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72화 (72/226)

< 24. 한국에서의 훈련 (3) >

NPG 선수들의 도발은 원래 아는 사람만 알고 있었던 이슈였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북미 팬들이 알게 되었다.

북미 대표 중 한 팀인 OMA가 한국에 전지훈련을 간 뒤, 어느 날 뜬금없이 방송경기를 하고 있으니, 이야기가 퍼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 북미 팬들은 기가 죽은 듯,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OMA가 한국팀을 무려 4:0으로 꺾었다는 소식이 퍼졌고, 북미 팬들은 그제야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Green zone : 세계대회에서 북미를 잡은 것은 다른 한국팀들인데, 왜 저 녀석들이 잘났다는 듯 뻐기는 거지?

?그러게. 막상 자기들은 자국 리그 하위권에서 머물고 있으면서 말이야. 쟤네들은 저런 말 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 같은데?

lulululu : 캬, 지금 OMA vs NPG 경기 세 번째 돌려보는 중. 이게 한국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던 ‘JUMO’ 라는 것의 맛인가? 정말 상쾌하다!

?주모? 그게 뭔데?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팀을 이길 때마다 ‘주모~ 여기 사이다 한 사발 더!’ 라고 외치더라고. 그걸 따라한 거야.

그리고 그 이후로 레딧에서는 ‘주모’가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고, 북미 팀이 다른 지역을 이길 때마다 미국 사람들 또한 주모를 찾게 되었다.

@@@@

겉으로 보기에 그 일은 그렇게 마무리 되는 듯 했지만, 그 때부터가 진정한 시작이었다.

정명의 팬들은 다른 선수의 팬들에 비해 그 충성도가 굉장히 높았고, 그 중에서 몇몇 과격한 팬들은 ‘OMA가 NPG를 꺾었으니 됐다’ 정도로 넘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정명의 팬이자 미국의 유명 자동차 기업, 테슬런에서 근무하는 요히네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정명이 밝힌 NPG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으며 무척이나 격분하기 시작했고, 한창 화를 낸 이후로는 어떻게든 NPG를 엿 먹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히네드에게 기회가 왔다.

뜻밖에도 그의 상사에게서 NPG에 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독일의 데저트 폭스에서 한국의 LOH 프로팀을 인수하려고 한다고요? 그것도 NPG를?”

“그래. 요즘 그런 프로게임단이 잘 나간다며? 난 거기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에 관한 사업 타당성 보고서 좀 작성해서 올려줘. 여차하면 우리도 게임단 하나 인수할 생각이거든.”

상사와의 대화를 끝낸 요히네드는 자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마치 프로게이머처럼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레딧에 들어가서 이에 관한 일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한국 팬들은 자국의 선수들이 불합리한 일을 당할 때마다 ‘버스터콜’ 이라는 것을 발동해, 기업이나 정부를 압박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덕에 한국 커뮤니티 사이트인 언벤은 세계정부라는 명예로운 별명까지 갖게 되었고요. 그러니까 우리도 좋아하는 선수를 위해서 그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가 제안한 것은 자동차 기업 데저트 폭스에 관한 불매운동이었다.

NPG의 스폰서 계약도 방해하고, 경쟁사의 영업도 방해하는 1석 2조의 묘안.

거기에 더해, 급진적인 몇몇 팬들은 데저트 폭스 미국 법인에 세무조사를 받게 하겠다며 벼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할만한 일은 딱 하나였다.

@@@@

NPG와 시끌벅적한 경기를 끝내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PC방에서의 훈련으로 바쁘게 지내는 정명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누군데 자꾸 전화를 거는 거야? 귀찮게...’

모르는 번호여서 무시했지만 자꾸 전화가 걸려오니 궁금해서라도 받을 수밖에는 없다.

정명은 쉬는 시간에 또 다시 울리는 전화기를 들어 전화를 받았고, 전화를 건 사람은 정명이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화부터 내기 시작했다.

-이봐! 우리한테 그런 망신을 줬으면 됐지, 왜 자꾸 일을 키우는 건가!

“누구세요?”

-나 몰라? NPG 감독 박종찬. 너를 키웠던 감독이다!

전화를 건 사람은 NPG의 선수도, 코치도 아닌 감독이었다.

정명은 ‘이 사람이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라 생각하며, 퉁명스럽게 반문했다.

“아 예. 그래서 왜 전화를 거신 건데요? 저 바쁩니다.”

-모르는 척 하는 건가? 네가 지금 사람들 선동하면서 스폰서 계약을 엎어버리려고 하고 있지 않나! 사람이 정이라는 게 있지, 아무리 그래도 네가 한 때 몸담았던 팀인데 이럴 수 있는 건가!

감독은 계약하기 직전이었는데 너 때문에 계약이 엎어졌다느니, 이렇게 되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느니 하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화를 내던 감독은 나중에는 애원하는 것으로 작전을 바꾸었고, 그럼에도 정명이 듣는 척도 하지 않자, 이제는 협박 비슷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당장 ‘NPG와는 화해했고, 모든 것은 오해였다.’ 라는 말을 써서 올려. 너, 어린놈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고 있는데, 내가 잘 아는 변호사한테 말만 하면...

“고소 고발이요? 마음대로 하셔요. 근데 그 전에, 노동법부터 지키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당신네 NPG 팀원들이 지금 돈도 못 받고 일하고 있다던데. 아니면 내가 NPG 연습생 시절에 돈 한 푼 못 받고 다녔던 것부터 시작할까요?”

감독과의 이야기가 계속 평행선을 달리자,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정명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 뒤, NPG의 팬이나 관계자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최하위권에 있던 팀 잡아서 기고만장하다 -그 녀석은 한국 1부 리그에 있는 12천왕 중 가장 약한 녀석이다. 제대로 된 팀하고 붙자!

따위의 평가를 내리며 OMA를 깎아내렸지만, 상관없었다.

정명의 목표는 자신의 팀이 ‘한국 팀보다 잘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이 아니라, 그냥 저 팀을 엿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니까.

그로부터 이틀 뒤.

NPG와 후원계약을 체결하려던 자동차 업체 데저트 폭스는 무조건적인 항복을 선언했다.

[최근 벌어진 이슈에 관하여 많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긴급히 회의를 열어, NPG 대신 잡음이 없는 다른 한국 팀을 후원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의 프로팀, NPG에 대한 후원 결정 철회.

불매운동을 포함한 북미 사람들의 압박이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커뮤니티 언벤에는 월급 미지급을 이유로 NPG 선수들의 탈퇴기사가 하나 둘 이어졌고, 정명은 그 모습을 보며 후련하다는 듯 웃었다.

‘뭐, 이 정도면 된 것 같군. 맘 같아서는 코치와 감독의 면상에 주먹이라도 한 대 꽃아 넣고 싶지만, 그것보다는 일자리를 뺏어주는 게 더 괜찮은 복수겠지. 아마도.’

정명은 그제야 만족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과거의 악연을 하나 정리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드디어 퀘스트 완료창이 떴다.

[악의에는 악의로 퀘스트 달성!]

당신은 당신을 위협하는 악의에게 더 큰 악의로 맞섰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는, 당신에게 시비를 걸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퀘스트 3단계 조건을 완료하였습니다!

*10000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200% 보상 적용) *정신력 스탯이 2 상승합니다. (200% 보상 적용) *명성이 300 상승했습니다. (200% 보상 적용) *정신력 스탯이 60이 되었습니다!

?기본 집중력이 120%로 상승합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실수를 할 확률이 대폭 줄어듭니다.

정명은 보상 메시지를 읽다가, 한 곳에서 시선을 멈췄다.

‘정신력 스탯이라...꽤 쓸모가 있는 스탯인 것 같은데?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아서 그동안 방치해 두고 있었는데.’

하지만 이제 보니 나름 괜찮은 것 같은 스탯으로 보여, 정명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면 포인트를 조금 더 투자해보기로 마음먹었다.

......

며칠 뒤. 정명은 집중력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PC방에서의 연습게임.

그리고 그 연습게임에서 자신보다 피지컬이 높은 상대방 미드라이너를 확실히 밀어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 씨, 짤짤이 넣지 마! 그거 엄청 짜증난단 말이야!”

“이게 이제는 맞먹으려고 하네. 너, 내 은혜를 평생 잊지 말고 살라 했지?”

“아 몰라몰라몰라. 한 판 더해!”

오늘의 연습게임 상대는 한국의 2부 리그 팀, ‘용사파티’

한국 LOH 프로리그 최초의 여성 팀이자, 정명의 친구 송하니가 들어간 팀이었다.

그리고 정명은 송하니를 라인전에서 꺾고 게임에서 이긴 뒤,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피지컬 차이는 얼마 나지 않는다. 그래서 체력이 쌩쌩한 아침에는 라인전이 비등비등 했지. 그런데 조금 피곤해지자마자 내가 이겼다. 이것이 집중력의 힘일지도.’

정명은 그렇게 생각하며, 송하니의 상태창을 불러왔다.

[송하니]

피지컬 : 79/95

운영능력 : 70/90

팀워크 : B

포텐셜 : S

[승부욕] : 게임에서 이기지 못하면 분이 안 풀립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면 승부욕이 불타올라, 캐릭터를 다루는 능력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역시 대단하군. 확실히 이 정도라면 혼자 게임을 캐리할 수 있을 만 해.’

송하니는 평범한 2부 리그의 팀이었던 용사파티를 단번에 1부 리그로 끌어 올렸다.

마치 정명이 북미 2부 리그에서 해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1부 리그에 가서는 혼자 날뛰는 것이 힘들겠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대단한 업적의 주인공은 불만족스럽다는 듯 정명을 노려봤다.

“뭘 흐뭇하다는 듯이 웃고 있는 거야! 한 판 더 하자니까?”

“엄청 피곤해 보이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넌 그만 집에 돌아가서 쉬어.”

“아니, 이길 때 까지 집에 안 가!”

정명의 연락을 받고 송하니와 그 일행들이 PC방으로 몰려온 것이 12시간 전이다.

오랜만에 만난 송하니는 자신도 이제 대단히 유명한 프로게이머라며 정명에게 자랑을 늘어놓았고, 정명은 겸손이라는 것을 가르쳐 줄 겸 해서 그녀와 장시간동안 연습게임을 달렸던 것이었다.

그로부터 2시간 뒤.

연습게임을 몇 판 더 진행하던 송하니는 이제 피곤하다며 의자에 뻗어버렸고, 에리는 뻗어버린 송하니를 연신 귀엽다며 열심히 쓰다듬었다.

“너, 우리 딸이랑 친구 하는 게 어때? 너무 귀엽다!”

“만지지...마...오빠, 이 아줌마한테 뭐라고 좀 해줘...”

그리고 정명이 그런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도중, 메시지 창이 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승부욕 특성이 상점에서 해금되었습니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발현된 특성, 승부욕 특성이 해금되었습니다.

특성을 구입한다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특성과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습니다.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라...북미에는 몇 없지만 월드챔피언십에 들어가면 아마 널렸을 거 같은데?’

......

NPG라는 거슬리는 일을 처리 한 이후로, 한국의 전지훈련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연습상대를 찾기 힘들었던 북미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널린 게 실력 있는 프로팀이었으니까.

그리고 한국에서의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날.

정명은 자신과 함께 게임 토크쇼에 출연하게 된 에리에게 속성으로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에리,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에요.”

“응? 나 김치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냥 그렇다고 해요. 아니면 불고기가 좋다고 해도 되고. 그리고 당신은 K-POP을 자주 듣고, 그 중에서 강남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운동선수로는 김연아, 박지성 등을 알고 있고 또......”

정명은 이렇게 하면 반응이 좋을 것이라며 방송용 멘트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그게 잘 먹혀 들어갔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뜨거웠던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월챔에서 한국팀 대신 OMA를 응원한다고까지 말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OMA 사람들은 기분 좋게 한국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월드챔피언십이 10일 정도 남은 어느 날.

OMA 팀원들은 PC방과 호텔에서 짐을 슬슬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조금 남았지만...컨디션 조절까지 생각하면, 이제 프랑스로 떠나야겠습니다.”

ⓒ 추어탕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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