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프로게이머 134화-----------------
그 후, 정명은 구단의 공식 홈페이지도 열고 개인 방송 채널까지 열었다. 정상적인 구단에 필요한 구색은 완벽하게 갖춘 것이다.
“좋아, 이제 그 녀석을 우승을 위한 제물로 바치기만 하면 딱이야. 음음.”
“그 녀석?”
정명의 혼잣말에 쿠론이 반응했고, 정명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 트레브라는 녀석 말이야. 요즘 선수들은 다르다 어쩐다의 그 대표 주자인 것 같은 녀석. 그런데 벨라는 어디 있지? 곧 연습 시작해야 하는데.”
“언니는 잠깐 편의점 갔어. 금방 돌아올 거야.”
쿠론은 면접에서 약속한 대로 팀원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빚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언니뻘인 벨라를 언니, 언니, 하고 부르며 잘 따르고 있었다.
정명으로서는 신경 쓸 일이 줄어들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아무튼 그 트레브라는 녀석, TBM의 올드비를 뻥 차내고 그 자리에 앉았다며. 그 때문에 사람들이 1세대 게이머를 더 만만히 보는 것 같은데, 다음 경기에서 내가 경험의 차이를 알려 주려고.”
“왜, 예전에 함께했던 라이벌들이 잘리는 것을 보면서 위기의식이라도 느끼나?”
“위기의식은 무슨. 그 녀석, 이미 나한테 한 번 진 녀석인데. 너, 기억 안 나냐? 그 왜, 올스타전에서.”
“아…….”
트레브는 ‘이 사람이 프로게이머라고?’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육체파 게이머였다.
거기다 그는 지난번, 일본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참가한 북미의 선수들 중 유일한 흑인 선수이기도 했는데, 정명은 그를 일대일 이벤트 매치에서 꺾은 경험이 있었다.
요즘 뉴비가 엄청나다 어쩐다 해도 코웃음 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너, 혹시 걔한테 라인전 졌냐? 쯧쯧, 걱정 마. 이 감독님이 복수해 주마.”
“뭐래. 나 원 딜러로 포지션 변경한 지 오래됐거든? 만날 일 없었어.”
그 말에, 옆자리에서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메테오가 웃으며 참견했다.
“그거 알아요? 게이머들은 똑같이 12시간을 컴퓨터에 앉아 있는데 실력은 천차만별인 거.”
“뭐, 당연하겠죠. 단순히 많이 앉아 있는다고 실력이 늘어나는 거면, 솔로 랭크 2,000판 했는데 실버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 같은 게 없어야겠죠.”
“트레브는 그런 사람들을 8시간만 앉아서 해도 따라갈 수 있는 재능을 지닌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대단한 재능을 지닌 선수죠.”
“어디서 나온 얘기예요?”
“음… 사실 본인이요. SNS에서 그러더군요.”
그 말과 동시에 연습실에 달려 있던 벨이 울렸다. 벨라가 편의점에서 돌아온 것이다.
정명은 그런 벨라를 힐끗 보며 말했다.
“걱정 마요. 경기에서 피지컬이 중요하긴 한데, 피지컬만 좋은 선수들은 쉽게 잡을 수 있으니까.”
“뭐야, 너희들. 내 얘기 하는 거 아니지?”
정명은 벨라의 항의를 무시하며 한마디 덧붙였다.
“메테오, 당신처럼 저 또한 12시간씩 앉아서 연습을 하고 있죠. 그리고 앞으로 그 녀석도 12시간씩 앉아 있게 될 겁니다. 라인전에서부터 형편없이 깨지고 싶지 않다면요.”
정명의 첫 상대 팀은 TBM이었다.
TBM. 북미 리그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팀, 북미에서 가장 많은 팬덤을 보유한 팀이자 가장 오래된 팀, 가장 먼저 설립된 팀 등등.
하지만 수많은 수식어를 갖고 있던 그 팀은 사실 정명이 알던 TBM은 아니었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네…….’
정명이 북미에서 활동하던 시절, 경기에서 만났던 선수는 한 명밖에 없었다.
나머지 넷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은퇴하거나 코치의 길로 떠났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지막 한 사람조차 현재 위치가 위태위태했다.
알던 사람들이 하나둘 은퇴한다는 것은 조금 아쉬운 일이기는 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TBM을 제물로 삼아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다는 계획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
경기 날이 다가왔다.
정명은 자신이 활동할 때보다 훨씬 더 큰 경기장과 그에 어울리는 팬들의 물결을 보고 내심 감탄했다.
“사람 진짜 많다. 과장 조금만 보태서 이 사람들 모아다가 따로 나라 하나 만들어도 되겠어.”
종종 처음 경기에 뛰는 선수들 중 무대에 올라오자마자 패닉에 걸리는 선수가 있다.
평범하게 살다가 이런 수많은 사람이 자신을 지켜보는 것을 경험한다면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얼어붙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으니까.
하지만 정명의 팀에 벌벌 떠는 사람은 없었다. 이곳에 사람의 시선이 어색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정명은 혹시나 해서 차석진 정도만 신경 썼지만, 석진은 오히려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조금 적네요? 나라 하나 차려도 되겠다 하시더니, 어디 이름 없는 섬나라 스케일인가 봐요.”
“사람이 적은 것 같다고? 아니, 너 지금 중국에 있을 때랑 비교하고 있지? 당연히 그건 비교가 안 되는 거고. 그래도 한국의 몇 배잖아.”
정명은 팀원과 함께 선수 대기실로 향했다.
방송국으로 들어가니 정명이 아는 사람이 꽤나 많이 나왔는데, 특히 해설자는 몇 년 전과 같은 사람이었으므로 정명은 무척이나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아시죠? 편파 해설 부탁드립니다.”
“아하하, 물론이죠. 그 대신 이야깃거리 좀 주세요. 여자친구라든가, 팀원들과 싸웠다든가 하는 얘기 같은 거요. 게임 시작 직전이라든가, 오류 점검 시간에 시간을 때울 만한 소재가 떨어졌거든요.”
“아… 그냥 없던 이야기로 하겠습니다.”
“하하. 아 참, TBM 선수들과 인사는 아직이죠?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대기실로 놀러 가요. TBM의 트레브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해설자는 TBM의 선수들과 소개시켜 주겠다며 정명을 맞은편 대기실로 끌고 갔다.
그리고 정명은 그곳에서 자신과 올스타전에서 겨뤘던 상대, 트레브를 만날 수 있었다.
“안녕! 우리 일본에서도 한번 마주쳤었지?”
트레브는 그렇게 말하며 솥뚜껑만 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정명 또한 웃으며 그 손을 맞잡았다.
“그래, 나도 반가워. 나를 만나고 싶었다고?”
“사실 정명, 당신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제안?”
“그래, 제안. 한국에서는 개막전 때 가수들을 부르거나 하던데, 우리는 너무 밋밋하잖아? 그냥 인형 몇 개 나눠 주고 끝이라니. 너무 지루해. 그래서 말인데, 우리 일대일 매치 때처럼 캐릭터를 고르는 게 어때?”
그 말에, 대기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트레브의 제안은 같은 편에게도 미리 말하지 않았던 것인지, TBM의 선수들 또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녀석 봐라?’
그 순간, 정명은 신인 선수이면서도 흑인인 그가 어떻게 올스타전까지 나올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쇼맨십.
그는 선천적으로 남들의 주목을 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관객을 재밌게 해 주기 위해 이런 특이한 짓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명은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있는 메테오를 슬쩍 돌아보고는 말했다.
“좋아, 재미있을 것 같네. 뭐, 올스타전 때처럼 내가 이길 것 같지만.”
*
“TBM, 처발라 버려라!”
“지랄, 나이 먹었으면 개인 방송에서 용돈이나 벌어!”
관중석에서 경기를 구경하던 라티,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팀을 응원하며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친구끼리 서로 응원하는 팀은 다르지만, 그건 그것대로 재미가 있기에 술자리 계산을 걸고 경기장을 찾은 것이었다.
그런데 밴픽 과정이 조금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정명의 팀에서 고른 조합은 원 딜러 포지션으로 가는 캐릭터가 둘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어라, 원 딜러가 둘이네?”
“저런, 미친. 설마 캐릭터 선택 잘못한 거야? 저거 누구야. 차… 석진? 저 꼴통을 팍 그냥!”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냐? 재경기야?”
“TBM에서 허락해 주면. 아니면 그냥 원 딜러 둘로 경기를 치러야 돼.”
“헐…….”
라티는 맥이 빠진 채, 심판의 재경기 선언을 기다렸다.
‘북미에서 팀을 만들고 나서 첫판인데, 참 정신 못 차리고 있다.’라고 생각하며.
그런데 게임은 중지되지 않았고, TBM에서도 똑같이 원 딜러가 둘이었다.
그 모습에 라티는 불현듯 작년의 경기가 떠올랐다.
“잠깐만, 이거… 올스타전에서 골랐던 캐릭터들 아냐?”
“저런, 미친. 개막전에서 일대일 리매치를 하겠다고? 원 딜러로 미드를 서?”
“다들 진짜… 미쳤군.”
하나둘, 그 밴픽의 의도를 눈치챈 관객들은 웅성대기 시작했고, 곧이어 거대한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대회에서 LOH의 꼴통 캐릭터, ‘버섯 동자’를 골랐을 때와 비슷한 호응이었다.
그리고 이미 사전에 얘기를 전해 들은 해설자들은 그에 맞춰 해설을 시작했다.
*
“정명, 너무 기분파인 것 아냐?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하다니.”
“다음부터는 자제할게.”
“난 좋아. 개막전인데 이런 퍼포먼스 정도는 해 줘도 되지. 분명 재미있을 거야.”
최고 인기 팀이라는 이름이 거저 붙은 건 아니다.
실력뿐만 아니라 개막전 같은 특별한 날에 가끔씩 화끈한 팬서비스를 질러 주는 모습이 팬들을 매료시켰기에 순위가 떨어진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팀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자, 그럼 해보자.’
정명이 고른 것은 복수자. 긴 사거리로 포킹을 넣는 게 위협적인 원 딜러 캐릭터였다.
하지만 생존기가 없어, 지켜 주는 서포터가 없는 바텀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것으로 상각되던 캐릭터였다.
“그거 해 본 적은 있어?”
“응. ‘무작위 미드전’에서는 꽤 좋은 캐릭터라서 몇 번 해 봤지. 스킬 메커니즘은 적당히 파악하고 있어.”
정명은 어색하게 웃었다.
“이거 생존기 없어서 갱킹 압박 강하게 오면 저 죽는 거 아시죠? 집중 백업 부탁드립니다.”
팬들의 환호성 속에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상대방의 캐릭터는 아바르사. 궁극기 얼음 화살로 스턴을 먹이거나 매를 날려 정찰을 하는 스킬을 갖고 있는, 정명과 마찬가지로 생존기가 없는 원 딜러였다.
[내 목적은 하나다.]
미니언을 놓치지 않고 먹던 정명은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슬슬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투우웅!
“오, 정명, 스킬 잘 맞히시네요? 트레브가 손도 빠르고 해서 스킬 맞히기 어렵다고들 하던데.”
“글쎄요, 별로 어렵지는…….”
그렇게 말하며 또다시 한 발을 맞혔다.
트레브의 캐릭터는 HP가 특히 낮은 원 딜 캐릭터답게 두 발만에 체력이 거덜나 버렸다.
“아니, 진짜 잘 맞히시는데요?”
미니언이 몰려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트레브는 귀환을 탔다.
그런데 귀환을 한 뒤, 복귀하면서도 비슷한 현상이 또 일어나기 시작했다.
투우웅!
-한 발 한 발이 아픕니다. 이거 피해야 돼요.
-정명이 잘 맞히는 건지, 트레브가 피할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네요.
“정명, 비결이라도 있어요? 적중률이 거의 90% 이상은 되는 것 같은데?”
“그냥, 상대의 움직임을 읽기가 쉬워서 그래요.”
“움직임이요? 하지만 저렇게 빨리 움직이는데…….”
“손 빠른 건 별로 상관없어요. 스킬을 피할 때 초당 마우스 10번을 두드려야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실 마우스 한 번만 잘 클릭하면 되는 건데. 그리고 저 녀석은 어떻게 움직일지 보이는 것 같아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퍼스트 블러드!]
스킬 샷을 계속 맞히던 정명이 기어코 솔로 킬을 냈다.
상황이 쉽게 풀려 나가자, 너무 성급하게 제안을 받은 건 아닌지 조금 후회하던 정명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저도 아무런 생각 없이 제안을 받은 건 아니라니까요? 저 유정명, 팀의 승패를 걸고 도박하거나 그런 사람 아닙니다.”
“퍽이나!”
결국 TBM 쪽에서는 타워를 빨리 밀어 라인전이 아닌 한타 싸움을 유도하기 시작했는데, 5 : 5 싸움으로 가며 유리해진 것은 오히려 정명 쪽이었다.
정명의 복수자가 포킹을 하며 HP를 슬금슬금 빼놓았는데, 투사체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데미지가 높아 상대편에서 대처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저 캐릭터도 충분히 미드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 그런가요?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흠, 이건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겠어요.
처음에는 이벤트성으로 꺼낸 캐릭터였지만, 각 구단의 코치들은 정명이 사용하는 것을 보며 진지하게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정명이 쓴 캐릭터가 유행이 되어 버리는 순간이었다.
첫 번째 경기를 손쉽게 이긴 이후,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이벤트성 제안은 1경기만 해당되기에 이번엔 양쪽 모두 정상적인 캐릭터를 골랐다.
‘벨라는… 제일 걱정했는데,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군. 오더만 잘 내려 준다면 1인분 이상은 하는 것 같다. 바텀라인도 이기고 있으니, 나만 잘하면 되겠어.’
정명은 남 걱정은 미뤄 두고 상대 라이너에게 다시 집중했다.
정상적인 캐릭터를 고른 트레브는 1경기처럼 무력하게 무너지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여전히 스킬을 많이 맞고 있었다.
“정명, 피 많이 빼 둔 것 같은데, 내가 내려갈까?”
“아뇨. 지금 탑 좀 봐주세요. 지금 딱 탑 갈 타이밍이에요.”
정명의 말대로 메테오는 탑으로 향했고, 삼거리 부시에서 갱킹을 가려는 정글러와 딱 마주쳤다.
그 후, 서로 간에 스킬을 한 방씩 주고받은 후 양쪽 모두 물러나기 시작했다.
“와, 진짜 탑으로 왔네. 솔직히 긴가민가했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지금 갈 데가 탑밖에 없지 않아요? 그냥 딱 보이잖아요.”
“딱 안 보여요. 와드 있는 것도 아닌데…….”
정명은 정글러 생활을 거친 이후, 훨씬 더 쉽게 정글러의 동선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자세히.
“메테오, 잠깐만요. 지금 상대방 부시에 정글러 있는 것 같으니까, 10초만 뒤에…….”
그리고 정글러가 빠졌다고 생각하자마자 메테오에게 핑을 보냈다.
[JM 님이 태엽 로봇을 지목합니다.]
[JM 님이 태엽 로봇을 지목합니다.]
동시에 붕대가 트레브의 캐릭터에 꽂히며, 연속으로 상태 이상 스킬이 들어갔다.
일명 연계 CC였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트레브, 표정이 무척 좋지 않네요.
-무언가 말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네요. 아마 정글러를 부르지 않았을까, 추측이 드는데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메테오, 다들 잘하니까 신나죠?”
“예. 버스 타는 기분은 언제나 좋죠.”
2경기 또한 매끄럽게 정명 쪽으로 승기가 넘어왔다.
TBM의 에이스였던 트레브는 0/3/0으로 맥을 못 추고 있었고, 다른 라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경기 마무리되는 분위기죠? 다른 경기 같았으면 트레브가 솔로 킬을 냈을 시점인데, 오히려 솔로 킬을 당하니 TBM에서도 무척이나 당황한 것 같네요.
-확실히 그래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오늘 트레브 선수의 SNS에 팀을 탓하는 메시지는 올라오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자신 또한 솔로 킬을 당했으니까요.
-GG! 게임 마무리됩니다!
게임을 2 : 0으로 끝낸 뒤, 정명과 팀원들이 부스에서 나왔다.
부스에서 나온 정명은 팬들이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며, 정말 북미에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정명, 저기, 네 팬클럽 회원들 있다. 손이라도 흔들어 주는 게 어때?”
“그럴까?”
그 후, 정명은 잠깐의 인터뷰를 끝낸 뒤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곧바로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리그에서 2 : 0으로 승리했습니다! 보상으로 15,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이거면 됐어. 오늘을 시작으로 전승 우승을 노린다.’
그렇게 정명의 화려한 복귀전이 마무리되었다.
*
삐비비빅, 삐비비빅.
‘아, 머리야. 다들 술이 왜 이렇게 세냐…….’
그날 저녁.
정명과 팀원들은 흐름에 이끌려 연습실에서 파티를 열었다. 첫 승리 축하 기념이었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알람 끄는 걸 깜빡했어. 오늘은 일찍 일어날 필요 없는데.’
정명은 알람이 울리는 핸드폰을 집었다. 그리고 알람을 끄니 수많은 메일과 문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읽지 않은 메일: 12건]
‘친구들이 보냈나 보네.’
친구, 옛 동료, 가족 등은 중요한 경기에서 이길 때면 이렇게 축하 문자를 보내고는 했기에, 정명은 이번에도 그렇겠거니 하며 메일을 확인했다.
그런데 메일을 확인해 보니 평소와는 그 내용이 조금 달랐다.
[팀에 스폰서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간 되시면…….]
[정명, 내가 좋은 스폰서를 소개시켜 주고 싶은데…….]
[개인 방송을 서비스하고 있는 JPM입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뭐야, 이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