해주었다.

전승철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 정도면 좀 놀랐으려나?’

물론 전승철이 구조 3팀을 대놓고 무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분명 자신들이 더 우위에 있다는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이전 생에서 수혁이 본 전승철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전승철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박상태가 기분이 상한 것도 사실이었고.

이런 모습을 한 번 보여주었으니, 특수 구조대에서도 구조 3팀이나 박상태를 경시하는 마음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수혁은 작게 웃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두 명의 요구조자는 불을 피해 3층으로 도망을 친 상태였다.

건물 외벽에도 불길이 붙은 상태였으니, 차마 뛰어내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일 테고.

수혁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요구조자들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 뒤를 박상태와 전승철이 따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셋은 요구조자 두 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머리가 희끗하게 센 노부부.

노부부는 3층 구석에 있는 작은방에 숨어서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박상태가 요구조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곤 수혁과 함께 둘을 부축해 자리에서 일으켰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고요?”

박상태의 물음에 노부부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겁에 질린 모습이 역력했다.

“혹시 집 안에 다른 사람은 더 없습니까?”

더는 요구조자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물었다.

“어, 없어요. 우리만…….”

할머니가 힘겹게 대답을 했다.

“그럼 이제 여기서 빠져나가겠습니다. 조심히 따라와 주세요.”

수혁과 박상태가 요구조자들과 함께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전승철은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정말이다. 정말로 요구조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어.’

둘은 지금까지 이동하며 다른 곳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전승철이 속으로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확신이 있으니 그렇게 움직인 것이겠지만,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진짜로 수혁이 향한 곳에 정확히 요구조자들이 있었다.

전승철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알 수가 없었다.

이전에 처음 수혁이 구조하는 모습을 본 구조 3팀이 가진 감정이었다.

전승철의 헝클어진 머릿속은 집을 빠져나갈 때까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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