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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113화 (113/175)

113화

산동행(06)

“벽력응주, 누군가 초극 고수들에게 장보도의 행방을 알리고 있네.”

“남궁 선배 말씀대로 입니다. 개방이 장보도를 얻었다는 소식이 임청 주도 내에 머무는 초극 고수들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남궁화청과 양연곤이 기겁한 얼굴이 되어 외쳤다.

“자네 말대로군.”

상 노개가 나를 보며 기가 찬다는 표정이 되었다.

= 신창양가 일행이 무면투괴를 잡아 올 때 누군가에게 들켰는지 확인해.

추종향으로 장보도의 장소를 특정할 수 있다 해도 주체가 개방이라 들통 난 것이 너무 빠르다.

아니 납치 장면을 들켰어도 신창양가의 사람 셋에 개방 고수가 둘이었다. 어두운 밤에 상대가 입고 있는 옷보다는 신창양가의 셋이 들고 있는 창이 더 눈에 띄는 것이 정상.

- 데이터 확인 결과 이렇다 할 움직임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장원이 개방의 거점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 소식 팔아먹는 녀석들에게 통신 벌레 붙여서 윗선을 파악해.

- 예, 리퍼.

“누군가의 수작임이 밝혀졌으니 장보도는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그렇기는 하지.”

내 말에 상 노개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장보도로 수작질을 부리는 놈들의 정체다.

“그런데, 이렇게 모여 있으면 장보도를 넘길 분위기를 조성하기 힘들어.”

상 노개가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하긴 당장 초극 고수가 아홉이나 있다.

거기에 상 노개는 개방의 십대 고수 중 하나. 남궁화청은 몇 년 안에 천문위에 오를 고수다.

개방 고수 셋은 분위기가 최소 협공은 가능할 것 같고, 신창양가의 쌍둥이는 합공도 가능할 것이다.

“정의맹에서 불모의 유물을 욕심낸 것으로 하지요.”

“싸우는 척을 하자?”

상 노개가 바로 내 말을 알아듣고 반문한다.

“예. 남궁 대협과 상 노개, 개방의 세 분과 신창양가의 세 분이 대치하시고, 제가 장보도를 들고 가는 역을 맡겠습니다.”

“위험할 텐데?”

상 노개가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나를 봤다.

“절 잡아 죽이려 했던 천문위가 둘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남았지요.”

천문위 손에서도 살아남았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소리다.

“그럼, 자네를 믿어 보지.”

상 노개가 장보도를 내게 넘겼다.

“시작 시점은 제가 알리지요.”

군웅들의 눈앞에서 튀어야 앞뒤 따지지 않고 나를 쫓을 것이다.

“그러게.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위치를 잡지.”

상 노개가 고개를 끄덕이며 개방의 세 고수를 자신의 근처로 불렀다.

“남궁 대협과 신창양가의 세 분도 이쪽으로 오시지요.”

나도 상 노개와 거리를 벌리고 내 앞에 일행들을 세웠다.

“그나저나 이곳에 거점을 마련한 지가 얼마나 됐습니까?”

그렇게 바로 대치할 수 있도록 자리를 잡고 상 노개에게 물었다.

“개방의 이름이 너무 빨리 나왔다고 생각하는군.”

상 노개가 내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역시 경험 많은 개방의 상거지다.

“예.”

“제법 된 곳이네. 하오문 정도면 눈치 챘어도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되면 장보도의 소식을 임청 주도 내의 군웅들에게 팔아먹은 놈들은 하오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아마도 일을 꾸민 놈은 하오문에게 장원의 위치만 알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농꾼이 장보도 소식 팔아먹은 놈들을 더듬어 올라가도 이번 일을 꾸민 놈이 아니라 하오문만 나올 확률이 상당하다.

젠장, 이렇게 되면 나를 쫓는 군웅 중에서 놈들을 구분할 때까지 내가 수고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래, 이게 다 원활한 수확을 위해서다. 아들에게 제2의 인생을 선물하기 위해 무리한 엄마를 감옥에 가게 하는 불효를 저지를 수는 없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눈앞으로 인근의 지도가 떠오른다. 초극 고수를 뜻하는 붉은 점 수십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시작하지요.”

내 말에 모두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든다. 신창양가의 세 자루 창을 향해 세 거지는 타구봉을 들고, 남궁화청의 검을 상대로 상 노개는 장걸개라는 명성답게 빈손을 내민다.

“타합!”

상 노개의 기합과 함께 그의 양손이 누런빛을 발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순식간에 그려지는 누런빛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한 마리 누런 구렁이가 되어 남궁화청을 몰아친다.

개방 최강의 무공인 강룡십팔장에 버금간다는 황망장(黃蟒掌)이다.

쾅! 콰콰쾅!

공간을 진동시키며 미친 듯이 질주하는 누런 구렁이지만 남궁화청이 그려내는 벼락도 만만치 않다.

검이 뿜어내는 푸른 벼락이 그야말로 구렁이를 담아내는 감옥이 된다. 남궁세가의 비전 검술 중 하나인 십삼섬전뢰(十參閃電牢)다.

“이놈들, 정의맹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상 노개가 몸으로 보여주는 액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입까지 동원하여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

“의협은 무슨, 욕심만 더덕더덕 붙은 거지 놈들이!”

여기에 남궁화청도 지지 않고 상 노개의 애드립을 받아 준다.

“벽력응주, 여기는 걱정 말고 어서 가게!”

천문위를 앞둔 두 고수의 격돌에 가려 조연 중의 조연으로 전락한 양묵일이 같은 처지의 개방 고수를 상대하며 외쳤다.

“절강의 어린놈! 네놈이 개방의 추적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여기서 도망간다면 십만 개방 방도가 네놈 뒤를 쫓을 것이다!”

개방 고수의 으름장이 장원을 울린다.

이 난장판에 장원을 덮치려던 군웅들은 담벼락에 올라서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에잇!”

잠시 갈팡질팡하던 표정을 짓던 내가 결심을 굳힌 얼굴로 격전장을 벗어난다.

“어딜 가느냐!”

이에 상 노개가 공력을 폭발시키며 남궁화청을 튕겨내며 내 앞을 막아섰다.

“노 선배, 당신 상대는 나요!”

뒤로 물러난 남궁화청이 어느새 다시 상 노개의 앞을 막아섰다.

나는 그 사이에 바닥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장보도는 놓고 가라!”

개방 고수 하나가 그렇게 외치자 담벼락에서 사태를 관망하던 군웅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 쏠린다.

“타압!”

나는 그 시선을 모조리 받으며 피풍의를 펼쳤다.

“쫓아!”

“저 녀석이 장보도를 가지고 있다.”

정의맹의 고수들과 개방 고수들이 만들어 내는 격전장을 우회하며 수십의 군웅들이 내 뒤를 쫓는다.

순식간에 장원을 벗어나지만, 군웅들은 내 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저 녀석을 막아!”

“저 녀석이 장보도를 가졌다!”

뒤를 쫓는 군웅 중 누군가의 외침에 내 앞에서도 군웅들이 튀어나왔다.

“받아라!”

“장보도를 내놔!”

검기와 도기가 쏟아진다.

카카카캉!

날아드는 공격을 한 자루 칼로 막아내며 뚫는다. 발을 멈출 수 없다. 발을 멈추면 내 뒤를 쫓는 초극의 무더기에 휩싸인다.

농꾼이 되도록 초극 고수들이 없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욕심에 눈먼 절정 무인들을 죽이지 않고 뚫으려면 찰나라도 시간이 필요했다.

= 확실히 죽여도 되는 놈들은 구분해!

칼로 공격을 쳐내며 내달리는 방향을 바꾸고 농꾼에게 명한다.

이 모든 게 다 원활한 수확을 위해서다. 그런데 수확 대상이 속한 문파의 인물을 죽여 척을 진다? 헛짓하는 거다.

- 흑광사(黑光死).

바로 농꾼의 대답이 뜬다. 죽여도 될 놈들, 수확 대상과 상관없는 놈들은 검은빛으로 표시하겠다는 말이다.

눈앞을 막아서는 인의 장막. 정면 다섯 놈의 몸에 검은빛이 서린다.

쩌저저저정!

전압 걸린 도기로 그려지는 벽력의 그물이 앞을 막아서는 검기와 도기를 밀어젖히며 그 주인들을 순식간에 찢어발긴다.

휘몰아치는 유사강기에 인의 장막에 틈이 생기고 주저 없이 그 틈에 몸을 욱여넣는다.

그렇게 한 무더기의 장막을 통과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얼마 내달리기도 전에 또 한 무더기의 군웅들이 앞을 막아선다.

흑광이 없다. 죄다 죽여선 안 되는 놈들. 거기에 초극이 둘이나 끼어 있다.

“하압!”

기합과 함께 날아드는 두 가닥의 검강.

카캉!

칼로 검강을 받아내고, 내 별호에 왜 벽력이 들어가는지 보여준다.

파작, 파자작!

손으로 토해내는 벼락 줄기에 초극 둘이 포함된 인의 장막이 허물어진다.

바닥에서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이 꼴사납지만 죽은 사람 없다는게 중요하다. 어쨌든 그들을 지나 내달린다.

“여기까지다. 애송이!”

“장보도를 내놔!”

몸에 흑광을 두른 중늙은이 둘이 내 앞을 막으며 무지막지한 장력을 내뿜는다.

바로 허공으로 뛰어올라 장력을 피하며 놈들의 머리를 타 넘는다.

허나, 두 중늙은이도 초극 고수. 내 도주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바로 허공으로 뛰어올라 나를 향해 손을 휘두른다.

강기 서린 네 개의 손이 순식간에 공간을 뒤덮는 장막을 그린다.

이에 내 칼이 강기를 뿜고.

끼요옷!

검게 물든 손이 울부짖는다.

콰콰콰쾅!

손이 그리는 장막이 칼로 그리는 벼락에 부서지며 두 중늙은이가 피를 뿌리며 떨어진다.

발이 땅에 닿자 기다렸다는 듯 강기가 호선을 그리며 하체를 휩쓴다. 급히 뒤로 물러나니 이번에는 머리 위를 짓누르는 기세.

다시 한 발 크게 물러난다.

“더는 도망갈 수 없다.”

“얌전히 장보도를 내놔!”

두 번 연속 뒤로 물러나는 사이에 내 뒤를 쫓던 초극 고수들이 당도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그들로 나를 둘러싸는 포위망이 완성된 것이다.

당장 덤벼드는 놈들은 없다. 당연하다. 장보도를 든 내가 독 안의 쥐 꼴이니 나보다는 옆의 경쟁자들이 신경 쓰이는 것이다.

= 남궁화청, 양연곤에게 개방과 뒤로 빠지라고 해. 이쪽 보지 말라고도 하고!

연극을 마친 그들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매의 시야에 잡혔기에 급히 명을 내렸다.

그들이 내가 빠져나갈 기회를 주려고 포위망을 후려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 전했습니다.

= 소림은?

- 20초 뒤에 도착합니다.

농꾼이 소림 고수들이 달려오는 방향을 표시했다.

소림의 목적은 장보도의 파기. 그런 탓에 소식을 뿌린 쪽이 소림 고수들에게만 소식을 전하지 않은 것이다.

뭐 그래도 정의맹과 개방 고수들이 싸우는 소리가 있었고 군웅들이 급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뒤늦게라도 달려오는 것이다.

장보도의 파기가 목적인 소림은 이 소동의 주모자를 찾는 일에 방해꾼밖에 안 된다. 그것도 힘으로 찍어 누르기 힘든 방해꾼. 그러니 소림이 끼기 전에 이 자리를 떠야 했다.

장보도를 꺼내 든다. 당연히 주위의 모든 시선이 내게 쏠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칼을 든다. 나를 포위한 군웅들이 아주 잘 볼 수 있도록 장보도의 옆으로 말이다.

“미친!”

“멈춰!”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내 행동을 오해한 몇몇이 기겁성을 내지른다.

내 칼에 도기가 서리고 전압이 걸린다. 그리고.

오올!

어둠을 날려 버리는 광휘가 군웅들의 눈알을 무자비하게 후려팼다.

쾅, 콰콰쾅!

그리고 뒤이어 터지는 격한 폭발.

장보도를 품에 챙긴 나는 분진 폭발의 충격을 타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두 눈을 부여잡은 군웅을 뒤로하고 활공을 시작했다.

당연히 달려오는 소림 고수들과는 반대 방향이다. 일단 주도 성벽에 벗어나기 무섭게 땅으로 내려섰다.

계속 활공해 가면 허공에서 추종향을 뿌려대는 꼴이다. 그렇게 되면 이 일을 계획한 자들이 내 뒤를 쫓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임청 주도의 하오문 지부에 응5를 배치하고 내 정보를 흘리는 놈에게 꿈틀이와 통신 벌레 붙여서 역추적해.”

- 예, 리퍼.

열심히 뛰다 보니 놈들을 찾을 방법이 하나 더 생각났다.

“이 추종향의 택향제를 안다면 그 냄새로 놈들을 추적할 수 있어?”

- 리퍼가 택향제의 샘플을 손에 넣으면 가능합니다.

“응4를 대기시킨다. 추종향을 추적하는 놈이 나오면 꿈틀이 투입해서 택향제의 샘플을 얻는다.”

- 예, 리퍼.

이번 일을 주도한 놈들이 어떤 놈들인 줄은 모르겠다만 원활한 수확을 위한 제물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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