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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36화 (36/425)

레스큐 시스템36화

구조 3팀의 대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공장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수혁이 안쪽으로 들어간 지 거의 10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안 되겠다. 아무래도 내가 들어가 봐야겠어.”

초조함을 견디지 못한 박상태가 얼굴을 찌푸리며 한쪽에 정리되어 있는 장비들을 향해 걸어갔다.

“아, 참으세요.”

그런 박상태를 김강식이 말렸다.

“어떻게 참어, 인마!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장에 내 새끼 중 하나가 들어가 있는데!”

“수혁이가 기다리라고 했잖습니까. 자기가 가지고 나온다고. 지금까지 그놈이 허튼소리하는 거 본 적 있어요? 좀 믿고 기다려 봅시다.”

“너는 걱정도 안 되냐? 그놈이 믿으라고 하면, 다 믿을 거야?”

“믿어야죠, 그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그놈을 안 믿으면 어떡합니까?”

신일서에서 수혁을 가장 믿는 사람은 박상태가 아닌, 김강식이었다.

조연산 화재 이후, 김강식은 그 누구보다도 수혁의 든든한 신봉자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목숨을 바쳐 가며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었다.

김강식이 쓰레기 같은 심성을 지닌 사람도 아니었으니, 생명의 은인인 수혁을 지지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주 대단한 광 팬 나셨네, 광 팬 나셨어!”

박상태가 분통이 터진다는 듯 가슴을 두들겼다.

“그놈이 직접 자신이 나서서 하겠다고 한 일이잖아요. 자신 없었으면 얘기도 안 꺼냈을 겁니다.”

김강식의 계속되는 만류에 박상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자리로 돌아갔다.

“일이 잘못되기만 해봐라. 넌 아주 그냥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에헤이, 또 그러신다. 걱정 좀 접고 그냥 조용히 기다…….”

콰과과과과광-!

박상태를 안심시키기 위해 웃으며 말을 하던 김강식의 얼굴이 그 모습 그대로 굳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빠져! 빨리 빠지라고!”

공장 근처에서 방수하고 있던 화재 진압대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다행히 폭발에 휘말린 사람은 없어 보였지만, 대신 엄청난 충격에 바닥을 나뒹굴며 정신을 잃은 대원은 있는 것 같았다.

평소였다면 당장 달려가서 그들을 데리고 자리를 피했을 박상태였지만, 지금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이, 이게 대체…….”

폭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수혁이 말했으니까.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것 역시 수혁이 말했으니까.

그런데 폭발이라니?

자신만만하게 공장 안으로 들어간 수혁이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폭발이 일어났다.

“안 돼!”

김강식은 정신이 나간 것 같은 표정으로 공장을 향해 달려나갔다.

“잡아!”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이재한이 소리쳤고, 그것을 들은 박정우가 간신히 따라잡아 김강식의 허리를 붙잡았다.

박정우의 힘에 밀려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된 김강식은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왜? 왜지?”

분명히 수혁은 폭발하기 전에 빠져나올 수 있다고 장담했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테지만, 수혁은 달랐다.

분명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껏 수혁이 보여주었던 모습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이번에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왜?”

자신이 틀린 것일까?

비범해 보였던 수혁의 능력은 정말로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고, 실제로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이건 자신의 잘못이다.

무조건 수혁이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어야만 했다.

반면 박상태는 어느새 화재 진압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방수해! 빨리 길 열라고!”

“지금 어떻게 방수를 합니까? 추가 폭발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상황에 폭발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폭발이 폭발을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화재 진압대가 일단 물러나는 것은 당연하고도 제대로 된 절차였다.

하지만 박상태는 그런 것을 떠올릴 수도 없었다.

그만큼 혼란하고 충격이 컸던 탓이었다.

설마하니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아니, 불안하긴 했지만 무시했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이번에도 수혁이 어떻게든 할 것이라 생각했다.

박상태는 자신이 그런 안이한 생각을 했다는 것에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마… 죽었겠지?’

공장 밖에 있던 화재 진압대들이 우르르 쓰러질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었다.

그러니 그 안에 있는 수혁은 어떻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그 충격만으로도 내장이 몽땅 터져 버렸을 것이다.

‘말렸어야 했다, 말렸어야 했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동료를 잃은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작년에도 한 명이 구조 도중 사망했다.

그때도 가슴이 미어질 것처럼 슬프고 괴로웠지만, 지금은 더욱 그랬다.

단순한 사고가 아닌, 자신의 무책임한 방관으로 일어난 희생이었기 때문이다.

수혁이 아무리 괜찮다고 우겼어도, 절대 허락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박상태를 비롯한 구조 3팀의 대원들이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였다.

“어?”

누군가가 의문성을 내뱉었다.

화재 진압대의 대원 중 한 명인 듯했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듯, 손을 들어 양쪽 눈을 비볐다.

그러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저기!”

이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똑똑히 들릴 정도로 커다란 외침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구조 3팀의 대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곧 소리친 이가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는 쪽으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화재 현장을 취재하고 있던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폭발에 화들짝 놀라 사진을 미친 듯이 찍어대던 도중, 소방관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몰리자 자연스럽게 그곳을 쳐다봤다.

“사람이다!”

믿을 수 없게도.

두꺼운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 한 명이 미친 듯이 타오르는 화염을 뚫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 * *

‘이거…….’

수혁은 신기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엄청난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주변이 불바다로 변해 버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폭발이었다.

하지만 수혁은 그런 불바다 한가운데서도 아주 멀쩡하게 서 있었다.

폭발 현장의 한가운데서 직접 그것을 경험한 덕분에 놀란 표정이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대단한데?”

‘실드’는 생각했던 것처럼, 수혁을 완벽하게 보호했다.

화염은 구(球) 형태의 투명한 막을 뚫지 못하고, 그 주변만을 불태울 뿐이었다.

덕분에 수혁은 머리카락 한 올도 그슬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믿지 못할 경험을 많이 했다.

그중 최고는 죽었다 살아나서 과거로 돌아온 것이었고, 레벨이나 퀘스트 같은 것 역시 이해하지 못할 신기한 것이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봤을 때, 가장 놀라운 경험은 바로 지금이었다.

수혁은 허허- 웃으며 주변을 계속해서 돌아보다 퍼뜩 정신 차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신기하고 경이로운 모습이었지만, 언제까지 그것을 구경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실드’의 지속 시간은 고작해야 5분.

지금 당장 빠져나가도 시간이 빠듯했다.

‘이 고철 덩어리를 찾는데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

자칫 잘못했다간 공장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실드’가 끝나 버릴지도 몰랐다.

수혁은 양손으로 로봇을 집어 든 뒤, 그대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이 온통 불바다가 되어버린 탓에 길을 뚫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수혁은 대충 방향만 확인하고는 무작정 달렸다.

자신을 절대적으로 보호해 주는 ‘실드’를 믿은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히 통했다.

앞을 막고 있는 것이 불덩이든,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든.

그것들은 수혁에게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못했다.

가끔 뚫고 가지 못할 벽을 만나면 조금 방향을 틀어 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가 들어왔던 입구였다.

‘시간이…….’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5초 남짓.

다른 사람이었다면 절대로 제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할 거리였다.

맨몸에 운동장에서 달려도 그러할진대, 심지어 수혁은 20㎏이 넘는 장비와 그보다도 무거운 로봇을 손에 든 채, 불길 속을 달려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조건 속에서도, 괴물 같은 신체 능력이 있는 수혁이라면 가능했다.

‘1, 2초 정도는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는 그냥 몸으로 버티면 된다.

수혁은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4초, 3초, 2초, 그리고 1초.

시간이 다 된 ‘실드’가 해제됐다.

화르르르륵-!

‘실드’에 가로막혀 있던 화염이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수혁에게 달려들었다.

‘크으윽.’

엄청난 열기에 온몸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방화복이 아니었다면 실제로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렸을 정도였다.

‘한 걸음만 더!’

수혁은 고통 속에서도 이를 악물며 발을 내디뎠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고작 열 걸음을 채 내딛기 전에, 수혁은 지옥 같았던 불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허억- 허억-!”

숨을 몰아쉰 수혁은 손에 든 로봇을 대충 바닥에 내팽개친 뒤 방화복 이곳저곳에 옮겨붙은 불씨를 털어냈다.

그러다 문득 주변이 소란스럽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들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구조 3팀의 대원들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묘했다.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아니면 화가 난 건지.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는 표정으로 수혁에게 뛰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수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옷도 안 입고 여길 오면 어쩌겠다는 건지.”

공장 밖으로 빠져나오긴 했지만, 주변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리고 언제 또다시 폭발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

그런데도 앞뒤 재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대원들을 보며, 수혁은 웃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혁은 땅에 던져 놓았던 로봇을 다시 들었다.

잔뜩 긴장한 탓에 조금 지치긴 했지만, 그렇다고 저들이 여기까지 오게 할 수는 없었다.

“오지 마요! 내가 갈 테니까!”

수혁은 손을 들어 그들의 움직임을 막은 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도 주변을 살펴보았다.

화재 진압대나 다른 서에서 지원 온 소방관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수혁이 찾고 있는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저쪽에 있었는데?’

수혁이 찾는 사람들은 바로 기자들.

그런데 분명 공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있던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설마, 돌아갔나?’

그러면 곤란하다.

지금 이 상황을 기자들이 찍는 것이 수혁이 생각한 계획이었다.

[사람이 아닌, 고장 난 로봇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 소방관.]

이런 제목의 기사가 뜬다면?

아무리 얼굴에 철판을 깐 고한선이라 한들, 타격이 없을 리가 없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휘하 대원들에게 위험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하는 사람을 가만둘 수는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계획이었다.

‘이러면 나가린데…….’

정작 이 모습을 봤어야 할 기자들이 없다면 헛수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야, 이 새끼야!”

수혁이 슬그머니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사이,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박상태가 그대로 수혁의 헬멧을 후려쳤다.

“아, 아파요!”

깜짝 놀란 수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상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박상태는 한 대로는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마치 백수 아들의 등을 때리는 엄마처럼 손바닥으로 수혁을 계속해서 두들겼다.

“안 터진다며! 안 터진다며!”

고작해야 10여 분밖에 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 사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

그것은 다른 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화가 나면서도 수혁이 무사하다는 것에 안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박상태와 합류해 수혁을 구타하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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