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29화 (29/226)

10. 새 둥지 (3)

며칠 뒤.

점심까지는 아무 일정도 없는 날이기에, 정명은 오랜만에 솔로랭크를 돌리기로 했다.

정명이 일반 유저들과 같이 하는 솔로랭크를 플레이 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제대로 팀 연습을 시작한 이후, 다른 프로팀과 5:5로 연습게임을 진행하다보니 연습 효율이 떨어지는 솔로랭크는 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트이치TV 방송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조건이 없었다면 정명은 아이디가 휴면계정 처리될 때 까지 솔로랭크를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로그인 되었습니다.]

[김치워리어 - 다이아리그 I 단계]

정명의 북미 아이디는 여전히 다이아리그에 머물러 있었다. 승률은 높은데, 플레이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명은 시간 난 김에 오늘 마스터리그까지 단번에 올리기로 결정하고 게임을 돌렸다.

물론, 그의 쏠쏠한 용돈이 되어 주는 개인방송을 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그린푸드님, 붕붕님, 모닝모닝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정명은 시청자들과 채팅을 하며, 흐느적거리듯 마우스를 움직였다.

상대는 아마추어들. 최선을 다 하지 않아도 쉽게 잡을 수 있는 상대였으니까.

시청자들이 보기엔 정명이 게임을 대충대충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대충대충 하고 있었지만, 정명은 다섯 명이 팀을 짜서 하는 게임임에도 혼자서 캐리를 했다.

익명 007 : 와. 상대가 다이아인데 양학이네 양학. 1부리그로 바로 스카웃될만 함.

익명 312 : 님 OMA갔던데, 연봉 얼마에요?

익명 111 : 팔콘 그 멍청이가 8만 달러 받는 거 보면, 10만 달러는 되지 않을까?

트이치TV같은 개인방송의 특징은 시청자와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명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말 해주고, 애매한 것은 적당히 넘기며 시청자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연봉이요? 이거 알려드려도 되는 건가 모르겠네. 일단 SAO에 있을 때랑 비교하면 많이 올랐어요. 살짝 말씀드리자면, 2배 이상. 근데 아직 입금이 된 것은 아니라 지금은 가난한 상태라고 할 수 있네요.”

그 말을 들은 시청자들은 밥이라도 사 먹으라며 달풍선을 1개, 2개씩 던져주었다. 용돈벌이의 시작이었다.

“달풍선 감사합니다. 그런데 밥 정도는 구단에서 사 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SAO의 이름 대신 OMA의 이름을 단 이후로는 시청자, 그리고 수익이 두 배로 뛰었다.

하지만 시청자가 적건, 늘건 그들이 정명에게 궁금해 하는 것은 비슷비슷 했다.

“음. 한국 서버와 북미 서버의 비교요? 솔직히 말하면 한국이 더 잘하긴 합니다. 하위권은 별 차이 없는데, 최상위권으로 갈수록 그 격차가 커져요. 그리고...”

한국 프로들은 정말 감옥 같은 곳에서 하루에 18시간씩 연습을 하냐는 질문부터 북한에서도 인터넷이 되냐는 이상한 질문 까지.

그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대답하면서도, 정명은 무사히 마지막 승급전에서 승리를 따 내며 마스터리그로 단번에 올라갔다.

드디어 달성한 마스터리그 계급.

거기다가 예전에 받아놓은 퀘스트를 달성하는 것은 덤이었다.

[랭크 게임 승리! 10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마스터 리그 승급 퀘스트 달성! 500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정명은 무려 세 달 전에 받아놓은 퀘스트를 이제야 클리어할 수 있었다.

들어온 포인트는 총 510 포인트. 정명은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는 적은 포인트 보상에, 피식 웃었다.

‘진짜 조금 주네. 예전에는 500도 많아보였는데.’

그러자 그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새로운 퀘스트가 떠오른다.

[신규 퀘스트]

그랜드 마스터 리그에 올라가십시오.

보상 : 3000포인트

정명은 새로운 퀘스트 등장에 눈이 번쩍 떠졌다.

‘오. 3000포인트면 제법...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겠어. 그리 어렵지도 않아보이고.’

한국에 있을 때 그가 달성한 최고 성적은 마스터리그까지였다.

하지만 정명은 만약 한국 서버라고 해도, 그랜드마스터 리그에 올라갈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마스터리그에 올라가서 정명이 받은 보상은 포인트뿐만이 아니었다.

[피아피아님이 달풍선 1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초코초코님이 달풍선 1개를...]

마스터 리그에 도달하자, 축하의 의미로 시청자들이 보낸 달풍선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달풍선 가격은 하나에 90원정도. 그나마 세금을 떼고 나면 80원 정도가 정명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돈이었다.

“달풍선 감사합니다 여러분. 나중에 OMA 경기하면 응원 많이 해 주세요. 그럼 이만 방송 종료하겠습니다.”

정명은 방송을 종료한 뒤, 곧장 달풍선 정산 페이지에 들어갔다.

자신이 돈을 얼마나 벌었나 확인하는 것은, 언제 봐도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달풍선 정산 : 521개]

정명이 3시간동안 방송하여 번 돈은 약 4만원 정도.

티끌모아 태산이라지만...정산된 돈을 보면, 티끌모아 티끌이었다. 얼마 안 된다. 아직 정명 개인의 인지도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정명은 정산 내역을 보며, 가장 많은 달풍선을 쏴 줬던 시청자를 떠올렸다.

‘그 분은 그 이후로 감감 무소식이네. 역시 그 때는 너무 무리하셨던 건가.’

용돈을 두둑하게 줬으므로, 정명이 그 시청자를 부르는 호칭은 ‘그분’이 되었다.

그리고 한 방에 달풍선 2만개를 쏴주며 재력을 과시했던 그 팬은 그 이후로는 보이지 않았다.

‘테니스 선수라고 했던가. 그 때는 그것 때문에 꽤나 고생했는데, 이제 그 이야기는 귀신같이 들어갔군.’

방송을 종료하고 할 게 없어진 정명이 그녀의 트위터라도 들어가볼까 생각한 순간. 연습실로 OMA의 코치가 들어왔다.

“다들, 이제 가자. 방송국 시간에 맞추려면, 지금 나가는 게 좋아.”

@@@

차를 타고 도착한 방송국 건물은 2부리그 방송국의 세 배쯤 되는 커다란 건물이었다.

BXT 방송국 건물. 그리고 그곳은 정명이 승강전을 치르기 위해 이미 와본 적이 있던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명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VJ가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은 정명은 당황하여 손을 내저었다.

“어, 뭐예요? 우리가 탑스타도 아닌데, 뭘 이런 걸 해요.”

“다음 주 쯤에 맛보기로 내보낼 영상을 찍는 거예요. 대회가 없다고 해서 지난 대회 재방송이나 틀고 있으면, 시청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니까.”

저렇게까지 말하면 어쩔 수 없다. 정명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정명과 함께 걷는 동안, 카메라를 든 VJ는 뭐가 그리 궁금한지 끊임없이 질문을 해 왔다.

“정 선수. 해설자 저스틴이랑 아는 사이라던데. 정말인가요?”

“네. 우연히 알게 됐어요. 그러고 보니 이번 시즌 해설도 저스틴이 하나요?”

“저스틴은 한국 갔어요. 한국 가서 한국의 리그를 영어로 해설할 겁니다.”

북미 쪽 사람이라고 해서 북미 리그만 보는 것이 아니다.

방송국 자체 조사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리그인 한국 리그를 보고 싶어 하는 수요층이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수익성 예측 결과, BXT 방송국측은 한국으로 사람들을 보내도 적자는 보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에 한국으로 몇몇 인력을 보내어 시장을 키워보려고 했던 것이었다.

저스틴이 멀리 한국으로 가 버렸다는 소식에, 그와 친분을 쌓았던 정명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런가요? 하긴, 한국을 무척 좋아하던 사람이었으니까. 뭐, 또 만날 기회는 있겠죠.”

잠시 뒤. 복도를 걷던 정명은 팀원들은 잠깐 헤어지게 되었다. 정명은 지금 해외선수로 활동하고 있었기에, 따로 서류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게임사 관계자와 만난 정명은 외국 선수들이 고질적으로 겪는 문제인 비자 문제나, 기타등등 대회 외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정명이 방에서 나오자마자 조시가 다가왔다.

“정명. 이제 나왔어? 이것 좀 봐봐.”

조시는 상기된 표정으로 정명에게 종이 하나를 건넸다.

“여기. 이거. 대회 일정이 나왔어.”

조시가 건네준 종이에는 대회 일정, 개막전 날짜, 그리고 주마다 경기를 치를 팀들의 리스트가 나와 있었다.

그리고 정명은 대회 일정을 읽자마자 OMA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개막전이네? 나 SAO에 있을 때도 개막전이었는데.”

“그래? 아무튼, 상대는 토베노야.”

“토베노면...그 서서라는 미드라이너가 있다는 팀 아닌가? 원래 OMA의 미드라이너였다던 그 사람.”

“어. 맞아. 그새끼. 그쪽으로 이적했지. 꼭 이겨야 돼.”

조시는 이새끼 저새끼 욕을 해가며 서서의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별로 안 좋게 헤어진 듯 했다.

“그놈은 LOH 초창기에 활동하던 놈이었거든. 그래서인지 실력에 비해 팬덤이 꽤 강력하단 말이야. 그걸 믿고 얼마나 깝죽대던지, 재수가 없어 재수가.”

LOH가 별로 알려지지 않았을 시절. 그 당시에는 당연하게도 LOH 고수가 얼마 없었다.

덕분에 서서는 비교적 평범한 실력으로도 게임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저 그런 1군 선수에 불과하지만, 옛날의 그 기억 때문에 팬들은 서서가 여전히 최상위권 플레이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서서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허접한 팀에 있기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생각했다.

더 좋은 팀, 더 잘하는 팀에 간다면 자신은 훨훨 날아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게임에서 질 때면 그는 항상 팀원에게 화를 내곤 했다.

“팬들이 잘한다 잘한다 했더니, 진짜로 지가 잘하는 줄 알더란 말이야. 그래서 싸우다 결국 갈라지긴 했지만, 정말 엿 같은 놈이었어. 여기서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그런 조시의 바람과는 달리, 복도로 이동하던 OMA 팀원들은 곧 그들의 전 리더이자 OMA의 첫 경기 상대인 서서를 만날 수 있었다.

서서는 조시와 마주치자, 천천히 다가오며 과장스럽게 인사했다.

“이야, 같이 팀으로 활동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이렇게 적으로 만나네. 다들 잘 지냈어?”

“그래. 오랜만이네 윌리엄. 그 느끼하게 생긴 낯짝은 여전하구나.”

엄청 싸웠다고 한 주제, 카메라가 자신들을 찍을까봐 서로 가식이 넘친다.

그렇다고는 해도 서로간의 악감정을 지울 수는 없었는지, 곧바로 서로를 긁어대기 시작한다.

“내가 OMA에 있을 때, 진짜 고생했는데. 알지? 다들 OMA를 원맨팀이라고 불렀던 거. 토베노에 와서는 그럴 걱정이 싹 사라졌다니까. 팀원들의 실력이 아주 좋아.”

“그래? 원맨팀이라니, 별 해괴한 소리를 다 듣겠네. 아, 혹시 널 따르는 빠순이들이 그렇게 말 해주던? 그런데 걔네들이 LOH 보는 눈이 있긴 한가?”

그렇게 말다툼을 하던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멱살을 잡으며 죽이니 살리니 하며 바둥대기 시작했다.

결국, OMA의 새 리더이자 오더인 정명이 앞으로 나섰다.

“이쯤 해요. 카메라도 있는데, 이게 대체 무슨 망신이에요.”

“넌 뭐야 새꺄! 너 2부리그에 있던 놈이지! 이게 한대 맞고 싶어서...”

서서는 정명을 어깨로 밀쳐내려고 했지만, 오히려 튕겨져 나왔다.

“야, 뭐해! 말려!”

주변 사람들은 그제야 싸움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그 모습들은 약간의 편집 과정을 거쳐 방송에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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