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4화 (4/226)

2. 프로게이머 연습생 (3)

‘무사히 집은 찾아 왔네. 까먹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자취방으로 돌아온 정명은 허겁지겁 밥을 먹고 게임을 켰다.

재능이 없다는 불안감에,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으니까.

레전드 오브 히어로에서 그의 등급은 마스터 리그 하위권. 언뜻 보기에는 상당히 높아 보이지만, 마스터 리그 위로는 날고 긴다는 프로들이 몰려있는 그랜드 마스터 리그가 있다.

거기다 몇몇 프로들은 팀 연습에 집중하느라 랭크 게임을 거의 안 하는 사람들도 꽤 있기에, 프로 사이에서 실제 그의 위치는 좀 더 낮다고 봐야 했다.

NPG 팀에서 그가 맡은 포지션은 정글러.

하지만 정명은 미드라인을 서는 것이 좋았기에, 솔로 랭크에서는 미드 라인을 서고 싶다 어필했다.

[NPG_정명 : 저 미드라인좀 서겠습니다.]

[오로라민D : 나도 미드 가고 싶은데. 님 잘함? 프로임?]

프로냐고 묻는 질문에, 정명은 말문이 막혔다.

연습생도 프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응’ 이라고 말하기엔 양심에 찔렸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망설이고 있는데, 대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셀라는큐라 : NPG에 저런 사람 없음. 그냥 짭인듯.]

[오로라민D : 하긴, NPG가 지금 점수대에 있을 리가 없지. 하마터면 낚일뻔 ㅋ]

“아오...아이디를 바꾸던가 해야지 이거.”

과거 정명은 NPG에 연습생으로 들어갔을 때, 프로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신나서 아이디를 바꿨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실수였다.

프로팀의 이름을 달고 있는 이상 말 하나하나에 조심해야 했으니까.

만약 저들과 키보드 싸움으로 진흙탕 싸움을 하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레전드 오브 히어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가서 성난 팬들에 의해 잘근잘근 씹힐 것이고, 팀 이미지에 민감한 스폰서에 의해 정명의 연습생 생활도 끝날 것이었다.

정명은 채팅으로 조금 더 말을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정명이 맡게 된 라인은 사람들이 가장 꺼려한다는 서포터 포지션이었다.

그리고 정명은 서포터로 게임을 캐리하기 쉬운 게 아님에도, 밥 먹고 게임만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모두에게 보여줬다.

[셀라는큐라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셀라는큐라 : 와. 정명님 덕분에 킬 좀 먹었습니다. 엄청 잘하시네!]

[오로라민D : 아까 NPG 짭이라고 한 거 누구임? TV에서 본 NPG보다 훨씬 잘 하는 것 같은데?]

“지도 같이 가짜라고 놀려대던 놈이 무슨.”

정명은 같이 게임을 하던 사람의 갑작스러운 태세변환에 어이가 없어졌다.

원래 팬들의 태세변환은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경기를 치르는 세계라면 어디든지 있다. 못 하면 욕먹고, 잘 하면 칭송받는다.

하지만 이스포츠 세계는 그 정도가 훨씬 심했다.

5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최고의 미드라이너로 불리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실수 한 번으로 죽기라도 하면 팬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그를 물어뜯는다.

그렇게 물어뜯다가도, 또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곧장 태세전환을 하여 그를 칭송한다.

이스포츠 세계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칭찬이 기분 나쁠 리 없다.

게임 승리 결과창을 뿌듯하게 바라보던 정명은, 시야에 이상한 글씨가 떠 있는 것을 눈치 챘다.

[마스터리그 랭크게임 승리. 1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뭐라고?”

이상한 글씨는 금방 사라져 버렸다.

정명이 다급한 마음으로 그 글자를 다시 보고 싶다 생각하자, 그에 반응하듯 자연스레 상점이 나타났다.

[프로게이머 도우미 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구매하실 물건을 선택해주세요.]

[잔여 포인트 1010]

‘포인트가 10...올랐다.’

연습실에서 연전연패 했을 때는 포인트가 1도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랭크 게임에서 이긴 것만으로도 포인트가 10 오른 것이다.

포인트 버는 방법을 알아냈으니 더 이상 포인트를 쓰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정명은 바로 900포인트를 투자하여 피지컬 능력을 40에서 43으로 올렸다.

[피지컬 구입을 완료하였습니다.]

[잔여 포인트 110]

[현재 능력치]

피지컬 (43/100)

정신력 (50/100)

오더 (25/100)

판단력 (37/100)

“별로 달라진 것은 못 느끼겠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던 정명은 일단 게임을 한판 더 해보기로 했다.

우연히도 다음 판에서 만난 사람은 방금 전 게임에서 적으로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김백수 : 어. 저분 아까 서포터로 캐리하시던 분 아닌가?]

[엘런 : 그러네. 정명님. 가고 싶은 라인 가세요. 이거 오랜만에 버스 타겠네 ㅎㅎ]

[NPG_정명 : 감사합니다. 그럼 미드라인 갈게요.]

“역시 미드라인이 재미있지. 정글러는 욕만 많이 먹고 말이야.”

정명이 NPG에 들어갈 당시 정글 포지션밖에 남지 않았었기에 어쩔 수 없이 정글러를 하고는 있지만, 원래 가고 싶었던 라인은 미드라인이었다.

미드라인은 모든 포지션 중 게임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강했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자리이기도 했다.

미드라인에 선 정명은 게임을 지배해 나갔다.

플라시보 효과인지, 피지컬 능력을 3 올렸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쩐지 손목의 컨디션이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말이다.

그리고 정명에게 계속 솔로킬을 당하던 상대방 미드라이너는, 결국 게임을 포기해버렸다.

[hiwolrd : 미드 미세요. 안 합니다.]

[엣치 : 우리 미드 리폿좀. 완전 트롤]

[hiwolrd : 저 사람이 잘 하는 건데 ㅡㅡ니가 미드섰어도 게임 터졌음]

빠르게 밀어달라는 상대의 요청을 거절할 이유는 없다.

정명은 최소 항복시간인 20분이 되기 전, 15분만에 넥서스를 터트려 버렸다.

게임이 끝나자 같이 게임을 한 팀원들은 정명의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는지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김백수 : 캬. 미드라인 드리길 잘했네. 숨만 쉬고 있었는데 캐리받음 ㄷㄷ]

[NPG_정명 : ㅎㅎ 운이 좋았네요.]

[엘렌 : 농담 아니고 피지컬 좀 좋으신 것 같은데요? 혹시 진짜 NPG 아님?]

“그러게. 진짜 NPG였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사실 정명이 연습생 생활을 벗어나 2군, 그리고 1군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못 하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유명 팀에 들어가는 것은 힘들다. 하다못해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연습생 생활을 거치지 않고 바로 2군으로 들어가기 위해 최소로 요구되는 조건은 그랜드 마스터 리그 이상.

그러나 그랜드 마스터 리그의 진입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레전드 오브 히어로 한국 팀들의 수준이 세계 최고이기도 하고, 세계 최고의 게임을 배우기 위해 한국 계정을 만들어 연습하는 외국 선수들 또한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랜드 마스터 이상은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재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명은 재능이 없어 그랜드 마스터는커녕 마스터 리그를 유지하는 것도 벅찼다. 그러니까, 과거에는 그랬다는 것이다.

정명의 마음속은 무언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희망으로 가득 찼다.

“좋아. 그럼 처음 목표는 피지컬 능력을 50으로 올리는 거다.”

레전드 오브 히어로는 한 게임에 평균 30분정도 걸린다.

그렇게 해서 이기면 받는 포인트는 고작 10. 이래서야 피지컬 50을 어느 세월에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재능 부족으로 신세 한탄이나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할 수 있다.

목표를 잡은 정명은 포인트를 벌기 위해 바로 다음 게임을 찾았다.

정명의 게임은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내일도 NPG 연습실에 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내지 못 했다면 아마 밤 새 랭크 게임을 돌렸을 것이다.

‘8승 2패라. 운이 좋았네. 비록 얻은 포인트는 80밖에는 안 되지만, 연습 했다고 생각하지 뭐.’

게임을 진다면 포인트가 오르지 않았기에 정명은 5시간동안 한 게임에서 80포인트를 얻었다.

그리고 포인트를 잠시 바라보던 정명은 하나의 결론을 냈다.

‘NPG는 실력이 있더라도 감독, 코치와 친목질을 하지 않으면 선발 출전의 기회가 많이 없는 팀. 따라서 피지컬을 50까지 올렸는데도 2군으로 올라가지 못 한다면 팀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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