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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147화 (147/175)

147화

섬서행(02)

우웅!

내달리며 천도공을 펼치니 내 몸이 앞으로 쭉쭉 뻗어 나간다.

2km의 거리 정도는 네놈들이 강에 닿기 전에 줄여 주지.

“따라잡는데, 얼마나 걸려?”

- 저들의 현재 속도와 리퍼의 현재 속도를 계산하면 202초 안에 가능합니다.

쾅, 콰콰쾅!

내달리는 와중에 하늘에서 폭음이 울려 퍼진다. 굉음을 울리며 하늘을 나는 마원이 공유된 매의 시야에 들어온다.

타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외부에서 보니 마원이 허공을 내달리는 모습은 진짜 괴이하다.

말 옷을 날개처럼 펼치고 내달리는데 엉덩이를 덮은 부분이 분진 폭발로 제 덩치처럼 부풀었다, 줄었다 하는 꼴이 기괴하기 짝이 없다.

꼴이 어땠든 마원은 제대로 따라붙고 있는 상황. 놈들을 따라잡는 데 집중한다.

10, 9, 8….

타임아웃이 오기 전에 천도공을 잠시 멈춘다.

“하아, 후!”

숨 한 번 돌린 다음.

우웅!

다시 내부 스피커를 켜 천도공을 일으킨다. 그렇게 내부 스피커를 껐다 켜며 1분 넘게 내달리자 2km의 격차가 1,340m로 줄어들었다.

다시 1분이 되지 않아 900m, 30초가 더 흐르자 600m다.

400m, 266m, 177….

거리가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줄어든 거리가 채 십 장이 되지 않았을 때.

“타앗!”

“합!”

제일 후미에서 내달리던 둘이 갑자기 몸을 반전시키며 나를 향해 강기를 휘두른다.

나도 바로 칼을 휘둘러 대응한다.

쾅, 콰카캉!

천도공의 공력이 깃든 칼질에 강기가 튕겨 나며 그 주인들을 밀어 버린다.

둘이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바닥에 내려서는 동안 다른 열셋이 나를 포위하듯 둘러쌌다. 품(品)자 형태의 포위망이다.

놈들도 생체 드론이 붙어 있으니 우리 일행이 둘로 나뉜 것을 진작 알았을 것이고, 나 혼자 쫓아왔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나를 피해 200초 가깝게 도망친 것은 나와 일행들을 떼어놓기 위한 수작.

일행들이 내 위험을 깨달아도 당장 달려오기 힘든 거리를 만든 것이다.

이제 그 거리가 만들어졌으니 초극이라는 무위와 열다섯이나 되는 머릿수로 나를 죽이려 든다.

뭐 열다섯은, 합공이라도 익혔다면 상대가 천문위라도 한번 해볼 만한 머릿수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천문위가 아니다. 천도공을 사용해도 천문위에게 턱없이 모자란 전력. 하지만 천도공을 사용하면 저들 열다섯 개개인보다 강하다. 그거면 된다.

저들이 익힌 것이 협공이든 합공이든 어차피 나는 한 명씩만 상대하면 되니깐.

솔직히 이렇게 덤벼들기를 원하고 홀로 달려온 것이다. 일행들과 함께 왔다면 흩어져 도망갔을 것이 뻔하니 말이다.

“개(開)!”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삼면에서 심상치 않은 기세가 피어오른다. 제대로 된 합공의 시작.

여기에 내가 해줄 대응은 하나다.

오올!

칼날에 피어오르는 광휘. 세상을 탈백시키는 섬광격의 빛살이 나에게 덮쳐드는 작자들의 두 눈을 사정없이 찌른다.

콰콰콰쾅!

그리고 동시에 터지는 폭발.

눈을 파고드는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폭발의 충격에 사정없이 떠밀리니, 합공의 진형이고 공력의 얽힘이고 유지할 정신 따위 있을 리 없다.

그저 그 충격에서 자신의 정신과 몸을 부여잡기 바쁘다.

그런 열다섯을 본 나는 무심히 발을 옮기며 천도공이 만들어낸 공력을 온전히 칼에 담아 휘두른다.

촤악, 촥! 촤촤착!

천문위의 감각으로 휘두른 칼질이다. 섬광격에 눈이 멀고, 폭발의 충격에 감각마저 혼란이 온 초극 고수가 막기는 무리.

순식간에 내 정면을 막아서던 다섯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말도 안 되는!”

“도주해!”

그럴 틈을 줄 이유가 없다.

= 좌측!

내 명에 농꾼이 좌측 다섯을 향해 마원을 떨어트렸다.

콰자작! 짜작! 파자자작!

마원의 거체가 떨어져 내리며 쏟아 붓는 전격의 폭풍이 그들 다섯을 휘감았다.

콰앙!

전격에 감전되어 몸이 굳어 버린 그들의 중앙으로 마원의 거체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재수 없는 하나가 그 거체에 깔려 피떡이 됐다.

남은 넷을 향해 마원에게 달린 방수가 그 묵직한 힘을 휘둘렀다.

쾅쾅쾅쾅!

마원의 거체에 달린 만큼 굵고 튼튼한 방수라 그 힘은 내가 가진 방수의 몇 배.

단련된 초극 고수의 육체라도 뭉개고 박살날 수밖에 없다.

좌측의 다섯이 그렇게 마원에게 쓸려 나갈 때 나는 우측의 다섯에게는 달려든다.

오올!

다섯 개의 칼날이 광휘를 뿌려대며 공간을 저민다. 천문위를 상대로 6초 동안은 우위를 점하는 것이 이 섬광격의 협공이다.

캉!

눈을 감은 상태에서 내 도격을 어떻게 막아낸다.

“큭!”

하지만 천문위의 감각으로 휘두른 칼을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몸에 무리가 오는지 신음을 억누른다.

그런 몸으로 네 개의 방수가 휘두르는 칼 네 개를 막아내는 것은 무리.

콰자자작!

방수에 그대로 썰려 나간다.

카캉!

이번에는 내 칼보다 방수가 빨랐다. 상대가 용을 쓰며 방수의 칼날을 쳐냈지만, 그 덕에 천문위의 감각에 커다란 빈틈이 걸려든다.

그 빈틈을 향해 칼을 휘두르자.

파학!

그대로 목이 날아간다.

“흩어져!”

고함치는 놈을 향해 다섯 개의 칼날을 모아 내려찍는다.

콰앙!

놈의 칼이 힘에 꺾이며 그대로 머리가 박살난다.

동료가 죽기 전에 토한 외침을 따라 두 명이 양쪽으로 내달리지만….

콰쾅!

분진 폭발에 휘말린다.

“흡!”

중신법을 사용해서 폭발에 떠밀리는 것을 피했지만 발이 멈췄다.

내가 그 뒤로 따라붙는 것은 당연지사. 코앞에 등판이 드러나 있으니 내가 할 일은 하나. 칼잡이의 본성대로 그대로 내려긋는다.

스삭!

천도공의 온전한 공력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칼날이 놈의 등판을 부드럽게 통과한다.

마지막 생존자가 죽어라 내달리고 있었지만.

콰쾅! 쾅! 콰쾅!

천도공을 응용하고 피풍의를 펼친 데다 분진 폭발을 추진력 삼는 나에게 금방 따라잡혀 등판을 베인다.

“이쪽에는 없네?”

SS-11의 대다수를 들이킨 놈이 있었다면 섬광격에 이토록 쉽게 눈을 당했을 리 없다.

“마원이 수집할 수 있지?”

- 예, 리퍼.

열다섯 몸에 깃든 나노 머신을 말한다.

“매들도 할 수 있으면 정리해.”

SS-11의 일부를 손에 넣으면 짝퉁 매들의 주파수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어쨌든 그렇게 뒷정리를 맡기고 소모한 금속 분말을 마원을 통해 보충한 뒤 일행들이 쫓는 열을 향해 발을 옮긴다.

당연히 천도공을 운용하고 피풍의를 펼친다.

“놈들과의 거리는?”

발은 열심히 땅을 박차고 손은 인터페이스를 조작해 도망치는 열의 화면을 눈 한쪽에 띄우며 입으로 물었다.

- 현재 거리 7,400m. 따라잡는데 743초 예상됩니다.

“남궁화청과 상 노개는 얼마나 따라붙었어?”

- 1km까지 따라붙었습니다.

“젠장, 스피커뿐만 아니라 피풍의도 하나씩 만들어 줄 걸.”

일행들에게 나노 머신이 제어할 수 있는 피풍의를 만들어 입혔다면 진작에 놈들을 따라잡았을 것이다.

아니 그 정도로 바짝 쫓겼다면 열이 뭉쳐서 도망가지 않고 흩어졌겠지?

- 리퍼, 놈들이 방향을 틀었습니다.

“앞쪽에 뭐가 있는데?”

저 녀석들이 괜히 방향을 바꿀 리 없다.

- 4km 전방에 저수지가 있습니다.

젠장! 도망갈 구멍이 있으니 이쪽으로 달려왔다는 거군.

“어떻게 내가 놈들 앞에 튀어 나올 방법은 없냐?”

-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아!”

한숨밖에 안 나온다.

결국, 놈들은 저수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응 시리즈로 저수지 주위 샅샅이 살피고, 일행들은 저수지에서 대기하라 해. 괜히 물속으로 들어갈 생각하지 말고.”

- 예, 리퍼.

놈들이 미리 수작을 부려 놓은 장소라도 시간과 힘을 들이면 못 찾을 것도 없다.

저수지에 도착하니 일행들이 힘 빠진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각주는 홀로 열다섯을 쫓아 모두 때려잡았는데, 우리는 열을 여덟이 쫓아 한 놈도 잡지 못했으니 면목이 없습니다.”

남궁화청이 고개를 숙였다. 연결된 매를 통해 내가 열다섯을 때려잡는 것을 본 것이다.

“놈들이 덤벼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말로는 그렇게 남궁화청을 상대해 주면서 손가락을 움직여 증강현실 자판을 두드린다.

= 물고기 몇 마리 잡아 마*카*투 먹이면 저수지 죄다 훑을 수 있지?

- 마*카*투를 쓰는 것보다 마원을 활용하는 게 빠릅니다. 마원을 쓰면 물고기를 잡을 필요도 없습니다.

= 그래? 마원 빨리 불러.

- 300초 뒤 도착합니다.

= 짝퉁 매들은 어떻게 됐지?

- 응 시리즈 카피 본들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열셋 모두 불러들여 죽인 뒤 나노 머신을 회수했습니다.

잔당들에게서 회수한 나노 머신을 통해 짝퉁 매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소리다.

= 다섯 마리 남은 건가?

짝퉁 매들의 전파 신호는 여전히 인근에서 잡히고 있었다.

- 사냥할까요?

= 남은 것들은 우리 쪽에서 조작 못 해? 저쪽의 열셋은 가능했잖아?

- 일대일 연결이었습니다.

한 마리 매와 한 사람만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말. 저 다섯 마리 매와 대응되는 성혈문 잔당을 잡지 못하면 조종할 수 없다는 소리다.

젠장, 농꾼이 조작할 수 있다면 짝퉁 매들에게 가짜 정보를 흘려서 놈들을 꾀어낼 수 있었는데.

그렇게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으니 마원이 도착했다.

마원은 도착하기 무섭게 물가로 다가갔다.

스르륵!

엉덩이를 덮은 마의가 자동으로 밀려 올라갔다. 그리고 엉덩이를 드러내더니….

푸드득, 뿌직!

물 위로 똥을 싸기 시작했다.

= 야, 저거….

- 체내 나노 머신을 수중 생물이 섭취하도록 유도하는 중입니다.

농꾼의 설명에 나는 조용히 손가락을 멈추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 각쯤 기다렸을까?

- 리퍼, 결과가 나왔습니다.

눈앞에 저수지의 지형도가 떠올랐다.

- 저수지 동쪽 방면에 놈들이 파놓은 듯한 구멍이 발견되었습니다.

물속에 입구가 있지만 수평 동굴을 조금 지나면 수직 동굴이 나와 물 밖 땅속 공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땅속 공간을 지나는 지하 통로가 있었다.

= 다른 곳으로 이어져 있다고?

- 예. 지금 실시간 탐색 중입니다.

= 증강현실로 위치 표시해!

저수지 인근 지면에 푸른빛이 서린다. 저 밑으로 지하 통로가 있다는 것이다.

저수지를 통해 놈들을 추적해 봐야 중간에 무너뜨리면 시간만 잡아먹으니 땅 위에서 쫓는 것이 빨랐다.

“놈들의 종적을 찾았습니다.”

상 노개를 부르자 일행 모두가 자동으로 따라왔다.

일단 지면에 그려진 빛을 따라 움직인다.

지하 통로를 따라 저수지에서 수십 장 떨어지자 손가락을 움직인다.

= 통로의 천정까지 뚫는다면 지표에서 얼마나 되지?

- 612cm입니다.

농꾼이 대답하기 무섭게 칼을 뽑아 땅에 꽂아 넣었다.

우웅!

그리고 천도공을 일으켜 도강을 뻗는다.

퍼헉!

뭔가 뚫리는 소리가 난 뒤 칼을 뽑으니 어른 주먹 하나 들어갈 만한 구멍이 깊게 뚫렸다.

= 여기에 마원 대기시키고 신호하면 금속 분말 구멍에 털어 넣고 분진 폭발 일으켜서 무너뜨려!

그렇게 그곳에 마원을 세워 놓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리퍼, 찾았습니다.

발밑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이 아래에 놈들이 있다는 말이다.

= 다른 통로는?

- 이쪽입니다.

다시 빛이 바닥으로 그려지며 한쪽으로 길게 뻗어 간다.

= 다른 통로는?

- 없습니다.

놈들이 숨은 공간에서 이십 장쯤 떨어진 위치에 선다.

= 단숨에 파고드는 방법으로!

- 일행을 동원하실 생각입니까?

= 놀려서 뭐해?

눈앞으로 문자열이 요란하게 흐른다. 그리고 눈앞으로 반투명한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건?”

“뭡니까?”

뭔가 눈앞에 떠오르자 일행이 죄다 나를 보며 묻는다.

“이 아래, 놈들이 숨어 있는 곳으로 향하는 통로가 있습니다. 앞에 보이는 반투명한 자신이 움직이는 대로 따르면 단숨에 길이 열릴 겁니다.”

먼저 증강현실이 시범을 보였다. 여러 사람인지라 한 번이 아닌 세 번을 반복하게 했다.

“그럼, 시작하지요!”

처음은 나다.

쾅, 콰쾅, 콰콰콰콰쾅! 콰르릉!

경지에 이른 아홉이 연달아 강기를 휘두르니 이 장 두께의 지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지하 통로가 드러났다.

= 터트려!

콰쾅! 콰르르릉!

내 명에 분진 폭발이 일어나며 반대편 통로가 무너져 내렸다.

자, 이제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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