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편지 (1) >
“흑흑, 석진아. 죽지 마.”
“드디어 올게 온 것인가....”
송하니와 매니저, 그리고 정명은 갑자기 석진에게 무척이나 따듯한 말을 건네며 석진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외국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편지와 석진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하하하. 저는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석진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에리에게 다가가 편지를 건네받고는, 심호흡을 했다.
“후, 그럼 엽니다.”
“열어.”
“진짜 엽니다?”
“그래. 열어 봐.”
“진짜, 진짜로....”
석진이 우물쭈물하며 뜸을 들이자, 쿠론이 버럭 화를 냈다.
“야, 이 겁쟁아! 그거 이리 내!”
“미안, 이제 진짜 열게. 어디....”
이내 편지를 뜯고 내용을 살펴보는 석진.
그러나 석진은 편지를 읽자마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이거 형한테 온 편지인데요?”
“뭐? 나한테?”
그러자 송하니가 히히 웃었다.
“혹시 전산 오류로 재 입대 하라는 거 아니야? 푸히히.”
“야, 농담으로라도 그런 소리는 하지 마. 소름끼치니까.”
석진에게 편지를 건네받고 잠시 읽던 정명은 모두에게 편지를 보여주며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뭐야, 예비군 통지서잖아.”
장시간 외국에 거주하면 그 해에 부과된 예비군은 면제가 된다.
따라서 해외에서 살았던 정명은 그동안 예비군을 면제받고 있었지만, 아직 예비군의 의무가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쩝, 어쩌겠어. 가라면 가야지.”
“잉, 뭐야. 재미없어.”
“이게 진짜. 너 재미있으라고 가는 거 아니거든?”
정명이 볼을 쭉 늘리자, 하니가 울상을 지었다.
“으앙 놔져. 아파!”
씁쓸한 표정의 정명과는 달리, 석진은 죽다 살아 난 것처럼 신이 나 있었다.
“아싸! 집에나 가야지!”
“석진이는 휴가 때 뭐 할 거냐?”
“저 개인방송 하면서 놀려고요.”
“그래, 달풍선 많이 벌어라.”
“아, 형. 그러고 보니 우리 휴가 보낼 동안 개인방송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계약안하고 그냥 해요? 협회에서 공문 왔다고 하셨잖아요.”
개인방송은 그냥 할 수도 있지만, 프로들은 한 플랫폼과 계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돈 때문.
수익 배분 비율 등의 문제로, 계약을 안 하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GOO TV는 지금 완전 암울하다던데. 지금 거기 간 애들 지금 제대로 돈도 못 받고 있대요.”
“헉, 진짜? 거기 사장이 돈 많다며? 아니, 그보다 지금 오픈한지 3개월은 됐나 싶은데 벌써?”
하니가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뜨자, 차석진은 하니의 리액션에 만족했는지 더욱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월급도 제대로 안 줬대. 5만 10만씩 찍히던 시청자 수도 다 조작된 거라고 하고.”
“우와, 그때 정명오빠가 GOO TV랑 계약 안 하는 게 좋을 거라고 했었는데.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알았어?”
GOO TV의 몰락.
정명은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일반인이었으니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금방망한다는 건 기억하고 있었지.’
기대 받던 플랫폼인 GOO TV가 망해버렸다.
그렇다고 우가우가TV로 옳겨 가기엔, 달풍선의 비율 이라던가 광고수입의 배분이 너무한 수준으로 낮다.
따라서 협회에서는 이번 일을 수습하고 선수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각 구단에 공문을 보냈다.
새로 생긴 플랫폼, 아주라 TV에 단체로 계약하는 게 어떠냐는 공문을.
새로 생겼다는 플랫폼에 다른 팀의 사람들은 솔깃 하는 모양새였지만, 정명만은 터져 나오는 한숨을 참지 못 했다.
‘GOO TV 다음에는 아주라 TV라니, 정말 최악 중의 최악이다. 우가우가가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정명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팀원들은 어떤 플랫폼과 계약할지에 대해 한창 토론을 하고 있었다.
“역시 안전빵으로 우가우가가 좋지 않아?”
“우가우가는 이미 순위가 고착화 되었다구. 신생 플랫폼으로 도전하는 건 어때? 새로 생긴 이전팟 TV라는 데가 있는데 거기 화질도 좋고 여러모로 좋아 보이던뎅.”
“저는 아주라 TV가 좋아 보여요. 협회가 추천한 곳이라 믿을 만 한 것 같고.”
우가우가 TV를 선택하면 안정적이지만, 이미 고착화된 순위권을 뚫어내고 위로 올라가기가 무척 힘들다.
그렇다고 신생 플랫폼으로 가자니 미래가 불확실한 선택지였기에, 팀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우가우가는 수익 배분이 너무 낮고, 이전팟 TV는 결국 망하는 플랫폼, 그리고 아주라 TV는...셋 중에 제일 최악인 곳이다. 안 돼...셋 다 안 된다고!’
그러한 정명의 속마음을 들었는지, 한창 떠들던 차석진이 정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형 GOO TV가 망할 거 예측 하셨잖아요.”
“그랬지.”
“우리 어디랑 계약하면 좋을까요? 계약 안 하고 하기에는 금액 차이가 너무 나는데...”
“글쎄.”
인터넷 방송 업체는 지금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었다.
그 곳 중에서 어디가 좋을지, 점유율 싸움에서 최종적으로는 누가 이길지 감히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상황.
팀원들은 GOO TV의 몰락을 예측했던 정명이 무슨 선택을 할지 무척이나 궁금해 했다.
그런데 정명은 팀원들이 선택지에 넣어두고 고민하던 곳이 아닌, 뜻밖의 플랫폼을 택했다.
“우가우가, 이전팟, 아주라 TV....방금 언급한 세 곳은 됐고, 다른 곳으로 가 보자.”
########
연습실 문을 닫은 후, 2주가 지났다.
정명은 휴가를 간 팀원들과 굳이 만나지는 않았지만, 팀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안다.
팀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단톡방에서 수다를 떨어댔기 때문이다.
그러한 잡담들을 보고 있자면, 팀원들은 다들 즐겁게 휴가를 보내고 있는 듯 했다.
정명만 빼고.
‘에휴....집에 가고 싶다.’
군복을 입은 정명이 바위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명은 예비군 때문에 아침부터 산에 오르게 되었는데, 예비군 첫날부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안 들고 있었다.
‘심심하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야?’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스마트폰이라는 게 있어서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지,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오, 올스타전 한다!”
“캬, 주모!”
대부분의 사람들은 송하니가 출전한 올스타전을 보고 있는 듯 했다.
그런 것을 보면 게임 리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일 텐데도 이상하게 그들은 정명을 전혀 알아보지 못 했다.
‘나도 참 인기 없었나 보군. 더 노력해야지.’
올스타전을 보는 사람들은 한국 팀이 이기는 듯 하자, 선수들을 응원하며 주모를 찾기 바빴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한 선수가 갱킹을 당하자마자 욕이 튀어 나왔다.
그 선수는 5초 전, 갱킹을 당하기 전 까지는 사람들이 열심히 칭찬하던 선수였다.
“저거 완전 똥싸개네. 저 녀석, 어떻게 올스타에 뽑힌 거야?”
“게임 알못들 때문이지 뭐. 저런 녀석 왜 인기 있는지 모르겠다니까.”
“국제 망신이야 국제 망신. 김지훈 저 녀석도 킬 먹여줬으면 캐리를 해야지, 미드미아 안치고 뭐 해?”
“쯧쯧. 유정명이 나갔으면 캐리 했을 텐데.”
‘엥?’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정명이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게. 세체미가 나갔으면 진작에 솔로 킬 냈을 텐데.”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남자의 말에, 구석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저씨가 반박했다.
“세체미는 김지훈 선수 아닙니까? KAO에 있는.”
“예전엔 그랬죠. 요즘은 바뀌었어요.
“맞아 맞아. 요즘은 NHG가 잘 나가지. 세체미도 유정명으로 교체된 지 오래고.”
그 말에 하나 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한다.
‘그런데 그 사람을 눈앞에 두고도 왜 못 알아 보냐고.’
정명은 살짝 어이가 없어졌지만, 다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저도 유정명이 김지훈 잡았던 건 봤는데요, 그래봐야 NAV 전에서 곧바로 졌잖아요.”
“그 때는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아니에요? 딱 봐도 얼굴이 창백해 보이던데.”
“그렇지. 경기장에 나온 게 용하더라. 그건 봐 줘야지.”
그렇게 떠드는 순간, 올스타전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올스타와의 경기는 결국 한국 올스타의 승리로 마무리 지어졌다.
한국 선수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 손을 흔들며 관객들의 환호에 답했다.
“와, 이게 사람이냐 여신이냐.”
“송하니는 귀여우면서도 도도한 게 매력이지.”
“저는 아주라 TV가 좋아 보여요. 협회가 추천한 곳이라 믿을 만 한 것 같고.”
우가우가 TV를 선택하면 안정적이지만, 이미 고착화된 순위권을 뚫어내고 위로 올라가기가 무척 힘들다.
그렇다고 신생 플랫폼으로 가자니 미래가 불확실한 선택지였기에, 팀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우가우가는 수익 배분이 너무 낮고, 이전팟 TV는 결국 망하는 플랫폼, 그리고 아주라 TV는...셋 중에 제일 최악인 곳이다. 안 돼...셋 다 안 된다고!’
그러한 정명의 속마음을 들었는지, 한창 떠들던 차석진이 정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형 GOO TV가 망할 거 예측 하셨잖아요.”
“그랬지.”
“우리 어디랑 계약하면 좋을까요? 계약 안 하고 하기에는 금액 차이가 너무 나는데...”
“글쎄.”
인터넷 방송 업체는 지금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었다.
그 곳 중에서 어디가 좋을지, 점유율 싸움에서 최종적으로는 누가 이길지 감히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상황.
팀원들은 GOO TV의 몰락을 예측했던 정명이 무슨 선택을 할지 무척이나 궁금해 했다.
그런데 정명은 팀원들이 선택지에 넣어두고 고민하던 곳이 아닌, 뜻밖의 플랫폼을 택했다.
“우가우가, 이전팟, 아주라 TV....방금 언급한 세 곳은 됐고, 다른 곳으로 가 보자.”
########
연습실 문을 닫은 후, 2주가 지났다.
정명은 휴가를 간 팀원들과 굳이 만나지는 않았지만, 팀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안다.
팀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단톡방에서 수다를 떨어댔기 때문이다.
그러한 잡담들을 보고 있자면, 팀원들은 다들 즐겁게 휴가를 보내고 있는 듯 했다.
정명만 빼고.
‘에휴....집에 가고 싶다.’
군복을 입은 정명이 바위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명은 예비군 때문에 아침부터 산에 오르게 되었는데, 예비군 첫날부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안 들고 있었다.
‘심심하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야?’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스마트폰이라는 게 있어서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지,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오, 올스타전 한다!”
“캬, 주모!”
대부분의 사람들은 송하니가 출전한 올스타전을 보고 있는 듯 했다.
그런 것을 보면 게임 리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일 텐데도 이상하게 그들은 정명을 전혀 알아보지 못 했다.
‘나도 참 인기 없었나 보군. 더 노력해야지.’
올스타전을 보는 사람들은 한국 팀이 이기는 듯 하자, 선수들을 응원하며 주모를 찾기 바빴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한 선수가 갱킹을 당하자마자 욕이 튀어 나왔다.
그 선수는 5초 전, 갱킹을 당하기 전 까지는 사람들이 열심히 칭찬하던 선수였다.
“저거 완전 똥싸개네. 저 녀석, 어떻게 올스타에 뽑힌 거야?”
“게임 알못들 때문이지 뭐. 저런 녀석 왜 인기 있는지 모르겠다니까.”
“국제 망신이야 국제 망신. 김지훈 저 녀석도 킬 먹여줬으면 캐리를 해야지, 미드미아 안치고 뭐 해?”
“쯧쯧. 유정명이 나갔으면 캐리 했을 텐데.”
‘엥?’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정명이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게. 세체미가 나갔으면 진작에 솔로 킬 냈을 텐데.”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남자의 말에, 구석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저씨가 반박했다.
“세체미는 김지훈 선수 아닙니까? KAO에 있는.”
“예전엔 그랬죠. 요즘은 바뀌었어요.
“맞아 맞아. 요즘은 NHG가 잘 나가지. 세체미도 유정명으로 교체된 지 오래고.”
그 말에 하나 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한다.
‘그런데 그 사람을 눈앞에 두고도 왜 못 알아 보냐고.’
정명은 살짝 어이가 없어졌지만, 다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저도 유정명이 김지훈 잡았던 건 봤는데요, 그래봐야 NAV 전에서 곧바로 졌잖아요.”
“그 때는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아니에요? 딱 봐도 얼굴이 창백해 보이던데.”
“그렇지. 경기장에 나온 게 용하더라. 그건 봐 줘야지.”
그렇게 떠드는 순간, 올스타전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올스타와의 경기는 결국 한국 올스타의 승리로 마무리 지어졌다.
한국 선수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 손을 흔들며 관객들의 환호에 답했다.
“와, 이게 사람이냐 여신이냐.”
“송하니는 귀여우면서도 도도한 게 매력이지.”
“차석진이었나? 진짜 부럽다. 송하니랑 한 팀이라니...”
“차석진? 아, 맞아. 그런 애도 있었지. 그런데 왜 유정명이 아니고 차석진이냐?”
“유정명이랑 송하니는 나이 차이가 10살은 나잖아. 송하니랑 사귀려면 젊은 쪽이 확률이 높지 않겠어?”
사람들은 유정명이 낫니, 차석진이 낫니 하며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정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시하며 핸드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연습실에서는 맨날 어리광만 부리고 있는 송하니가 TV에서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얘도 참, 방송용 얼굴이 따로 있는 것 같다니까.’
정명은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길바닥에 누워버렸다.
‘뭐 한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피곤하고 눕고 싶네.’
예비군 하러 왔는지 자러 왔는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선배님들. 이제 이동하시겠습니다.”
이동하자는 조교의 말에, 정명은 땅바닥에 눕자마자 곧바로 일어나야만 했다.
‘아 진짜....제발 집에 보내줘!’
정명은 그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기나 긴 기다림 끝에, 해방의 날이 왔다.
“휴, 이걸로 끝이다. 다시는 날 찾지 마라...”
몇 시간 뒤, 정명이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다.
정명이 집에서 낮잠 한숨 자려는 순간, 송하니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나 좀 데리러 와조! 공항에 갇힐 지도 모름!
하니의 부탁에 정명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공항으로 가야만 했다.
도착한 공항은 올스타팀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주변은 사람이 몰리며 점점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차 문이 벌컥 열렸다. 송하니와 매니저, 김민서였다.
“으아, 겨우 뚫었다. 오빠 오랜만!”
“그래, 오랜만이네. 민서씨도 오랜만입니다.”
하니를 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하니는 정명을 보자마자 손가락질을 했다.
“헉! 군인아저씨다!”
“아저씨 아니거든? 예비군 다 끝내고 왔어.”
“그래? 안 미안!”
밖은 아직도 떠들썩했다.
공항까지 나오는 적극적인 팬은 여자 팬들이 많기 때문에, 공항은 하이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올스타전은 재밌었음?”
“재밌었음! 근데 더웠음!”
“그런데 너, 뭘 그렇게 빤히 보고 있냐?”
“어....오빠 좀 잘생겨진 것 같아서.”
“낯간지럽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정말루! 오빠 뭔가 젊어진 것 같다니까? 못 알아 볼 뻔했어!”
“언제는 늙었다는 것처럼 말하네. 칭찬은 고맙다.”
하니가 애교를 떨자 정명은 피식 웃고 말았다.
쿨한 척, 무게를 잡던 올스타전에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아, 하니야. 나 지금 에리네 집 갈 건데 시간 있어? 오늘 첫 방송인데, 잘 하고 있나 구경 가려고 했거든.”
“그거 좋지!”
정명은 하니를 데리고 에리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에리가 정명의 일행을 맞아주었다.
“아줌마 안뇽.”
“하니 안녕! 어? 군인이다!”
“이제 예비군 끝났거든요?”
“아, 그래?”
“쿠론은 뭐해요?”
“방송 중. 새로 계약한 아이튜브에서.”
정명이 선택한 곳은 아이튜브였다.
지금은 후발주자이지만, 1년만 지나면 인터넷 방송국 중에서 가장 커다랗게 될 플랫폼이기도 했다.
‘모든 업계가 그렇지만, 선점이라는 건 참 중요하지. 비록 지금은 돈을 못 벌겠지만, 1년만 지나면 우리는 아이튜브에서 우가우가는 상대도 안 될 정도로 돈을 쓸어 담을 거다.’
“그런데 정명아, 너 요즘 관리 좀 받니?”
“네?”
“오랜만에 보니까 얼굴이 좋아 보여서.”
‘하니도 그러더니, 이 아줌마까지 이상한 소리를 하네. 그러고 보니 예비군에 있던 아저씨들도 날 못 알아보는 것 같던데...’
정명은 그렇게 생각하며 쿠론이 하고 있는 방송을 구경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