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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프로게이머-126화 (126/226)

-----------------레벨업 프로게이머 126화-----------------

“수고하셨습니다.”

“예. 무척 잘하시네요. 한 수 배웠습니다.”

일대일 매치 4강전은 정명의 승리로 끝났다.

CS 획득 싸움으로 흘러가던 경기는 단 한 번의 교전으로 끝이 났는데, 관중석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장면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기에, 해설이 몇 번이나 리플레이를 재생시켜 줘야 했다.

-정말 초인적인 반응 속도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요, 이 부분을 다시 한 번 보시면…….

해설과 관중석의 사람들이 여전히 화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동안, 정명은 북미에서 온 에이스, 트레브와 악수를 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운이 좋았네. 마침 상성에서 조금 유리한 캐릭터였기에 망정이지…….’

일대일 매치에서는 가위바위보 싸움처럼 상성이 갈리는 캐릭터가 나올 확률이 꽤나 높았다.

둘밖에 없는데 누가 먼저 캐릭터를 선택할 수가 없으니 당연히 비공개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운 나쁘게도 상성이 갈려 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한 이유로 우승 후보였던 사람이 무력하기 지는 경우도 많았다.

일대일 매치는 실력과 운이 적절히 섞여야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운이 결승전까지 갔으면 좋겠다. 5 : 5에서 졌으니 일대일에서라도 이겨야 변명거리가 생기지 않겠어?’

정명이 무대로 내려가자, 일본인 리포터가 정명에게 다가왔다.

리포터의 영어는 조금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인터뷰를 할 정도는 되었다.

“경기 이기신 것 축하드려요. 승리하신 소감은요?”

“상대 선수의 실력이 좋아서 무척 어려운 경기였습니다. 이거, 제 생각에는 이런 분이 북미에 조금만 더 등장하게 된다면, 북미가 대륙 꼴찌라는 말이 쏙 들어갈 것 같네요. 하하.”

그냥 예의상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명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 계속해서 북미에 나온다면, 중국이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북미 측은 그 말이 듣기 좋았는지,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인터뷰를 마무리한 정명은 무대를 내려와 선수 대기실로 향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네?’

방금 전에 북미 선수들을 봤을 때, 북미 올스타 측은 선수들이 모여 트레브에게 수고했다며 격려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북미 팀과는 달리, 경기를 끝낸 정명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 선수들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지금 도쿄 어딘가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됐다, 됐어.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고. 아니, 오히려 사이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호흡을 맞춰 온 사람들이라도 서로 싸우게 되는데, 하물며 갑자기 모이게 된 다섯 명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정명은 그런 생각을 하며 대기실로 내려갔다.

그런데 대기실에서는 인기척이 있었다. 중국 팀원들 대신, 정명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결승 진출 축하해요.”

“어라, 너희들은 여기엔 웬일로?”

대기실에 있던 사람은 티웨이와 사오미. 지금쯤 휴가를 보내고 있겠거니 생각했던 XTC의 팀원들이었다.

둘은 정명이 기죽어 있을까 봐 응원을 왔다고 했다. 어차피 중국에서 일본이야, 금방 오니까.

“기가 죽어 있다니?

“지금 중국 올스타 팀의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이 파다해요. 감독이 통솔을 잘 못 했는지, 시합 전날에도 싸웠다고.”

티웨이가 먼저 말을 꺼냈고, 사오미가 그 말을 거들었다.

“소문 쫙 퍼졌어요. 물론 중국 커뮤니티라는 곳이 워낙 이상한 소문이 많이 돌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그 근거에 꽤 설득력이 있어서. 그런데 팀 ME에서는 감독 포함해서 3명, 로열 패밀리아는 2명, 형만 혼자잖아요? 그래서 지원을 온 거죠.”

“그래, 눈물 나게 고맙다. 그런데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고……. 아니다, 기왕 온 거 관광이나 하다 가.”

그렇게 반갑게 이야기를 하는 도중, 무대 쪽에서 커다란 함성이 들렸다.

정명이 대기실로 사라진 후, 곧바로 정명의 결승 상대를 가릴 경기가 시작됐는데, 결과가 난 것이다.

“4강전 경기 끝난 모양인데?”

“형의 결승전 상대겠네요. 누군지 보러 가죠?”

정명은 다른 팀원들과 같이, 다시 무대 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GG! 이것으로 결승전을 치를 두 명의 선수가 정해졌습니다!

-정말 대단한 컨트롤이었습니다. 저런 외모에 이런 실력이라니, 괜히 인기가 있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모습이에요.

무대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해설자들과 관객들이 감탄을 하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명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적장을 물리쳐라]

무척이나 강력한 적이 무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적을 물리치고, 당신의 실력을 증명하십시오.

보상

-20,000포인트

-???

‘아, 저 녀석이 이긴 건 의외네. 상대도 엄청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하는데, 운이 좋았나?’

정명은 잠시 무대를 구경하다가,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숙소의 침대에 털썩, 눕는 순간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빠야! 결전의 시간이 왔다. 나랑 한판 뜨자!

…….

정명이 상대할 결승전의 상대는 송하니였다.

듣기로는 쟁쟁한 우승 후보들을 뚫고 올라왔다고 하는데, 본인이 고수이면서도 운까지 따라준 결과이기도 했다.

‘이벤트전이지만 연습을 좀 해야겠지. 솔직히 여기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지만.’

연습을 해 줄 상대는 누가 있을까?

한국 팀은 당연히 불가, 중국 팀은 이미 관광 중.

그렇다면 그 외의 팀에서 찾아야 하는데, 아무나 해서는 안 되고, 최소 피지컬 85 이상인 사람이어야 연습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정명이 찾은 곳은 대만 팀의 연습실이었다.

“음, 송하니라. 유명한 사람이죠. 우리나라에서도.”

대만 감독의 발음은 조금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단어가 헷갈릴 때면 영어까지 써 가며 열심히 의사소통을 했다.

“유명한가요? 음… 송하니가 대만에서까지 활동을 했었나?”

“아뇨, 대만 사람들이 한류 문화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캉남 수톼일, 김취, 피빔밥… 어지간한 건 다 알고 있죠.”

대만 감독은 그렇게 말하며 정명의 연습을 도와주기로 했다. 나중에 꼭 대만에 와 달라는 말과 함께.

“나중에 한번, 대만에도 꼭 와 주세요. 대만의 팬들은 당신이라면 무척 환영할 테니까요.”

*

다음 날.

정명은 중국 올스타 팀원 대신, XTC 선수들을 양쪽에 대동한 채 경기장으로 나섰다.

티웨이는 빼곡히 들어차 있는 관객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아직 게임 오픈한 지 얼마 안 됐다고 하더니, 그래도 팬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네요.”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 뭐라고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열기만큼은 전해져 왔다.

‘이 사람들은 당연히 송하니가 이기길 바라고 있겠지만 그럴 수는 없지.’

친한 사람이라고 하여 설렁설렁 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최대한 빡세게 해서, 어떻게든 이겨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밴픽이 시작되었다.

양측 모두 세 개의 캐릭터를 밴 하고, 캐릭터를 선택할 시각.

하니는 이미 뭘 할지 정하고 나왔다는 듯, 1초 만에 캐릭터를 선택했다.

‘뭐지? 자신 있는 캐릭터라도 있는 건가?’

정명 또한 캐릭터를 골랐다. 지금까지 송하니가 선택한 캐릭터들을 고려한 픽이었다.

-둘이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모두 근접 캐릭터를 선택했네요. 원 딜러가 강세인 일대일 매치치고는 조금 특이한 선택이죠?

-거기다가 두 명 모두 스펠이 탈진과 점화……. 정말 싸우겠다는 의지가 다분한 선택인 것 같은데요?

‘음… 바니걸 검사랑 설원산적이라……. 옛날 생각나네.’

이 캐릭터 매치는 정명이 PC방에서 송하니와 처음 만났을 때, 처음 대결을 벌였던 캐릭터들이었다.

정명은 잡념을 지우고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말 난타전이네요. 완전 개싸움입니다.

-서로 조금만 실수해도 바로 갑니다. 이거, 지금까지의 일대일 매치 중 가장 재밌는 경기인데요?

‘간다, 지금!’

둘은 미니언을 100개 채워서 경기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산적이 도끼를 던지면, 검사는 실드로 막거나 피하고, 혹은 검사가 대시기로 붙어서 깔짝깔짝 딜 교환을 했다.

그리고 송하니는 6레벨을 찍자마자, 원수를 만난 것처럼 곧바로 달려들었다.

[게이머 송하니가 ‘천재의 실력’을 드러냈습니다! 무거운 공기가 당신을 짓누르기 시작합니다.]

지난번, 한국전에서 봤던 경고가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당하고만 있는 것은 사절이었다.

[5초 영웅을 사용합니다.]

‘역시, 송하니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 영역까지 올라온 것은 아니다.’

5초 동안 정명은 송하니보다 한 템포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만 버티고 죽어라…….’

하지만 송하니는 끈질기게 버텼고, 결국 5초의 시간이 지났다.

정명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다시 덤벼들려는 순간, 송하니의 움직임이 덜컥 멈췄다.

[‘천재의 실력’ 발동 실패. 오히려 더 높은 경지를 본 좌절감으로, 잠시 움직임이 둔화됩니다.]

바쁘게 움직이던 마우스가 멈춘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경기를 마무리 짓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정명은 검사 캐릭터의 머리에 도끼를 꽃아 넣으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아자!”

승리 메시지를 본 정명이 의자에 앉아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무심결에 건너편에 보이는 송하니의 모습을 쳐다봤다.

그녀는 게임에서 졌지만, 그렇게 기분 나빠 보이는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송하니를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졌는데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고 있는지. 참, 바보냐?’

[‘적장을 물리쳐라’ 퀘스트 완료!]

중국 팀이 한국 팀에게 허무하게 진 뒤, 당신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생겨났지만 이제 그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은 명실 공히 중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의 게이머입니다.

*보상으로 20,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게이머 송하니에 대한 영입 조건이 풀렸습니다. 이제 그녀에게 적당한 보수를 제시한다면, 송하니를 당신의 팀으로 데려올 수 있을 것입니다.

-새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희생양]

[희생양(선택)]

1. 당신의 명예가 일시적으로 급상승한 지금이야말로 언론 플레이를 하기 딱 좋은 시점입니다. 패배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로 돌려, 당신의 명성을 유지하십시오.

-팬클럽 결성이 가능해집니다.

-중국 올스타 팀원들과의 친화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그들을 영입하려면 대단한 수고가 필요할 것입니다.

2. 패배에 대한 책임을 모두 다 같이 나눕니다. 팬들에게 조금 욕은 먹겠지만, 중국 팀과의 관계는 오히려 더 끈끈해질 것입니다.

-중국 올스타 팀원과의 친화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만약 그들이 받고 있는 보수보다 두 배의 연봉을 제시한다면, 그들을 당신의 팀으로 빼내 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1번과 2번, 두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퀘스트였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정명은 그 선택지를 읽자마자 마음을 정했다.

‘아니, 그럴 리는 없겠지만, 걔네들이 우리 팀에 들어온다고 해도 쫓아내 버릴 상황인데 두 배?’

그들을 영입한다면 물론 실력이야 좋겠지만, 그 전에 정명이 암으로 쓰러질 가능성이 있었다.

정명은 무대 앞에서 관객들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자리로 돌아가려는 송하니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니야, 부탁할 게 있는데.”

“응? 뭔데?”

“지금은 보는 눈이 많으니까 좀 그렇고, 이따가 보자.”

*

다음 날.

중국 올스타 팀이 내부 싸움 때문에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 줬다는 증언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팀 내부를 조율해야 할 감독이 싸우는 팀원들을 방관하는 둥,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오며 왕수 감독에 대한 자질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때문에 잠잠해졌던 팬들의 비난 여론은 다시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고, 분노한 팬들은 선수들의 SNS 계정, 그리고 팀 홈페이지를 초토화시켜 버렸다.

“어… 감독님, 어떡하죠? 입장 표명이라도 해야 하는 게…….”

“냅둬. 그놈들, 냄비 근성 하루 이틀 보냐? 한 일주일 뒤면 금방 가라앉을 거야. 그냥 반응하지 말고 있어.”

그런데 그 와중에 한 눈치 없는 스태프가 감독에게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감독님, 송하니도 SNS로 이번 일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와, 정말 실망이에요. ㅡㅡ]

“…아냐, 연예인들은 대신 관리해 주는 사람이 따로 있어. 그런 걸 거야. 넌 근데 시발, 왜 이딴 걸 나한테 보여 줘?”

감독은 그렇게 말하며 스태프의 머리를 찰싹찰싹 때렸다. 그리고 최대한 행복한 생각을 하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정명에게 메일 하나가 날아왔다.

“뭐지, 이놈은. 평생 연락 안 할 것 같던 놈이…….”

받은 메일에는 사진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정명과 송하니가 V를 한 채, 웃으며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감독님, 우연히 송하니를 만났는데, 감독님이 안 계셔서 저 혼자 송하니랑 같이 사진 찍었어요. 뭐,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죠. 그럼 중국 가서 봬요!

감독은 사진과 정명이 남긴 메시지를 보자마자 핸드폰을 휙 집어던졌다.

“이 양아치 새끼가! 역시 송하니랑 연락되는 게 맞았잖아! 밥은 됐고, 사진 한 번만 같이 찍게 해 달라니까, 시발! 이놈, 완전히 또라이 아냐?”

왕수 감독은 화가 난 나머지 호텔 내부의 집기들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고, 큰 소리를 들은 호텔 직원들이 곧바로 뛰어와 감독을 말리느라 진땀을 뺐다.

그 시각.

정명의 핸드폰에 하나의 제보가 들어왔다. 발신인은 팀 ME의 스태프. 정명이 미리 포섭해 둔 사람 중 하나였다.

-감독님이 네 욕 하면서 물건 집어 던지고 있음. 그런데 그거 호텔 측 물건이라, 배상해야 할 듯. 경찰 오고 난리 남.

“큭큭, 바보 같기는.”

정명이 혼자 큭큭대며 웃자, 옆에 있던 송하니가 정명의 핸드폰 화면으로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중국어로 적혀 있었기에 무슨 말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

“음…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던 일이 잘됐나 봐?”

“그래, 너도 많은 도움이 됐다.”

그 말을 끝으로 말이 끊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니가 오줌 마려운 개처럼 옆에서 끙끙거리기 시작하자, 정명이 다시 입을 열었다.

“끙끙대지 말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어… 그럴까. 오빠, 그동안 팀 많이 옮겼지? 이번에는 왜 안 옮겨?”

“뭐,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리고 나 아직 계약 기간 많이 남았는데?”

“이번에는 있잖아, 오빠가 팀을 만드는 게 어때? 마음 맞는 애들이랑 팀을 짜서 우승하는 거야! 응응, 재밌을 것 같지 않아?”

농담으로 치부할까 했으나 하니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때문에 정명 또한 진지하게 대답해 주기로 했다.

“왜, 네가 오려고?”

“응응!”

“굳이 왜? 네가 있는 팀이면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도 노려 볼 수 있는 팀 아냐?”

“그래서 문제야. 다들 잘한다는 거.”

“다들 잘한다는 게 문제가 되나?”

“난 한 게 없어. 그냥 가만히 숨만 쉬고 있다 보면 어느새 게임에서 이기고 난 뒤라고. 이래서야 내가 업혀 가는 것 같잖아.”

“그러면 안 되나?”

“재미없잖아. 의미도 없고. 무엇보다, 내가 최고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야, 이대로라면 그 녀석들을 따라잡을 수 없어. 이건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구! 무슨 말인지 알지?”

다른 사람들이 보면 배부르다고 할 수도 있는 소리였지만, 정명은 하니의 생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오빠, 지금 나 연봉 얼마나 받을 것 같아?”

송하니 정도면 돈이야, 이미 많을 것이 뻔했다.

거기다가 연봉을 제외하더라도 더 벌 수 있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었고.

예를 들어, 중국에 가서 스트리밍 방송 한 번만 해 줘도, 어지간한 선수의 연봉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글쎄, 120만 원 정도?”

“이씨! 그건 내가 피시방에서 알바할 때 월급이고! 암튼, 20억 정도야. 그런데 그런 고급 인력인 내가 특별히 몸값을 깎아 주겠다는 거지! 자, 30% 할인해서 15억… 아니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이다. 50% 할인! 완전 거저다, 거저. 자자, 빨리 계약서 갖고 와~! 오늘 아니면 이런 기회 또 없다구!”

하니는 자꾸 자신을 고용하라 말하고 있었지만, 정명에게 그런 돈이 있을 턱이 없다.

게다가 서로 간의 계약 기간도 많이 남아 있는 상태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태였다.

“너, 구단에서 연봉 안 받아도 돈 많이 벌잖아. 내 밑에서 공짜로 일해라.”

그 농담에, 하니는 배시시 웃었다.

“그럼… “나는 빡빡이다!”라고 외치면서 내 주위를 세 번 돌아! 그럼 더 깎아 주는 거 생각 해 볼게.”

“그건 싫고, 전화할게. 연봉으로 10억 이상 줄 수 있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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