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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프로게이머-158화 (158/226)

-----------------레벨업 프로게이머 158화-----------------

“준상아, 어제 경기에 대해서 뭐 좀 물어봐도 되냐?”

“뭔데요?”

“어제 1경기에서 말이야,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서.”

다음 날.

카페에 준상을 데려온 정명은 작심하고 준상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어제 경기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었던 용 싸움에 대해서였다.

물론 그 싸움 전에도 정명의 팀이 승기를 잡고 있었던 건 맞지만, 역전을 할 수 있다는 조금의 가능성마저 없애 버린 게 그 용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아, 그거… 사실 피닉스가 용 싸움을 해야 한다고 우겨서 싸운 거거든요. 그것 때문에 경기 끝나고 우리도 많이 싸웠어요.”

“피닉스 걔가 오더야?”

“오더요? 아뇨, 우리 팀에는 오더가 없어요. 그냥 각자 알아서 하는 방식이에요.”

팀에 오더를 맡는 사람이 없다는 것 자체는 그다지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오더가 있는 것과 없는 것. 둘 다 장단점이 있기에 자신의 팀에 맞는 방식을 쓰면 되는 것이니까.

그로부터 10분이 지났다.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 나가던 정명은 마시던 커피를 한 번에 들이켰다.

이번에 할 이야기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였다.

“근데… 너, 걔랑 친하냐?”

“누구요, 피닉스요?”

“어.”

“아뇨. 같은 팀이기는 한데 별로 친하지는 않고요. 음… 사실…….”

준상은 상당히 뜸을 들이고서야 겨우 말을 꺼냈다.

“이거 어디 가서 이야기하시면 안 됩니다?”

“안 해.”

“그 녀석, 친구 없어요. 성격이 워낙 더러워서.”

정명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

과거에서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진 후, 그와 같은 팀이었던 사람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피닉스의 험담을 했으니까.

피닉스의 성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 또한 게임에 관심 있는 대부분의 팬들이 알게 되었고.

그 말에 어떻게 돌려 말할까, 하다가 고민하던 정명은 거리낄 게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대놓고 물었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 너야말로 이거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된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준상이 덩달아 긴장했다.

“예.”

“그 녀석, 승부 조작에 관련되었다는 소문이 있어. 출처는 묻지 마. 근데 믿을 만한 소스야.”

“헙…….”

준상은 진심이냐는 듯 정명의 눈을 쳐다봤고, 정명 또한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60초 뒤.

준상은 정명처럼 마시던 커피를 쭉 들이켰다.

“어후, 그 등신이!”

준상이 주먹을 꽉 쥐며 얼굴을 찌푸렸다. 무언가 짚이는 게 있는 모양새였다.

“뭐야. 너,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준상은 지난번에 길거리에서 의문의 명함을 받았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사실 아직 완전히 믿기지는 않지만… 저 그만 연습실로 돌아가 볼게요.”

“오냐.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도 좀 알려 주고.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준상은 허겁지겁 자리를 떴고, 정명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부 조작이라… 참, 별 거지 같은 것 때문에 신경이 다 쓰이는군. 연습하기도 바쁜데.’

바로 전날.

정명은 한국에서의 첫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스코어는 2 : 0.

딱히 위기의 순간조차 없었던 깔끔한 승리였다.

특히 2경기는 무척이나 쉽게 풀렸는데, 피닉스가 1경기만큼 섬세한 컨트롤을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김준상은 그 이유를 피닉스 특유의 유리 멘탈 때문이라고 단정 지어 말했는데,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멘탈 싸움이라고도 불리는 이 게임에서는 크나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명이 연습실에 돌아와 시계를 살펴보니, 어느새 오전 10시가 되었다.

이제 슬슬 연습실에 나와야 할 시간이건만, 다른 팀원들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경기 다음 날은 쉬엄쉬엄하자는 것이다.

-웅… 조금만 더 자자. 내가 내일부터 정말 열심히 할게. 응?

“개소리 말고 지금 당장 튀어나와. 내가 찾아가게 만들면 혼난다?”

-힝…….

정명은 팀원들의 항의를 가볍게 무시했다.

이제 경험치 부스터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빡세게 굴려야 한다.

‘뭐, 부스터가 만료된다고 해도 또 살 만한 여유는 있지만.’

정명은 어제 받은 포인트를 살폈다.

[2 : 0 승리! 추가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리그의 수준이 최상급입니다. 추가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서버가 터질 정도로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경기입니다! 추가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해외로 떠난 위대한 도전! 추가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6만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하, 역시! 오길 잘했어. 최고가 되려면 최고의 리그에서 뛰어야지!’

기본급은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이것저것 추가로 붙는 수당이 상당하다.

덕분에 정명은 이번 한 경기로 경험치 부스터에 투자했던 포인트를 한 방에 만회할 수 있었다.

물론 언제나 2 : 0 승리를 따낼 수는 없고, 또 모든 경기에서 이번처럼 서버를 터뜨릴 정도로 관심을 끌 수는 없기에 일시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북미나 중국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포인트가 많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저 왔습니다.”

정명이 포인트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 첫 번째 팀원이 연습실에 도착했다. 차석진이었다.

“역시 네가 가장 먼저 올 줄 알았다.”

“엥? 아직 아무도 안 왔어요?”

“뭐, 그렇지. 걔네들 올 동안 듀오 랭크나 뛰자.”

연습 게임 전, 손 풀기용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프로 게이머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인지, 라인 양보를 전혀 해 주지 않는다.

건들면던짐: 나 미드 안 주면 트롤함.

“에이씨, 북미에서는 무조건 라인 양보 받았는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정명 선수, 가고 싶은 라인 골라요. 양보할게요.’라고 했다고.”

“예, 그러시겠죠…….”

“야, 석진아, 근데 네가 쓰고 있는 아이디는 꽤 오래 쓴 아이디 아니냐? 왜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솔직히 제가 그렇게 유명한 게이머는 아니잖아요. 어… 원 딜이랑 서폿 남았네요.”

프로 게이머 특성상 유저들과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으니, 양보를 해 주지 않으면 그냥 남는 것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가장 인기 없는 라인 둘.

차석진은 서포터를 골랐고, 정명은 원 딜러를 골랐다.

그런데 그 원 딜러가 조금 이상하다.

“엥? 폭탄마? 그거 미드 AP 캐릭터잖아요? 그리고 그거 요즘 엄청 고인 캐릭터인데…….”

“뭐, 어때. 상대가 아마추어들인데. 이렇게 해도 캐리해.”

“하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이것은 나중에 써먹을 수 있나 실험해 보는 것이었다.

폭탄마는 AP 미드 캐릭터지만, 나중에 원 딜러 포지션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혀지게 된다.

때문에 조금 써먹어 보다가 비밀 병기로 써먹어 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도 정명의 말처럼 아마추어들은 상대가 안 된다.

정명은 일찌감치 라인을 터트려 버렸고, 이내 거침없이 맵을 활보하기 시작했다.

“형, 거기 시야 없는데요? 빼는 게…….”

“싸움 유도할 거야. 너도 와.”

아니나 다를까, 부시에서 상대 고철로봇의 그랩이 튀어나온다.

정명은 프로 게이머 특유의 피지컬로 피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그 그랩에 잡혀 주었다.

[전체] 갱수: 폭탄마. 잡아따.

“뭐래. 일부러 끌려 준 거거든?”

일명 몸으로 하는 이니시에이팅, 몸니시였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진 한타에서 정명의 팀은 대승을 거두었고, 이내 20분 칼서렌이 나오며 게임이 끝났다.

정명은 올라가는 랭크 점수를 보며, 혹시 이번에는 솔로 랭크 1위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근데 우리 개인 방송은 안 해요? 용돈 벌고 싶은데.”

“개인 방송이라. 할까?”

“네네. 요즘은 소통이 중요하다고요, 소통이.”

“그래, 그러자. 한국에서의 개인 방송은 엄청 오랜만이라서 괜히 떨리네.”

정명은 그렇게 말하며 인터넷 방송국, 트이치 TV를 켰다.

그런데 홈페이지가 온통 영어다.

영어를 읽을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한국에서 접속했는데 영어가 떴다는 것이 문제였다.

“형, 한국에서 트이치 TV 망한 지가 언젠데 거기로 들어가요.”

“엥? 그래? 진짜?”

“예. 이제는 우가우가 TV가 대세예요.”

정명은 미국에선 트이치 TV만 썼다. 한국에서 가끔 방송할 때도 트이치 TV로 썼고.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트이치 TV가 우가우가 TV와의 경쟁에서 졌고, 그 이후로 트이치 TV는 미국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던 것이다.

석진은 트이치 TV가 한국 사업을 거의 접었기에 한국에서 접속하면 엄청 느리다고 덧붙였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도 거기 가입해야지, 뭐.”

새로운 계정, 새로운 시청자들.

모든 게 막막했지만, 이미 각오한 일이다.

정명은 새로운 방송국을 열었다.

[짜잔! 내가 돌아왔다. 프로 게이머 유정명입니다.]

정명의 방송국은 지금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수많은 신생 방송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새로운 방송국을 열었다고 해서 클래스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정명의 방송국은 방송국을 열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들이닥쳤고, 정명은 익숙하게 시청자들을 맞이했다.

-우와, 진짜 그 유정명이네.

-다른 팀원들 모습도 좀 보여 주세요. 되도록이면 여자로! 여자 프로 게이머 신기해!

“다른 팀원? 여자로? 잠깐만요.”

정명이 자리를 비웠다.

사람들이 두근두근해 하며 기다리기를 잠시, 정명이 여자 팀원을 데려왔다.

“읏차, 우리 팀원이에요. 이름은 핀. 우리 팀의 홍일점이죠.”

“야옹.”

정명이 데려온 것은 고양이였다.

여자 팀원을 보여 주고 싶어도 아직 다들 나오지 않았으니 고육지책으로 대신 보여 준 것이건만, 채팅창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명은 그런 채팅을 일절 무시하며 석진을 돌아봤다.

“석진아, 근데 이거 화질이 왜 이렇게 안 좋냐? 무슨 모자이크 한 것처럼 깍두기가 장난 아닌데?”

“아, 그거 화질 좋게 하려면 아이템 구입하셔야 해요.”

“뭐? 무슨 아이템?”

“일주일에 20만 원이었나… 기억이 잘 안 나네. 아무튼 캐시 지르셔야 화질 좋게 할 수 있어요. 우가우가 TV에서는 그래요.”

“뭐? 이런 등신 같은…….”

“헉. 형, 지금 방송 중인 거 아니에요?”

“알아. 그런데 욕이 나오는 걸 어떡해?”

-ㅋㅋ 솔직해서 좋다.

-우가우가 TV가 돈독이 좀 올랐기는 하지.

깔라는 것도 많고, 결제하라는 것도 많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트이치 TV는 사망 판정을 받기 직전이고, 현재 한국에서는 우가우가 TV가 독점인데.

정명은 울며 겨자 먹기로 화질 개선 아이템을 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깍두기 같은 화면 깨짐 현상은 여전했다.

“석진아, 이거 결제했는데도 화질이 왜 이래?”

“그게 최고 화질이에요.”

“이런 미친… 트이치 TV 기본 화질보다 구리잖아!”

한참을 구시렁거리던 정명은 다시 시청자들의 채팅에 눈을 돌렸다.

방송 첫 시작이니만큼, 게임을 하기보다는 시청자들과의 소통에 초점을 두기로 한 것이다.

-돈 얼마쯤 벌어요? 듣기로는 북미 쪽에서 돈 엄청 벌었다고 하던데.

“꽤 됩니다. 정확하게 밝히긴 좀 그렇지만, 프로 게이머 수명이 짧으니까 바짝 벌어야죠.”

-혹시 뉴메타 볼 수 있어요? 파랑 탐험가 잡았던 것처럼, 무언가 새로운 전략이라거나.

한국 리그에서는 안정적이고 검증된 전략만을 쓴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때문에 무언가 창의적이고 새로운 전략을 보여 주지 않아서 조금 지루하다는 불만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해외에서 날아온 정명의 팀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뉴메타라. 쉽게 나오는 건 아니지만, 우리 팀의 방식이 기존의 한국 팀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 거의 안 보였던 캐릭터를 쓸 수도 있고요.”

그렇게 질문에 답해 주던 정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석진을 불렀다.

“석진아. 시청자들이 1,000명 이상 접속할 수 없다는데, 이거 뭐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이런…….”

“아, 그거요? 캐시 아이템 사야 해요. 아이템 사서 최대 시청자 수 늘리시면 되요.”

“아이, 시발… 뭐 이런 거지 같은 게 다 있어? 시청자 수 1,000명 제한? 캐시 아이템을 사서 늘려? 아니, 진짜? 큭큭,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나오네. 큭큭큭.”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방송을 때려치우고 싶어지는 정명이었다.

그런데 그때, 팀원들이 연습실에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하암… 나 왔어.”

정명은 마침 잘됐다고 생각하며 허겁지겁 첫 방송을 마무리 지었다.

“애들 다 왔네요. 저 이제 연습해야 되니까 이만 방송 종료할게요.”

-어, 송하니다!

-와, 대박. 나 오늘부터 이 방송 열혈 팬임.

-송하니 개인 방송 출연 좀! 제발!

어째서인지 반응이 꽤나 격렬하다.

정명은 하품을 하며, 자신의 간식이 멀쩡한지 냉장고를 들여다보고 있는 송하니를 불렀다.

“하니야, 시청자들이 너 찾는다. 잠깐 인사만 해라.”

“응? 나 지금 쌩얼인뎅…….”

그러면서도 쌩얼에 자신이 있는 건지, 캠 앞으로 와서 손을 흔들었다.

“여러분, 안뇽! 앞으로 우리 팀 방송 많이 봐 주… 뭐야, 오빠, 방송 벌써 껐어?”

뭐가 그리 급한지 송하니의 인사 도중에 방송을 꺼 버린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건 오히려 정명이었다.

“아니? 나 안 껐는데? 잠깐, 이게 뭐야.”

정명은 자신의 계정 앞으로 와 있는 쪽지를 읽었다.

“방송 중 욕설로 인한 계정 1일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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