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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149화 (149/425)

레스큐 시스템 149화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원 온 서의 구조팀장이 물었다.

“진압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습니다.”

현장 지휘를 하고 있던 신일서 화재진압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지원이 더 필요할 것 같군요.”

시장의 입구는 동서남북으로 네 곳이었다.

그중 남쪽에 있는 입구 근처에서 화재가 일어났고.

그런데 지금은 북쪽 입구를 제외한 모든 곳에 불길이 옮겨붙은 상황이었다.

세 곳이나 되는 소방서에서 지원을 보내주었음에도, 화재는 진압되기는커녕 점점 더 그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었다.

“구조는?”

“그나마 구조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32명을 구조했고, 계속해서 구조대원들이 투입되고 있으니까요.”

화재 신고가 들어온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건만, 벌써 32명이나 구했다는 말에 구조팀장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구조속도였기 때문이었다.

“혹시 몇 명이나 남았는지는…….”

“최소 열 명에서 최대 20명 사이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빠져나온 상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나온 예상이었다.

“편차가 좀 크군요.”

“아무래도 면적이 넓은 데다, 유동인구도 많아서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그렇겠죠.”

구조팀장은 그에게 조금 더 자세한 현장 브리핑을 들은 뒤, 자신의 대원들에게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신일서면 그 사람이 근무하는 곳이었지?’

구조팀장은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연립주택 화재를 떠올렸다.

‘신일서 구조대 김수혁.’

최근에 정말 자주 들리는 이름이었다.

소방관 중에 이렇게 유명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 화재가 있던 날 수혁이 보여주었던 모습은 놀라웠다.

자신이 책임질 테니 불법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그냥 밀어버리라니?

그냥 소문으로만 들었을 때와 달리 그 행동은 구조팀장에게 꽤나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저 안에 있으려나?’

구조팀장은 왠지 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구조 속도의 이유가 수혁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우리는 다른 쪽에서 진입할 예정이다.”

화재가 가장 심각한 남쪽 입구에는 인력이 충분했다.

때문에 자신들은 동쪽에서부터 방수와 구조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구조팀장은 대원들을 데리고 빠르게 자리를 이동했다.

그러고는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폈다.

확실히 화재가 시작된 남쪽보다는 불길이 약해 보였다.

이 정도라면 지금 당장에라도 진입이 가능했다.

“다들 준비됐나?”

“됐습니다.”

“그럼 들어가자.”

여섯 명의 구조대원이 동쪽 입구를 통해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려던 그때였다.

“잠깐만요!”

누군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

구조팀장이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구급대원 두 명이 다급히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

‘늦는… 다?’

수혁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미니 맵’의 내비게이션 능력을 통해 가장 빠른 길을 찾아 이동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이다.

아직 요구조자의 생명은 감지가 되고 있었지만, 조금씩 약해지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연기를 마신 건가?’

그렇게밖에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더 빨리 움직여야겠어.’

그래도 지금까지는 위험을 최대한 피해 이동을 했지만, 이제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실드.’

수혁은 ‘실드’를 사용했다.

그리고 앞으로 달렸다.

앞을 막고 있는 장애물을 무시했다.

그것이 불길이든, 벽이든, 쌓여 있던 짐이든.

그 어떤 것도 ‘실드’를 두르고 질주하는 수혁의 앞을 막을 순 없었다.

쾅-!

앞에 있던 벽을 어깨로 뚫어버린 수혁이 도착한 곳은 식당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물?’

식당 주변에는 물기의 흔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식당은 일반 상점들보다 물의 사용이 용이했을 테니, 불길의 침범을 막기 위해 물을 뿌린 듯했다.

좋은 판단이었다.

수혁은 곧장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계십니까!”

식당 안에서 감지되는 요구조자는 단 한 명.

잠시 식당 안을 둘러보던 수혁은 요구조자가 주방 쪽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구조대입니다!”

그렇게 소리치며 안으로 들어간 수혁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불안하다 했더니.’

주방에는 오십대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명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수혁이 생각했던 것처럼 연기를 들이마시고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닌 듯했다.

그녀의 손에는 물에 젖은 수건이 쥐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생명 반응이 약해지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젠장!’

무너진 천장이 요구조자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주변에 물을 뿌리며 불길을 막아냈지만, 위쪽으로 번진 불은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식당 위로 번진 불이 구조물을 약하게 했고, 운이 나쁘게도 무너져 내리며 그 밑에 깔린 것이다.

수혁은 그녀를 잔해 밑에서 꺼내는 대신 일단은 마스크를 먼저 씌웠다.

‘연기를 안 마셨다면 좋겠는데.’

정신을 잃기 전까지는 젖은 수건으로 호흡기를 보호한 듯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러니 마스크를 착용시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조심스럽게 요구조자에게 마스크를 씌운 수혁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는 잔해들을 확인했다.

육안으로 보이는 핏자국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출혈이 없다는 확신을 할 순 없었다.

상처를 입은 부위가 잔해에 짓눌려 지혈되고 있을 가능성 역시 높았기 때문이었다.

경동맥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 맥박을 확인한 수혁은 곧장 무전기를 들었다.

“요구조자 발견, 요구조자 발견, 현재 의식은 없는 상태이고, 호흡과 맥박 역시 약합니다. 잔해에 깔려 부상을 입었을 확률이 높으며,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수혁이 무전을 한 지 몇 초가 흐른 뒤, 지직- 하는 노이즈와 함께 박상태의 대답이 들려왔다.

[위치 불러. 지금 바로 간다.]

박상태가 온다는 대답에 수혁은 식당의 위치를 정확하게 설명해 주었다.

[5분 내 도착한다.]

무전을 끝낸 수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박상태가 오기 전까지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주방 한쪽에 있는 싱크대로 가서 수도꼭지를 돌렸다.

다행히 아직 물이 나오고 있었다.

수혁은 커다란 통에 물을 받아 들고는 요구조자와 주변에 뿌리기 시작했다.

‘뜨겁다.’

‘실드’의 지속 시간이 끝나자, 뚫린 천장에서 얼굴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의 엄청난 고열이 느껴졌다.

방화복을 입고 있는 수혁이 뜨거움을 느낄 정도의 열기였으니, 요구조자의 생명 반응이 점점 약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자 조금 편안해졌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날 뻔했어.’

요구조자의 상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수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은 잔해를 치울 차례였다.

‘천천히…….’

마음 같아서는 신속하게 치워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이 안쪽의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없었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치우다가 상처가 더 심해질 수도 있었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수혁은 위에서부터 천천히 잔해들을 치워 나갔다.

그러다 손이 멈칫하며 굳어졌다.

“이런…….”

수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잔해에 섞여 있던 철골 하나가 요구조자의 옆구리를 뚫고 반대쪽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미쳐 버리겠네.’

이건 더는 건드려선 안 된다.

철골이 조금이라도 비틀려 틈이 생긴다면, 엄청난 출혈이 시작될 것이다.

“상태 형.”

[말해.]

“요구조자가 부상을 입은 상태예요.”

[자세히 말해봐.]

“엄지손가락만 한 철골이 옆구리를 관통했어요.”

수혁의 말에 박상태는 잠시 침묵했다.

“이 상태론 못 옮깁니다. 구급대가 와야 돼요.”

이곳이 평범한 구조 현장이었다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빠르게 옮기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병원에 도착하면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냥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화재 현장 한가운데였다.

그런 곳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간 병원은커녕, 시장 밖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할 것이 분명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기다려.]

박상태는 그 말을 끝으로 한참 동안이나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후우…….”

수혁은 요구조자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남은 요구조자의 수는 열세 명.

다행히 다른 대원들이 열심히 움직여 준 덕분에, 많은 수의 요구조자를 구조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모두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발목이 잡혀 버렸다.

‘그렇다고 내버려 두고 가는 건 말이 안 되지.’

처음 발견했던 세 명의 요구조자와는 상황이 달랐다.

그들은 자신이 없어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요구조자는 상태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박상태가 도착하기도 전에 갑자기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었다.

수혁은 철골 주변은 건드릴 생각도 하지 않고 남은 잔해들을 치워냈다.

모두 드러난 요구조자의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옆구리를 관통한 철골 외에도, 크고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다.

특히 다리 한쪽은 뼈가 부러져 기형적으로 꺾여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행히 생사를 다툴 정도로 심각해 보이는 상처는 없었다.

‘저 철골만 처리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김수혁.]

수혁이 잠깐 고민하고 있는데, 박상태의 무전이 들려왔다.

“어떻게 됐어요?”

[구급대가 투입될 거다.]

“지금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거면 시간이 너무 늦어요.”

[다른 쪽에서 들어갈 거야. 지금 네 위치랑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박상태의 말에 수혁이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른 쪽이라뇨?”

[지원 나온 구조대가 진입할 때 같이 들어올 거야.]

지원이라는 말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생각의 폭이 좁아져 있었다.

“얼마나 걸린대요?”

[늦어도 10분 이내.]

10분이란 말에 수혁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조금 더 서둘러 달라고 해줄 수 있어요?”

[급한 건 알겠는데, 그게 최선이다.]

박상태가 미안하다는 듯한 음성으로 말을 했다.

“그래도 한번 말이나 해주세요.”

-……그래. 너무 조급해하진 마라. 네가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실수할 확률이 높아지니까.

“네, 알겠습니다.”

수혁이 심호흡을 했다.

박상태의 말대로 조급해 해봐야 상황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지.’

수혁은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조금만 더 견뎌주세요.”

수혁은 싱크대로 가서 다시 물을 퍼와 주변에 뿌리며 요구조자에게 부탁했다.

***

“이쪽인가?”

구조팀장은 구급대원에게 들은 요구조자의 위치를 상기하며 주변을 훑었다.

“여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뒤에서 따르던 대원 역시 구조팀장의 말에 동의했다.

“빨리 움직이자. 듣자 하니 요구조자의 상태가 꽤 심각해 보였으니까.”

대원들을 재촉한 구조팀장이 뒤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자신의 대원이 아닌, 방화복을 입은 구급대원 두 명이 힘겨운 모습으로 따르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네? 아, 네, 아직은 버틸 만해요.”

괜찮다는 듯이 말하는 구급대원이었지만, 사실 그리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십쇼. 거의 다 왔으니까.”

구급대원들은 대답할 힘도 없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본 구조팀장은 몸을 돌려 다시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미안하긴 했지만, 지금은 구급대원들에게 신경을 써줄 정도로 시간이 남아돌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수혁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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