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스큐 시스템-101화 (101/425)

레스큐 시스템 101화.

최은송과 수혁이 같이 사는 것이 결정되었다.

당황하긴 했지만, 사실 수혁으로서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매일 최은송이 해주는 음식도 먹을 수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붙어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수혁은 혼자 사는 남자의 평범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은송과 함께 살게 되면, 삶의 질이 상승할 것도 자명했다.

문제는…….

“아버님이 허락해 주실까요?”

전에 봤던 어머님이라면 흔쾌히 허락해 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처음부터 자신을 그리 탐탁지 않아 하던 그가, 딸의 동거를 허락해 줄 리가 없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최은송은 최문식을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나름대로의 방법도 있었고.

그래서 별로 걱정하진 않았다.

“뭐, 은송 씨가 그렇다면야…….”

수혁은 난감한 표정과 미소를 동시에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랑 얘기 잘되면, 당장 내일이라도 들어올 수 있으니까, 준비하고 있어요.”

최은송이 배시시- 하고 웃었다.

“그래서? 제수씨랑 이제 같이 산다고?”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이재한의 물음에 수혁이 민망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이야, 잘됐네.”

이재한은 진심으로 좋아하는 표정이었다.

왜 자기가 좋아하는지 수혁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수혁과 최은송의 동거를 반기는 사람은 또 있었다.

“집에서 자기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지. 안정감도 생길 테고, 제 몸 아낄 이유도 생기고.”

박상태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혼자 사는 것과 둘이 사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특히 수혁이라면 더욱 그랬다.

방금 말한 것처럼, 최은송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머릿속 한켠에 인식하고만 있어도, 지금처럼 무모한 행동은 줄어들 것이다.

“제수씨는 언제 들어온대?”

“사실 어제 들어왔어요. 처음부터 은송 씨가 사용할 것들은 대부분 준비해둔 터라, 몸만 와도 됐거든요.”

그러고 보니 전에 수혁의 집에 갔을 때, 최은송이 쓸법한 물건들이 많았던 것이 떠올랐다.

“집들이 한번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김강식이 신난 얼굴로 물었다.

“집들이는 무슨, 전에 와봤잖아요.”

“그게 무슨 집들이야! 어? 정식으로 한 번 초대해야지.”

김강식의 생떼에 수혁이 헛웃음을 지었다.

대체 왜 자기들이 더 신난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오늘 어떠냐?”

박상태마저 그 대열에 합류했다.

“갑자기 오늘이요?”

수혁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박상태가 말을 이었다.

“그 뭐냐. 오늘 너 예능 찍은 거 첫 방송이라며. 다 같이 모여서 밥 먹으면서 보면 딱 아니냐?”

그 말에 김강식과 이재한이 좋은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아, 아니, 잠깐만요.”

수혁이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지만, 이미 집들이가 성사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휴, 이 아저씨들이 진짜.’

수혁이 혼자라면 상관없었다.

그 넓은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단, 퇴근 후 동료들과 떠들썩하게 노는 것이 좋았으니까.

하지만 이젠 최은송이 집에 있다.

아무리 안면이 있고, 친분이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갑자기 방문하는 것은 그녀에게 미안한 일이었다.

박상태는 그런 수혁의 난감한 표정을 보고는 픽- 하고 웃었다.

그러곤 수혁의 뒤통수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인마, 내가 그렇게 생각이 없는 놈으로 보이냐?”

뜬금없는 말에 수혁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봤다.

“오늘 아침에 제수씨가 연락했더라. 오늘 집들이할 테니까 다 같이 모여서 식사라도 하자고. 너만 몰랐던 거야.”

“아…….”

그러니까 다 짜고 친 고스톱이었단 말이었다.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제수씨가 너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다. 너 잘 부탁한다고 이렇게 우리 데려다가 밥도 먹이고 하는 걸 보면.”

수혁이 뺨을 긁었다.

“그럼 오늘 퇴근 후에 다 같이 가는 걸로 하자고. 오늘은 예외 없다. 유지환이하고 효상이도 다 같이 가는 거야.”

“제가 멱살을 잡고서라도 데리고 갑니다.”

이재한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리고 수혁이 너는 오늘 출동하지 말고 사무실 지켜.”

“……네?”

“그 몸으로 뭐 하게? 대회 때까진 몸 회복하는 데 집중해. 생각 같아선 병원에서 푹 쉬라고 하고 싶은데, 그건 좀 무리 같고. 출근해서 서류업무나 봐라.”

“하지만 그건 좀…….”

“도움 필요하면 우리가 먼저 얘기할 테니까, 걱정 말고 좀 쉬어라, 이 새끼야. 너 그동안 너무 무리했어.”

반론은 듣지 않겠다는 듯, 박상태는 다른 둘을 데리고 재빨리 사라져 버렸다.

수혁은 멍하니 그들의 뒷모습을 쳐다보기만 했다

“제수씨! 저희 왔습니다!”

현관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이재한이 크게 소리쳤다.

“오셨어요?”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던 최은송이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이, 이게 다 뭡니까?”

대원들의 눈이 커졌다.

거실에 마련된 커다란 상에는, 요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무슨 뷔페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오늘 실력 발휘 좀 했어요.”

최은송이 아하하- 하고 웃었다.

“어휴, 너무 많이 하신 거 아니에요? 힘드셨을 텐데. 이렇게 많으면 우리 다 못 먹어요.”

김강식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른 손님도 올 예정이니까, 음식 남길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최은송의 말에 수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손님이라니?

이들 말고 올 사람이 더 있단 말인가?

수혁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봤지만, 최은송은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해 주지 않았다.

“……여기가 수혁 씨 집입니까?”

뒤쪽에서 따라 들어온 유지환이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집 안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 이게 소방관 월급으로 살 수 있는 집이에요?”

“너 몰랐구나? 수혁이 저놈, 개부자야.”

“저, 정말요?”

이재한의 농담에 유지환이 깜짝 놀랐다.

“어쩐지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지하게 말을 하는 그의 모습에 대원들이 빵-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예사롭지 않긴 개뿔. 저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시원에서 살았다, 인마.”

박상태의 말에 유지환은 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좀 있었어요. 여기 월세입니다.”

수혁은 대충 말을 돌렸다.

장영수에 대한 것이나 월세가 10만 원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알아봐야 좋을 것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앉으세요. 저는 아직 준비할 게 좀 더 남아 있어서.”

최은송은 대원들을 거실로 안내하고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여긴 볼 때마다 좋다야. 난 언제쯤 이런 집에서 살아볼는지.”

“청소만 힘들죠, 뭐.”

“하긴, 여기 청소하려면 허리 휘겠다, 허리 휘겠어.”

가끔 쉬는 날이면, 마누라의 등쌀을 못 이기고 청소할 때면, 차라리 출동을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귀찮았다.

고작 20평대 아파트임에도 그런데, 이런 집은 오죽할까?

“저, 잠깐 집 구경 좀 해도 될까요?”

대화를 나누던 도중, 유지환이 물었다.

“아, 그러네. 너랑 효상이는 아직 집 구경 못 해봤지?”

“구경은 내가 시켜줄 테니까, 수혁이 넌 좀 앉아서 쉬고 있어라.”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수혁을 붙잡은 김강식이, 대신 둘에게 집 안을 구경시켜 주기 시작했다.

“저놈은 선배라는 게, 너라면 아주 끔뻑 죽는다니까.”

“하하하.”

김강식은 수혁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딸의 생일을 챙길 수 있게 해준 은인.

그러니 수혁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그렇게만 해. 사람도 구하고, 동료도 구하고. 대신 네 몸도 좀 아끼고. 이제 제수씨도 있으니까.”

“……그럴게요.”

수혁은 조그맣게 대답했다.

띵동-!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음?”

“제수씨가 말한 손님 왔나 보다. 나가봐.”

수혁은 대체 그 손님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은송과 자신이 같이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어?”

인터폰에 떠있는 영상을 본 수혁이 논을 크게 떴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서 있던 것이다.

수혁이 빠르게 문을 열자, 상큼한 음성과 함께 일단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와아, 집 엄청 좋아!”

“우리 숙소는 비교도 안 되네.”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시애였다.

그 뒤로 효진과 제스가 따라 들어오며, 난리를 피웠다.

“너희가 여긴 어떻게?”

“언니가 초대했어요!”

시애가 잔뜩 신난 음성으로 대답했다.

“오늘 첫 방이잖아요. 그래서 다 같이 보면 좋겠다 싶어서.”

시애의 음성을 듣고 밖으로 나온 최은송이 말했다.

“원래는 다른 분들도 초대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다들 스케줄이 있으시다고 해서.”

최은송은 예원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모두 초대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방금 말한 것처럼 모두 일정이 있었다.

본래는 버블걸스도 행사가 있었지만,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올 수가 있었다.

‘대체 다른 사람들 연락처는 언제 딴 건지…….’

분명 그날은 자신과 계속 붙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누구 또 왔어?”

지하를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위가 소란스러워지자 올라오며 물었다.

“어, 어? 어!”

계단을 올라오던 유지환이 덜컥- 몸이 굳어졌다.

그는 버블걸스 팬클럽인 버블리의 임원이었다.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자, 머릿속이 정지한 것만 같았다.

“안녕하세요! 버블, 버블, 버블걸스입니다!”

셋이 웃으며 인사하자, 유지환은 성불이라도 할 태세였다.

“반가워요. 거기 서 있지 말고 이리 들어와요.”

박상태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데리고 거실로 안내했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박상태가 저런 표정을 짓다니.

구조 3팀은 손바닥만 한 벌레라도 본 듯한 느낌에, 몸서리를 쳤다.

박상태는 어울리지도 않게, 자신이 직접 나서서 그녀들에게 집 구경을 시켜주었다.

“와, 진짜 너무 좋아요.”

“이런 집에서 오빠랑 언니가 같이 사는 거야?”

“꺄악!”

왠지는 몰라도 꽤나 신이 난 것 같았다.

시애는 2층에 있는 테라스를 보고 부러워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었고, 지하에 있는 바를 본 뒤에는 자기도 여기서 살면 안 되냐 묻기도 했다.

“자자, 앉으세요!”

요리를 끝낸 최은송이 사람들을 거실로 불러 모았다.

집 구경을 하던 버블걸스도, 그녀들을 안내하던 섬뜩한 미소의 박상태도, 그 뒤를 쭈뼛거리며 따라다니던 유지환도.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이제 슬슬 방송 시작할 시간이니까, 드시면서 보죠.”

“잘 먹겠습니다, 제수씨!”

“오늘 배 터지겠네요.”

“맛있겠다!”

배가 고팠던 건지, 사람들은 허겁지겁 식사하기 시작했다.

최은송의 요리는 두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다.

“고생했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뭐.”

수혁과 최은송이 마주 보며 웃었다.

그 사이, 드디어 기다렸던 방송이 시작되었다.

-7일간의 서바이벌. /글/

프로그램 제목이 뜨고, 가장 먼저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수혁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