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187화 (187/226)

< 64. 해외 진출 (2) >

“돈은 은행가서 환전할까? 공항에서 하면 조금 비싸다던데.”

“아냐, 환전 안 해도 돼. 지난번에 못 찾아온 중국 돈, 내 계좌에 그대로 있으니까...”

차석진이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석진은 예전에 비자 발급을 잘 못 받는 바람에 중국에서 번 돈을 한국으로 송금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는데, 그 때 그 돈이 아직 중국 계좌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그래? 그럼 네가 오늘 점심 사라. 한국으로 송금이 안 되면 중국 돈 다 쓰고 가지뭐.”

“어....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건가요?”

중국으로 가는 길은 그다지 멀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 지나자 정명은 중국에 도착할 수 있었고, 팀원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내린 정명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에휴...다들 준비 됐지?”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아마도. 자, 그럼 가자.”

다른 팀원들 또한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앞으로 벌어질 피곤할 일을 이미 예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팀원들이 도착한 공항에는 이미 공항에는 수많은 인파가 기다리고 있었다.

-dva! 디바!

-싸랑해여! 여기 좀 봐줘여!

-뒤로 물러가세요. 라인 넘지 마세요!

‘와, 미친. 이게 다 뭐야.’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에, 모두들 표정을 굳혔다. 공항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인파가 나와 있었다.

결국 팀원들은 직원의 도움을 받으며 겨우겨우 공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뭐야, 잠깐만.

-없는 거 같은데?

그런데 서서히 환호성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공항에 모인 팬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자 직원의 도움이 없어도 원활하게 걸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고, 공항을 나갈 때 쯤에는 팀원들은 아무런 불편 없이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차에 올라탄 에리는 머쓱하게 웃었다.

“이게 다 뭐람. 정명이 말 대로 하니만 따로 보내길 잘했네.”

“그 녀석, 완전히 민폐 아닙니까? 우리를 이렇게 고생시켰으니 저녁이나 사라고 해야겠어요.”

공항에 마중 나온 엄청난 인파는 사실 송하니 하나 보고자 나온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일행에 송하니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팬들은 금방 길을 비켰고, 팀원들은 조금 허탈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에리는 왠지 급격하게 피곤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저기, 뭣 좀 물어봐도 돼? 하니가 중국에서 뭐 했기에 인기가 저렇게 많은 거야?”

“인기 드라마 출연이나 히트곡이 몇 개 있다고 하던데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그렇구나. 하니의 수익이......라고 해서 허세인 줄 알았는데. 저걸 보니 생각이 좀 바뀌었어.”

에리의 말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차석진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잠깐만요. 얼마라고요? 저 못 들었어요. 다시 말해주세요.”

이윽고 팀원들이 호텔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렸다.

낮인데도 뿌연 하늘을 보니, 정명은 절로 기침이 나오는 듯 했다.

“음, 오랜만에 맡는 냄새...젠장, 산소 호흡기를 차고 다니던가 해야지 벌써 부터 가래침이 나올 것 같네.”

“이것 때문에 중국으로 오는 일정을 최대한 늦췄던 거죠? 지금 생각해도 참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번 일정동안 팀원들이 묵게 될 호텔은 상당히 비싼 고급 호텔이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치안도 좋고 시설도 좋은, 비싼 곳으로 고른 것이었다.

이내 팀원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배정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먼저 들어와 있던 하니가 팀원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다들 하이용!”

“그래. 안녕.”

“다 들었어. 공항에서 고생 많았다며?”

차로 이동하는 동안 팀원 중 누군가가 공항에서 있었던 일을 하니에게 알려준 듯 했다.

하니는 허리에 양 손을 올리더니, 거만하게 프하하 웃었다.

“어때? 조만간 세계정복 할 예정인 아이돌의 인기가?”

“세계정복...?”

“앞으로는 날 대할 때 조금 더 감사함을 갖도록 해. 쉽게 볼 수 없는 궁극의 아이돌이니까. 특히 쿠론 넌 존경을 담아서...”

“야! 너 죽을래! 너 때문에 고생했잖아!”

쿠론이 말을 끊으며 하니에게 몸통 박치기를 했다.

베개로 때리고, 이불에 파묻어서 퍽퍽 때리고. 두 소녀는 침대 위에서 유치한 레슬링을 벌이기 시작했다.

“오빠! 언니! 헬프!”

평소라면 에리나 정명이 적당히 말렸을 테지만, 오늘따라 말리는 사람이 없다.

정명은 둘을 무시하며 옆에 있던 석진을 불렀다. 석진은 서로 몸을 맞대며 육탄전을 벌이고 있는 둘의 모습이 퍽이나 재미있는지, 그 모습을 멍하니 구경하고 있는 중이었다.

“석진아. 뭘 그렇게 보고 있냐? 이리로 와서 형이 PC 세팅하는 거나 좀 도와줘.”

“어, 오늘 바로 연습하시게요? 죄송하지만 시차 적응 할 시간이 조금...헤헤.”

“됐거든? 조금 있다가 바로 연습 들어갈 거야. 이젠 정말로 시간이 없어.”

살짝 피곤해하는 팀원들과는 달리, 정명은 의욕에 불타 있었다.

섬머 리그에서 우승하여 받은 포인트를 스탯에 몰빵했기에 한 번 써먹어보고 싶어진 것이었다.

‘한국 리그에서 우승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보상이 큰데, 월챔에서 우승하면 과연 어떨까? 김칫국 마시는 것 같지만, 솔직히 벌써부터 기대돼.’

[한국 섬머 리그에서 우승했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위대한 도전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30만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모든 팀원의 한계 스탯이 1씩 상승했습니다.

*정신력 스탯이 1 상승했습니다.

*판단력 스탯이 1 상승했습니다.

*코치인 미어스 에리가 [엘리트 코치]로 승급했습니다.

....

[현재 능력치]

피지컬 (95/100)

정신력 (91/100)

오더 (90/100)

판단력 (95/100)

‘좋아, 좋아. 판단력이 이 정도 되면 최소한 운영 싸움에선 쉽게 밀리지 않을 것 같은데?’

정명이 알기로는 이제 자신보다 능력치가 높은 선수는 없었고, 그것은 정명의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이윽고 팀원들을 억지로 앉힌 정명이 연습경기 상대를 고르기 시작했다.

연습을 하기 전, 정명은 경험치 버프 아이템을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특급 경험치 부스터]

-가장 효과가 좋은 경험치 부스터입니다.

-사용 시 팀원들의 성장이 1000% 빨라집니다.

‘1000%라. 이건 정말로 어떤 만화에 나오는 시간과 정신의 방 아냐? 1000%면 어떤 아마추어라도 한 달 내에 프로데뷔를 시킬 수 있을 거야.’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정명은 리그에서 우승하며 엘리트 코치로 승급한 에리의 상태창을 열었다.

[미어스 에리]

판단력 (93/95)

*엘리트 코치

*재능 있고 경험 많은 엘리트 코치입니다. 각 구단들은 이런 코치를 육성해내기 위해 심혈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엘리트코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뿐입니다.

-선수들이 500%의 추가 경험치를 받습니다.

-선수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대폭 감소합니다.

이것을 더하면 경험치 효율 총 1500%가 된다.

팀원들을 한계까지 초스피드로 성장시킬 꿈의 아이템과 엘리트 코치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정명은 만약 여기서 우승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많은 것을 얻어 갈 생각이었다.

.......

-이쿠!

[더블 킬!]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역시 형 운영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라인전에서 별 이득 못 봤는데도 이렇게차이가 벌어지다니!”

“흐흥, 그렇지? 저번에 월챔 특집방송에서는 우리 오빠가 한국에서 운영을 제일 잘 하는 오더에 뽑히기도 했다고.”

“나한테 한 칭찬을 왜 네가 받냐 송하니?”

연습경기 상대는 북미 팀의 TBM이었다.

NHG는 연습경기를 부탁하는 입장이 아니라 부탁받은 것 중에 고르는 입장이 되어 있었고, 정명은 거의 모든 팀과 한 번씩 연습경기를 진행하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물론 나중에는 KAO나 NAV처럼 수준 높은 팀 위주로 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몸 푸는 시간이었으니까.

연습경기에서 연승을 거듭한 팀원들은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리고 상대가 대회에서도 이 정도의 실력밖에 보여주지 못 한다면, 실제 경기에서도 압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팀이 잘나가고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것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도 자연스레 늘어나는 법이다.

그리고 정명은 솔로랭크에서 만난 한 한국 선수에게서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무패로 우승 해봤자 부질없던데요. 개인방송 수익도 그저 그래요. 아, 그거 라인좀 건드리지 말아주시겠어요? 일부러 당겨 놓은 거라.”

정명이 솔로랭크에서 우연히 만난 것은 현 북미 1위 팀인 네오폴드의 탑 라이너, 원명채였다.

그는 네오폴드가 리빌딩을 거치며 영입한 한국 용병이었는데, 소문으로는 네오폴드측에서 상당한 연봉을 제시하며 거의 ‘모셔갔다고’ 한다.

하지만 구단이 그렇게 후하게 대우함에도, 원명채는 해외 생활에서 뭔가 불만이 많은 듯 보였다.

“우리 팀이 NHG가 북미지역에서 떠난 이후로 계속 1등 먹었거든요? 그런데도 그다지 인기는 체감되지 않더라고요.”

“음, 그건 리빌딩을 거친지 얼마 안 되서 그런 거 아닐까요? 인지도가 더 높아진다면...”

“아뇨.”

원명채는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정명은 그의 목소리에서 미세한 짜증을 읽을 수 있었다.

“못생겨서죠.”

“예?”

조금 어이없는 말이 나왔지만, 장난을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정명은 이건 또 무슨 참신한 개소리인가 생각하며, 보이스 채팅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TBM보다 인기가 딸리는 건 인정할 수 있어요. 걔네들은 엄청나게 오래 된 팀이니까. 그런데 우리가 이미 북미를 떠난 NHG에게도 못 비비는 건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건 제가 외국인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뭔 소리를 했더니, 인종차별 맛이라도 좀 봤나? 뭐 아예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긴 하지만.’

확실히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메테오나 쿠론은 인기 끌만한 요소는 다 들어가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명이 볼 때, 원명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팬들에 대한 인식이었다.

원명채는 리그에서 적당히 성적만 내면 팬들이 알아서 자기를 좋아해줄 것이라고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때, 게임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마무리.]

‘이런 망할. 저 녀석, 일부러 트롤하나? 졌다 졌어. 더럽게 못 하네 저거.’

잠시 후.

괜히 기분이 안 좋아진 정명은 화풀이 대상을 찾으러 연습실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은 잠깐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방에는 쿠론 혼자서 소파에 엎드려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쿠론은 여름이라 그런지 방에 있어서 그런지, 살색이 꽤나 많이 보이는 탱크탑을 입고 있었다.

조금 보수적인 정명이 보기에는 꽤나 낯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쯧쯧. 이게 발랑 까져가지고.’

정명은 훤히 드러나 있는 쿠론의 허리를 찰싹 때리며 시비를 걸었다.

“아이씨, 누구야!”

“네 주인님이시다.”

찰싹 때린 사람이 만약 차석진이나 송하니처럼 만만한 녀석이었다면, 쿠론의 성격으로는 당장에라도 멱살을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정명인 것을 확인하자, 쿠론의 기세가 누그러졌다.

“뭔데. 왜 시빈데 또.”

“그렇게 맨살을 내놓고 있길래 마사지라도 해달라는 줄 알았지.”

“...그냥 방 안에 있으니까 편하게 입은 거야.”

쿠론은 그렇게 말하며 가디건을 주섬주섬 걸치기 시작했다. 네가 내 엄마냐? 하고 투덜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명은 그 모습을 보며 아무런 맥락 없이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야, 나 북미에서 그래도 꽤 인기 있었지 않았냐?”

.............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연습경기가 끝났지만, 팀원들은 휴게실에 가는 게 아닌 연습실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번 월드챔피언십에서 상대하게 될 선수들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생판 처음 보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니만큼, 대충 어떤 선수고 어떤 플레이를 즐겨 하는지 기본적인 사항을 알아둬야 하니까.

“미안한데 러시아 팀의 자료는 못 구했어. 동영상 구하기도 힘들더라.”

“상관없어요 와일드카드 팀은. 우리끼리 있어서 하는 얘기지만, 확실히 이길 수 있으니까.”

정명은 일명 꿀 조라 평가받는 D조에 속해 있었다.

월챔에 진출할 정도면 만만한 팀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나마 할 만한 팀이 섞여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뭐가 되도 될 것 같은데. 최소한 허무하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드디어 월드 챔피언십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팀이 잘나가고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것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도 자연스레 늘어나는 법이다.

그리고 정명은 솔로랭크에서 만난 한 한국 선수에게서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무패로 우승 해봤자 부질없던데요. 개인방송 수익도 그저 그래요. 아, 그거 라인좀 건드리지 말아주시겠어요? 일부러 당겨 놓은 거라.”

정명이 솔로랭크에서 우연히 만난 것은 현 북미 1위 팀인 네오폴드의 탑 라이너, 원명채였다.

그는 네오폴드가 리빌딩을 거치며 영입한 한국 용병이었는데, 소문으로는 네오폴드측에서 상당한 연봉을 제시하며 거의 ‘모셔갔다고’ 한다.

하지만 구단이 그렇게 후하게 대우함에도, 원명채는 해외 생활에서 뭔가 불만이 많은 듯 보였다.

“우리 팀이 NHG가 북미지역에서 떠난 이후로 계속 1등 먹었거든요? 그런데도 그다지 인기는 체감되지 않더라고요.”

“음, 그건 리빌딩을 거친지 얼마 안 되서 그런 거 아닐까요? 인지도가 더 높아진다면...”

“아뇨.”

원명채는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정명은 그의 목소리에서 미세한 짜증을 읽을 수 있었다.

“못생겨서죠.”

“예?”

조금 어이없는 말이 나왔지만, 장난을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정명은 이건 또 무슨 참신한 개소리인가 생각하며, 보이스 채팅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TBM보다 인기가 딸리는 건 인정할 수 있어요. 걔네들은 엄청나게 오래 된 팀이니까. 그런데 우리가 이미 북미를 떠난 NHG에게도 못 비비는 건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건 제가 외국인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뭔 소리를 했더니, 인종차별 맛이라도 좀 봤나? 뭐 아예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긴 하지만.’

확실히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메테오나 쿠론은 인기 끌만한 요소는 다 들어가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명이 볼 때, 원명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팬들에 대한 인식이었다.

원명채는 리그에서 적당히 성적만 내면 팬들이 알아서 자기를 좋아해줄 것이라고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때, 게임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마무리.]

‘이런 망할. 저 녀석, 일부러 트롤하나? 졌다 졌어. 더럽게 못 하네 저거.’

잠시 후.

괜히 기분이 안 좋아진 정명은 화풀이 대상을 찾으러 연습실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은 잠깐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방에는 쿠론 혼자서 소파에 엎드려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쿠론은 여름이라 그런지 방에 있어서 그런지, 살색이 꽤나 많이 보이는 탱크탑을 입고 있었다.

조금 보수적인 정명이 보기에는 꽤나 낯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쯧쯧. 이게 발랑 까져가지고.’

정명은 훤히 드러나 있는 쿠론의 허리를 찰싹 때리며 시비를 걸었다.

“아이씨, 누구야!”

“네 주인님이시다.”

찰싹 때린 사람이 만약 차석진이나 송하니처럼 만만한 녀석이었다면, 쿠론의 성격으로는 당장에라도 멱살을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정명인 것을 확인하자, 쿠론의 기세가 누그러졌다.

“뭔데. 왜 시빈데 또.”

“그렇게 맨살을 내놓고 있길래 마사지라도 해달라는 줄 알았지.”

“...그냥 방 안에 있으니까 편하게 입은 거야.”

쿠론은 그렇게 말하며 가디건을 주섬주섬 걸치기 시작했다. 네가 내 엄마냐? 하고 투덜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명은 그 모습을 보며 아무런 맥락 없이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야, 나 북미에서 그래도 꽤 인기 있었지 않았냐?”

.............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연습경기가 끝났지만, 팀원들은 휴게실에 가는 게 아닌 연습실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번 월드챔피언십에서 상대하게 될 선수들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생판 처음 보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니만큼, 대충 어떤 선수고 어떤 플레이를 즐겨 하는지 기본적인 사항을 알아둬야 하니까.

“미안한데 러시아 팀의 자료는 못 구했어. 동영상 구하기도 힘들더라.”

“상관없어요 와일드카드 팀은. 우리끼리 있어서 하는 얘기지만, 확실히 이길 수 있으니까.”

정명은 일명 꿀 조라 평가받는 D조에 속해 있었다.

월챔에 진출할 정도면 만만한 팀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나마 할 만한 팀이 섞여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뭐가 되도 될 것 같은데. 최소한 허무하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드디어 월드 챔피언십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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