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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34화 (34/425)

레스큐 시스템34화

생명을 감지하는 파동이 수혁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두 명!’

스킬로 감지한 생명은 두 명이었다.

위치는…….

‘2층이다.’

요구조자들의 마지막 목격 장소가 3층이라고 해서 그들이 지금까지 3층에 있으리란 법은 없었다.

아마도 화재가 일어나자 밑으로 대피를 하다, 1층에 퍼진 불길을 보고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2층에 머문 것 같았다.

다행히도 2층은 1층보단 훨씬 양호한 상태였다.

물론 1층과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뜻이었다.

자신들처럼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면, 2층 역시 충분히 위험한 곳이었다.

수혁은 요구조자들의 위치를 파악하자마자 곧장 움직였다.

아직까진 다행히 살아 있었지만, 유독한 연기가 조금씩 2층을 채우고 있었으니,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만약 연기를 한 모금이라도 들이마시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요구조자 발견, 요구조자 발견. 상태 형, 이쪽에 요구조자 두 명 발견했습니다.”

아직 요구조자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진 못했지만, 수혁은 빠르게 달리며 무전을 쳤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였다.

[알았다. 그쪽으로 간다. 강식이 너도 이동해.]

그들이 2층에 도착한 지 이제 막 1분 정도 지났다.

하지만 박상태는 수혁에게 어떻게 벌써 찾았느냐는 질문 따윈 하지 않았다.

그런 의문을 갖기엔 지금껏 수혁이 보여준 능력이 너무도 대단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자신을 믿어주는 박상태의 모습에 수혁은 슬쩍 미소 지으며 다리를 멈췄다.

“여긴가?”

스킬이 알려준 요구조자들의 위치는 수혁이 멈춰 선 곳에 있는 문 너머였다.

수혁은 망설이지 않고 문고리를 돌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잠겨 있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연기를 막기 위해 안쪽에서 뭔가 조치를 취한 것 같았다.

‘똑똑하군.’

이런 작은 행동 하나가 그들의 목숨을 구했다.

“구조대입니다. 안에 사람 있습니까?”

수혁이 문 안쪽을 향해 물었다.

“이, 있습니다! 있어요!”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기쁨과 공포가 뒤섞여 그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지금 들어가겠습니다! 문 쪽에서 떨어지세요!”

“예, 예!”

대답이 들려오자 수혁은 곧바로 문을 박찼다.

콰앙-!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찌이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틈을 막고 있던 청테이프가 뜯겨 나가며 낸 소리였다.

문이 떨어져 나가듯 열리며 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사무실로 보이는 곳.

그 안에는 겁에 잔뜩 질려 있는 여자와 정신을 잃고 자리에 쓰러져 있는 남자가 있었다.

수혁은 둘을 확인하자마자 보조 마스크를 꺼냈다.

“이거 쓰세요.”

덜덜 떨고 있는 여자에게 마스크를 건넨 수혁은 무릎 꿇고 앉아 쓰러져 있는 요구조자에게 다른 마스크를 씌웠다.

“어떻게 된 겁니까?”

“부, 불을 피해 도망치다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여자의 이야기를 들은 수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연기를 마신 건가?’

그렇다면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등에 맨 봄베를 벗은 수혁은 그대로 쓰러진 요구조자를 둘러업었다.

그러곤 한 손으로 벗은 봄베를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믿기지 않는 힘이었지만, 반쯤 정신이 나간 여자는 그런 것에 놀랄 여력이 없었다.

“조심히 따라오세요.”

1층에 비해 양호하다고는 하지만 2층 역시 불길이 옮겨붙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하더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여자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혁의 뒤로 따라붙었다.

‘침착하네.’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 당황하고 정신이 없어 보이긴 했지만, 이 정도면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모습이었다.

‘테이프로 문틈을 막은 것도 그렇고…….’

만약 그녀의 행동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심각한 상황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었다.

수혁은 여자의 행동에 감탄했다.

“김수혁! 어디야!”

수혁이 사무실 밖으로 빠져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상태의 외침이 들렸다.

“이쪽입니다!”

수혁이 소리치자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잘했어!”

순식간에 도착한 박상태와 김강식은 수혁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곧장 요구조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무래도 남자분은 연기를 마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수혁의 말에 잠시 신음한 박상태가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여자를 향해 물었다.

대수롭지 않다는 박상태의 태도에 여자는 안도한 얼굴을 지었다.

사실 그녀는 남자에게 큰일이 생긴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빠져 있었다.

그런 와중에 구조대가 도착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한 그들의 모습을 보자 한결 편안해졌다.

“저, 저는 괜찮아요.”

“다행입니다. 이제 밖으로 나가시죠.”

박상태는 여자의 몸을 보호하듯 감싸고는 이동을 시작했다.

“장비 이리 줘.”

김강식이 수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혁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혼자 요구조자와 장비를 들게 할 순 없었다.

“부탁드립니다.”

수혁은 손에 들고 있던 봄베를 김강식에게 넘겼다.

“혹시 3층이나 2층에 다른 사람들도 있습니까?”

이동하던 박상태가 여자에게 물었다.

“아, 아니요. 제가 알기론…….”

여자가 고개를 젓자 박상태는 무전기를 들었다.

“이재한, 3층 수색 어떻게 돼가고 있어?”

[아직까지 특이사항 없습니다.]

“요구조자 두 명은 2층에서 발견했다. 3층에 다른 요구조자들 있는지 확실하게 수색해.”

[알겠습니다.]

더 이상의 요구조자는 없는 듯했지만, 그래도 수색을 소홀히 할 순 없었다.

그때, 수혁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시야가 갑작스러운 이명과 함께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위험하다.’

붉은 표시가 퍼지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리고 수혁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태 형, 아무래도…….”

“말해.”

수혁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박상태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수혁은 곧이곧대로 말을 하지 않았다.

요구조자가 바로 옆에 있었다.

그녀에게 괜한 불안감을 심어줄 순 없었다.

“빠르게 복귀해야 될 것 같아요. 3층도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해주세요.”

“아직 수색이 덜 끝…….”

“이제 없어요, 요구조자.”

이어진 수혁의 말에 박상태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곤 수혁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 무전기를 들었다.

“이재한, 복귀해.”

[예?]

“수색은 여기까지다. 지금 바로 수색 종료하고 밖으로 나와.”

[아, 알겠습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지시였지만, 이재한은 거부하지 않았다.

“우리도 빨리 움직이죠.”

수혁이 앞장서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수혁의 봄베를 들고 있던 김강식 역시 자연스럽게 빨라졌고, 박상태는 요구조자를 안심시키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계단을 내려오자 1층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요구조자 나간다. 1층 방수해!”

박상태가 밖에 있는 화재 진압대에게 무전을 치자 입구 쪽을 향해 물줄기가 집중됐다.

“지금!”

방수를 견디지 못한 불길이 조금 잦아들자 수혁은 밖을 향해 뛰었다.

“후우-!”

열탕 지옥 같았던 공장 안을 빠져나오자 차가운 바람에 그들을 맞이했다.

“구급대!”

뒤이어 나온 박상태가 구급대를 부르자, 대기하고 있던 구급대원들이 달려왔다.

“연기를 마신 것 같다. 지금 바로 이송해야 해.”

구급대원들은 수혁의 등에 업혀 있는 요구조자를 인계받고는 지체하지 않고 구급차에 태웠다.

“가, 감사합니다.”

흐흑- 하며 눈물을 터트린 여자가 수혁에게 고개를 숙였다.

“해야 할 일을 한 건데요. 얼른 가서 검사받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자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구급대원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사이 3층을 수색하던 대원들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요구조자들은요?”

“지금 방금 이송됐다. 괜찮을 거다.”

박상태의 대답에 질문한 이재한이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급하게 빠져나오라고 하신 겁니까? 아직 수색을 다 못했는데.”

박정우가 물었다.

그러자 박상태는 고개를 돌려 수혁을 쳐다보았다.

마치 자신도 궁금하다는 눈빛이었다.

그들의 시선을 받은 수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폭발할 것 같아요.”

수혁의 말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사실 이런 화학 공장에서 화재가 폭발로 이어지는 일은 그리 드문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 않아도 화재 진압대가 진화를 위해 계속해서 방수하고 있었지만, 불길은 잡힐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 어느 순간 연소성 화학물질에 불길이 닿는다면?

그대로 폭발이었다.

“언제쯤 폭발할 것 같냐?”

박상태는 수혁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애초에 수혁을 믿지 못했다면 3층 수색을 멈추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아요.”

수혁의 말에 박상태가 끄응- 하며 앓는 소리를 냈다.

지금까지 수혁의 능력으로 봤을 때, 공장이 폭발한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행히 공장 안에 요구조자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런 공장이 한 번 폭발하면 그 위력은 엄청나다.

일선에서 호스를 들고 있는 화재 진압대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일단 대기해. 대장한테 연락하고 올 테니까.”

마음 같아선 화재 진압대를 뒤로 물리고 싶었지만, 그것은 박상태의 권한이 아니었다.

지금은 고한선에게 이쪽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한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박상태의 뒷모습을 보던 수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한테 말해봐야…….’

차라리 화재 진압대의 팀장과 직접 얘기를 하는 쪽이 더 빠를 것이다.

하지만 체계를 무시할 수도 없었으니, 수혁은 어쩔 수 없이 가만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박상태가 화를 버럭 내는 것이 들렸다.

“아니,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응?”

휴식을 취하고 있던 구조 3팀의 대원들이 일제히 그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박상태는 어찌나 화가 났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지금 그깟 기계가! 어? 그게 중요하냐고요!”

박상태가 소리치는 것을 들은 수혁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고한선이 어떤 인간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수혁은, 지금 어떤 내용의 통화가 오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미친놈이네.’

너무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이런 X발! 난 못해! 하려면 대장이 직접 와서 해!”

박상태가 신경질적으로 통화를 끝내 버렸다.

그러곤 씩씩거리며 화가 잔뜩 난 표정의 박상태가 돌아오자, 김강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하, 참. 내가 어이가 없어서.”

박상태는 진정하지 못하겠는지 숨을 몰아쉬다 대답했다.

“고장난 철X 28호. 구조해 오란다, 우리 개 같은 대장 놈이.”

“……예?”

대원들의 눈이 황당해졌다.

그러니까, 요구조자도 아니고 고작 고장 난 기계를 구조해 오라고 명령했단 말인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저 공장 안에서?

“뭐 그런 X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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