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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프로게이머-116화 (116/226)

-----------------레벨업 프로게이머 116화-----------------

D-star 리그 마지막 날.

경기장에 도착한 정명은 해설자들과 만날 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이동호는 정명에게 웃는 얼굴로 악수를 건넸다.

“이거 정말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둘은 요즘 프로게이머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제가 이번 경기로 옮겨 왔을 때, 정명은 자신이 이번 경기에서 오더를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오더를 맡게 되셨다고요?”

“예. 실은 조금 즉흥적인 일이었는데, 결과가 나름 괜찮아서 이대로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어요.”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런 말을 함과 동시에, 무대 쪽에서 팬들의 커다란 함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명은 피식 웃으면서도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무대 쪽으로 향했다.

“어휴, 마지막 날, 쟤는 대체 뭘 하는지.”

“하하, 전 보기 좋은데요? 귀엽잖아요.”

담백하게 경기만 펼쳐지는 해외 리그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리그뿐만 아니라 큰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가수의 축하 공연이 빠질 수가 없었다.

때문에 주최 측에서는 이벤트 마지막 날을 맞아 유명 가수들을 섭외했고, 지금 마지막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여러분! 저 응원해 주실 거죠?

-네!

-성원에 감사드려요! 그럼 마지막 곡으로…….

무대에서는 하니가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그 어떤 가수가 나왔을 때보다 팬들이 내는 환호성이 컸다.

“신기하세요?”

“네, 좀 많이요.”

“받아들이세요. 우리가 젊었을 때와는 세상이 달라졌어요.”

그렇게 농담 따 먹기를 하던 정명은 이동호와 헤어진 뒤, 곧바로 선수 대기실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정영주와 한유리가 마지막까지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정명도 그 사이에 끼기로 했다.

“원래 팀 키카오는 하니가 미드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게임을 시작하고는 합니다. 솔직히, 워낙 잘하니까요.”

“그런데요?”

“그런데 이번에는 힘들 거예요. 본인은 이긴다고 말하겠지만, 저쪽 팀의 아이스티라는 미드라이너도 그 팀의 에이스거든요.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반반이에요.”

한유리의 말에 정영주가 설명을 보탰다.

“그 아이스티라는 사람, 연봉이 무려 8억이라고 하던데요? 연봉 5억을 넘는 건 그 사람이 다섯 번째라는 소리도 있었고.”

“8억이요?”

“네. 후원사가 손꼽히는 대기업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죠?”

정영주는 놀랍지 않느냐며 어깨를 으쓱했지만, 정명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래요? 나는 연봉 100만 달러로 계약했는데. 한국 팀들, 이번에도 해외에 선수 많이 뺏기겠네요.”

“잠깐, 100만 달러면… 12억? 그렇게나 많이 받는다고요? 하지만 제가 들은 바로는…….”

“제가 좀 괜찮은 조건으로 계약한 거긴 하지만요. 구단주가 저를 좀 좋게 봐서. 하하…….”

그 말에, 질문을 했던 영주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유리까지 꽤나 놀란 듯 ‘헛’ 소리를 냈고, 잠시 이야기가 끊겼다.

‘나중에는 한국에서도 100만 달러 받는 선수는 흔하겠지만, 지금은 뭐, 이런 반응이겠지.’

한유리는 중국에 관한 이야기가 무척 신기했는지, 이것저것 물어오기 시작했다.

“이거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되는 거죠? 중국 쪽에 대한 건 정보가 많이 없어서…….”

“그러세요.”

“사실 중국으로 진출한 선수들이 죽었나, 살았나도 잘 모르겠어요. 예를 들어 꽤나 주목받으며 갔던 키맨 선수도…….”

“키맨요? 그 사람은 지금 아마 2부 리그나 3부 리그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 시간 됐네요. 다른 건 나중에 알려 드릴게요.”

정명은 팀원들과 함께 무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팬들은 목소리를 크게 내며 선수들의 이름을 불렀는데, 한국에서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정명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명으로서는 오히려 부담이 없어지는 것 같아 도움이 되었지만.

팀 키카오의 모든 선수들이 무대로 올라오자, 아까 대화를 나눴던 이동호가 간략하게 정명의 소개를 했다.

-기억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북미에서 월드챔 피언십 대표로 나갔던 사람이에요. 한국에서 해외로 진출한 초창기 선수 중 한 명이죠. 여기 계신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북미에서는 상당히 유명해요. 중국에서도 꽤 알려져 있고.

-오, 그렇군요. 국위선양 중인 선수라는 것이네요?

-그렇습니다, 하하. 저는 정명 선수가 활동할 때, 국격이 상승하는 소리가 들리더라니까요.

정명과 친한 이동호의 오버스러운 소개가 끝나자 이번 정명의 상대인 팀 로크가 무대에 나타났다.

한국에서 오래 활동했고, 상당한 실력파 팀이기에 그들이 등장할 때도 상당히 큰 환호성이 들렸다.

정명은 무대의 일 때문에 아직 볼이 붉게 상기되어 있는 하니의 팔을 툭 쳤다.

“야, 어떠냐. 아이스티인가, 걔 이길 수 있겠냐?”

“당연하지! 내가 ㅈ밥… 아니 그냥 이길 수 있어!”

“넌 맨날 누구든 다 이길 수 있다고 하더라.”

하니는 공연의 흥분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는지, 말이 험했지만 별로 상관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게임이 시작되었다.

“정명, 그 삼거리에다 와드 좀 박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오빠, 나두! 왼쪽 부시에다가 콱, 그냥 하나만!”

“넌 네가 사서 박아. 내 정글 몬스터 빼먹고 있잖아.”

같은 상위권 팀이라도 중국의 상위권과 한국의 상위권은 확실히 달랐다.

정명은 상대방 정글러를 견제하기 위해 평소보다 와드를 좀 더 촘촘히 박아야만 했다.

‘경기 시작 전에 했던 말대로네. 송하니도 별다른 움직임은 보여 주지 못하고 있어. 상대도 에이스라고 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예상대로 팽팽한 싸움이었다. 미드뿐만 아니라, 다른 라인 또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이렇게 되면 정글러의 선택에 따라 경기의 양상이 바뀌게 된다.

‘탑? 미드? 바텀? 어디로?’

탑을 슬쩍 보니, 밀리는 라인이었다.

미니언을 전부 받아 먹어야 하기에, 타워 안에서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이브를 당할 걱정은 없으므로 정명은 미드라인으로 향했다.

“그럼 미드로…….”

“바텀라인에 서포터가 안 보여. 빼 봐!”

“이런!”

호기롭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어느새 서포터가 백업을 와 있었다.

숫자는 2 : 3. 급하게 빼야만 했다.

“아우, 이것들이! 한 놈씩 덤벼!”

곧바로 빼긴 했지만, 송하니의 반응이 살짝 늦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130밖에 남지 않은 HP였다.

“이런, 어쩔 수 없네. 나 귀환할게. 잠깐 미드 좀 봐줘.”

체력이 빠진 송하니가 귀환하고, 정명은 잠시 미드에 서 있게 되었다.

그런데 송하니가 빠지자마자, 상대의 미드라이너가 더욱 공격적으로 덤비기 시작했고, 정명은 타워 뒤에서 최대한 버텼다.

“야야, 빨리 와라. 나 죽는다. 나도 반피밖에 없어.”

“엉. 기달.”

팀 로크의 에이스라던 미드라이너는 10대 후반의 선수였는데, 정명이 보기에 끔찍할 정도로 손이 빨랐다.

그러다가 각을 봤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덮쳐들었다.

‘젠장, 다른 사람들이 송하니를 상대할 때 이런 기분인 건가? 어쩔 수 없지, 이번에는 스킬을…….’

-정명선수 잡힙… 어, 이걸 살아가나요?

-투사체 속도가 빨라서 피하기 쉽지 않은데, 아주 좋은 플레이였습니다. 다시 한 번 보시죠.

해설과 시청자들이 리플레이를 보는 동안, 정명은 한숨을 쉬었다.

‘이걸로 1초 용사 스킬 두 번째…….’

송하니가 귀환하고, 간신히 살아남은 정명도 회복하고 왔다.

얻어만 맞고는 있을 수 없었기에, 정명은 반격을 준비했다.

“야, 하니. 그거 알지?”

“그거? 그거… 알지!”

“알면 가자!

“저 둘, 제법인데요?”

“그러게, 직접 보러 올 만한 가치는 있었던 것 같네.”

한국의 한 최상위권 팀.

그리고 그 팀의 감독과 구단주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일일이 평가하며 선수의 가치를 매기기 시작했다.

“송하니의 팀워크가 제법인데? 그냥 피지컬만 좋은 선수인 줄 알았더니. 평가를 상향 조정해야겠어.”

“얼마 정도 생각하시는지?”

“글쎄. 열두 장?”

“열두 장… 12억? 저기, 구단주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코치는 너무 과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구단주는 단호했다.

“우연히 들은 건데, 팀 맥스에서는 열 장을 준비하고 있다더라. 아끼려고 하면 뺏겨.”

“끙… 그렇다면 저 녀석은 어때요? 정명이라는 녀석.”

“영입 제안은 괜찮겠지. 저 사람이 20대 초반이었다면 말이야. 난 발전 가능성을 제일 중요하게 본다고.”

“하지만 정명이라는 선수는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해 오지 않았나요?”

정명에 관한 데이터를 읽었기에 보낸 의문이었지만, 구단주는 콧방귀를 뀌었다.

“정명이라는 놈은 원래 재능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재능을 썩히다가 해외에서 간신히 빛을 본 경우고. 이미 27살인데, 무슨 발전이야, 발전은. 그 나이가 되면, 발전은커녕 퇴보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것 알잖아.”

두 사람은 정명이 들었으면 황당해했을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러는 동안 경기는 둘의 활약으로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었다.

-결정적 한타! 경기, 마무리되기 직전입니다! 이번 웨이브를 버틸 수 있을지…….

-역시 서포터 한 명만 살아서는 이야기가 안 되죠. 경기, 끝났습니다. D-star 리그 우승팀은 키카오 프렌즈입니다!

“와, 드디어……. 야, 송하니, 돈 더 줘. 너무 빡세잖아, 이거.”

정명은 엄살을 부리면서도 시야에 보이는 보상 메시지에 웃음꽃을 피웠다.

[D-star 리그 우승!]

수준 높은 여러 팀이 참여한 리그에서 우승하였습니다!

비록 자그마한 대회였다 할지라도, 당신이 이루어낸 우승의 가치는 빛이 바래지 않을 것입니다.

보상

*우승은 팀원들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됩니다!

-팀원들과의 결속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포인트가 20,000(+6,000) 지급되었습니다.

*수준 높은 대회에서 우승을 한 당신은 이 스킬을 사용할 자격이 있습니다.

-[1초 용사] 스킬이 [5초 영웅]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사실 용병을 뛰며 받은 돈은 얼마 안 됐다. 그야말로 용돈 정도. 그럼에도 정명은 이 대회에 참여해서 무척 다행이라고 느꼈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값진 것을 얻었네. 운이 좋았어.’

*

“뭐야, 이거 왜 안 열려.”

다음 날.

정명은 팀 키카오의 연습실 문 앞에서 도어락을 연신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도어락은 계속해서 비밀번호가 틀리다고 응답하며, 정명을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그리고 다섯 번째 시도했을 때,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누구십니까?

“아, 매니저님. 저 정명입니다.”

-네, 그러시군요. 리그도 다 끝났는데 여기에는 무슨 일…….

-아, 매니저 오빠, 뭐 해요. 짐 찾으러 왔겠지. 빨리 문 열어요.

그 말과 함께 벌컥 문이 열렸고, 한유리가 나왔다.

“어, 유리구나. 못 들어가는 줄 알았네.”

리그에서 우승하고 결속력이 높아졌다는 메시지가 나온 이후, 정명은 이곳의 팀원들과 부쩍 친해져 이제는 말도 트게 되었다.

그리고 유리는 팀 매니저가 못 듣게 소곤대며 사정을 설명했다.

“짐 가지러 오셨죠? 미안해요. 매니저가 스캔들 조심해야 한다고 소속사에 열심히 어필하는 바람에…….”

매니저는 평소에도 외부 사람인 정명이 이곳에 드나드는 것을 못 마땅해했다.

거기다가 스캔들이 날까 봐 평소에도 노심초사하던 사람이었기에, 리그가 끝나자마자 옳거니 하며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꿔 버린 것이다.

“어, 괜찮아, 괜찮아. 네가 미안해할 게 뭐 있냐. 아무튼 들어갈게.”

정명이 연습실로 들어가자, 다른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그동안 가장 어색하게 지냈던 정영주까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는데, 그 모습을 본 정명은 무심코 정영주의 상태창을 띄워 결속력 수치를 확인해 보았다.

[결속력: 43/100]

‘43? 친하지는 않지만, 불편한 관계는 아닌 정도인가.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네.’

결속력은 경기 내에서의 팀워크뿐만 아니라, 상대와 얼마나 친한지까지 보여 주는 수치인 것 같았다. 물론, 아직까지는 추측이었지만.

“그럼 저 가 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봐요!”

짐은 많지 않았기에 정명은 금방 연습실을 떴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연습실에서 나오는데, 송하니가 총총총 따라 나왔다.

“왜, 볼일 있어?”

“바래다주려고!”

정명은 뒤따라 나오는 하니를 보며 피식 웃었다.

“됐거든? 매니저가 너 스캔들 날까 봐 노심초사하더라. 그런데 저 매니저는 뭐야? 팀 없어진다고 하지 않았어?”

“팀 매니저가 아니라 소속사 매니저야. 유리 언니나 연경 언니도 같은 소속사고. 그런데 여러모로 조금 짜증 나는 사람인 것 같아. 어쩌지? 해고할까?”

“하하, 오냐, 해고해 버려라.”

정명은 이 장난 같은 대화에 한 사람의 직장이 없어질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히히 웃은 송하니는 ‘쉿’ 하고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며 정명을 불렀고, 정명은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덩달아 목소리를 낮췄다.

“오빠, 오빠.”

“왜. 이제 가서 쉬고 싶은데.”

“연습실 새 비밀번호는 881223이야. 히힛.”

하니는 ‘그럼 안뇽!’ 하고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정명은 요즘 하니가 애교를 자주 부린다 생각하며 살짝 송하니와의 결속력을 살펴보니, 결속력이 74를 넘어서고 있었다.

‘진짜 친해지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건가?’

사실 연습실 비밀번호를 알려 준 것은 이제 팀 해체에 따라 연습실은 곧 문을 닫을 것이고, 정명 또한 중국으로 가기에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

그 후, 정명은 곧장 중국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도착한 중국의 연습실은 텅텅 비어 있었다.

사실, 휴가가 끝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아, 맞다. 메일 알람 꺼 놨지.’

쉴 때는 쉬고 싶어서 메일의 알람을 꺼 놨다. 휴가철에도 일과 관련된 메일을 받는 건 최악일 테니까.

그리고 메일함을 연 정명은 쌓여 있던 메일을 하나씩 읽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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