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 대타출동 (2) >
“새로운 팀원? 사실 이미 뽑아 놨어. 그 왜, 조시가 추천한 사람.”
“아...그래요? 전 솔직히 로얄 패밀리아의 그 연습생이 될 줄 알았는데. 괜찮았잖아요?”
“괜찮기는. 성향이 완전히 반골이라, 써먹지를 못 해. 아무튼 그래서, 많이 아프다고?”
조시가 직접 말하기로는, 손목 부상으로 어쩌면 수술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덧붙여서 성인병 위험까지.
따라서 승강전에 나갈 수 없게 된 조시는 무척이나 미안해했지만, 정명은 승강전 정도야 문제없이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1부 리그라고 해 봤자, 여기까지 온 애들이면 거기서 한 시즌동안 얻어터졌다는 소리잖아. 우리 커리어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껌이지. 아, 그리고 승강전 상대가 결정되었다고요?”
“예. 지금 TV 켜보면 나올 걸요? 경기 보고 계신 줄 알았는데?”
“나중에 다시보기로 보는 게 편해서요. 그다지 영양가 있는 경기도 아니고.”
정명은 그렇게 말하며 TV를 켰다.
TV에서는 이미 모든 경기가 끝나 있었고, 리포터가 승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은 11위 팀, 팀 맥스의 미드라이너였다.
-축하드립니다! 리그 꼴지를 면하셨는데, 어떠세요?
-놀리시는 것 아니죠? 음, 솔직히 썩 나쁘지 않네요. 이번에도 꼴찌 하면, 재계약이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승강전은 12개의 팀 중, 11위와 12위가 2부 리그의 팀과 싸우게 된다.
그리고 승강전 상대는 지금부터 즉석에서 결정할 것이다.
리포터는 팀 큐어, 그리고 XTC라고 적혀있는 카드 두 장을 선수 앞에 내밀었다.
-이제부터 당신은 1위 XTC. 혹은 2위 팀 큐어 중 한 팀을 지목하여, 승강전 매치를 하셔야 해요. 어떤 팀을 선택하실 건가요? 뭐, 이곳에 모인 모두가 그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지만요.
-맥스는 팀 XTC......가 아닌, 큐어와 승강전을 치르겠습니다! 굳이 힘든 길을 갈 필요 없죠!
-네! 그러면 자연스럽게 팀 펀치가 XTC와 시드권을 건 운명의 매치를 치르게 되겠군요. 승강전에서 힘내시길 바랍니다!
정명은 TV에서 눈을 떼고, 매니저를 쳐다봤다.
“뭐야, 상대는 지금 정해졌는데요?”
매니저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그냥 맥스 쪽이 이길 것 같으니까 먼저 말 했죠.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승강전 편하게 가고 싶으면 전승 우승한 팀이랑은 경기 안 할 것 아니에요? 사실 전승 우승 했을 때와는 조금 다른 팀이 되어버렸지만.”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명에게 퀘스트가 떠올랐다.
[팀 리빌딩]
*당신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당신은 이제 불완전한 팀이라는 패널티를 안고서 도전에 임해야만 합니다.
-팀원들의 사기가 소폭 하락했습니다.
-팀원들의 결속력이 두 단계 하락했습니다.
-새로운 팀원은 방송출연 경험이 없습니다. 집중력이 20% 하락합니다.
*만약 이 시험을 이겨낸다면, 오더 스탯과 정신력 스탯이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정명은 정신없이 떠오르는 패널티 메시지를 보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쯧, 조시가 자책감 가질까봐 큰소리는 쳐 놨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지도 모르겠어.’
그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서도, TV에서 인터뷰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팀 맥스가 아닌, 정명과 붙게 될 팀. 펀치와의 인터뷰였다.
-안녕하세요, 리치리치 선수. 승강전에서 전승 우승 팀이랑 붙게 되었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위기감이 느껴지시나요?
-아뇨? 별로요. 2부 리그 팀과 1부 리그 팀은 수준 차이가 심하잖아요? 제가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없죠.
-하지만 저 팀은 보통 2부 리그 팀과는 다른걸요? 무려 전승 우승으로 올라온 팀이라고요!
-예. 제가 그들에게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정명은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인터뷰를 듣다가, 결국 티비를 꺼버렸다.
“승강전에 와서 빌빌거리는 주제, 잘도 저딴 말을 지껄이는군. 경기에서 저놈을 패 주려면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는데요? 연습을 할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지만.”
리그가 거의 다 끝났으므로, 당연하게도 정명과 같이 연습을 해줄 상대는 대부분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리그에서 탈락했으니, 더 이상 키보드를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매니저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듯, 손바닥을 쳤다.
“아! 3부 리그 사람들은 어때요? 그 사람들도 요즘 수준이 많이 올라왔대요. 걔네들이라면 지금도 연습 하고 있을 거예요.”
“그건 좀. 지금 우리가 상대할 사람들은 1부 리그 사람들인데?”
정명은 그렇게 말하며 핸드폰을 켰다.
“내가 몇몇 한국 팀들한테 연락 해볼게요. 우리가 빨리 끝나서 그렇지, 지금 걔네들은 한창 시즌 중일 겁니다. 연습을 할 팀이 조금은...있을 거예요.”
중국 리그는 일정을 조금 앞당겨서 치러졌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기에, 그 뒷정리를 위하여 다른 나라보다 조금 일찍 리그를 마쳤던 것이다.
그리고 정명이 메일을 보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답신이 왔다.
@@@@@
그 시각,
팀 펀치의 선수들은 인터뷰를 끝낸 뒤,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한 당사자인 리치리치는 인터뷰를 떠올리며 툭, 불만어린 소리를 냈다.
“그 리포터, 왜 그렇게 끈질겨요? 2부 리그 애들 별 것 아니라니까, 몇 번을 물어봐. 귀찮게.”
“그 만큼 전승 우승이라는 게 대단하니까 그렇지 뭐. 중국 리그 통틀어서 처음이라잖아.”
“전승 우승이 별건가? 우리가 가도 전승 우승 할 수 있지 않아요? 코치님. 우리 팀 펀치라고요, 팀 펀치. 작년에는 리그 4위까지 했던 그 팀!”
“아...그래. 알지, 당연히 알지.”
리치리치의 말을 적당히 받아주던 팀 펀치의 코치, 이병진은 한숨만 늘어가고 있었다.
‘어휴, 이 화상아. 항상 팀을 캐리하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니까? 우리는 예전의 그 팀이 아니야! 벼랑 끝까지 와서도 정신 못차렸네 이거.’
하지만 자존심 강한 중국 선수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고, 이병진은 할 말을 고르다가 겨우겨우 입을 뗐다.
“아무리 2부 리그라고 해도, 거기 있는 미드라이너는 진짜 조심해야 돼. 평가로는 지금 당장 1부 리그로 와도 이상할 것 없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라고.”
“누군데요?”
“유정명이라는 사람. 북미에서 건너왔어.”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뒤에서 들려왔다.
“아! 그 사람 나 알아! 지금 현역 중에, 네 번째로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던데.”
“몇 살인데?”
“27살인가? 완전 노땅이야.”
선수들은 그 나이면 코치로 전향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킥킥댔다.
그리고 이병진은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의자에 누워 눈을 감았다.
@@@@@
다음 날.
정명은 연습을 시작하기 전, 새로 들어온 팀원을 따로 불러냈다.
“반갑다. 나는 유정명이야. 새로 오신 분 이름이...사오미라고 했던가?”
“사오미요. 사오미.”
새로 온 팀원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고 싶었으나, 시간이 촉박했으므로 정명은 본론만을 꺼냈다.
“영어 할 줄 알아?”
“네. 그런데 독학이라 조금 발음이 안 좋아요.”
“그냥 물어 본 거야. 지금부터는 게임에서 중국어로 얘기 할 거라서.”
조시가 빠졌으니, 이제 중국어로 의사소통을 해도 상관이 없다.
정명은 이것으로 팀워크가 조금 더 좋아지기를 바라며, 중국어를 틈이 날 때마다 연습했다.
“사오미, 원래 라인이 뭐였지?”
“그런 건 없고, 아무데나 가요. 선호하는 라인은 정글러나 서포터 정도.”
당연한 말이었다. 아마추어들이야, 한 라인만 했다는 게 더 이상하니까.
정명은 마침 잘됐다 말하며 그를 정글로 보냈다.
“그럼 앞으로 정글러 해. 괜찮지?”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너 혹시 외향적인 사람이냐? 사람 만나길 좋아한다던가 뭐, 그런.”
“아뇨. 집에 있는 게 제일 좋은데요?”
그 후, 정명은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사오미에게 개인방송을 시켰다.
방송 출연 경험이 없으므로, 그 대신 개인방송이라도 하면 사람의 시선에 조금 익숙해지지 않을까 해서 그랬던 것이다.
연습실에서 잘 하다가 막상 본방에서 무대 울렁증 때문에 고꾸라지는 사람들은 한 무더기로 있었으니까.
그러던 도중, 매니저는 조금 초조해 보이는 얼굴로 정명에게 다가왔다.
“미치겠네, 아무리 봐도 연습할 팀이 없는데. 혹시 한국에서는 연락 없어요?”
“아 맞다. 지금 확인해 볼게요.”
그제야 메일을 확인한 정명은 팀 몇 군데서 메일을 보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흠, 대부분이 안 된다는 것 같은데. 이미 떨어졌다고.”
그런데, 그 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메일이 있었다. 서로 다른 두 팀에서 보낸 메일이었다.
김호종 : 안녕하세요. 팀 DXD의 감독 김호종입니다. 메일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한유라 : 지난번에 뵈었었죠? 매니저 한유라입니다.
김호종 : 지금 혹시 연락 안 되세요?
“뭐지? 지금 한국에 무슨 일 있어요? 뭐 이리 다급하게 연락을 보냈어?”
“모르죠, 저야. 한국어는 읽을 수가 없는데.”
정명은 그들에게 바로 답장을 하기보다는, 언벤에 접속하여 그 두 팀에게 무슨 일이 있나 살펴보았고, 5분 만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하, DXD랑 한솔, 두 팀이 승강전 걸고 한 판 뜨는구나? 적당히 연습할 상대를 찾아서 열심이었구만?”
한 팀은 승강전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고, 한 팀은 그냥 탈락이다.
스폰서가 아직 없는 두 팀의 입장에선, 절박해질 수밖에는 없는 이유였다.
‘그런데 두 팀에게 제안을 받았다고는 해도, 도의상 한 팀하고만 연습을 하는 게 맞겠지? 서로가 경쟁상대니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정명에게 퀘스트 하나가 떠올랐다.
[둘 중 하나]
연습이 절박한 두 팀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만약 당신이 두 팀 중 한 팀을 도와준다면, 그 팀은 시간이 지나도 당신의 도움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팀 한솔을 선택 시 : 일주일간 모든 팀원들의 피지컬 +2, DXD와 교류 불가 -팀 DXD를 선택 시 : 일주일간 모든 팀원들의 판단력과 오더 +2, 한솔과 교류 불가 -양쪽 모두 연습 거절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
“엥? 이게 뭐야?”
정명은 갑자기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았다.
정명이 매니저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퀘스트에 대한 것은 모르는 매니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친한 팀하고 같이 연습을 하는 게 어때요?”
“양쪽 모두 안 친해요. 둘 다 그냥 얼굴만 아는 정도.”
정명은 짧은 시간 동안 어떤 팀이 더 이득이 될지에 대해, 맹렬히 떠올렸다.
그리고 피지컬 보상이 더 좋다고 판단한 정명은 눈을 꼭 감고, 팀 한솔에게는 긍정의 메일을, DXD에게는 거절의 메일을 보냈다.
한유라 : 잘 생각하셨습니다! 분명 우리 팀과 연습하는 게 훨씬 이득이실 겁니다.
김호종 : 글쎄, 당신은 제 생각보다 훨씬 어리석은 사람이었네요.
정명은 DXD 감독의 반응에서 DXD와는 관계가 틀어졌다는 것을 눈치 챘다.
‘앞으로 저 팀이랑 연습 하는 건 힘들겠어. 대체 뭐지, 이 불합리한 상황은? 그냥 둘 다 연습 안 한다고 했어야 했나?’
......
잠시 후.
양쪽 팀 모두 시간이 없었으므로, 곧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연습경기 결과를 보니, 생각보다 XTC의 패가 꽤 많았다.
부족함을 찾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상관은 없지만,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을 눈치 챘는지, 한솔의 한국인 선수는 정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거 정말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오해하지 마세요?
“예. 조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뭐든 말 해 주세요.”
-저희가 팀 펀치, 걔네들 하고도 연습게임 해 봤는데요. 이대로라면 XTC가 조금 힘들지도 몰라요. XTC가 3:1정도로 지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 말에, 정명은 씁쓸하게 대답했다.
“어쩔 수 없죠. 지금 하고 있는 정글러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아마추어였거든요. 이해해 줘야죠.”
-어, 정글러가 잘 못 한다기보다는 서포터가 조금...구멍이에요 시야 확보를 너무 못 해요. 라인전에서 신발 먼저 가는 이유도 알 수가 없고. 아무튼, 기분 나쁜 것 아니죠?
“그럴 리가요. 정확하게 평가해주시는 게 일을 대비하기엔 좋죠. 조언 감사합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정명은 아끼고 아끼던 포인트를 전부 투자하여 능력치를 올리기로 했다.
이제는 아끼지 말고 사용할 시간이었다.
[현재 능력치]
피지컬 (81/100)
정신력 (72/100)
오더 (79/100)
판단력 (79/100)
잔여 포인트 : 32100
‘스탯을 80으로 올리면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피지컬 80을 찍었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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