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194화 (194/226)

< 66. 큰 그림 (2) >

베이징에 도착하자, 뿌연 안개가 일행을 맞아주기 시작한다.

정명은 아무리 맡아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공기를 마시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경기장에는 산소마스크라도 쓰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심하다 심해.”

“헷. 그 정도 까지는....콜록. 콜록.”

폐가 좋지 않았던 에리는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조금씩 콜록거리고 있었고, 쿠론은 그 모습이 무척이나 걱정된다는 듯 에리의 손을 꼭 잡았다.

“엄마 괜찮아? 병원 갈래?”

“아냐. 괜찮아.”

쿠론은 에리의 자그마한 기침에도 마음이 찢어진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명은 그 모습을 보며 저 자상함의 1/10만이라도 석진이에게 갔다면 이 팀이 좀 더 화기애애한 팀이 되었을 거라 확신했다.

‘흠, 근데 확실히 거지같긴 해. 차라리 그 아이템을 지금 사용하는 게 좋을 것도 같은데.’

정명은 중국에서 월챔을 여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빌며, 아껴두었던 아이템을 사용했다.

[별부름]

*A등급 아이템

*일주일 동안 모든 팀원의 컨디션이 최상의 상태로 유지됩니다.

별부름이란 아이템은 단 하나 남아있던 A등급 선물상자를 열었을 때 나온 아이템이었다.

사실 정명은 상자를 열며 전력에 보탬이 되는 아이템을 기대했었지만 막상 열고 보니 A등급 아이템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애매한 아이템이 나왔기에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나름 쓸만한 아이템인 것 같기도 했다.

‘하긴, 건강이 최고라는 말도 있고.’

[아이템을 사용합니다.]

[팀원들의 컨디션이 최상의 상태로 유지됩니다.]

아이템을 사용하자마자 에리의 기침이 잦아들기 시작한다. 코치인 에리 또한 ‘한 팀원’ 으로써 인정받았는지, 컨디션이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팀원들은 호텔에 곧바로 들어갔지만, 정명은 혼자 다른 길로 샜다. 카페이서 아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다들 먼저 들어 가. 난 일이 있어서...”

“일?”

“얼마 안 걸려. 10분이면 돼.”

그리고 카페에 들어선 정명은 카페 안쪽에서 손을 열심히 흔들고 있는 소년을 찾을 수 있었다.

곱상하게 생긴 이 소년은 몇 년 전. 정명이 중국 팀 XTC에서 활동할 때 같은 팀에있었던 게이머인 사오미였다.

“안녕! 형은 여전하네!”

“오랜만이다, 사오미. 요즘 뭐 하면서 지내? 다른 애들은 인터넷방송 BJ한다고 하던데.”

“나도 인터넷방송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근데 BJ는 아니고 관리직을 맡고 있지.”

“와, 진짜? 그 나이에 대단하네. 그거 경쟁률 진짜 엄청나다고 하던데. 비결이 뭐냐?”

그 말에, 사오미가 쑥스럽게 웃었다.

“뭐 비결이랄 것 까지는 없어. 회사 사장님의 애인이 되니까 입사는 물론이고 초고속으로 승진이 되더라고.”

“헉...”

왠지 몰랐으면 좋았을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사오미 또한 머쓱했는지 곧장 화제를 돌렸다.

“이번 결승전은 대단히 크게 열릴 거라고 하더라.”

“그래, 그런다고 들었다.”

“축하 이벤트에 인기 가수 샤미두도 나오고. 아,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샤미두 알지? 중국에서 요즘 인기인 가수.”

“몰라. 우리나라 가수도 잘 몰라. 송하니랑 부스터 정도는 알지.”

정명의 말에, 사오미가 킥킥 웃었다.

“부스터를 안다니 그거 다행이네. 내가 회장님한테 이번 결승전 오프닝에서 부스터 공연 보고 싶다고 졸랐는데.”

“뭐야, 부스터를 섭외한 흑막이 너였다고? 그게 가능 해?”

“그 정도야 되지. 우리 회사가 월챔 메인 스폰서 중 하나인데. 그리고 뭐 따로 필요한 거 있으면 말 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인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최대한 들어줄게.”

그 말을 들은 정명은 ‘역시 중국에서는 인맥이 최고인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감탄했다. 중국에서 악명 높은 꽌시 문화이지만, 이용해 먹을 때는 이보다 더 좋을 게 없는 것이다.

“그거 고맙네. 근데 기왕 부를 거면 송하니도 행사에 불러 줘. 이 녀석 휴일이면 빈둥빈둥 집에만 있거든.”

정명이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하지만 사오미는 진심인지 농담인지 구분 안 되는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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