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절강행(43)
“도연 형, 일을 너무 크게 벌이는 거 같은데 진짜 괜찮은 겁니까?”
불타오르는 심가장을 바라보며 화인천이 걱정을 했다.
“단주께서도 동의한 일이다. 그리고 내가 말릴 수도 없어. 솔직히 저기 날뛰고 계신 분 중 직책상 내 아래에 있는 사람이 누가 있냐? 죄다 분타주님들이야.”
육가장의 솔가라지만 송강부의 패주를 자처하고 있는 곳이 심가장이다. 뇌응대의 전력만으로 후려치는 것은 무리인지라 초극 고수인 멸왜단의 분타주들이 동원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제공한 매들이, 절강이 왜구에서 벗어나는 길을 여는 열쇠임을 아는 분타주들이다.
그런 나를 노린 육가장의 행태에 분노해서인지 해당 분타주들은 두말없이 이번 동원에 응했다.
멸왜단 분타 인근에 숨어 있을 육가장의 눈을 속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초극 고수들이 체면 차리지 않고 야밤에 복면 뒤집어쓰고 도둑놈처럼 은밀히 움직이게 하면 되는 것이다. 외부 감시로 그렇게 작정하고 움직이는 초극 고수를 발견해내는 것은 무리니 말이다.
“그리고 이건 본보기지.”
절강을 왜구로부터 구원할 나란 인물을 건드리면 멸왜단이, 절강 무림이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전 무림에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전면전이 아니고 제한전으로 가게 만들어야지.”
멸왜단이 먼저 암살의 배후를 육가장으로 지목하고 비난하면, 육가장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게 된다. 육가장이 내 암살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제한전으로 만들기 위해서 ‘암중 세력의 수작이었다’로 발표한 거군요. 육가장의 처지가 난처해지겠는데요?”
지금 멸왜단이 박살내고 있는 것은 대외적으로는 암중 세력이다. 이런 상황에서 육가장이 멸왜단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공개하는 것은 스스로가 암살 배후임을 밝히는 꼴이 된다.
“육가장에서 뇌응대주 암살의 배후임을 밝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구구절절 말한다? 그렇게 되면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는 꼴이 되지.”
송강부에서 날뛰는 멸왜단을 막을 힘이 없다고 시인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뒷감당도 못 할 짓을 벌여서 휘하 세력 하나를 날린 상전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흑도 유일 세가의 체면은 박살나고 휘하 세력들이 동요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육가장의 대응에 따라서 보타산을 비롯한 절강 무림의 대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잖아.”
“그렇군요. 우리 멸왜단이 육가장을 비난하고 나섰으면 절강 무림이 멸왜단과 육가장 사이를 중재하려 할 가능성이 컸겠군요.”
“그렇지. 육가장이 소명 기회를 얻고 일단 대화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앞뒤 사정을 밝히면, 어쨌든 내가 흑도의 일에 끼어든 모양새가 되니깐 말이야. 하지만 육가장이 스스로 나의, 뇌응대주의 암살 배후임을 밝힌다면….”
“절강 무림에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되겠네요?”
절강 무림이 암살을 하려다가 실패한 자들의 자백을 대충 용서하고 넘어간다면?
‘절강 무림은 호구다!’라는 낙인이 박힐 수도 있으니 강경 대처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육가장 입장에서는 우리 쪽이 입 다물고 있으면 제한전이 될 수밖에 없네요. 우리 입장에서도 입 열어 봐야 좋은 것 없고요. 먼저 입 여는 쪽이 지는 싸움이라니….”
“뭐 지금은 그렇지.”
그러니 육가장은 멸왜단이 모른 척 자신의 세력을 후려치는 것을 꾹꾹 참으며 막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거나 받아.”
화인천에게 두루마리 하나를 건넨다.
“뭡니까?”
“네가 할 일이지. 호 형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빨리 정리해.”
선풍장에서 사용됐던 화포와 관련된 세력 명단이었다. 어지간해서는 직접 처리하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 탓에 나를 대신해 호장우를 붙이는 것이다. 무림에서 화기의 발달은 무공의 몰락을 앞당길 일이다. 호장우를 숙주로 하는 나노 머신 ZJ-09도 적극적으로 나설 일이다.
선풍장에서 도망간 놈, 마풍단주란 놈의 처리까지가 호장우의 몫이다.
“도연 형은 어쩌시려고요?”
자신에게 일 떠넘기고 어디 가냐는 얼굴이다.
“육가장 녀석들에게 쓴맛을 보여줘야지.”
“그게 혼자 되는 일입니까? 장우 형이랑 같이 움직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만?”
“여차하면 도망가야 할 상황이 비일비재할 일이지. 그러니 혼자가 편해.”
“몸조심하세요.”
진심이 듬뿍 묻어 나왔다.
“너나 조심해.”
그렇게 대꾸해 주고는 발을 움직였다. 황포강을 따라 달린다. 10km 정도 달린 뒤 입을 열었다.
“육가장의 움직임은?”
- 소주에서 지원대를 꾸려 가흥부와 송강부로 출발했습니다.
“지원대의 구성은?”
- 송강부로 달려오는 지원대는 반호수(潘湖手) 육천우가 이끄는 육가장의 식객들입니다. 식객 중 초극이 아홉이고, 절정은 마흔둘입니다. 절정들은 전부 초극 아홉의 지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과연 흑도 유일 세가. 식객만으로 어지간한 지역 패자는 가볍게 밟아 버릴 전력을 구성할 수 있다니 말이다.
상당한 전력이지만 송강부에 상륙한 멸왜단 사람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육가장에서 보낸 전력을 상대할 사람들은 따로 있으니 말이다.
내가 매를 빌려 준 항주 흑도의 조구흥과 천문위의 고수인 멸왜단주 진우탁이다.
- 가흥부로 향한 지원대는 천행삼도(踐行三刀)를 주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초극인 천행삼도와 절정 스물입니다.
송강부로 가는 지원대가 멸왜단과 제한전을 위한 인원들이라면, 가흥부로 가는 인원들은 항주 흑도의 도발을 막기 위한 인원들이다.
내가 수작을 부려야 하는 대상들.
“천행삼도에 대해서 띄워.”
- 예, 리퍼.
천행삼도의 인적 사항들이 내 눈앞으로 나열된다.
“개산도(開山刀) 육천중, 산산도(刪山刀) 육천일, 단악도(斷岳刀) 육천월 세 형제를 함께 일컬어 ‘천행삼도’라 한다고? 뭔 놈의 형제들이 별호가 다 이따위야? 산이랑 원수진 놈들이야?”
산을 열고 산을 깎고 산을 끊는 칼들이라니….
- 육가의 도법 중 가장 패도적이라는 철로단명도(轍路斷命刀)의 고수들입니다.
“철로단명도?”
내 반문에 하나의 영상이 떠오른다. 칼 쥔 남자가 칼을 휘두르는 영상이다. 영상의 칼질이 철로단명도라는 소리다. 서생원 시리즈들이 수집한 정보 중에 철로단명도의 수련 장면이 있었던 것이다.
“흠.”
영상의 주인공은 대단한 고수가 아니었다. 그래도 대강 철로단명도가 어떤 무공인지는 알 수 있었다.
“거침없는 칼질이네. 제대로 된 초극 고수가 휘두른다면….”
호장우 같은 느낌이 날 듯 하다.
“호장우 같은 놈들이 셋이라는 말이잖아.”
그뿐만이 아니다. 같은 조직에 속하며 한 무더기로 움직이는 주제에 서로 같은 무공을 익혀서 저렇게 뭉뚱그려 불릴 정도라면….
“어째 합공도 가능할 것 같지?”
정교한 공수의 조합으로 일정한 공간에서 상대방보다 수적 우위를 형성하는 것이 협공이라면, 합공은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서로의 공력을 얽어서 공방에 실리는 실질적 위력마저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 무림인들의 전반적인 데이터를 따지면 합공보다는 협공의 경우가 높습니다. 하지만 육가장과 같은 유서 깊은 흑도 명문의 경우라면 합공일 가능성이 팔 할 이상입니다.
“그냥 초극 고수 셋으로 보고 덤비면 개박살나겠군.”
그냥 진우탁을 불러다가 맡기고 싶어진다.
“하아, 후.”
약해지는 마음을 호흡으로 다잡는다. 초극 고수 셋 정도의 합공에 겁먹어서는 내가 가야 할 길을 가지 못한다. 천문위도 상대할 수 있는 게 무공 수확자의 길 아닌가.
“좋은 경험 한다 치자.”
마음을 다잡는다.
“놈들의 위치는?”
- 수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농꾼의 대답과 함께 눈앞으로 지도가 떠올랐다.
소주의 난마처럼 얽힌 수로 위로 두 개의 점이 움직이고 있었다.
종으로 움직이고 있는 하나와 횡으로 움직이고 있는 하나다. 둘 중 종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가흥부로 가는 지원대다.
응 시리즈를 동원하지 않고도 육가장의 전력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것은 통신 벌레들 덕분이다.
소주의 육가장에 투입된 것은 서생원 시리즈만이 아니었다. 서생원 시리즈들이 자리 잡기 무섭게 통신 벌레들이 수천 단위로 투입되었다. 통신 벌레들이 육가장의 인사들에게 달라붙은 탓에 그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지도를 보고 열심히 발을 옮긴다. 피풍의를 펼쳐 달리는 탓에 놈들과의 거리가 팍팍 줄어든다.
- 영상으로 표시하겠습니다.
농꾼이 녀석들의 영상을 띄웠다. 쾌속선 하나에 대여섯 명의 사공이 붙어 열심히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거리는 대강 5km 정도다.
“일단 발을 묶는다. 적당한 위치 선정해.”
소형 탄궁을 꺼내 들었다.
- 예, 리퍼.
주위 지형이 빠르게 흘러가더니 갑자기 화면이 멈췄다.
- 반 각 이내에 도달하지 못하면 이점이 사라집니다.
농꾼이 잡은 저격 위치는 1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수로를 내려다보는 구릉 위다. 주저 없이 발을 옮겼다.
구릉 위에 도착하니 수로를 타고 움직이는 쾌속선이 보였다.
최근 팔 냥 철탄 대신 수전을 들고 다니는 터라 적당한 돌멩이 몇 개를 찾았다.
“잘 날아가게 형태를 잡아 봐.”
- 예, 리퍼.
대답과 동시에 돌멩이들 위로 몇 개의 선이 달렸다.
탁, 타탁.
금속으로 코팅된 손으로 선을 따라 돌들을 다듬었다. 순식간에 묵직하고 매끈한 흉기들이 완성되었다.
왼손으로 소형 탄궁을 움켜쥐고 오른손으로 다듬은 돌을 걸었다.
적당히 공력을 주입하고는 농꾼의 인도에 따라 각도를 조절해 활줄을 놓았다.
휭!
전자석의 힘으로 만들어 내는 격한 탄력이 공력을 머금은 돌을 톤(t) 단위의 힘으로 날린다.
휭!
다시 하나가 날고.
휭!
세 개째 돌이 날았다.
쾅! 쾅! 쾅!
세 개의 돌이 쾌속선을 두드리는 광경이 선명한 고화질 화면으로 눈앞에서 흐른다.
“뭐야?”
“무슨 일이야?”
“뭐가 떨어졌는데?”
“배에 구멍이 났다!”
“물 들어온다!”
삿대질하던 사공들의 난리가 생방송 된다.
“배를 강변에 대!”
“빨리! 강변으로!”
“가라앉기 전에 빨리.”
사공들이 바로 삿대를 들고 배를 강변으로 몰았다.
밖이 이렇게 소란스러운데 배 안의 육가장 인사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배에 구멍이 났다니 무슨 소리냐?”
젊은 놈이 하나 나와서 묻는다.
“뭔가 날아와서 배에 구멍을 냈습니다.”
그 말에 젊은 놈이 두 눈을 빛내며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녀석의 눈이 커졌다. 구릉 위 보란 듯이 서 있는 나를 발견한듯하다.
뭐라도 줘야 할 분위기.
휭!
그래서 마지막 돌멩이를 날렸다.
“적습이다!”
놈의 경고성에 쾌속선 안에 있던 육가장의 정예들이 앞을 다투어 튀어 나왔다.
“타합!”
사십 줄로 보이는 칼잡이 하나가 뱃머리에서 튀어 오르며 서슬 퍼런 궤적을 그렸다.
그가 그린 궤적에 내가 마지막으로 날린 돌멩이가 걸려드니.
팡!
굉음과 함께 가루가 났다. 뱃머리로 내려서는 칼잡이의 머리 위로 이름이 떠오른다.
개산도 육천중.
“탄궁 저격? 설마, 벽력응주?”
육천중이 바로 내 정체를 눈치 채고 인상을 썼다.
“전원 육지로 오른다.”
육천중이 수하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강변까지는 십여 장 정도. 사공을 제외하고는 다들 절정 무인들이라 수면 위를 몇 걸음 박찰 경공 실력은 있었다.
강변에 도착한 육가장 패거리들이 구릉 위에 서 있는 나를 노려보았다.
“형님, 저 대로 놔둘 생각입니까?”
육천중에게 말을 거는 중년 사내는 머리 위의 이름표를 보니 산산도 육천일이다.
“못해도 백 장 거리야. 단숨에 따라잡기 힘든 거리지. 우리와 정예들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부리는 수작일 가능성이 크다.”
육천중이 신중하게 말했다.
“무시하고 그냥 가자는 말입니까?”
“그래.”
“하아.”
육천중의 말에 육천일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목청을 돋웠다.
“절강에서 물고 빠는 애송아! 운 좋은 줄 알아라! 어르신들이 갈 길이 바빠 그냥 간다!”
응 시리즈의 중계가 아니더라도 내 귀에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였다.
그렇게 육천일은 씩씩거리면서 육가장 패거리들을 움직였다.
“새끼들 쇼를 해요. 쇼를 해.”
놈들의 수작질에 히죽 하고 웃음이 나온다. 나를 두고 바삐 가는 그들 중 단악도 육천월이 안 보였다. 단악도 육천월의 신호는 강변에 기대어 반쯤 물에 잠겨 있는 쾌속선에서 흘러나오는 중이니 당연했다.
자신들에게 신경을 집중하게 만들고 단악도로 하여금 내 뒤를 치게 만들려는 수작이다.
단악도가 단숨에 나를 처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잠시간 나를 잡아 두는 것은 가능할 것이니, 그사이 다른 두 놈이 달려오겠다는 것이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네.”
알아서 각개 격파의 기회를 주니 말이다.
육가장의 인물들이 우르르 달려 나갔다. 나와 최대한 거리를 벌리겠다는 듯, 빨리 뒤쫓아 오라는 듯 움직였다.
구릉 뒤로 몸을 내렸다. 그렇게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다음 잠시 앉아 상황을 살폈다.
쾌속선 쪽으로 화면을 잡으니 단악도 육천월이 쾌속선 안에서 하늘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늘 위에 매가 있는지 확인하는 모양새다.
위장 기능이 추가된 응 시리즈다. 초극 고수라 해도 사람의 맨눈에 걸려들 리 없다.
매가 없다 여긴 육천월이 슬그머니 쾌속선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구릉 쪽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오고 있었다.
쾌속선과 구릉까지의 거리는 대강 백 장. 초극 고수들끼리 그 정도 거리를 두고 내달린다면 좁히기 힘든 거리지만, 그저 지나가야 하는 거리가 되면 그야말로 숨 몇 번 쉬면 없어지는 거리다.
육천월이 막 구릉을 올라왔을 때 히죽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빨리도 오셨소.”
“놈!”
형제를 부르기 위한 호통을 내지르며 단악도의 칼이 강기를 내뿜었다. 철로단명도의 흉악한 초식이 나를 향해 발휘되지만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나다.
쩌쩌쩌쩌정!
칼에 섬전의 강기를 두르며 맞받아친다.
카카카카캉!
순식간에 수십 합의 공방을 교환한다.
과연 육가장!
감탄이 절로 나온다. 칼질에 실린 힘도 힘이지만 공수 전환의 그 매끄러움이란! 틈이 없는 것만으로는 철륜도 호장우에 버금갈 정도다.
하지만 단악도와 철륜도의 사이에는 쉽게 메꿀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바로 무공을 펼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육신이다. 무공만으로 단련된 육신은 거기에다가 각종 호르몬으로 강화된 육신에 비하면 빈약할 수밖에 없다.
“타압!”
제대로 몸무게와 힘을 실어 강격을 때려 넣었다. 나노 머신으로 강화된 육체를 지닌 호장우가 상대면 크게 먹히지 않을 수법. 누차 말하지만 단악도는 철륜도가 아니다.
“큭!”
내 체격에서 나올 수 없는 강격에 단악도의 칼질에 일순간 틈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틈에 때려 넣는 것은 바로 벽력!
파지지직!
호신강기를 뚫는 전격이 내 손을 떠나….
파파파팡!
땅을 뒤집으며 흩어진다.
“벼락은 목의 기운, 금의 기운으로 제어하면 땅으로 돌릴 수 있다더니 정말이로군.”
벽력을, 전격을 막아낸 것은 어느새 단악도의 손에 들려 있는 불진(佛塵)이었다. 도사나 승려가 들고 다니는 먼지털이 말이다. 가슴 높이로 들고 있는데 불진의 실 가닥이 땅에 닿아 늘어질 정도로 기다란 것이….
- 리퍼, 단악도 육천월이 소매에 숨겨 뒀던 저 불진은 철가루를 입힌 것입니다. 접지의 원리로 전격의 전하들을 땅으로 흘려버렸습니다.
아니 왜! 가전제품도 없는 중세에서, 그것도 무림에서! 접지를 하고 지랄이냐고!