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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82화 (82/175)

82화

절강행(61)

끼요옷!

호거술을 앞세워서 치고 들어간다. 수면을 박차고 거리를 줄이며 호쾌하게 긋는 큰 칼 놀림으로 양유경의 창날을 후려친다.

창을 걷어내고 그 품으로 파고들지만 양유경은 수면 위로 미끄러지듯 물러나며 튕겨 난 창을 그대로 휘돌려 반대 방향으로 후린다.

수면을 밟는 발끝을 세우고 무게를 싣자 하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자연스레 낮아진 몸에 창 공격은 머리 위로 흘러간다.

그렇게 눈앞에 드러난 상대의 하체를 향해 도강을 듬뿍 먹인 칼질을 했다.

하지만 양유경은 쉽게 당하지 않았다.

팡!

물 차는 소리와 함께 힘이 실린 물결이 일어나 도강을 막아섰다.

팡!

도강이 물을 터트리며 커다란 호선을 그리지만 양유경은 이미 뒤로 훌쩍 물러나는 중이다.

“타합!”

물속에서 발을 앞뒤로 휘젓는다. 그 반동에 가라앉는 몸이 튀어 오른다. 발이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수면을 박차고 뒤로 물러가는 양유경을 쫓는다.

끼요옷!

호거술로 강기를 강화하는 순간!

구웅!

귀가 아닌 몸을 울리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에 한층 더 빛나던 내 강기가 슬그머니 본래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빛나는 창날이 섬전이 되어 날아들었다.

“젠장!”

순식간에 내 몸을 덮는 벽력의 그물을 그려 몸을 보호했다.

카카카카캉!

금속성과 함께 격한 충격이 전신을 울린다. 덮쳐들던 몸이 마차 바퀴에 치인 돌멩이처럼 뒤로 튕겨 나고 있었다.

허공에서 몸을 틀어 창격의 여력을 흘리며 수면 위로 내려섰다.

“뭐야 저건? 사자후도 아닌데 호거술을 깨트려?”

뒤로 물러나며 농꾼에게 묻는다.

- 일종의 음공인 듯합니다. 호거술을 깨트렸을 뿐만 아니라, 호거술과 같이 강기를 강화하는 효용이 있는 듯합니다.

망할 호거술! 어째 음공만 만나면 죄다 깨지냐고!

촤악, 촥!

물 차는 소리와 함께 양유경이 내게 돌진해 왔다.

뒤로 물러나는 발끝을 세워 일단 물속으로 파고들었다. 물속에 들어오기 무섭게 사지를 놀린다. 몸이 화살처럼 나아갔다.

내가 물아래로 접근하자 양유경은 급히 창날을 물속으로 박아 넣었다.

구궁!

거센 충격의 파도가 밀려왔다.

빈손을 움직여 낭파조의 한 수를 발휘한다. 물을 헤집고 휘두르는 손짓을 따라 충격의 파도가 밀리고 찢겨 나갔다. 손으로는 그렇게 양유경의 공격을 풀어 내며 발을 놀려 거리를 줄인다.

촤악, 촤악, 촥!

양유경이 수면을 박차 거리를 벌리며 연신 물속으로 창을 찔러 넣었다.

궁! 구궁! 궁!

연신 밀려오는 충격의 파도를 피해 물 밖으로 튀어 나왔다.

내가 수면 위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양유경이 달려왔다.

“전압 걸어.”

칼날에 강기 대신 도기를 일으키며 말했다.

파자작!

전압 걸린 도기가 빛을 내며 유사 강기가 완성되었다. 이에 나도 양유경을 향해 수면을 박찼다.

순식간에 거리가 줄어들고 창격과 도격이 불꽃을 튀기며 부딪친다.

캉, 카카캉, 카캉!

창날에 맺힌 강기와 칼날에 맺힌 유사 강기가 충돌할 때마다 충격이 전신을 후렸다.

제대로 된 강기를 사용해도 받아내기 힘든 것이 양유경의 창강이다. 전압으로 만들어 낸 유사 강기로는 칼을 타고 전해지는 충격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초극 고수인 내가 도강을 일으킬 공력을 아껴 몸 안에서 운용하고 있는 상태다. 육체 자체의 활기가 넘치니 몸을 침습하는 충격은 충분히 감당하고 흩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장기전을 위한 꼼수가 아니다.

오올!

번쩍이는 섬광!

주변 모든 것을 뒤덮는 백색 광회와 함께 어지간한 강기를 뛰어넘는 거력이 칼에 실린다.

그리고 그 힘을 공력 충만한 몸으로 휘두른다.

쾅! 콰쾅, 쾅!

굉음과 함께 양유경의 몸이 뒤로 밀려난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 전 섬광격의 유지 시간은 1초 남짓이었다, 하지만 용량을 20배로 늘린 지금은?

단순 계산으로 20초는 된다. 그 20초 동안 전력을 다해 칼질을 하는 것이다.

구웅!

귀가 아닌 몸을 울리는 진동. 양유경 또한 예의 음공을 펼쳤다.

하지만 섬광격은 발동할 때만 호거술이 관여할 뿐이다. 섬광격을 유지하는 것은 호거술이 아닌 배터리의 전력이다.

콰앙!

서로 배가시킨 힘과 힘이 격돌했다. 격한 반발력이 창과 칼을 밀어냈다.

하지만 내가 칼에 쏟아 붓고 있는 공력은 기껏해야 도기를 만들어 낼 정도다. 남은 공력은 죄다 육체로 돌리고 있는 상황.

육체에 돌고 있는 공력으로 이런 반발은 족히 버텨 낼 수 있다는 소리!

손아귀에 불끈 힘을 주고 그대로 밀어붙인다. 내가 힘으로 반발력을 버티고 밀어붙이니 양쪽으로 퍼져야 하는 반발력이 양유경을 향해 죄다 몰릴 수밖에 없다.

“크흡!”

양유경의 두 발이 수면을 긁고 거센 물보라를 만들며 밀려났다.

그렇게 양유경이 밀려나는 만큼 따라붙으며 전력으로 칼을 휘둘렀다.

콰자자자자작!

섬광격의 광휘가 세상을 백색으로 물들이는 와중에도 그 중심이 되는 칼이 벽력의 폭풍을 그려 낸다.

이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양유경이 전신으로 피보라를 뿜어내며 허공으로 튕겨 났다.

- NZ-09의 수확이 시작됩니다.

농꾼의 보고가 양유경과의 싸움이 끝났음을 알렸다.

첨벙!

격한 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빠져든 양유경의 전신은 이내 주위를 붉게 물들이며 물 위로 떠올랐다.

“죽었냐?”

- 심정지 상태입니다만, 나노 머신의 재생 기능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이대로 방치 시 일각 이내에 회복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야, 지금 같은 경우에는 영혼의 맞다이를 까야 한다 하지 않았냐?”

- 지금 상태에서 향후 지속적인 수확을 위한 제어 프로그램을 심으려면 해킹 전이 필요합니다.

“저쪽 상황은?”

- 천문위들답게 버텨 내고 있습니다. 영상을 띄울까요?

아직 시간은 있다는 소리다.

“그보다 양언직도 그렇고, 이 녀석도 그렇고, 죽으면 체내의 나노 머신은 어떻게 되는 거냐?”

일단 양유경의 몸이 장강을 따라 떠내려가지 않게 잡아 두며 물었다.

- 신창양가의 혈족 중에서 다음 대상을 찾을 것입니다.

“죽여도 된다는 소리네?”

팍!

바로 양유경의 머리를 후려쳤다. 내가중수법으로 양유경의 뇌를 곤죽으로 만든 것이다.

“이 정도면 재생시키지 못하겠지?”

수확 때문에 얼굴 붉히는 사이가 된 게 아니라 자기들 계획을 위해 나를 죽이려 한 것이 양묵현 부자다. 내가 살려 둘 이유가 없었다.

“다른 녀석들 몸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수확을 쉽게 하기 위한 제어 프로그램이랑 안전장치도 깔아 놓고.”

- 예, 리퍼. 조치하겠습니다. 지금 NZ-09의 데이터를 받으시겠습니까?

농꾼이 물었다.

“당연히.”

신창양가의 수법 말고 그 이상한 음공도 있었다. 양묵현과 다른 일당들의 수법을 알아야 진우탁을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

흐르는 장강에 잠시 몸을 맡기고 누워서 호흡을 골랐다.

호신강기를 억제하니 양유경의 데이터가 흘러들어 왔다.

“군부 무공도 익혔네? 놈이 쓴 음공이…. 굉효(轟嚆)? 허, 합공에 상당히 유용한 음공인데.”

자신의 공력을 허공에 흩뿌려 자신이나 동문의 강기를 강화시키는 운용도 있었다. 대신 내공 소모가 상당히 심했다. 그렇기에 양유경도 자주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양묵현에게는 열둘이나 되는 초극 고수가 있다. 이들이 굉효를 돌아가면서 사용한다면….

“시체는 잘 챙겨 놔라.”

진혜예를 직접 노린 놈이 이 녀석이니 진우탁을 달래려면 이 녀석의 시체가 필요했다.

- 그냥 놓아 두십시오. 상어들에게 챙기게 하겠습니다.

“그래.”

농꾼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으로 수면을 후려쳤다.

팡!

물을 치는 반동으로 몸을 일으키며 네 명의 천문위와 열둘의 초극 고수가 어울리는 격전장을 향해 발을 움직였다.

치고받으며 장강을 계속 거슬러 갔던 모양이다. 장강 위를 몇 킬로미터를 달리고 나서야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격전장이 보였다.

백 장 이상 떨어진 곳에서 살펴봐야 장강 위로 치솟는 물기둥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 중심으로 각 개체들과 거리 표시.”

내 명에 농꾼이 시야 한쪽에 화면을 띄웠다. 거기에 네 천문위와 열둘의 초극 고수들이 표시된다.

나와의 거리를 나타내는 숫자들이 요동친다. 당연하다. 서로에게 무기를 휘두르며 격하게 움직이는 와중이니 말이다.

“전투 화면 띄워.”

저들 사이로 끼어들려면 저들의 합공법에 대해서 살펴야 했다. 양유경의 데이터를 통해 그 방식을 알 수 있다지만, 실제로 보고 파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 않은가 말이다.

강기와 호신강기를 연동시켜 전신을 강기로 뒤덮는 기예는 네 명의 천문위가 전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아마 강기가 물과 격렬히 반응하기에, 사용한다면 공력 깎아 먹기 좋은 짓이라 그런 것 같았다.

겉으로 보면 사대삼의 싸움이었다. 양묵현과 그 수하 셋이 한 무더기가 되어 물 위를 뛰어 세 명의 천문위 사이를 오가며 상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아홉 명의 초극 고수들이 열심히 세 명의 천문위들을 붙들고 있었다.

3인 1조의 세 개 조가 된 아홉이 수중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물 위로 드러난 세 명이 양묵현을 따라 다니며 보좌한다. 물 아래의 3인 1조 세 개 조는 적이 된 천문위의 발아래에서 끊임없이 견제 공격을 넣어 세 천문위가 뭉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뭍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뭍이 아닌 물이기에 천문위라도 발을 멈추면 물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끊임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고, 그런 그들의 움직임을 살짝만 방해해 준다면 셋의 움직임에 속도 차이가 나 바로 찢어질 수밖에 없었다.

각자의 능력으로 물 아래로 공격을 후려 보지만 수공에 조예가 없어 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자들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공격은 물이라는 장벽에 막혀서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펑펑 터질 뿐이다.

물속으로 들어가 수중전을 벌일 능력이 없는 세 천문위는 그렇게 물속에서, 발밑에서 터지는 공격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발아래가 살짝 불안한 정도가 아니잖아?”

가진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수공을 잡기로 취급하고 등한시한 고수들의 비애였다.

하지만 셋 다 천문위라는 높다란 경지에 오른 무인들이라 3인 1조의 초극 고수들이 합공으로 만들어 내는 물기둥이 사방에서 치솟고, 그 사이 사이로 양묵현과 세 명의 초극 고수들이 한 무더기가 되어 암습을 걸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상처 없이 버텨 내고 있었다.

- 서로 적의 체력이 바닥나기를 기다리는 듯한 싸움입니다.

네 천문위 중 구민신창을 제외하고는 다들 수확 대상자들. 나노 머신의 재생 능력에 기반한 체력에 자신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물속의 아홉 명 중, 호흡을 위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미는 놈이 없다.

물속에서 호흡이 자유로울 수 있는 무공을 익히지는 않았을 터다. 저들이 그런 걸 알고 있다면 양유경도 그걸 알아야 하니 말이다.

흐릿한 물속 영상을 자세히 살폈다. 물속 움직임의 영상은 물이 맑지 않기에 직접 촬영한 영상이 아니라 초음파의 다각 측정으로 재구성된 화면들이다.

수중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아홉 명의 초극 고수들은 하나같이 등 뒤에 뭔가를 매고 있었다.

“근데 저 치들 뭘 매고 있는 거야? 설마 산소통?”

- 비슷한 용도입니다. 가죽 주머니에 공기를 집어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공략 방법 나왔네.”

물속에 있는 놈들이 상대하기 힘들다면 물 밖으로 끄집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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