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스큐 시스템-33화 (33/425)

레스큐 시스템33화

수혁과 구조 3팀이 출동한 곳은 도시 외곽에 있는 한 공장이었다.

대규모 생산 라인이 있는 공장은 아니었고, 중소기업의 비료 공장이었다.

그리 큰 화재는 아니었지만, 비료를 생산해 내는 화학 공장의 특성상, 폭발과 화학물질의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요구조자 파악됐습니까?”

[현재 파악한 정보로는 두 명입니다. 당시 근무하던 직원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그중 두 명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입니다.]

박상태가 상황실과 무전을 하고 있는 와중에 수혁은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를 확인하고 있었다.

==========================

*퀘스트 : 요구조자들을 모두 구조하라.

*내용 : 공장 내부에 아직 대피하지 못한 직원들이 당신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숫자는 두 명. 시간이 부족하다. 공장이 폭발하기 전, 모든 요구조자를 구조하라!

*보상 : 경험치, 스킬.

==========================

‘스킬이다!’

수혁의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화재 현장을 앞에 두고 짓기에는 부적절한 표정이었지만, 실로 오랜만에 보상으로 스킬이 나온다는 사실에 수혁은 살짝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어떤 스킬일까?’

‘위험 감지Ⅱ’나 ‘생명 감지Ⅱ’의 레벨이 오르는 것도 좋다.

지금도 충분히 좋았지만, 레벨이 오르면 더욱 뛰어나질 게 분명했다.

한편으론 다른 스킬이 생겼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

이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하늘을 날아다닌다거나 하는 건 아니더라도, 힘이 세진다거나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스킬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뭔 생각하냐?”

무전을 끝마친 박상태가 멍하니 서 있는 수혁의 뒤통수를 툭- 치며 지나갔다.

“모여!”

박상태의 외침에 구조 3팀이 한곳에 모였다.

“요구조자는 두 명이다. 마지막으로 파악된 위치는 여기.”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공장의 설계도를 펼친 박상태가 한 곳을 가리켰다.

“3층 사무실에 있을 확률이 높다.”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이전 생에서도 수혁이 출동했던 현장이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요구조자들이 사무실에 있다가 구조되었다는 것을 얼핏 떠올릴 수 있었다.

‘문제는 시간인데…….’

이 공장은 폭발한다.

초기에 진압하기엔 너무도 빠른 속도로 불길이 퍼졌다.

간신히 요구조자들을 구조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빠져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장은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니 만약 시간이 지체된다면 폭발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뭐, 이번에도 구조할 수 있겠지.’

하지만 수혁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전 생에서도 무리 없이 구조에 성공했었고, 이번엔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자신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혁 혼자 들어가도 구조가 가능할 정도였으니, 걱정되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이번 작전에선 이놈을 쓴다.”

박상태가 눈짓하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강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구조차 안에서 뭔가를 꺼내왔다.

‘아…….’

김강식이 가지고 온 것은 조금 전 출동하기 직전에 가지고 놀던 구조 로봇이었다.

“저게 그겁니까?”

“그래. 무슨무슨 로봇이다.”

박상태의 말에 대원들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불길이 잡힐 때까지, 이 녀석을 먼저 투입한다. 그리고 길 뚫리면 이놈이 발견한 요구조자들을 구조하러 들어가는 게 이번 작전의 계획이다.”

“요구조자들 3층에 있다면서요.”

“그래.”

“그거 계단도 올라갈 수 있습니까?”

박정우가 물었다.

당연한 질문이었다.

캐터필러도 아니고, 바퀴 두 개만 달랑 달려 있는 게 무슨 수로 계단을 올라간단 말인가?

하지만 의외로 박상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만든 쪽에서 말하기론, 올라갈 수 있단다.”

하긴, 구조 로봇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제품인데 계단 하나 못 올라간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뭐, 그렇다면 쓸 만하겠네요.”

구조대는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힐 때까진 건물 안으로 돌입할 수가 없다.

화재 진압대가 길을 뚫을 때까지 구조대는 작전을 짜거나 대기하고 있는 수밖에 없는데, 그 시간 동안 이걸 이용해서 미리 수색해 둔다면 시간 절약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 구조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확실히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로봇을 쳐다보고 있는 대원들의 호기심과 기대 어린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수혁은 회의적이었다.

‘도움이 되는 것도 저게 제대로 작동을 해야 가능한 거지.’

모르긴 몰라도, 저 로봇은 분명 문제를 일으킨다.

이전 생에서도 그랬으니까.

수혁은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가만있기로 했다.

어차피 고한선의 명령이 떨어진 이상 로봇을 사용하는 건 피할 수 없다.

괜한 소리해서 윗사람과 부딪힐 이유가 없었다.

“조종은 강식이가 하고, 나머지는 공장구조 숙지하고 있어.”

대원들에게 명령한 박상태는 화재 진압대 쪽으로 이동했다.

돌입 예정 시간을 계산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강식이 형, 빨리해 봐요.”

왠지 들뜬 표정의 이재한이 김강식을 재촉했다.

“이거 무슨 철X 28호 조종하는 거 같네.”

“그게 뭡니까?”

“……몰라?”

“네.”

박정우의 표정을 본 김강식이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세대 차이를 느꼈다.

“아재들만 아는 그런 거 있어.”

김강식은 왠지 모를 슬픔을 느끼며 컨트롤러를 집어 들었다.

“간다.”

김강식이 컨트롤러를 조종하자 구조 로봇은 마치 RC카처럼 빠른 속도로 공장 내부로 진입했다.

“일단 1층부터 수색하자.”

요구조자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는 3층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아직 3층에 있으리란 법은 없었다.

불을 피해 달아나다 1층이나 2층에 갇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구조 로봇은 수혁의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1층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주변의 상황을 고해상도 카메라로 찍어 보여주었다.

“음…….”

공장 안쪽은 꽤나 살벌했다.

화재는 1층 내부를 발 디딜 틈도 없이 모조리 불사르고 있었다.

천장의 아스텍스는 모두 무너져 내려 시멘트를 드러내고 있었고, 나무와 석고로 이루어진 벽들도 불에 뒤덮여 본래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생각보다 심각한 안쪽의 상황에 모니터를 보고 있던 대원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1층에는 없겠는데?”

이재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요구조자들이 1층에 내려와 있었다면, 이미 잿더미가 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어떻게 돼가고 있어?”

시간 조율을 끝마친 박상태가 돌아오며 물었다.

“1층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

박상태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이거 꽤 쓸 만하잖아?”

솔직히 박상태는 수혁과 마찬가지로 이 로봇을 크게 믿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겪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었다.

이렇게 말만 번지르르한 장비가 제 역할을 한 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웬일로 이번엔 괜찮은 장비가 보급된 것 같았다.

“10분 후에 돌입하기로 했다. 강식이는 그 철X 28호 같은 걸로 2층 수색하고 나머지는 돌입 준비해.”

“철X 28호가 대체 뭡니까?”

“몰라?”

“네.”

“……그런 거 있다.”

왠지 조금 전의 김강식과 같은 표정을 지은 박상태는 박정우의 시선을 외면하며 방화복을 입기 시작했다.

수혁이 그 모습에 방화복을 입으며 피식- 웃었다.

“1층에 없다는 게 확인됐으니까, 2층과 3층 수색을 우선으로 한다. 3층은 이재한, 박정우, 김진호. 너희 셋이 수색하고 2층은 나와 김수혁이 맡는다.”

“알겠습니다.”

두 개 조로 나눈 박상태가 김강식을 돌아봤다.

“2층은 어때?”

“그게…….”

김강식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문제 있어?”

로봇으로 2층 수색을 지시한 지 거의 10분이 다 되어간다.

지금쯤이면 2층의 수색이 진행되고 있어야 할 텐데, 김강식의 표정을 보아하니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이거 좀 불안한데.’

수혁이 불안한 눈빛으로 김강식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수혁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거 안 움직이는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멀쩡히 움직이던 게 왜…….”

김강식의 말에 그에게 다가가 모니터를 확인한 박상태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김강식이 아무리 컨트롤러를 조작해도 모니터의 화면은 바뀌지 않았다.

즉, 로봇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 이거 X됐네.”

무려 4억에 달하는 가격의 기계다.

저거 두 대면 펌프차 한 대를 사고도 남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격이었다.

그런데 그 값비싼 장비가 첫 투입에 고장이 났다?

고장의 이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일단 욕부터 해댈 고한선의 모습이 떠올랐다.

“젠장. 그딴 건 나중에 생각하고. 이렇게 된 이상 김강식이, 너도 돌입 준비해. 같이 들어간다.”

“아, 알겠습니다.”

김강식은 컨트롤러를 내려두고는 재빠르게 복장을 갖추기 시작했다.

“아오, 졸X 깨지겠구만.”

짜증이 가득 차오른 얼굴로 애꿎은 땅을 퍽퍽- 걷어차는 박상태의 모습을 보며 수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고장의 원인은 김강식의 조작 미숙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저 쓸데없이 비싼 로봇이 원래 그렇게 생겨 먹은 것일 뿐.

이전 생에서도 저 로봇은 첫 투입에 고장이 났다.

신일서가 아닌 조연서에서 벌어진 일이긴 했지만, 그 덕분에 꽤나 시끄러워졌었다.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고한선에게 한 소리 들을 박상태에겐 안 된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딴 로봇 따위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돌입 준비해!”

화재 진압대와 이야기된 10분이 지나자, 입구를 막고 있던 불길들이 점차 약해졌다.

쿵쿵- 쿵쿵-

조금씩 길이 열리는 모습을 보고 있던 수혁의 심장이 긴장으로 빠르게 뛰었다.

10년이 넘는 경험을 했음에도, 남들은 갖지 못한 특별한 능력을 지녔음에도.

수혁은 여전히 두려웠다.

저 뜨거운 불길 속을 자진해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용기가 났다.

아무리 거대하고 뜨거운 화염이 길을 막고 있다 할지라도, 그것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용기가.

“돌입!”

박상태의 외침과 함께 수혁이 발을 굴렀다.

화르르륵-!

약해지긴 했어도 불은 불이다.

후끈한 열기가 덮쳐 왔다.

하지만 속도를 늦추는 대원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수혁을 포함한 구조 3팀의 대원들은 더욱 빠르게 공장 안으로 진입했다.

안쪽은 조금 전 모니터로 본 것처럼 화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방화복을 입고 있음에도 살이 모조리 익는 듯한 느낌이었다.

구조 3팀은 박상태의 인도하에 빠르게 계단 쪽으로 다가갔다.

“위로 올라가!”

다행히 계단은 다른 곳에 비해 불길이 적었다.

아무래도 불에 탈 만한 물질이 적었기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아까 말한 대로 우린 2층 수색한다.”

“알겠습니다.”

수혁은 박상태, 김강식과 함께 2층에서 빠졌다.

“흩어져서 수색하고, 뭔가 발견하면 바로 무전 쳐.”

박상태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인 수혁은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생명 감지Ⅱ’!”

투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