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53화 (53/226)

< 16. 솔로랭크 돌파 (2) >

“응? 그랜드 마스터 가는 것 까지만 도와달라며. 혹시 저기 저 1억 원이 탐나?”

JP미디어에서 건 현상금 1억 원.

수많은 사람들이 1억 원에 혹하여 지금도 랭킹 1위를 향해 도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참가자는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었기에 지금 한국 솔로 랭크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인 상황이었다.

다만, 정명은 1억 원은 관심 없고 오로지 퀘스트 달성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아니. 1위까지는 안 해도 되는데, 한 5위까지는 올려보고 싶어서. 혹시 시간 되니?”

“흠. 되긴 하는데 나 몸값이 좀 비싸. 고급인력이야.”

“너 지난번에 게임샵에서 써클박스 ONE이라는 게임기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던데. 그거 사주면...”

“할게! 열심히 할게! 근데 오빠 좀 무리하는 것 아니야? 그거 60만원 넘는데?”

“상관없어. 이번에 보너스 많이 받았으니까.”

정명의 말에 송하니는 오오- 하는 감탄사를 내더니, 이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근데 내가 알고 있기로는 프로게이머 돈 얼마 못 버는 것 같던데. 오빠는 돈 얼마나 벌어?”

“일단 내 연봉이 85000달러야. 신인치고는 많이 받았지.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성적을 수직상승 시켰으니까 보너스도 많이 받았고, 대회 상금까지도 있네. 그거 다 포함하면 세금 떼도 1억은 넘지 않을까. 물론 지금 내 주머니에 1억이 있다는 건 아니고.”

정명의 대답에 송하니는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큰 액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신이 난 듯, 초등학생처럼 손을 들며 외쳤다.

“나도! 나도 프로게이머 할래! 어떻게 하면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어?”

“아니, 놀이공원 가는 거 아니다. 게임이라고 해서 얕보면 안 돼. 게임이 일이 되면 상당히 힘들어. 그러니까 조금 신중히 생각해야...”

그런 말을 꺼내던 정명은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 생각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의 송하니는 최고의 프로게이머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실력자 중 하나였으니까.

‘무엇보다 하루 종일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고 있는 녀석이 게임 말고 다른 것을 썩 잘 할 것 같지도 않다. 어차피 프로게이머를 하게 될 거라면, 도움을 좀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정명은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최고의 프로게이머 중 한명이라고 꼽히던 사람의 능력치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와 동시에 지난 번 사두었던 스킬인 병아리 감별사 스킬을 떠올렸다.

‘이거...혹시 프로가 아닌 사람에게도 쓸 수 있는 건가?’

시도해본적은 없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의 게이머 능력치를 알아 봐야 쓸 데가 없으니까.

정명은 맛있는 것을 가장 나중에 먹는 사람처럼, 송하니는 내버려 둔 채 PC방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게임을 하고 있는 초등학생에게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야야야, 나 방금 쩔었지 않냐? 캬, 이게 바로 골드리그의 클라스 아닙니까. 인정? 어. 인정!”

[김평수]

피지컬 : 31/53

팀워크 : D

포텐셜 : D

성공이었다. 전혀 프로게이머와는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게이머 적성이 보였던 것이다.

상태창이 떠오르는 것을 본 정명은 씩 웃으며 PC방의 다른 사람들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피지컬이 25, 20, 30...이건 훈련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 치더라도, 한계 피지컬이 60을 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어. 이게 재능이라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씁쓸해졌다.

하지만 곧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고는, 송하니에게 시선을 돌려 능력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송하니]

피지컬 : 75/95

팀워크 : B

포텐셜 : S

“와...대박. 괴물이네 이건 진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스탯이었다.

지금은 스킬의 등급이 낮아 다른 스탯을 보지는 못 하지만, 아마도 다른 스탯도 마찬가지일 게 뻔했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저 정도가 아니면, 프로게이머로써 정점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을.

정명은 진짜 천재는 이런 녀석들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프로가 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좋아. 바로 우리 팀에 들어 와! 하고 싶지만, 그건 좀 무리네.”

“왜? 나 오빠네 팀으로 가고 싶은데. 돈 많이 주잖아.”

“먼저 영어나 배우고 와라. 거기다가 우리 팀, 사람 뽑을 예정도 없고 다른 팀에 비하면 돈 많이 주는 것도 아니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들어갈 팀이었다. 나이 어린 여자애가 들어갈 만한 팀.

잠깐 생각했지만, 역시나 딱 한 곳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그곳은 전생에서의 송하니가 제일 먼저 들어갔던 팀이기도 했다.

잠시 뒤.

장황한 설명을 마친 정명은 이게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운을 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네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응? 뭔데?”

“나중에 네가 성공하거든, 내가 도와줬다는 것을 잊지 마라. 알았지? 꼭이야!”

“알았다니까 대체 몇 번을 말 해! 어휴, 나는 유정명님이 베풀어주신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됐어?”

송하니는 귀찮다는 듯 말 했지만, 정명의 생각으로는 몇 번을 말해도 부족했다. 이런 것은 세뇌를 시켜놔야만 한다. 그래야 나중에 받아먹을 수 있는 떡고물이 커질 테니까.

@@@@

잠시 뒤. 정명은 송하니와 함께 솔로랭크를 돌리기 시작했다.

현재 정명의 랭킹은 198/200위. 그랜드마스터에 올라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순위였다.

하지만 그런 낮은 순위임에도, 정명은 마스터리그 때와는 뭔가 분위기부터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그랜드마스터 리그로 올라오니까 만만치 않네. 아니, 프로가 아닌 사람이 거의 없잖아. 이런 곳에서 5등? 미쳤구만 정말.’

피지컬로 찍어 누를 수도 없다. 찍어 누르기는커녕, 눌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렇다고 오더를 통한 운영 싸움으로 끌고 가자니, 팀원들이 말을 들어먹지를 않는다.

그들은 그랜드 마스터, 혹은 한국의 프로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으므로 오더를 따르기는커녕 ‘저놈은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냐?’ 하는 반응을 보였으니까.

그렇기 때문일까? 게임은 썩 잘 풀리지 않았다. 마스터 리그에서 8연승을 하다가, 그랜드마스터로 올라오자마자 패배를 맛보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게임이 잘 안 풀려서인지 게임을 하는 내내 얼굴을 찌푸리고 있던 송하니는 미드를 지원하러 왔다가 허무하게 잡히는 서포터를 보며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이고! 바텀에서 싼 똥냄새가 미드까지 퍼지기 시작하네. 엉덩이에 이상한 걸 집어넣다보니 괄약근이 약해지기라도 했나? 작작 좀 싸라!”

정명은 송하니와 게임을 하며 계속 저런 욕설을 들어왔지만,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정명은 남중 남고를 나왔기에 갖고 있던 여고생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것을 느끼며 하니를 조용히 타일렀다.

“하니야, 그런 말 쓰면 안 되지. 우리 매너플레이 하자.”

“아 몰라! 쟤네들은 욕먹어도 싸!”

칼 같은 대답. 정명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이 꼬마가 진짜...아니, 참자. 나한테 욕하는 것도 아닌데.’

하니는 정명의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친해졌다고는 해도, 한창 반항기일 법한 10대 소녀가 말을 잘 듣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리고 팽팽한 접전 끝에 결국 게임에서 패배한 정명은 바로 시스템 창을 열었다.

‘어쩔 수 없군. 지금 바로 쓰자. 여기는 북미서버가 아닌데, 잠깐 착각했어.’

원래는 아이템을 조금 더 늦게 쓰려고 생각했었다. 이 아이템은 일주일이라는 사용시간이 있고, 현재 정명의 랭킹은 그랜드마스터 하위권으므로 조금이라도 랭킹을 올린 다음 사용하는 게 더 낫겠다 뭐 이런 판단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 판 해보니 바로 깨달았다. 이대로는 5위는커녕 100위권 걸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정명은 게임이 끝나자마자 잠시 쉬자고 한 뒤, 바로 상자에서 얻은 아이템을 사용했다.

[혈맹 아이템을 사용합니다.]

*송하니 와의 결속 랭크가 S랭크로 고정됩니다.

*스킬 ‘웜보콤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둘의 캐릭터가 같은 화면에 있을 시, 집중력이 20% 상승합니다.

*아이템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피사용자 송하니는 당신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습니다.

*남은 지속시간 168시간

‘벌써부터 지속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하는군. 좋아, 바로 가자.’

......

몇 시간 뒤.

다음게임, 다다음 게임은 물론이고 아이템을 사용한 이후의 게임 모두가 상당히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하니와 정명, 둘이서 라인을 초토화 시키며 게임을 터트려버렸기 때문이었다.

딜교환을 한 뒤, 킬 각이 나왔다고 생각한 하니는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는 정명에게 콜을 보냈다.

“잠깐만. 거기서 바로 오지 말고...”

“부시 쪽으로 돌아와서 한 번 잡아보자고? 알았어.”

“와, 오빠. 내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완전 신기하다!”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내 생각이 네 생각이고, 네 생각이 내 생각이었으니까.

타이밍 또한 완벽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말로 의견을 나누기는커녕, 생각할 시간도 없다. 0.1초의 싸움. 무조건 척수 반사적으로 반응을 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보통의 게이머들은 되도록 말을 짧게 한다. 들어가, 빼, 저거 먼저 죽여, 내가 먼저 스킬 쓸게 등등등.

그러나 둘에게는 그런 것이 필요 없었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것은 마치 한 사람이 네 개의 손으로 캐릭터를 조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둘이서 게임을 캐리하기 때문에, 팀의 긴장이 약간 풀렸기 때문일까? 팀의 원딜러가 자꾸 실수를 연발하여 게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송하니는 기다렸다는 듯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아아-! 원딜 차이 개 오지네. 부모님은 건강하시냐? 아앙?”

언제 들어도 민망한 송하니의 욕설. 정명이 옆에 있다고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정명의 말을 듣는 척도 안 하는 하니지만, 정명은 계속 말하면 그래도 조금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며 하니를 타일렀다.

“하니야, 화나는 건 알겠는데, 옆에서 듣기 민망하거든?”

“하지만...음...알았어. 욕 안 할게.”

“응?”

아이템 덕분이었을까? 정명이 말하는 것을 콧방귀로도 듣지 않던 송하니가 고분고분 말을 듣기 시작했다.

덕분에 정명은 이제야 평온함을 느끼며, 다시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아오, 한국 게이머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중국 애들이 랭킹을 싹쓸이 하고 있잖아!”

LOH의 열혈 팬인 이정환. 그는 최근 불고 있는 JP 열풍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국기업이면서 굳이 한국서버에서 1위를 하라는 이벤트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겉으로는 ‘한국 서버가 제일 실력이 좋으니까’ 라고 말하고는 있었지만, 그들의 속내는 ‘중국 프로들도 한국의 솔로랭크를 접수할 만큼 실력이 뛰어다’ 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것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하필 진짜 괴물들이 휴가를 간 틈에 이벤트를 열어서는...아니, 이걸 노린 건가?'

현재 랭킹 상위권은 중국어로된 아이디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들의 독주를 막지 못 했다. 그들을 제칠만한 월드챔피언십 급의 팀 선수들은 대다수가 휴가를 떠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화가 난 정환이 '한국 LOH판 중국에게 점령당함. 망했네요' 라는 글을 쓰기 직전, 게시판에 정환이 관심을 가질만한 글이 올라왔다.

-그 듀오, 관전하기 떴음! 지금 하고 있으니까 빨리 보세요!

LOH은 시스템적으로 ‘솔로랭크 관전’을 허용한다. 현재 게임을 하고 있는 방이 있다면, 시청자는 3분의 딜레이를 두고 게임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환이 찾은 관전 방은 현재 관전자 수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현재 관전자 수 : 1207명]

블루 팀 평균랭킹 87위 vs 레드 팀 평균랭킹 79위 이 게임을 관전하시겠습니까?

ⓒ 추어탕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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