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5화 (5/226)

2. 프로게이머 연습생 (4)

허름한 NPG팀의 연습실.

물론 1군, 2군 팀이 쓰는 곳은 아니다. 그들의 연습실과는 아예 분리되어있는 이곳은 NPG의 연습생들이 쓰는 연습실이었다.

연습생들은 1, 2군만큼 철저히 관리하지 않기에 연습실은 항상 느긋한 분위기였지만, 오늘만큼은 전에 없이 긴장된 분위기로 가득했다.

그 이유는 바로 레전드 오브 히어로즈 커뮤니티 게시판에 뜬 하나의 게시물 때문이었다.

[팀 NPG에서 연습생을 모집합니다.]

나이 : 16세 이상

성별 : 무관

포지션 : 무관

지원을 원하시는 분은 주어진 양식에 따라.....

.....

연습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습생을 또 뽑는단다. 이 게시물의 뜻은 기존이 연습생 중 누군가가 나가야 함을 뜻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정명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 건 좀 미리미리 말 해주지, 왜 우리가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뒤늦게 알아야 하냐고.’

과거의 경험에 따르면, 결국 팀에서 나가게 된 사람은 미드라이너 김영진이었다.

NPG의 코치와 감독은 우리들의 연습경기 리플레이를 면밀히 살펴보며 퇴출 대상을 정했는데, 자신이 퇴출당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영진은 결국 코치와 치고 박는 상황까지 갔었다.

‘이 리그가 끝나자마자 바로 쳐 내겠군.’

같은 연습생으로써는 딱한 마음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통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진은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성격도 더러운 최악의 동료였으니까.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일까?

정명은 바짝 긴장해있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에 임할 수 있었다.

“정명아. 지금 탑 오면 딱이다. 무조건 필킬각이야.”

“네. 지금 갑니다.”

정명의 렘머가 데굴데굴 굴러가 절묘한 타이밍에 점멸도발을 시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킬 연계에, 도주기가 없는 람블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잡혀버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좋아! 요즘 네 렘머실력 물 오른 것 같다. 이대로만 가자!”

정명이 안심하고 있었던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많은 포인트를 투자하며 피지컬을 올렸기 때문인지, 연습을 했기 때문인지 정명의 실력은 상당히 물이 오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정명은 감독과 코치가 자신을 퇴출시키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에 비해서 미드라인은....

“영진아. 그냥 타워 끼고 cs만 챙겨. 버티기만 해.”

“형. 이거 진짜 상성이 안 좋아서 그래요. 아시죠? 제라드가 피싱맨한테 힘든 거...”

“그래. 알아 임마. 알았으니까 죽지만 말고 있어.”

영진의 플레이는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

거기에다 자신의 플레이가 좋지 않은 이유를 자꾸 설명하며 정당화 하려는 것이, 퇴출에 대한 압박감을 상당히 받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미드라인이 졌음에도 불구하고 탑 라인과 바텀 라인이 라인전에서 괜찮은 성적을 내 주고 있었기에, 정명의 팀은 유리한 상황을 유지하며 한타 페이즈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니시 걸어 이니시! 베인만 잡으면 노딜이야!”

“뒤에 와드있어, 텔레포트 타!”

“그렇지!”

원하는 시점, 그리고 원하는 장소에서 싸움을 걸었기에 NPG는 한타에서 대승할 수 있었다.

게임이 중후반이 되었으므로 적팀이 부활하려면 50초 이상 남은 상황.

종호는 ‘후’ 하고 한숨을 내뱉으며 마지막 오더를 내렸다.

“됐다. 정명이가 타워에 몸 대라. 밀고 끝내자.”

[승리!]

-수고하셨습니다.

-실력이 상당하시네요. 한 수 배웠습니다.

-NPG팀 내일경기 잘 치르시길. 응원할게요.

“와. 이 사람들 진짜 잘하네요. 정말 겨우 이겼어.”

“그러게. 얘네도 내일 리그 예선에 나온다고 했던가?”

방금 상대한 팀은 ‘상산고5인조’라는 아마추어 팀이었다.

같이 모여 게임을 할 장소가 PC방밖에 없어 연습을 많이 못 했다고 하는데, 그들의 팀 플레이가 조금만 더 완성되었더라면 지는 건 NPG였을 것이다.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애들이라고 하더니...확실히 피지컬은 밀렸다. 포인트로 피지컬에 몰빵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게이머의 피지컬은 고등학생 정도일 때 정점을 찍고,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떨어진다.

물론 손목을 잘 관리한다거나 하여 유지시킬 수는 있겠지만, 늘릴 수는 없다.

그리고 25살이 넘으면 피지컬이 하락하는 게 눈에 띄기 시작하며, 30살이 되면 은퇴를 바라봐야 한다.

프로게이머 세계에서 재능이 중요한 이유이다.

정명은 조급한 마음에, 상점을 열어 포인트를 확인했다.

[게임을 승리하여 8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80포인트라. 꽤 쏠쏠하네.’

랭크 게임을 뛰었을 때 받는 포인트는 10포인트.

하지만 다른 팀들과 연습 할 때는 더욱 많은 포인트를 벌 수 있었는데, 그 양이 20포인트부터 100 포인트까지 꽤 유동적이었다.

그 기준은 아주 간단했다. 잘 하는 팀과 붙었을 때는 포인트를 많이 주고, 못 하는 팀과 했을 때에는 적게 준다. 그게 끝이었다.

정명은 이것을 ‘수준 높은 게임을 할수록 받는 포인트가 많아진다’ 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레전드 오브 히어로는즈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닌 팀 게임.

따라서 혼자 하는 것 보다는 팀으로 하는 연습이 포인트를 더욱 많이 주는 것은 당연했고, 시간대비 효율로 따졌을 때 팀 연습이 훨씬 많은 포인트를 벌 수 있었다.

‘피지컬이 완성될 때 까지는 팀에서 버텨야 해. 랭크 게임으로 포인트를 올리는 것은 효율이 너무 떨어져.’

초저녁. 이른 시간이었지만 팀 리더인 종호는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하자고 제안했다.

“내일 챌린저스 리그도 있고 하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푹 쉬자. 어때?”

“좋아요. 지금은 연습보다는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니까.”

다른 팀원들이 기쁘게 동의하자, 정명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만 더 연습을 하고 싶었던 정명이었으나 집에 가고 싶다는 사람 붙잡아서 연습해 봐야 시간낭비일 뿐이기에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럼 다들 푹 쉬고 내일 보자.”

종호의 말에 정명은 개인 키보드와 마우스를 챙기고 방을 나섰다. 아니, 나서려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제일 먼저 연습실을 나갔을 사람들이, 집에 가자는데도 꾸물거리며 집에 갈 생각을 안 하고 있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정명은 걸음을 멈추고 팀원들을 바라봤다.

“다들 안 가세요?”

“어? 어. 가야지. 너야말로 어서 가서 쉬어.”

정명이 이상한 마음에 영진을 바라보자 영진은 급히 눈을 깔았다.

처음 회귀했을 때와는 180도 다른 태도였다.

실은 정명이 회귀하고 처음 연습실에 왔을 때, 영진이 다, 나, 까를 쓰지 않는다며 정명에게 기합을 주려 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정명은 전생에서 예비군까지 끝낸 사람이다.

아무리 연습실 선배라 해도, 군대도 안 간 영진이 군대놀이를 하는 꼴을 참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정명이 영진을 구석으로 끌고 가서 영진을 조금 만져주자, 그 다음부터 영진은 정명과 눈도 잘 마주치지 못했다.

혹시 그 모습을 다른 팀원들이 본 것일까? 그 이후로 정명은 팀원들과 사이가 조금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그리고 지금 그 느낌이 더 강해진 것 같았고 말이다.

‘뭐 상관없지. 이 사람들하고 평생 팀 짜서 갈 것도 아니고.’

과거의 경험에 따르면, 어차피 얼마 못 버티고 프로게이머를 그만 둘 사람들이다.

따라서 딱히 친목을 다져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기에 정명은 그들과 같이 어울리는 것 대신, 그 시간에 연습을 하는 것을 택했다.

‘그래도 좀 이상하긴 한데...’

정명은 찝찝한 마음을 뒤로하고 연습실을 나섰다.

종호가 오늘은 푹 쉬자고 얘기했지만, 정명은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챌린저스 리그라...”

챌린저스 리그는 한국의 2부리그이다. 여기서 우승한다면 1부리그에 있는 팀들 중 꼴지팀과 강등전을 치룰 자격을 받게 되고, 이긴다면 1부리그로 승격된다.

물론 정명의 팀이 이 리그에서 우승하여 1부리그로 갈 확률은 낮다. 그러나 가능성만 보여줄 수 있다면 팀 내에서 2군으로 올라가거나 다른 팀의 오퍼를 받을 지도 몰랐다.

따라서 정명은 이번 리그에서 최선을 다 해볼 생각이었다.

‘이제 포인트가 꽤 쌓였을 텐데.’

회귀한 이후로 잠을 아껴가며 연습했다. 그리고 이제 그 결실을 내놓아야 한다.

정명은 상점에 접속하여 그동안 자라왔던 과실을 따 먹기로 했다.

[피지컬 능력을 1 구입하시겠습니까?]

가격 : 300 포인트

잔여 포인트 : 800

[구입완료]

피지컬이 [2]포인트 올랐습니다.

[능력치 확인]

피지컬 (45/100)

정신력 (50/100)

오더 (25/100)

판단력 (37/100)

‘진짜 힘들게 번 거였는데, 쓸 때는 순식간에 사라지는구나.’

이제 남은 포인트가 200밖에 되지 않았지만, 포인트는 쓰라고 있는 것이니까.

능력치를 확인해 본 정명은 실실 웃음을 흘렸다.

‘다른 능력치가 아쉽긴 하지만, 당장은 피지컬이 가장 중요하니 어쩔 수 없지.’

안정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팀이 있다면 ‘지금 상황에서 뭘 해야 베스트인지’ 알 수 있는 판단력 같은 능력을 올려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정명은 어떻게든 눈에 띄어 2군으로 올라가야 할 처지다.

따라서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감독과 코치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피지컬을 우선하여 올릴 수밖에 없었다.

정명이 시계를 확인해보니 밤 12시였다. 이제 슬슬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지만, 정명은 졸리기는커녕 점점 정신이 맑아졌다.

“잠도 안 오는데 연습 조금만 할까.”

그리고 그날 밤. 정명은 불안한 마음에 새벽 늦게까지 연습을 했고, 세 시간밖에 자지 못한 채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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