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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프로게이머-124화 (124/226)

-----------------레벨업 프로게이머 124화-----------------

정명이 앞으로 나서는 것과 동시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정명에게로 집중되었다.

대충 보기에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총 20명 정도.

선수, 매니저, 감독뿐만 아니라, 방송국의 사람들까지 전부 같이 이동한 것으로 보였다.

“정명 씨, 되게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정명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건 것은 해설자 이동호였다.

그가 먼저 나서서 살갑게 말을 걸자 다른 한국 선수들 또한 웃으며 인사말을 건넸고, 중국 일행은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중국 팀 최대의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팀이 눈앞에 있었기에 시선이 안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왕수 감독을 포함한 몇몇은 열심히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한국 선수들의 얼굴을 본다기보다는 송하니를 찾는 듯했다.

‘어휴, 감독님. 송하니 신경 쓰는 거 반 만큼만 팀에 신경 써 봐요, 정말.’

정명은 왕수감독을 한심하게 바라본 다음 한국 팀원들을 쭉 돌아보았고, 곧바로 송하니를 찾을 수 있었다.

송하니로 추측되는 사람은 일행의 뒤에서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그녀는 정명이 있는 쪽을 슬쩍 보기도 했지만, 아는 체하지 말라는 정명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지 곧바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말 잘 듣고 있네. 다행이다.’

정명의 경험상, 송하니 같은 유명인과 친하다고 알려져 봐야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조금 아는 사이라고 알려진 지금만 해도 충분히 귀찮은 일이 많은 것이다.

이동호와 잠깐의 잡담을 마친 정명은 먼저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하는 한국 선수들을 배웅했다.

그런데 그때, 정명의 옆으로 메이가 은근슬쩍 다가왔다.

그러더니 작게 소곤대며 송하니의 행방을 물었다.

“정명, 송하니는 왜 없어요? 아무리 둘러봐도 없는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나도 몰라요. 그보다 알아서 뭐 하게요?”

“사진이라도 찍어 두려고 그러죠. 같이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리면 분명 좋아요 수가 폭발할 거라고요.”

“아, 제발 그러지 맙시다, 진짜.”

“아이, 진짜. 왜 그렇게 혐오스럽다는 눈으로 보세요? 그것도 나름 재미있는 놀이… 엇!”

정명에게 떼를 쓰던 메이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러고는 얼떨떨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정명, 저기…….”

메이는 한국 팀의 버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에는 어느새 변장을 푼 송하니가 정명이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라? 이곳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정명이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려는 순간, 정명과 마주친 송하니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안뇽~”

갑자기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송하니는 이미 버스로 들어갔고, 버스는 곧바로 출발해 버렸다.

그리고 그 직후, 그 주변 일대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송하니다! 야, 방금 봤냐? 방금 날 보며 웃으셨어!”

“쯧쯧, 또 망상증이 시작된 거냐? 널 봤으면 침을 퉤 하고 뱉었을 거다.”

“지랄, 하니는 침 안 뱉거든? 거기다가 방귀도 안 뀔 거고, 똥도 안 쌀…….”

갑자기 공항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정명은 돌아오라고 소리치고 있는 왕수 감독을 보며 한숨을 푹 쉬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야 ㅡㅡ 지금 여기 난리 났거든? 뭐야, 이게!

-ㅎㅎ… 안 미안!

이 주변이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아 소란스럽건만, 송하니는 반성의 기색이 없어 보였다.

때문에 정명이 ‘너 때문에 숙소 가는 거 1시간은 늦어지겠다.’라고 문자를 보내기 직전, 송하니가 이상한 질문을 해왔다.

-그런데 오빠, 옆에 있던 화장 두꺼운 아줌마는 누구야? 아, 그냥 물어보는 거야. 궁금해서.

올스타전 일정에는 올스타 팀 간의 매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1 : 1, 2 : 2, 3 : 3. 그리고 무작위 미드전 같은 이벤트 매치도 잔뜩 들어가 있었고, 그 일정은 자그마치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꽤나 긴 여정이었다.

하지만 첫날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이벤트 전이 아닌 곧바로 올스타 팀 간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스타트를 끊을 첫 타자는 러시아 팀과 중국 올스타 팀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러시아 팀은 와일드카드 팀 중 하나였다.

와일드카드. 러시아, 터키, 동남아, 브라질 등의 조금 실력이 떨어지는 대륙의 팀들 중 한 팀만을 선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경쟁에서 승리한 러시아 팀이 되었고, 모든 경비를 지원받으며 일본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중국과 실력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

즉, 첫 매치는 경쟁이라기보다는 지도 경기에 가까운 경기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팀의 오더, 프록시는 조금만 설렁설렁 하자고 감독에게 조르기 시작했다.

“감독님, 시차 적응도 해야 하는데, 내일까지는 조금 쉬죠?”

“무슨 놈의 시차 적응이야? 중국에서 일본으로 왔는데.”

“이코노미석 타고 오느라 너무 불편했어요. 조금만 쉬어요, 저기 온천에서 몸 좀 담그자고요. 예?”

결과적으로 프록시의 요청은 받아들여졌다.

어차피 쉽게 이길 상대이기도 했고, 같은 팀이라 둘이 꽤나 친했으니까.

그 덕분에 갑자기 시간이 비게 된 정명은 호텔 방 배치도를 살피기 시작했다.

‘잠깐 옆방에나 다녀올까. 북미 팀 연습실에 인사나 좀 하러…….’

TBM의 감독은 친하지는 않지만, 데면데면 얼굴 정도는 아는 관계였다.

그렇지만 정명은 시간이 난 김에, TBM의 감독에게 얼굴이나 비추기로 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잠깐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날 저녁, 정명이 북미 팀의 연습실로 가기 직전.

정명이 북미 팀을 만나러 간다는 이야기를 누구한테 들었는지, 정명에게 왕수 감독이 찾아왔다.

“정명, 북미 팀 사람들 만나러 간다고 했지?”

“아, 네. 제가 북미 쪽에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래, TBM의 감독과 친하다고?”

“친한 건 아니고요, 그냥 얼굴만 아는 정도예요.”

정명은 그렇게 말하며 TBM의 감독과 찍은 사진을 보여 줬다.

“이 사람이 감독이고요, 이 사람은 TBM의 에이스. 제가 북미에 있을 때, 저를 엄청 고생시켰던 사람이죠. 하하, 지금은 저도 자신이 있지만요.”

“이 사람이 감독이라고?”

“예. 로지나르도라고 해요. 험상궂게 생겼어도, 꽤 좋은 사람이죠.”

“그래? 아프리카 쪽에서 왔나 보네? 아, 난 가 봐야겠다. 그럼 수고해.”

감독이 나가고, 정명은 혼자 남은 연습실에서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야이씨… 흑인이면 다 아프리카 사람이냐, 이 멍청아!”

*

3일 뒤.

월요일이 시작되자마자, 러시아 올스타 팀과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러시아 팀은 올스타 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처럼 바짝 연습을 했다고 하는데, 과연 표정에서 진지함이 엿보였다.

‘밴은… 골고루 하는군.’

탑, 미드, 정글이 골고루 밴을 당했다.

중국 선수들이 자주 쓰는 캐릭터를 밴 한 것을 보면, 전력 분석을 어느 정도 하고 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수도승이 열렸네. 하지만 굳이 지금 할 필요는 없고…….’

적당히 다른 챔피언을 고른 정명은, 여느 때와 같이 팀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버프 효과를 적절히 발동시켰다.

[승리의 오오라를 발동합니다.]

*팀원들의 정신이 고양됩니다.

-적용할 팀원이 없습니다. 집중력 상승 효과는 사용자에게만 적용됩니다.

‘쩝, 어쩔 수 없지. 특별한 문제도 없는데, 내가 오더 하겠다고 지금 와서 말할 수는 없으니.’

그리고 중국 해설들은 이때다 싶었는지, 다분히 편파적인 해설을 시작했다.

-경기 시작됐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다섯 영웅이 타국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십시오!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볼까?’

정명은 3레벨 첫 갱킹을 탑으로 정했다.

그리고 정명이 삼거리 부시에서 대기하는 순간, 정명이 온 것을 보기라도 한 듯 허겁지겁 타워로 도망가 버렸다.

거기다 러시아 측의 바텀라인은 2년간 호흡을 맞춰 온 듀오. 이거 하나만으로도 피지컬 차이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나한테 궁 써 줘, 궁!”

[커진다!]

정명이 정글 몹을 먹고 있는 사이, 바텀라인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이렇게 되면, 정글러는 하던 일을 모두 제쳐 둔 채 일단 달려야 한다.

물론 바로 달려간다 해서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어휴, 이런 등신. 저런 것에…….”

“아, 그만 좀 싸워요. 민폐라고요.”

바텀 듀오가 또다시 싸우려고 하자, 정명이 짜증 난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바텀 듀오가 또 싸우기 전에, 갱킹으로 라인전을 조금 풀어 주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삼거리 부시에는 이미 와드가 깔려 있어서 안 된다.

때문에 정명은 타워 쪽으로 돌아와서 부시에 매복했다.

‘조금만 더 넘어와라, 조금만 더…….’

정명이 들킬까 조마조마하며 부시에 있던 순간, 서포터가 대포 미니언으로 다가가 막타를 쳤다. 막타를 치면 추가 골드를 갖는 아이템 효과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 아이템 효과를 부시에 숨어 있던 정명과 공유해서 문제였지만.

“야! 들켰잖아!”

무심결에 날카로운 소리가 나왔다. 그만큼 어이없는 실수였다.

*

“아이고, 답답해. 야, 똑바로 좀 해! 봇 듀오 진짜 쓰레기네, 저거.”

그 시각.

송하니는 자신의 방에서 혼자 TV를 보며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저런 실수를 하다니. 연습을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저러니까 매번 한국한테 지지! 어휴, 바보 같아.”

송하니는 중국 올스타 팀이 실수를 할 때면, 프하하 비웃으며 욕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있다면 조용히 봤을 테지만, 혼자 있기에 이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명이 이상한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송하니는 삿대질을 하려던 손을 곱게 접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라면 저런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음음.”

그리고 그 순간, 정명의 실수를 유도한 선수가 화면에 잡혔다.

그 사람은 송하니와 같은 여자 프로게이머였는데, 하니는 대번에 그 사람이 누군지 기억해 냈다.

“어? 저 사람은 예전에 내 번호 따려고 했던…….”

하니는 괜히 오한이 들어 몸을 움츠렸다.

*

중국 올스타 팀은 러시아 팀을 상대로 금방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아무리 실수가 조금 있었다고는 해도, 기본적인 실력 차이가 꽤나 났기 때문이다.

경기 시간은 30분, 조금 빠르거나 평범한 플레이 시간이었다.

[올스타전]

와일드카드, 러시아 팀에게 승리했습니다.

중국의 팬들은 당신을 자랑스러워할 것입니다.

*7,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명성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그다지 많이 오르지는 않네.’

사실 와일드카드 팀에게 승리했다고 하여 많이 오르는 것을 바라는 게 비양심적일 것이었다.

시스템창을 닫은 정명은 부스에서 나오는 러시아 올스타 팀을 바라보았다.

러시아 올스타 팀에는 특이하게도 여자 게이머가 참가하고 있었다.

‘어라, 저 여자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정명은 열심히 기억을 뒤져 봤지만, 딱히 기억은 나지 않았다.

*

다음 날.

올스타전의 또 다른 재미 중 하나인 일대일 매치가 시작되었다.

중국 올스타 팀의 선봉은 오더를 맡고 있는 프록시였다.

프록시는 팀원들에게 엄지를 추켜올리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저만 믿으세요. 저 라인전 엄청 센 거 아시죠? 일대일도 똑같아요.”

“하긴, 이번에 네 상대는 북미 사람이지? 이거 완전히 꿀 빠네, 꿀 빨아. 빨리 이기고 와, 인마. 숙소 가서 쉬고 싶으니까.”

중국 팀의 분위기를 보면, 진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 듯했다.

프록시의 첫 상대는 최약체로 알려져 있는 북미 선수. 만만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정명, 정명이 북미에 대해 잘 알지? 지금 나올 선수는 어떤 사람이야? 잘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북미에서 나간 뒤 프로게이머가 된 사람 같더라고요.”

“흠… 그래?”

잠시 뒤, 프록시가 무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미 측에서도 선수가 무대로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왕수 감독은 막 무대로 나온 선수를 황당하다는 듯 쳐다봤다.

“어라? 쟤 대체… 뭐냐? 프로게이머 맞아?”

프록시의 상대이자 북미 팀의 올스타로 나온 사람은 근육이 불끈불끈한 흑인 게이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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